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99
700화
강진과 인사를 나눈 문지혁은 허공에 떠 있는 감초 어른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감초 어르신이 왜 여기에?”
죽은 후 문지나와 같이 보육원을 간 적이 있어서 감초 어른을 아는 것이다.
문지혁이 의아해할 때, 감초 어른은 그를 향해 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에 문지혁이 고개를 숙이자 감초 어른이 아직도 궁을 보고 있는 헛개를 가리켰다.
“내 아들.”
“아…… 아드님을 이제 만나신 거군요. 축하드립니다.”
귀신들이 서로를 보며 인사를 나눌 때, 화장실에서 차지혜가 송은실을 데리고 조심히 밖으로 나왔다.
“오빠!”
그때, 환하게 웃으며 자신에게 뛰어오는 차지연을 안아든 문지혁이 웃으며 인사했다.
“지연이 안녕!”
“안녕!”
차지연을 보는 문지혁의 얼굴에는 씁쓸함이 어렸다.
그는 귀신이 되고 난 후 송은실과 함께 온 차지연을 보고 정말 많이 놀랐었다. 생전에 자신을 좋게 봐주던 형님의 딸이 귀신이 되어 남아 있단 사실에 놀라고도 가슴이 아팠던 것이다.
그는 애써 씁쓸함을 감추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경복궁 보고 지연이 좋겠네.”
“아주 좋아!”
“잘 됐다.”
문지혁과 차지연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던 강진이 문지나를 보았다.
“별일 없으시죠?”
강진의 말에 문지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에 대한 별일인지 알지만, 문지나는 웃으며 답했다.
“별일 없어요.”
문지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강상식이 말했다.
“우리도 화장실 다녀오자.”
“네.”
강진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강상식이 소변기 앞에 자리를 잡으며 말했다.
“그 아빠한테 연락이 왔어.”
강진이 보자 강상식이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니 지나 씨한테 고소 취하 좀 해 달라고 한 모양이야.”
“염치가 정말…… 너무 없네요.”
어떻게 문지나에게 연락을 해서 그런 소리를 하나 싶어 강진이 보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염치가 있었으면 자기가 버린 자식 유산 가지러 나타났겠어? 염치도 양심도 없으니 나타난 거지.”
“그래서요?”
“지나 씨가 싫다고 했지. 그러니까 욕을 막 하면서 네 아빠가 망했으면 좋겠냐고. 네 아빠가 죽어야 속이 시원하냐고 했다는 거야.”
“그래서요?”
“전화 끊어 버렸대.”
“찾아오지는 않았대요?”
“찾아오기도 했대. 찾아와서 문 두들기고 소리 질러서 경찰 불렀다 하더라고. 그래서 그것도 소송 걸 생각이야.”
“아! 소송은 어떻게 됐어요?”
“내일 판결인데 우리가 이길 거야.”
“그 사람 쫄딱 망하겠네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런데…… 지나 씨 괜찮겠어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은 멍하니 허공을 보다가 말을 했다.
“아버지로 여기지 않겠다고 했지만 신경은 쓰이겠지. 하지만…… 밟을 때는 철저하게 밟아야 하는 법이야. 그래야 인과응보지.”
“그 사람이 또 찾아오면 어떻게 해요?”
“흥!”
작게 콧방귀를 뀐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강한 사람에게 약하고, 약한 놈에게 강한 놈들의 약점이 뭔 줄 알아?”
“강한 사람에게 약한 거요?”
말에 정답이 이미 있기에 강진이 그대로 말하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 입장에서 나는 충분히 강한 사람이지. 단단히 말을 해 뒀고 법적인 조치도 취해놨어. 그런데도 또 지나 씨를 괴롭히면…… 가만 안 둬.”
싸늘한 강상식의 목소리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다.
“이번 일로 다시 흑화하지 마세요.”
“흑화?”
그게 뭐냐는 듯 보는 강상식에게 강진이 말했다.
“검은 꽃이 핀다는 의미인데 착한 사람이 나쁜 놈이 될 때 하는 말이에요.”
“아!”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나쁜 놈들 상대할 때는 나도 더 나쁜 놈이 되어야 하는 법이야. 나쁜 놈들은 좋게 대하면 꼭 뒤통수 때리더라. 밟을 때는 확실하게 밟아야 해.”
말을 하던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어쨌든 오늘 보육원 같이 못 간 건 미안해.”
오늘 일 있다고 하고 안 간 것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오늘 그것을 걸리기도 했고 말이다.
“아니에요. 데이트라는 큰 일이 있었잖아요. 형님 나이에 연애보다 더 큰 일이 어디에 있어요.”
“그래. 그건 맞지. 나도 연애는 해야지.”
“그런데 마음 표현하셨어요?”
“알지 않을까?”
“그래도 정확하게 표현해야죠.”
“그런가?”
“그럼요. 썸만 타다가 아무 일도 안 생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강진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손을 씻고 밖으로 나가는 강상식을 보던 강진은 손을 씻은 뒤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이제 가시…….”
말을 하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자신처럼 허공에 손을 터는 강상식에게 문지나가 손수건을 주는 것을 본 것이다.
‘이거 참…….’
허공에 손을 터는 자신과 손수건으로 손을 닦는 강상식. 참 큰 차이가 있었다.
‘아직 사귀는 것도 아니면서…….’
속으로 입맛을 다신 강진이 걸음을 옮겼다.
“자, 갑시다!”
강진의 말에 그 뒤를 따르던 문지나가 말했다.
“한복 대여점에서 한복으로 갈아입고 놀아요.”
“한복요?”
“경복궁에서 한복 입고 사진 찍어야 진짜죠.”
그러고는 문지나가 차지혜를 보았다.
“우리 한복 입고 사진 찍자.”
“좋아!”
좋아하는 차지혜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죠.”
말을 하며 걸음을 옮기던 강진은 아직도 멍하니 궁을 보는 감초 어른과 헛개를 보았다.
강진의 시선에 감초 어른이 말했다.
“내가 데리고 갈 테니 먼저 가게나.”
강진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행들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한복을 대여해 입는 사람들이 많은 듯, 경복궁 주차장 바로 옆으로 나오니 대여점이 있었다.
한복 종류도 여럿이었다. 왕, 중전, 세자…… 사극에서 볼 만한 여러 한복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것을 둘러보던 차지혜는 예쁜 한복을 골라 입었다.
강상식은 검은색 무복을 골라 입었고, 문지나는 왕후의 복장을 했다.
다만 송은실은 눈이 보이지 않아 한복이 불편해 옷을 갈아입지 않았다.
그리고 강진은 배용수가 골라 준 숙수 복장을 했는데…….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냐?”
소매에 하얀 천을 덧댄 데다 색도 칙칙한 것이 다른 사람들이 입은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궁중 숙수라고 해도 요리하는 사림이야. 요리하는 사람이 옷을 화려하게 입을 필요 없잖아.”
“색이 너무 칙칙한데.”
“그래야 양념이 묻어도 티가 잘 안 나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옷을 보다가 가게 앞을 보았다. 가게 앞에는 어느새 감초 어른과 헛개, 그리고 김소희가 와서 서 있었다.
그에 강진이 가게를 나가며 말했다.
“예쁜 옷들이 많던데, 아가씨도 옷을 갈아입어 보시겠습니까?”
김소희가 입고 있는 옷은 전에 강진이 중고 의류 센터에서 가져다 준 한복이었다.
하얀 소복 같은 한복에 김소희가 그림을 그린.
강진의 말에 관심이 없다는 듯 가게를 보고 있던 김소희가 걸음을 옮겼다.
“자네 마음이 그렇다면…… 내 둘러보지.”
말을 하며 김소희가 한복들을 구경하기 시작하자 강진이 웃으며 헛개와 감초 어른을 보았다.
“두 분도 골라 보시죠.”
“나는 됐소.”
헛개의 말에 감초 어른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구경은 해 보지 그러니.”
감초 어른은 뻣뻣하게 서 있던 헛개의 손을 잡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오! 여기 무관복이 있구나. 너 옛날 꿈이 무관 아니었니.”
“그 어릴 때 이야기를…… 노비가 무슨 무관이라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헛개는 관복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는 슬며시 손으로 관복을 쓰다듬었다. 물론 손은 옷을 뚫고 지나갔지만 말이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문득 눈을 찡그렸다.
‘그런데…… 옷을 입으려면 태워야 할 텐데…….’
귀신이 새 옷을 입으려면 그 옷을 태워야 하는 것이다. 그에 고민하던 강진은 슬며시 한복을 구경하는 김소희의 옆에 다가갔다.
“저기 아가씨.”
강진이 작게 속삭이자 김소희가 한복을 보며 말했다.
“왜 그러는가?”
“저기…… 옷을 갈아입으려면 옷을 태워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네.”
“그럼…… 여기 옷을 태워야 하는데.”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서울에서는 옷 같은 걸 태울 장소가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여기는 경복궁이라 옷을 못 태웁니다.”
일전에도 새벽에 몰래 가게 뒤에 있는 화로에서 옷을 태웠으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잠시 있던 김소희가 옷을 보다가 말했다.
“대여를 하면 내 알아서 하겠네.”
김소희에게 뭔가 방법이 있다는 생각을 한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가 고르는 옷을 보았다. 그녀가 구경을 하는 옷은…… 혼례복이었다.
‘혼례복이라…… 하긴…….’
지금 시대야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고 본인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지만, 조선시대 소녀에게 혼인이란 꿈이었을 것이다.
좋은 남자와 혼인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낳아 잘 키우는 것 말이다.
김소희는 혼인을 하지 않은 채 죽은 처녀귀신이다. 그러니 혼례복에 관심을 보일 법도 했다.
김소희의 손길에 혼례복이 흔들렸다. 다른 귀신들의 손은 옷을 뚫고 지나가는데, 확실히 김소희다 보니 진짜로 만지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시려고요?”
“입을 것이네.”
“안 태워도 되는 건가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혼례복을 가리켰다.
“내리게.”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혼례복을 꺼내 들었다. 그에 김소희가 손으로 옷을 잡아당겼다.
스르륵!
그러자 김소희의 손에 불투명한 혼례복이 잡혀 나왔다.
“어?”
강진이 의아한 눈으로 김소희를 볼 때, 그녀는 혼례복을 몸에 둘렀다.
스르륵!
김소희는 순식간에 혼례복을 갖춰 입었다. 정말 귀신처럼 옷을 갈아입어 버리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놀란 눈을 할 때, 그녀는 자신이 입은 혼례복을 훑어보다가 말했다.
“어떤가?”
김소희의 물음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혼례 치르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김소희는 기다란 혼례복 소매로 슬쩍 얼굴을 가리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헛개와 감초를 보았다.
“자네들은 옷을 골랐는가.”
말을 하며 김소희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헛개와 감초를 보았다. 나 어떠냐는 무언의 물음이었다.
“무척 고우십니다.”
“곱기는…… 자네가 나를 놀리는구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답이 마음에 드는 듯 흡족한 미소를 짓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도 미소를 지었다.
김소희가 웃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감초의 답을 들은 김소희가 헛개를 보았다. 그 시선에 헛개가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우십니다.”
“부자가 같이 나를 놀리는군.”
미소를 지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은 김소희가 강진을 보며 말했다.
“일단 계산부터 하게나.”
“지금요?”
“대가 없이 물건을 받을 수는 없는 일이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 김소희가 입은 혼례복 대여비를 치렀다.
그러는 사이 김소희는 한복들과 감초, 헛개를 번갈아보았다. 아마도 두 귀신에게 어울리는 한복을 고르는 모양이었다.
한복을 둘러보던 김소희의 눈에 붉은색 한복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색 비단에 가슴에는 용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옷…… 곤룡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