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
6화
아침 일찍 강진은 빗자루로 가게 앞을 쓸고 있었다.
스윽! 스윽!
밤에 사람들이 버리고 간 전단지와 음료수 병으로 가게 앞은 꽤 더러웠다.
“남의 가게 앞이 쓰레기통도 아니고…….”
먹다 남은 음료수병 뚜껑을 열어 남은 음료를 쏟아 낸 강진이 빈 통들을 봉지에 담았다.
그렇게 청소를 마친 강진이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았다. 아침 일곱 시도 안 된 시간이지만 사람들은 바쁘게 길을 가고 있었다.
‘다들 바쁘게 사는구나.’
강진 역시 바쁘게 살았다. 보육원을 나온 후 먹고살기 위해 하루에 다섯 시간을 자 본 적이 없다.
일학년 학비야 장학금으로 해결이 됐지만, 당장 나와서 살 집부터 구하고 생활비까지 벌어야 하니 말이다.
대학 일학년 신입생 시절…… 친구들은 술 마시고 놀러 가고 여자 만날 때, 강진은 수업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했다.
열심히 살은 걸로 하면 강진도 누구에게 뒤지지 않았다.
바쁘게 걸어가거나 음악을 들으며 샌드위치를 먹으며 가는 사람들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가십쇼.”
그들이 가는 길과 방향은 다 달라도 길 끝에는 똑같은 목적이 있다.
먹고살기 위한 곳…… 그들이 가는 곳 끝에는, 방법은 달라도 먹고살기 위한 장소가 있었다.
사람들을 보던 강진도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텅 빈 가게 안은 깨끗했다. 딱히 더러워질 이유도 없었다.
어제 들어온 손님은 첫 번째 여자 손님 하나, 그리고 두 번째 여자 손님 셋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가게를 둘러 본 강진이 부엌에서 요리 연습장을 가지고 나왔다.
“음식 장사이니 음식 연습부터 하자. 그리고…… 진짜 장사를 하자.”
강진은 저녁 열한 시부터 오전 한 시까지만 장사를 할 생각이 없었다.
월세와 재료비 걱정이 없는데 장사를 안 할 이유가 없다. 한 그릇을 팔면 그 한 그릇이 그대로 이익이 되니 말이다.
다만…….
‘저녁 장사는 돈 안 받고 판다 해도, 아침에도 돈을 안 받고 팔아야 하나?’
규칙을 지키면 다른 것은 다 상관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 영업시간을 더 늘리는 것은 상관이 없다.
하지만 다른 시간에도 돈을 주는 대로 받아야 하나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일단 그건 신 변호사한테 물어봐서 하기로 하고…… 일단 요리부터 연습하자.”
그러고는 강진이 연습장을 펼쳤다.
연습장을 주르륵! 살핀 강진이 그중 몇 가지 메뉴를 선택했다.
강진이 선택한 메뉴는 이 세 가지였다. 강진은 자신이 요리 천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마늘 볶음밥과 마늘 돼지고기볶음이야 워낙 쉬운 음식이라 예외라 해야 한다.
게다가 직원 한 명 두지 않고 장사를 할 생각이니 혼자서 음식 만들고 서빙까지 해야 한다.
그럼 최대한 빨리 만들어서 나갈 수 있는 음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이 세 가지다.
김치찌개는 끓여 놓고 마지막에 한 번 더 끓여 나가면 되고, 덮밥도 밥 위에 올려주기만 하면 된다.
물론 제대로 하는 식당은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새로 끓이고 볶고 하겠지만, 강진은 거기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메뉴를 정한 강진이 김치찌개 레시피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진은 또 글이 흩어지는 것 같은 현상을 느꼈다.
‘어?’
어제는 긴장과 피로 때문일 거라 생각을 했는데 다시 또 글이 흩어지는 것 같은 현상을 느끼자 강진이 눈을 비볐다.
그리고 다시 글을 보니 글은 멀쩡했다.
“왜 이러지?”
눈을 잠시 비빈 강진이 제육덮밥 메뉴를 보았다. 그리고…….
스르륵! 스르륵!
글들이 다시 흩어지는 것 같은 현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에 강진이 눈에 힘을 바짝 주며 글을 읽어 내려갔다.
처음에는 당혹스러웠고, 두 번째는 아픈가 싶었다. 그리고 지금은 정말 나한테 문제가 있는지 확인을 하려는 것이다.
글이 흩어지는 것을 보며 강진은 글을 읽어 내려갔다.
‘일단 내가 보기 전에는 흩어지지 않네.’
글은 강진이 읽고 난 후에 흩어지며 사라졌다. 즉 보기 전에는 글자를 형성하고 있고, 보고 난 후에야 글이 흩어지며 사라지는 것이다.
제육덮밥 레시피를 모두 읽은 강진의 눈에는 텅 빈 레시피 종이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뜨자 빈 종이에는 다시 글자들이 나타나 있었다.
“이거…… 이상하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주위를 보다가 한쪽 선반에 있는 라면을 들었다.
“오양라면…….”
오양라면의 성분 분석표와 조리 순서를 읽어본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라면의 글자들은 흩어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이건 안 그러네?”
그에 강진이 연습장을 펼치고는 눈에 보이는 요리 레시피를 읽었다.
그러자 다시 글이 흩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거 뭐지?’
현상을 느끼면서도 강진은 일단 글을 읽어 내려갔다. 그렇게 가지볶음 레시피를 모두 읽은 강진이 잠시 연습장을 보았다.
언제 글이 흩어졌냐는 듯, 연습장에는 글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턱을 쓰다듬었다.
“다른 것은 멀쩡한데…… 왜 연습장을 볼 때만 이러지?”
그런 생각을 잠시 하던 강진이 일단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부터 점심 장사를 하려면 음식을 한 번이라도 해 봐야 한다.
냉장고에서 김치와 돼지고기를 꺼낸 강진이 곧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타타탓! 타타탓!
도마에서 움직이는 칼에 따라 재료들이 손질이 되기 시작했다.
탓!
강진이 손을 멈췄다.
잠시 재료 손질을 멈춘 채 강진이 도마에 손질이 되어 있는 재료들을 보았다.
도마에는 양파와 파, 그리고 마늘들이 가지런히 썰려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혼자 산 기간이 많다고는 하지만, 음식을 하기 힘든 고시원에서 살았던 강진이라 요리 경험은 없다.
그런데 이 칼질…….
정리된 재료들을 보던 강진이 그릇에 그것들을 스윽 밀어 담았다.
그러고는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서는 제육볶음 레시피를 찾았다.
요즘 한창 인기 많은 장 선생 레시피를 찾은 강진이 그 내용을 읽어 보았다.
레시피는 간단했다. 강한 불에 고기를 볶다가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고추장과 설탕, 채소를 넣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라이팬 빈 곳에 간장을 넣어 좀 태운 후 비비면 끝이었다.
레시피를 읽은 강진이 채소들을 도마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칼을 들었다.
탁! 탁! 탁!
칼은 느리고 어설프게 움직였다.
“어라?”
방금 전까지는 칼 다루는 것이 이렇게 쉬웠나 싶게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던 칼이, 지금은 더디고 무뎠다.
파도 써는 것이 아니라 으깨는 것 같이 느껴진다고 할까? 아니…… 확실히 으깨져 있기는 했다.
옆에 따로 빼놓은 재료들과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지금 썬 파는 모양도, 썰린 면도 형편이 없었다.
그에 강진이 칼을 내려놓고는 도마에 있는 파를 보았다. 같은 재료, 같은 도마, 같은 칼이다.
그런데 칼질만 달라진 것이다.
“아니지…… 달라진 것은…….”
강진이 옆에 있는 요리 연습장과 핸드폰을 보았다.
“레시피…….”
연습장과 핸드폰을 보던 강진이 머리를 긁었다.
“에이! 설마…….”
생각을 해도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무슨, 읽기만 해도 요리를 잘하는 일이 있을 리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강진은 연습장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고는 연습장을 빠르게 살피다가 하나에 눈이 갔다.
요리 이름을 본 강진은 이거다 하는 느낌이 왔다. 잡채라는 음식은 일단 강진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명절날과 생일이면 엄마가 해 주던 잔치 음식이 바로 잡채였으니 말이다.
거기에 보통 잡채도 아니고,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궁중 도라지 잡채…… 이름만 들어도 강진이 시도해 볼 만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래서 선택을 한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내가 이것도 맛있게 만들면…… 정말 황당한데.”
믿을 수 없는 일을 믿어야 하나 싶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에 강진이 연습장에 적힌 궁중 도라지 잡채 레시피를 읽기 시작했다.
스르륵! 스르륵!
그리고 강진의 시선에 따라 글이 흩어지며 사라졌다. 그에 놀라지 않고 강진은 글을 계속 보았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그런지 레시피는 꽤 길었다.
그 글을 천천히 완독을 한 강진이 연습장을 덮었다. 의식을 해서인지 모르겠지만, 꽤 긴 레시피인데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았다.
받아쓰기를 하라고 하면 당장 글자 하나도 안 틀리고 똑같이 쓸 수 있을 만큼 말이다.
“후우! 미친 짓이지만…… 일단 해 보자.”
생각과 함께 강진이 냉장고에서 재료들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잡채는 여러 재료가 필요한 요리라 꺼내야 할 재료들도 많았다.
하지만 강진의 손은 머뭇거림이 없었다. 어디에 어떤 재료가 있을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재료들을 꺼내고 씻으며 준비를 마쳤다.
“확실히…… 이상해.”
정리가 잘 되어 있다고 해도 음식점 냉장고다. 그 안에 여러 재료가 많이 들어 있는데 그걸 바로바로 찾아 꺼내 놓은 것이다.
이것만 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진짜…… 귀신에 홀린 것 같네.”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일단 재료를 자르고 다듬기 시작했다.
타타탓! 타타탓!
당근과 양파를 썰고 파를 썰고, 마늘을 썰고, 도라지를 썰고…… 어쨌든 궁중 도라지 잡채라는 말에 어울리는 여러 재료들을 썰으며 강진은 확신을 할 수 있었다.
“미쳐 버리겠네.”
자신이 미친 건지, 연습장이 미친 건지…… 방금 전까지 파를 으깨던 칼질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왜 이러지 싶을 정도로, 손질을 한 재료들을 가지런히 정리까지 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빌어서 대신 요리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에 강진이 귀신에 홀린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잡채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