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46
647화
강상식은 전신이 땀에 절어 있었다.
툭툭툭!
그가 걸을 때마다 축구 바지에서 땀방울이 떨어질 정도였다.
“휴우!”
강상식은 숨을 크게 뱉으며 손으로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 털었다.
“애들 왜 이리 체력이 좋냐.”
“네?”
“애들하고 놀아준다고 죽을 뻔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힐끗 애들을 보았다. 애들은 아이스박스를 둘러싼 채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음료를 마시던 아이들이 중간에 강상식 쪽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애들은 형하고 놀아주느라 힘든 것 같은데요.’
강진이 속으로 웃을 때, 강상식이 유인호를 보았다.
“그런데 보니까 뭔가 심각한 이야기 하는 것 같던데.”
“네?”
강상식은 이번엔 박성영을 보았다.
“보육원에 법적으로 무슨 문제 있습니까?”
“아닙니다.”
“변호사하고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거면 법적 문제 있는 것 같은데요. 문제 있으면 말씀하세요. 저희 회사에도 법률 팀 있습니다. 분야가 조금 다르기는 하겠지만, 회칼로 회만 썰라는 법은 없잖습니까.”
강상식의 말에 박성영이 유인호를 보았다. 그 시선에 유인호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법 말고 다른 쪽으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으니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유인호의 말에 박성영은 배우와 그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던 강상식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강상식은 불운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고 누나라 불렀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할아버지라 불렀다.
홍길동은 그래도 엄마를 엄마라고 불렀을 텐데…….
이러하다 보니 가족 문제를 들을 때면 더 가슴이 아프고 화가 많이 나는 그였다.
“제길! 살아 있을 때 팬 사인회든 촬영장이든 가서 커피라도 하나 쥐여 주지. 그럼 그 사람 얼마나 좋아했겠어.”
강상식은 읊조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들이 죽었어도…… 아들한테 그런 모습 보이지 말아야 하지 않나.”
강상식은 한숨을 내쉬고는 하늘을 잠시 보았다. 그렇게 죽은 고인을 떠올리던 강상식이 박성영을 보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강상식이 고개를 숙이자 그 얼굴에서 흐르던 땀이 땅에 떨어졌다.
뚝뚝뚝!
그 모습에 강진도 급히 고개를 숙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두 사람의 예에 박성영이 급히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마주 고개를 숙였다.
“추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성영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들고는 유인호를 보았다.
“유산에는 저작권도 포함이 됩니까?”
“물론입니다.”
“그럼 고인이 죽은 후에도 그분이 출연한 드라마 출연료가 그 아버지에게 간다는 말이군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그리며 유인호를 보았다.
“출연료도 간다고요?”
“그것까지는 생각을 못 했는데…… 만약 드라마 재방송 분 출연료 권리를 주장하면 그 아버지에게 갈 것 같은데.”
“동생은요?”
“동생분도 같이 주장하면 어느 정도는 나누어서 가겠지. 근데…… 나도 그쪽은 잘 몰라서 확인을 해 봐야겠다.”
변호사라고 해도 모든 법에 정통한 건 아니다. 의사와 마찬가지로 다른 분야도 조금씩은 알지만 자신이 전문으로 하는 분야에 더 정통하기 마련이다.
유인호의 말에 강상식이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아까 언론 플레이 하신다고 했지요?”
“네.”
“그럼 그건 좀 나중에 합시다.”
“나중에요?”
“언론 플레이를 해도 그 사람 얼굴이나 이름 같은 건 나오지 못한다면서요?”
“그 사람은 공인이 아니니까요.”
강상식은 무언가 생각하는가 싶더니 머리카락을 위로 끌어올렸다.
“와…….”
작게 탄식을 토하는 강상식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왜 그러세요?”
“나는…… 착한 놈은 아닌가 보다.”
“네?”
“오랜만에 막…… 나쁜 짓 하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생기네.”
“나쁜 짓요?”
“내가 너하고 민성 형 알기 전에는…… 나름 모략도 꾸미고 나쁜 짓도 했거든.”
강진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보자 강상식이 입을 열었다.
“문지혁 씨로 CF 하나 찍을 거다.”
“광고요?”
“응.”
“근데 돌아가셨는데 어떻게요?”
“드라마도 찍었고, 인터뷰도 하면서 사진도 찍었을 것 아니야. 그런 걸로…… 그 L전자 VR 폰 광고 같은 거.”
“근데 저작권료가 그 아빠에게 간다면 광고비도 그 아빠에게 갈 텐데요?”
“큭큭큭!”
강진의 말에 강상식은 다소 비열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광고를 찍을 때 연예인한테 거는 조항 중 하나가, 광고에 악영향을 주는 사건이 생길 경우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거야. 이번 경우에는 위약금에 광고 촬영에 들어간 비용까지 걸어 놔야지.”
“그 위약금하고 비용 받아내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 그 사람이 계약하겠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욕심에 눈이 멀면 한 치 앞에 있는 것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을 못 해. 그래서 꼭 찍어 먹어 보려고 하지.”
강진이 눈을 찡그리자 강상식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방금 말을 한 계약 내용은 보통 다 들어가. 비싼 돈 들여서 광고 찍었는데 배우가 마약 해서 뉴스 나오면 어떻게 되겠어.”
“아…….”
“그래서 그런 조항을 넣는 거야.”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상식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문지혁 배우 저작권을 가진 그 아빠를 대상으로 한 조항이 되겠지.”
“아…… 광고 찍은 후에 언론?”
“맞아. 그리고…… 광고 마지막에 그 아빠 얼굴도 나오게 할 거야.”
강상식은 다시 평소처럼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늘에서는 하늘의 별이 되어라. 이런 대사 하나 정도 읊게 하면 좋겠네. 그럼…… 전 국민에 얼굴 노출되고 아주 좋겠어.”
“근데…… 광고 찍고 이 이야기 언론에 나오면 형 회사 이미지 나빠지지 않겠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수익금 일부는 보육원에 기부하겠다는 문구를 광고 마지막에 붙일 거야. 그리고…… 그 여동생분 언론 취재는 우리 회사에서 맡을 거고. ‘저희도 이런 분이 아버님일 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동생분이 기부하기로 한 보육원에는 고인의 이름으로 저희가 기부하겠습니다.’라고 바로 치고 나가면 돼.”
“형 언제 그런 생각을 다 하셨어요?”
어떻게 이 짧은 시간 안에 그런 생각을 다 했는가 싶어 강진이 놀라워하자, 강상식이 웃었다.
“내가 나쁜 쪽으로는 머리가 잘 돌아가.”
“그럴 리가요. 이건 정말! 좋은 일입니다. 말 그대로 권선징악이니 좋은 쪽으로 머리가 돌아간 겁니다.”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상식은 잠시 있다가 핸드폰을 꺼내서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난데요. 얼마 전에 죽은 문지혁 배우 유가족 연락처 좀 알아봐요. 아빠라는 작자하고 여동생분 있을 겁니다. 아! 그리고 도나 비누 지금 광고 준비 중이죠? 그 광고 맡은 기획 쪽 사람들 내일 나 좀 보자고 하세요. 아! 그리고 그쪽에다 이번 도나 비누 광고는 고 문지혁 배우가 할 거라고 하고, 그 사람이 전에 했던 광고나 드라마 영상으로 광고 만들어 볼 수 있는지…… 아니, 잘 만드는 걸 가정해서 짠 기획안 내일까지 가져오라고 하세요.”
그걸로 전화를 끊은 강상식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형.”
“응?”
“지금 갑질하는 거예요.”
“갑질? 이게?”
의아한 듯 되묻는 강상식을 보며 강진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 일요일인데 내일까지 광고 기획안 가져오라는 건…… 당장 출근해서 밤새도록 일하라는 것밖에 안 되잖아요. 그리고 지금 통화 받은 직원도 그렇고.”
“아!”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고는 전화를 다시 걸었다.
“난데요. 내가 오늘 일요일인 걸 생각 못 했습니다. 내일 알아보고, 내일 연락해서 화요일에 기획서 가져오라고 하세요. 그래요. 아! 그리고 오늘 푹 쉬세요.”
그렇게 통화를 끝낸 강상식이 이제 됐냐는 듯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기획서라는 것이 하루 만에 뚝딱 나오는 것도 아니고…… 하여튼 윗사람이란.’
기획서는 하루 만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강상식의 말에 따라 기획 의도와 배우가 모두 바뀐 상황이다.
여기에 광고 배우가 이미 고인이니 생전 찍은 화보나 드라마 영상 같은 것을 다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걸 편집도 해야 할 테고…… 그러려면 방송사와 저작권 협상도 해야 하는 둥 여러 일이 얽혀 있기에 하루 만에 정리하기 무척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갑 오브 갑인 회사 사장이자 광고주인 강상식은 그걸 이해 못 하고 간단하게 만들어 오라고 하는 것이다.
‘상식이 형…… 지옥 몇 개 더 걸리겠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황민성이 다가왔다.
“다들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밌게 해?”
황민성이 다가오는 것에 강상식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세상에 나쁜 아빠가 한 명 있어서, 그 사람 인생 똥으로 만들어 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소리야?”
세상에 나쁜 아빠라는 말에 황민성이 눈을 찡그렸다. 그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그를 보았다.
‘민성 형도 아빠한테는 안 좋은 기억이 있지?’
전에 황민성은 조순례 옆에 수호령이 있다는 말에 아빠냐고 물으면서, 만약 맞다면 자기 손으로 죽여 버리겠다고 말했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술 취한 채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자신을 데리고 도망을 쳤었다고 했었다.
그런 황민성이다 보니 가족에게 나쁜 짓을 하는 아빠라는 말에 곧바로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다.
얼추 이야기를 다 들은 황민성은 유인호를 보았다.
“법적으로 아빠한테 재산이 간다는 거 맞습니까?”
“맞습니다.”
“아내와 자식이 있어도요?”
“아내와 자식이 있으면 당연히 아내와 자식에게 갑니다.”
유인호의 말에 황민성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저 황민성입니다. 내일 저 유언장 좀 작성하겠습니다. 압니다. 저 나이 젊고 건강한 거. 하지만 언제 개 같은 상황이 생길지는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일단 초안은 이렇게 잡아 주세요. 내 사후 내 재산 중…….”
황민성은 김이슬이 있는 곳을 힐끗 보다가 말했다.
“생각해 보니 이건 제 아내하고 상의를 좀 하고 진행해야 할 것 같군요. 아! 하지만 일단 초안은 잡아 놓으세요. 사후 내 재산 중 20프로는 일선 중고등학교 재단에 기부한다. 그리고 20프로는 키다리 재단에 기부, 20프로는 치매 연구 센터에 기부한다. 이 정도로 잡아 두고…….”
황민성은 한 톤 낮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사후 내 아버지란 사람에게는 한 푼의 재산도 남기지 않는 겁니다. 또한 내 아버지가 혼외로 낳은 형제자매에게도 유산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겁니다. 내 아버지와 그 자제들에게는 돈이 가지 않는 것. 아시겠습니까.”
황민성은 자신과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 재산이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가는 것이 두렵고 싫은 것이다.
그런 황민성을 보던 강진이 조심스레 입을 뗐다.
“그…….”
“아버지하고 화해하라는 이야기면 절대 하지 마라. 형 너 두 번 다시 안 본다.”
황민성의 단호한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이 아니에요.”
“…….”
황민성이 보자 강진이 웃었다.
“저녁에 술이나 한잔하자고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늘 같이 한잔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은 입맛을 다셨다.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설득해서 용서…… 해 보라고 말을 하겠지만, 황민성은 너무 소중한 형이었다.
그래서 강진은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소중한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용기가 없으니 말이다.
‘나도 참 비겁하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