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45
646화
강진이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볼 때, 유인호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임미령이 화가 난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강진 씨!”
자신을 크게 부르는 소리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무슨 일 있으세요?”
“저 세상에서 가장 나쁜 이야기를 들었어요.”
“나쁜 이야기요?”
임미령은 박성영 쪽을 보았다.
“세상에 저런 일에 나올 일이에요!”
잔뜩 흥분을 해서 소리를 지르는 임미령의 모습에 강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혹시 보육원에 무슨 법적 문제가 생겼나요?”
유인호가 변호사이니 말이다. 강진의 물음에 임미령이 고개를 저었다.
“보육원…… 하긴, 보육원 법적 문제가 맞기는 하네요.”
그러고는 임미령이 강진을 보았다.
“혹시 얼마 전에 유명하지는 않은 조연 배우 죽었다는 거 아세요?”
“누가 죽었어요?”
“뉴스 좀 보고 사세요.”
눈을 찡그리는 임미령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제가…… TV를 잘 안 봐서.”
“강진이가 정말 TV를 안 봐요. 핸드폰도 잘 안 하고.”
배용수가 거들어 주자 임미령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어쨌든 조연 배우가 무슨 병으로 갑자기 죽었어요.”
“갑자기요?”
되묻는 강진을 보며 임미령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 배우가 죽었는데 이 보육원 출신이래요.”
“아…… 그래요?”
“근데 그 배우한테 여동생이 한 명 있대요.”
화가 많이 나서인지 두서없이 말하는 임미령을 보던 강진이 그녀의 어깨를 손으로 짚었다.
“일단 진정하시고 천천히, 천천히…… 처음부터요.”
강진의 말에 임미령이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뱉기를 반복했다.
“후우! 후우!”
귀신이 실제로 숨을 쉬는지 안 쉬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강진의 말대로 심호흡을 몇 번 한 임미령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배우인 오빠하고 그 여동생이 이 보육원 출신이에요. 먼저 보육원 나간 오빠가 알바해서 모은 돈으로 집 구하고는 동생도 데리고 나간 모양이에요. 둘이 의지하면서 열심히 살다가 동생은 취직을 했고, 오빠는 알바하면서 연기자의 꿈을 꾸며 살았대요. 그러다 작은 역할이나마 몇 번 하면서 조금씩 인지도 올렸대요. 유명한 작품도 몇 개 있는데…….”
말을 하던 임미령이 고개를 저었다.
“강진 씨는 드라마 안 보니 말해도 모르겠네요.”
“죄송합니다.”
강진의 사과에 임미령이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요. 얼마 전에 그 오빠가 갑자기 죽은 거예요.”
“아…… 저런…….”
“원장님 말이, 얼마 후에 큰 작품에 비중 있는 조연으로 들어간다고 좋아했다고 하던데…….”
강진이 입맛을 다시자 임미령도 안쓰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어쨌든 오빠가 재산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전세금이랑 이것저것 있던 걸 여동생이 여기에 기부를 하려고 했었나 봐요.”
“기부요? 그 동생분도 살기 힘들 텐데 큰 결심을 하셨네요.”
여동생의 나이가 몇인지 몰라도 보육원 출신이면 기댈 언덕 없이 살았을 테고, 그럼 가진 것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돈을 보육원에 기부를 하겠다니…….
“그렇죠. 아주 착하신 분 같아요.”
말을 하던 임미령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다른 거예요.”
“뭔데요?”
“세상에. 알고 보니까 그 배우가 들어 놓은 보험금을 친부라는 자가 이미 가져간 거 있죠!”
“친부? 친부가 있어요?”
“있었대요.”
“그런데 왜 보…….”
말을 하던 강진은 재차 입맛을 다셨다. 부모가 없어야만 보육원에 오는 것은 아니다. 부모에게 버려진 자식들도 보육원에 오는 것이다.
“저도 자세한 사정은 몰라요. 말 들어 보니 애들 엄마가 애들 키우다가 죽어서 이곳으로 왔다고 하더라고요.”
“음…… 그럼 애 아빠는 진즉에 갈라섰겠군요.”
“네. 그래서 딸이 화가 난 거예요. 게다가 더 어처구니없는 건 법원에서 무슨 종이가 와서 기부하려던 돈을 묶어버렸대요.”
임미령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오빠 유산을요?”
“보험금 챙겨 간 것도 모자라서……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대요? 말 들어 보니까 두 사람 보육원 나가서 독립했을 때 그래도 아빠라고 한 번 찾아갔다가 문전박대 당한 모양이에요. 그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모양인데…… 그런 사람이 이제 와서 아들이 열심히 살아온 인생을 가져가겠다고 나섰잖아요.”
“그런데 그 아빠는 어떻게 찾았대요?”
“그건 모르겠어요. 그래도 찾는 방법이 있었으니 찾지 않았겠어요?”
“그럼 그 아빠는 아들 보험금은 어떻게 알고?”
“그래도 아빠라고 뉴스에 나온 아들 얼굴 알아봤나 보죠.”
임미령은 싸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럴 때는 귀신인 것이 한스러워요.”
“왜요?”
“저런 놈 귀신이 안 잡아가고 뭐하나 하는데……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요.”
임미령의 말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유인호 쪽을 보았다. 그러고는 입맛을 다시다가 휴대폰을 꺼냈다.
“어디다 전화하시게요?”
눈빛을 반짝이는 임미령의 모습에 강진이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저도 아는 변호사님이 계셔서요. 좀 물어보려고요.”
그러고는 강진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신수호의 목소리에 강진이 말했다.
“저 법률 상담 좀 부탁해도 될까요?”
[귀신 이야기입니까?]한끼식당에서 나눈 이야기라면 신수호가 알겠지만, 다른 곳이라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다.
“그건 아니고요. 제가 봉사하러 온 보육원에 법적인 일이 좀 있어서요.”
[말씀해 보세요.]강진은 임미령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신수호가 잠시 있다가 말했다.
[고인이 유언장은 남기지 않았습니까?]“젊은 나이에 죽어서 따로 유언장은 남기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젊은 사람이 유언장을 쓰고 살 이유가 없다. 젊음은 죽음보다는 살날을 더 생각하니 말이다.
그리고 유언장이라는 건 보통 사람은 잘 쓰지 않기도 했다.
[하긴, 유언장이 없으니 이런 일이 생겼겠지요. 일단 답부터 드리자면 친부가 유산을 상속받는 건 법적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법적으로는…… 그렇군요.”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답했다.
[어쩔 수 없습니다.]“양육에 기여한 것이 없는데도 그런 건가요?”
[맞습니다. 유언장이 없는 이상은 법대로 집행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유언장이 있으면요?”
[유언장이 있고 법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절차에 맞게 썼다면 아버지는 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고인인 상태에선 유언장을 쓸 수 없지요.]고인이 귀신이 됐는지 아닌지 모르지만, 혹시라도 귀신인 그를 만나게 되면 유언장 작성을 하게 하지 말라는 주의가 담겨 있었다.
“그럼 도울 방법은 없는 건가요?”
[법으로는…… 없습니다.]신수호의 답에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괜히 또 사고 치지 마십시오.]“사고를 치기 전에 상담부터 드리겠습니다.”
[안 치실 생각은…… 없습니까?]“사고가 아니라 좋은 일 한다 생각하겠습니다. 그리고 뭐…… 돈 벌어서 뭐하겠어요. 이럴 때 쓰는 거지.”
벌금을 내라고 하면 내겠다는 강진의 마인드에 신수호가 한숨을 쉬었다.
[그런 말은 친구나 가족하고 밥 먹을 때나 하는 겁니다.]그 말을 마지막으로 통화는 끝이 났다.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은 강진은 임미령에게 물었다.
“유인호 씨는 뭐라고 했어요?”
“법적으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요. 그쪽도 그렇게 이야기하죠?”
누구와 통화를 하는지는 몰라도 법적인 것에 대해 묻고 들었으니 그런 물음을 한 것이다.
“제가 아는 변호사 분도 그렇게 이야기하네요. 유언장이 있으면 모를까…… 유언장이 없으면 법대로 될 수밖에 없다고요.”
“하아! 정말 법이 나쁘네요.”
임미령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세상에 완벽한 법은 없으니까요.”
강진이 유인호와 박성영을 보고 있을 때, 그 둘이 일어나서는 강진에게 다가왔다. 그에 강진이 말을 걸었다.
“보육원에 무슨 법적 문제 있으세요?”
임미령에게 들어서 상황은 알지만, 귀신에게 들어서 안 것이라 아는 척을 할 수 없어 강진은 최대한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
“아닙니다.”
“저도 이쪽저쪽으로 아는 분들 많아서 말씀해 주시면 도울 방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유인호가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나는 의뢰인이 말하기 전에는 아무 말도 못 해.”
유인호의 말에 박성영이 잠시 있다가 한숨을 쉬며 사정을 이야기했다.
이미 들어서 아는 내용이고 또 들어도 화가 나는 내용이라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유인호를 보았다.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어?”
“이건…… 그 아빠라는 사람이 유산 상속 포기하기 전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어.”
“포기할 사람이면 죽은 아들 보험금 청구해서 받아 가지도 않았겠지.”
“그러게.”
유인호는 한 차례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예전에 서해에서 군인 죽었던 사건 알아?”
“그래?”
강진이 모르는 듯 말하자 유인호가 말을 이었다.
“우리 어렸을 때 일이라 잘 모를 수도 있겠다. 어쨌든 그때도 이런 일이 있었어.”
“그때도?”
“그 군인이 아버지가 혼자 키웠는데…… 보험금하고 국민 성금의 반을 집 나간 어머니가 받아 간 일이 있었어.”
“집 나간 어머니가?”
지금과 참 상황이 비슷하다는 걸 눈치챈 강진이 되묻자 유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도 국민들이 참 많이 화를 냈었지.”
“그럼 법이 왜 안 바뀌어?”
“법이 바뀌는 것이 쉽나.”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은 유인호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 한두 번이 아니야.”
“더 있어?”
“꽤 많아. 집 나간 아버지가 타가기도 하고, 엄마가 타가기도 하고…….”
“꽤…… 많다고?”
“끔찍하지만…… 참 많아. 자식이 죽고 나서야 돈 때문에 찾아오는 부모들.”
“너무 나쁘다.”
“나쁘고…… 나쁘지. 살아 있을 때 찾아가는 것도 아니고 죽어서 돈만 찾아가는 거니까.”
“그 사람들 지옥 가겠다.”
“이런 사람들 보면 지옥이라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유인호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그리다가 한숨을 쉬었다.
“방법이 없는 거야?”
“그나마 방법이라면 언론화하는 것 정도인데…… 언론화가 되어도 싹 다 무시한 채 그냥 돈 받아 간 경우도 제법 많아.”
“사람들이 그렇게 욕을 하는데도 그걸 받아가?”
“실명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눈 닫고 귀 닫으면 그 돈이 들어오니까.”
말을 하던 유인호는 재차 고개를 저었다.
“돈이라는 것이 이래서 무서운 거야.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게 하거든.”
유인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럼 어떻게?”
“어떻게 하기는…… 일단 이쪽에서 할 수 있는 건 해야지.”
그러고는 유인호가 말을 이었다.
“동생분하고 통화해서 언론화해도 된다는 허락은 받았는데……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라 죄송하네.”
유인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문득 물었다.
“너 법에 대해 잘 알아?”
“변호사인데 당연히 잘 알지.”
“너 인권 변호사라고 했나?”
“그냥 돈 안 되는 변론들 맡다 보니 인권 변호사라고 부르는 거지, 꼭 인권 변호사는 아니야.”
유인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가면 내가 좋은 어른 한 분 소개해 줄게.”
“좋은 어른?”
“좋은 법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은 분이셔.”
강진이 유인호와 이야기를 나눌 때, 강상식이 공을 툭툭 차며 다가왔다.
“강진아!”
툭!
강상식이 공을 차자 강진은 한쪽 발로 그것을 가볍게 받아내고는 그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