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
7화
한 번의 막힘도 없이 잡채를 뚝딱 만들어 버린 강진은 멍하니 그릇을 보고 있었다.
잡채 위에는 계란 지단이 노랗고 하얗게 장식이 되어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는 잡채를 멍하니 보던 강진이 슬쩍 젓가락을 들어 한가득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보들보들하고 미끈한 잡채가 씹히고, 고소한 기름맛과 여러 재료들의 맛이 입안에서 어울리며 침이 폭발을 했다.
‘맛있다.’
입이 하나인 것이 아까울 정도로 맛이 있었다. 그에 강진이 잡채를 빠르게 흡입하기 시작했다.
잡채를 먹은 강진이 싱크대에 놓여 있는 빈 그릇을 보았다.
방금 전까지 잡채가 담겨 있던 그릇은 번들번들하게 기름만 묻어 있을 뿐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멍하니 그릇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다시 생각을 해도 참 맛있는 것이…… 마치 엄마가 해 준 잡채처럼 맛이 있었다.
“오랜만이네. 이런 맛…….”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전에 먹었던…… 맛있는, 아니 엄마가 해 준 맛이었다.
그릇을 보던 강진이 힐끗 고개를 돌려 조리대 위에 있는 연습장을 보았다.
“미쳤네.”
정말 미친 일이었다. 김복래 여사가 남긴 음식 연습장을 보고 하면 요리를 잘하게 되는 황당한 일이 진짜로 벌어진 것이다.
“김복래 여사, 대체 어떤 사람이야? 아니…….”
강진이 턱을 쓰다듬었다.
“생각해 보면 여기 손님들도 이상해.”
강남 한복판에 한복을 입고 혼자 오는 손님, 명품은 아니더라도 좋아 보이는 옷을 입고 오는 손님들까지…… 모두 돈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렇다고 엄청 비싼 요리를 먹은 것도 아니고 끽해야 인당 만 원 정도 받으면 될 음식들이었다.
물론 소주는 별도로 말이다.
어쨌든 강진은 음식 연습장을 살피며 계속 이상해, 이상해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말 그대로 이상한 일이니 말이다.
덜컥!
그러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그에 강진이 홀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입구에는 처음 보는 두 사람이 들어와 있었다.
“아직 영업 안 하는데요?”
강진의 말에 삼십 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기 식자재 대는 신수용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주류 대는 신수귀입니다.”
“안녕하세요.”
신수용의 소개에 신수귀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강진이 서둘러 주방에서 나왔다.
“이강진입니다.”
“형한테 인상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정말 인상이 좋으십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신수용의 말에 강진이 일단 자리를 가리키고는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왔다.
“앉으세요.”
강진이 음료수를 잔에 따라주자 두 사람이 잔을 받다가 신수귀가 냉장고를 보았다.
“어제 손님이 몇 없었나 보군요.”
“소주만 몇 병 나갔습니다.”
“한 일곱 병 나갔습니까?”
“정확하시네요.”
“늘 제가 채우는 냉장고니까요.”
신수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그 둘을 보다가 말했다.
“김복래 여사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어머니요?”
“어머니?”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신수용이 웃으며 말했다.
“어릴 때부터 키워주신 분이라 저희에게는 어머니와 같은 분입니다. 아니 어머니죠.”
“그렇군요.”
“그리고 강진 씨 물음에 대한 답은…… 어머니는 좋은 분이십니다.”
“혹시…… 김복래 여사님이 뭔가 특별하다거나 그런 것 없으셨나요?”
강진의 물음에 신수용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사람은 다 특별하죠.”
신수용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냥 대놓고 물어볼까?’
하지만 물어보자니 미친놈 취급을 받을 것 같았다.
요리 연습장을 보고 요리를 하니 내가 요리를 잘하게 됐다…….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았다.
강진이 고민을 할 때, 신수용이 물었다.
“어제 장사 어떠셨습니까?”
“돈 없는 손님들이 온 것 빼고는 그다지 특별한 것 없었습니다.”
“그럼 앞으로 영업은 계속하실 겁니까?”
“당연하죠.”
강진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신수용이 그를 보았다.
“다른 궁금하신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무래도 음식 장사는 처음이라 궁금하신 것이 많을 것 같은데?”
“규칙을 보면 11시부터 새벽 1시 영업을 할 때, 돈 없는 손님에게 돈을 받지 말라고 했는데…… 그럼 그 시간 외에 영업을 할 때에도 돈을 받지 말아야 합니까?”
강진의 물음에 신수용이 신수귀를 보았다. 그 시선에 신수귀도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세요?”
“어머니는 영업을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만 해서…… 다른 시간대 영업은 잘 모르겠군요.”
그에 신수용이 핸드폰을 꺼냈다.
“형한테 물어보겠습니다. 잠시만요.”
신수용이 핸드폰을 들고 나가자 신수귀가 일어나서는 냉장고를 살폈다.
“술은 어떻게, 채워 드릴까요?”
“그러면 저야 감사하죠.”
강진의 말에 신수귀가 냉장고를 보다가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잠시 후 신수귀가 소주 한 박스를 들고 와서는 비워진 자리를 채우고는 나머지는 그 옆에 내려놓았다.
그 사이 통화를 마친 신수용이 안으로 들어왔다.
“뭐라세요?”
“규칙에 있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
“그 말은?”
“시간은 상관이 없지만, 규칙대로 돈이 없는 손님에게도 음식을 주고, 고객이 주는 대로 돈을 받아야 합니다.”
“아!”
신수용의 말에 강진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어렸다. 그러다가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여기가 무슨 무료 급식소입니까?”
강진의 말에 신수용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손해인 것 같아도 다 나중에 이 사장이 돌려받을 선업(善業)입니다.”
“선업?”
“죽으면 다 돌려받는 것이니 아깝게 생각하지 마세요.”
신수용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죽으면 끝이지 무슨 그런 걸 따져. 나는 지금이 중요한데.’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신수용이 말했다.
“대신 저녁 11시부터 새벽 1시 이외에는 술값은 시세대로 받아도 된다고 합니다.”
“술은 제값 받아도 되는 겁니까?”
“네.”
‘나이스!’
술값만 제대로 받을 수 있어도 남는 장사다. 열 병만 팔아도 사만 원이 아닌가.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짓던 강진이 문득 신수용을 보았다.
“혹시 JS 금융이라고 아세요?”
“알죠.”
“아세요?”
“그럼요. 저희도 거기와 거래하는데요.”
“인터넷에는 안 뜨던데?”
“아는 곳들만 거래하는 곳이라 일종의…… 제3금융업체 같은 곳입니다.”
“제3금융이면 제대로 된 금융권이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런 곳과 거래를 하죠?”
“알아서 수금하러 오고 가니, 저희 같은 업체에서는 가장 편합니다.”
“하지만 망하기라도 하면…….”
“하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세상이 망해도 JS 금융이 망할 일은 없으니까요. 아니 세상이 망하면 오히려 JS 금융이 대박이 날지 모르죠.”
웃으며 말을 하던 신수용이 더 궁금한 것 있느냐는 듯 보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다음에 궁금한 것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그럼 저는 냉장고 확인부터 좀 하겠습니다.”
“네.”
“어디 보자.”
신수용이 일어나 주방에 있는 식자재들을 확인하며 메모지에 뭔가를 적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오늘 JS 금융에서 회식하러 온다고 메밀묵하고 돼지 요리를 부탁하던데…….”
“아…… 그쪽 사람들이 메밀하고 고기 요리를 좋아하죠. 그럼 메밀묵하고 메밀가루…… 돼지고기를 좀 채우면 되겠군요.”
“메밀가루요?”
“그쪽 사람들이 메밀이라면 환장하는데 메밀전도 좋아합니다.”
“회사 사람들 전부가 그렇지는 않겠죠.”
“전부가 다 좋아합니다.”
“특이하네요.”
무슨 회사 사람들 전체가 메밀을 좋아하나 싶었다. 그에 신수용이 웃으며 냉장고를 보았다.
“그럼…… 한 시간 후에 고기하고 메밀묵을 보내주겠습니다.”
그것으로 신수용이 주방을 한 번 돌아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아마도 김복래 여사를 떠올리는 모양이었다.
잠시 그러고 있던 신수용이 주방을 나오며 신수귀를 데리고 가게를 나섰다.
그에 강진이 배웅을 하기 위해 그 뒤를 따라 나갔다.
“여기 오니 어머니 보고 싶다. 이따 어머니나 보러 가자.”
“오늘 저 바쁜데.”
“바빠도 같이 가.”
“알았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묘라도 찾아갈 생각인가 보네.’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좋은 일 하세요.”
장사 잘하라는 말이 아닌, 좋은 일 하라는 신수용의 말에 강진은 그저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이 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문을 닫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연습장의 다른 요리들도 만들어 보고, 정말 이 믿기 힘든 현실이 사실인지 확인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