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86
687화
오혁은 정말 강진에게 고마웠다. 강진 덕에 아내와 아버지가 웃으며 식사를 했으니 말이다.
강진이 없었다면 이강혜는 여전히 오택문을 회장님이라 불렀을 것이고, 이렇게 라면을 같이 먹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젠 아버지 혼자 라면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안심이 되었다. 자신은 아니지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같이 라면을 먹으면 되니 말이다.
애초에 자신의 라면은 라면 두 개를 섞어서 끓이는 거라 혼자서는 다 먹기 힘들 터였다.
물론 두 개를 끓이고 혼자 먹다 남기는 방법도 있지만…… 이왕 라면을 두 개 끓였으니 둘이 먹는 것이 가장 좋았다.
오혁의 감사 인사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는 좋은 일만 생길 겁니다. 그러니 매형도 몸 건강하게 깨어나세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잠시 말이 없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래야지.”
그는 강진을 향해 손을 들었다.
“그럼 나 간다.”
“조심해서 가세요. 몸 밖으로 너무 자주 나오지 마시고요.”
“하하하! 알았어.”
오혁은 웃으며 자신의 집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오혁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매형이 빨리 깨어나야 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허연욱을 떠올렸다가 고개를 저었다. 허연욱이 명의이기는 하지만, 사람의 생사를 뒤집지는 못하니 말이다.
그리고 L그룹 회장이 사랑하는 막내아들이면 국내외의 능력 있는 의사들이 최첨단 장비들로 검사를 하고 치료를 했을 것인데 지금 상태인 것을 보아, 허연욱이라고 해도 별 수가 없을 것이다.
허연욱이라고 해도 장비의 힘을 무시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
점심 장사를 끝낸 강진은 성인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전에 가게 앞에서 교통사고가 난 환자가 생각이 나서 병문안을 가 보려고 하는 것이다.
병원이 어디인지는 전에 사고자의 아내가 왔을 때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
병원 주차장에 차를 세운 강진은 배용수와 허연욱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
배용수야 강진이 가는 곳은 자주 따라오는 편이고, 허연욱은 여기 병원에 있는 영혼들에게서 오혁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 강진이 데려온 것이었다.
병원 입구로 걸어가던 강진은 오고 가는 귀신들에게 분무기로 무언가를 뿌리고 있는 JS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병원 내 몸이 약한 환자들에게 귀신은 독이 될 수 있으니 입구에서 이렇게 귀기를 없애는 일종의 방향제를 뿌리는 것이다.
JS 직원들은 강진을 알아보고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에 강진도 그들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병원 안으로 들어가며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한끼식당 이강진입니다. 네, 잘 지내셨죠? 다른 것이 아니라 인사를 드리려고 병원에 왔는데요. 아…… 아닙니다. 바쁘기는요. 네…… 알겠습니다.”
보호자에게 병실이 몇 호인지 들은 강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6층에 도착한 강진이 허연욱을 보았다.
“선생님도 병문안 같이 하시겠어요? 아니면 영혼들을 좀 찾아보시겠어요?”
“환자 처음에 살핀 사람이 저이니 몸이 어떤지 저도 보고 싶군요.”
허연욱은 병원을 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환자가 회복되는 것을 보는 것만큼 의사로서 뿌듯한 일도 없죠.”
“그럼 뿌듯해지러 가시죠.”
강진이 걸음을 옮기자, 허연욱이 그 뒤를 따르며 슬며시 말을 했다.
“사실 사장님께서 오혁 씨에 도움이 될 것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해서 오기는 했는데…… 제가 아는 영혼들은 대부분 의사소통을 할 수준의 이성이 없습니다.”
강진이 보자 허연욱이 말을 이었다.
“제가 귀신이 된 후에도 여전히 병원에서 오래 머물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렇다 보니 병원에서 귀신도 많이 보고, 오혁 씨 같은 영혼들도 꽤 봅니다. 그런데 그중에 오혁 씨처럼 의사소통이 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강진도 귀신이 아닌 영혼은 둘 정도 보았으니 말이다. 그 둘 또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한 번 알아봐 주세요. 하나가 있으면 둘도 있는 법이니까요. 저 같은 저승식당 사장도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잖아요.”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귀신도 있고, 저승식당 사장님도 있는데…… 말이 통하는 영혼도 더 있을 수 있지요.”
허연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오혁이 워낙 특수한 케이스라 비슷한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이왕 병원에 왔으니 영혼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육체를 보면 뭔가 의학적으로도 얻는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허연욱과 이야기를 나누며 병실 앞에 선 강진이 살며시 노크를 했다.
1인 병실이 아닌 다인 병실이라 딱히 노크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그래도 닫혀 있는 문을 보니 노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병실 안에는 병상이 세 개씩 벽에 붙어 있었다. 병실 안을 훑어보던 강진에게 낯익은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강진은 인사를 하며 들고 온 쇼핑백을 내밀었다.
“음료수를 가지고 올까 하다가 많을 것 같아서 반찬을 좀 가지고 왔습니다.”
“뭘 이런 걸…… 고맙습니다.”
감사 인사를 하는 아주머니를 보던 강진은 그녀가 앉아 있던 쪽의 병상을 보았다.
그곳에는 전에 사고가 났을 때 의식이 없던 그 남자가 병상에 누운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강진과 시선이 마주치자 남자는 가만히 미소 지었다.
강진을 처음 보기는 하지만, 사고가 났을 때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이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남자가 자신을 보는 것에 강진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남자가 웃으며 그를 보았다. 그렇게 잠시간 강진을 보던 그는 고개를 숙이려고 했다.
“끄으윽!”
물론 목에 하고 있는 깁스 때문에 고개를 숙이지는 못했지만…….
“무리하지 마세요.”
강진의 말에 작게 신음을 토한 남자가 쓰게 웃었다.
“생명의 은인에게 인사도 제대로 못 드리는군요.”
“생명의 은인이라니요. 저야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강진은 웃으며 남자를 보다가 그의 몸을 살폈다. 남자는 목과 발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보기가 별로 안 좋죠?”
남자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보기가 안 좋다니요. 저는 무척 보기가 좋네요.”
“그렇습니까?”
남자가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남은 흔적이잖아요.”
“그 말이 맞네요. 살았으니 이러고라도 있는 거겠죠.”
웃으며 남자가 강진을 보았다.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 인사 기분 좋게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제가 하루만 더 살게 해 달라고 했다면서요?”
“기억이 나세요?”
‘영혼일 때 한 말이 기억이 나는 건가?’
남자가 이 말을 했던 건 사고 직후 영혼 상태였을 때니 말이다.
“기억은 안 납니다. 근데 사장님이 우리 아내에게 제가 그런 말을 했었다고 말씀하셨다 해서요.”
“아…….”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식이 온전하지 않은데도 오늘 아들 생일이라고…… 오늘 죽으면 안 된다고…… 꼭 하루만 더 살게 해 달라고 하셨어요.”
“제가…… 그랬군요.”
남자가 작게 웃는 것을 보던 강진이 아주머니를 보았다.
“그 장난감, 아들이 좋아하던가요?”
“그걸 어떻게?”
“자동차 조수석에 있는 것을 봤거든요.”
강진의 말에 남자가 아내를 보았다. 그 시선에 아내가 한숨을 쉬며 말을 했다.
“장난감 포장지에 피가 묻어 있어서 안 주려고 했어요.”
“하긴, 사고의 흔적이 남아 있으니까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내가 남편을 보았다.
“그런데 이 사람이 깨어나서는 우리 애 생일 선물 줬냐는 거예요.”
아내의 말에 남편이 웃었다.
“그거 큰돈 주고 산 거야.”
“피! 애 장난감이라고 하면서 자기가 가지고 놀려고 한 거지?”
“애하고 같이 놀아주라며.”
남편이 웃는 것에 아내가 웃으며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살아 있는 건 좋은 거야.’
다치고 아프기는 해도 살아 있으면 위안이 되고, 안심이 되는 것이다.
남편의 머리를 쓰다듬은 아내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애가 좋아하더라고요.”
“다행이네요. 그런데 아이는 아빠 사고 난 것 아나요?”
“아직 어린애라 알면 걱정만 하고 무슨 일인지도 모를 것 같아서 아빠 출장 갔다고 이야기했어요. 지금은 어머니 집에 있어요.”
이야기를 하던 아내는 남자의 손을 잡았다.
“살아서 너무 장해. 아주 장해.”
남자는 웃으며 그녀를 슬쩍 보고는 말했다.
“당신 말은 안 했는데 안 서운해?”
무슨 말이냐는 듯 남자를 보던 아내가 웃었다. 아들 생일이라 하루만 더 살게 해 달라고 했던 말에 자신은 없으니 말이다.
“서운해. 많이 서운해.”
“후! 서운해? 그럼 다음 사고 때는 꼭 당신 두고 못 죽는다고 해…… 아얏.”
아내는 남자의 어깨를 꼬집었다. 그에 남자가 눈을 찡그리자, 아내가 화가 난 눈으로 그를 보았다.
“무슨 그런 말을 해. 사고라니…… 이렇게 큰 사고를 당하고도 그런 농담이 나와?”
“당신이 서운하다고 해서 그렇지.”
“안 서운해. 안 서운하니까 앞으로는 이런 사고 당하지 마.”
울먹이는 아내의 목소리에 남자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알았어. 앞으로는 절대 사고 안 당할게.”
남자가 웃자 아내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정신 봐. 음료수라도 하나 안 드리고.”
아내가 서둘러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내밀자 강진은 사양하지 않고 받았다.
뚜껑을 따고 음료수를 마신 강진이 웃었다.
“아주 시원하고 맛있네요.”
강진의 말에 남자가 그를 보며 말했다.
“뜬금없기는 하지만……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강진이 보자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정신을 차렸는데도 물을 못 마시게 하더라고요. 그냥 입가만 축이는 정도로만 물을 주는데, 아주 사람 미쳐 버리겠더군요.”
“큰 수술을 하셨으니 물도 부담이 되겠죠.”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수액하고 영양제 맞고 있으니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하아! 정말 사람 환장하겠더라고요.”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링거를 보았다. 수액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는다고 해도 사람은 역시 입에 뭔가를 넣고 씹어야 만족하는 법이다.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니 영양분이 들어와도 배가 고프고 목도 마를 것이었다. 특히 물은 더욱 마시고 싶었을 것이다. 물은 본능이니 말이다.
“그래서 물을 마셔도 된다고 했을 때…… 미친 듯이 마셨습니다.”
“물을 그렇게 많이 마시면 안 될 텐데요?”
의사가 물을 마셔도 된다고 했어도 수술을 하고 그렇게 많이 마시라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후! 물론입니다.”
남자는 웃으며 강진이 들고 있는 음료수 캔을 보았다.
“그 음료수 캔 반의반 정도 되는 물을 마시라고 의사가 직접 주더군요. 그리고 나중에 다시 마시라고요.”
남자는 멍하니 음료수 캔을 보며 말을 이었다.
“물을 한 숟가락씩 입에 머금고 있다가 천천히 삼켰는데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더군요. 아…… 물 한 모금이 이렇게 행복하고 이렇게 감사할 수가 있구나, 하면서요.”
말을 하던 남자는 깁스가 되어 있는 자신의 팔과 다리를 보았다.
“멀쩡할 때는 당연하다고만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다쳐 보니 깨달아지더군요. 아…… 내 몸이 정말 소중하고 물 한 모금이 이렇게나 달 수 있다는 것이요.”
남자는 웃으며 다시 강진을 보았다.
“지금 제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아세요?”
“뭔데요?”
“몸 회복되면 동네 운동장 전력 질주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