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
5화
JS 금융 로고가 박혀 있는 서류를 보던 강진이 강두치를 보았다.
“그런데 저 사용하는 은행 있는데요.”
“물론 그러시겠지요. 하지만 저희 JS 은행은…….”
말을 하던 강두치가 뭔가 이상함을 느낀 듯 그를 보다가 문득 소녀를 보았다.
그러고는 뭔가 생각을 하는 듯하다가 강진을 보았다.
“혹시…… 여기 가게에 대해 인수인계 다 못 받으셨습니까?”
“인수인계?”
“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냥 음식 팔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것 말고는 다른 내용은 못 받으셨습니까?”
“저녁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영업해야 하고, 돈 없어도 밥 먹이고 음식 가격은 손님들이 주는 대로 받는다. 아! 그리고 일요일은 쉬어도 된다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흠…….”
“혹시 제가 더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까?”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그를 보다가 웃었다.
“식당에서 음식 잘 만들면 장땡이지 별다른 것이 있겠습니까?”
스윽!
강두치가 서류를 챙겨 가방에 넣었다.
“하신다는 이야기는?”
“아!”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뭔가를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바로 거래하자고 온 것은 제가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거래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하시지요.”
강두치가 자고 있는 소녀에게 다가갔다.
“누나, 가자.”
강두치가 소녀를 안아드는 것에 강진의 얼굴에 망설임이 어렸다.
‘술 취한 여자를 이렇게 보내도 되나? 아니야, 얘도 이 남자를 아는 것 같았잖아.’
소녀가 강두치의 이름을 말하던 것을 떠올린 강진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에 강두치가 소녀를 안고 가다가 말했다.
“오늘 장사 열심히 하세요.”
“열심히 하고 싶어도 손님이 없네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주방 쪽을 보았다.
“전에는 서울 전체가 진동을 할 정도로 맛있는 냄새가 났습니다.”
“서울 전체라…… 여사님이 음식을 잘하셨나 보네요.”
“그럼요. 이쪽 바닥에서는 최고의 실력이셨죠.”
“여사님은 어떤 분이셨습니까?”
“좋은 분입니다. 우리들에게는 안식처 같은 곳…… 아니 그런 분이셨죠.”
그러고는 강두치가 강진을 보았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오늘은 여자 손님만 들어올 것 같습니다.”
“여자 손님?”
“마늘을 여자가 좋아합니다.”
웃으며 말을 한 강두치가 문을 열고 나서다가 강진을 돌아보았다.
“내일은 메밀묵과 돼지고기볶음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메밀묵요?”
“거래부터 하러 온 무례도 있고 해서, 내일은 저희 직원들과 함께 여기에서 회식을 하겠습니다.”
“회식? 저야 좋죠.”
“저희 회사 직원들이 메밀묵과 고기를 좋아하니 메뉴는 그것으로 해 주십시오.”
“그럼 소고기도 준비할까요?”
이왕이면 비싼 메뉴로 준비하려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었다.
“월급쟁이들이 회식 자리에 소고기가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돼지면 됩니다.”
“그럼 몇 분이나 오십니까?”
“여섯 명…… 정도 되는데 다들 대식가라 한 60인분은 준비를 하셔야 할 겁니다.”
“60인분? 준비를 했다가 남기라도 하면…….”
“하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모자라면 모자라지 남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럼 몇 시로 예약을 잡을까요?”
“저녁 11시에 오겠습니다.”
“회식도 늦게 하시네요.”
“저희 일이 늘 그렇죠. 그럼.”
고개를 숙인 강두치가 소녀를 안고 밖으로 나가자, 강진이 그를 배웅하기 위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방금 뒤를 따라 나왔는데…… 강두치의 모습이 없는 것이다.
“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 갔지?”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갈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뿐, 강두치와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에 강진이 옆의 골목을 힐끗 보았다.
하지만 골목에서도 강두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네?”
고개를 갸웃거리던 강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강두치가 주고 간 명함을 보았다.
“JS 금융?”
처음 들어보는 회사 이름에 강진이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 보았다.
‘나오는 것이 없네.’
JS 금융이라는 회사를 검색하던 강진의 귀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고 홀을 보니 어느새 젊은 아가씨 셋이 들어와 있었다.
익숙한 듯이 자리에 앉고 물을 가져다 놓는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손님이었으면 좋겠네.’
“어서 오세요.”
강진의 인사에 물을 떠오던 아가씨가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빠가 여기 새로운 사장?”
“그렇습니다.”
“젊은 오빠가 장사를 하니 좋네.”
웃으며 말을 한 아가씨가 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마늘 향 좋네.”
아가씨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여자들이 마늘을 좋아하나?’
강두치의 말대로 마늘 향에 홀린 듯이 여자 손님이 들어왔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강진이 문득 아가씨들을 보았다.
‘아까 그 애도 돈 없이 당당하던데…… 혹시?’
뭔가 불길한 생각이 든 강진이 슬며시 입을 열었다.
“저기, 돈은 있으시죠?”
“이 아저씨 이상한 말을 하시네.”
그게 무슨 황당한 말이냐는 듯 보는 아가씨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하긴 제가 이상한…….”
“없어요.”
너무나 당당한 아가씨의 모습에 강진이 다른 아가씨들을 보았다.
하지만 그들 역시 ‘뭐? 어쩌라고.’하는 듯한 눈으로 강진을 볼 뿐이었다.
그 시선에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프라이팬에 마늘을 쏟아 넣었다.
촤아악!
마늘이 볶아지는 소리와 함께 향이 나기 시작하자 여자들이 웃으며 말했다.
“마늘 향 좋네.”
“어? 그런데 우리 주문했어?”
“주문도 안 받고 요리부터 해요?”
아가씨들의 말에 강진이 힐끗 고개를 내밀어 홀을 보았다.
“제가 할 수 있는 요리가 마늘 볶음밥과 마늘 돼지 볶음뿐입니다.”
“다른 건요?”
“다른 건 안 됩니다.”
강진의 말에 아가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늘 향 때문에 온 거니까, 메뉴는 그걸로 하고……. 막내 가서 소주 가져와.”
“네, 언니.”
아가씨 한 명이 일어나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는 소리를 들으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돈이 없다더니…… 그런데 여기 정말 무료 급식소 같은 곳 아냐? 무슨 돈 없는 사람들만 와? 그리고…… 요즘은 무료 급식소에서 술도 주나?’
그런 생각을 하며 마늘 볶음밥과 마늘 돼지 볶음을 빠르게 만든 강진이 커다란 그릇에 음식들을 담으려다가 입맛을 다셨다.
‘에이! 이왕 주는 거 잘 주자.’
설거지거리 만들기 싫어서 큰 그릇에 하나 담아 주려 했는데, 그래도 양심이 찔리는 것이다.
‘하긴, 양심 없기로는 저것들이 더 하지. 공짜로 먹으러 온 주제에 술판까지 벌이고.’
생각은 그렇게 해도 따로 1인분씩 음식들을 담은 강진이 그릇들을 쟁반에 담아서는 가지고 나왔다.
“여기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막내라 불린 아가씨가 메뉴를 보다가 물었다.
“국물은 없어요?”
“제가 요리를 잘 못해서요. 아직 국물까지는 도전을 못했습니다. 그래도 맛은 괜찮으니 드셔 보세요.”
“한끼식당 음식이야 늘 맛있죠.”
막내의 말에 눈매가 초롱초롱한 여자가 웃었다.
“오빠도 여기 앉아서 한잔해요.”
“저는 장사해야죠.”
강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자가 술을 쭈욱 들이켜고는 앞에 내밀었다.
탁! 쪼르륵!
“한 잔 마시고 해.”
여자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막내 옆에 앉았다.
털썩!
그러고는 단숨에 소주를 들이켠 강진이 반말을 한 여자에게 잔을 내밀었다.
강진의 시선에 여자가 그를 보다가 잔을 받았다.
쪼르륵!
소주를 따라 준 강진이 말했다.
“여기 자주 와요?”
강진의 물음에 여자가 잔에 소주를 따랐다.
“우린 단골이지.”
“여긴 어떤 곳입니까?”
이왕 합석한 김에 강진은 이곳이 어떤 곳인지 물어볼 생각이었다.
뭐가 이렇게 돈 없는 손님들이 당당하게 오나 싶어서 말이다.
“어떤 곳? 무슨 말이야?”
“무료 급식소도 아닌데 왜 손님들에게 돈을 받지 말라는 거죠? 게다가 음식에 가격도 없이 손님이 주면 주는 대로 받으라 하고…… 그런데 웃긴 건 돈 가지고 오는 손님도 없네요.”
그러고는 강진이 여자들을 보았다. ‘바로 당신들처럼…….’이라는 의미가 강한 눈빛에 여자가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말했다.
“이모가 여기 어떤 곳인지 설명 안 해 줬어?”
“김복래 여사님 얼굴 본 적도 없습니다.”
“호오!”
강진의 답에 여자가 잠시 말이 없다가 웃었다.
“그럼 여기 오는 손님들이 어떤 존재인지도 모르겠네?”
“존재? 그야 손님 아닙니까.”
“손님이라…….”
강진의 말에 그를 보던 여자가 피식 웃으며 소주를 마시고는 그의 잔에도 소주를 따라주었다.
“우리 아저씨, 앞으로 놀랄 일 많겠네.”
“놀랄 일?”
“여기 일하다 보면 놀랄 일이 아주 많을 거야.”
“음식 장사에 놀랄 일이 뭐가 그리 많아요?”
“많지.”
그리고는 여자가 강진을 지그시 보았다.
“일단 여기 오는 손님들…… 사람이 아니거든.”
여자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눈을 찡그렸다.
“사람이 아니면 뭐, 귀신이라도 된다는 겁니까?”
강진의 말에 여자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글라스를 가져다가 앞에 놓고는 소주를 따르기 시작했다.
네 잔 가득 따른 여자가 동생들을 보았다.
“시간 얼마 안 남았으니까 빨리 달리자.”
“네, 언니!”
동생들이 잔을 들자 여자도 잔을 들고는 강진을 보았다.
“아저씨도 마셔.”
여자의 말에 강진이 잔을 보았다. 글라스에 하나 가득 따라져 있는 소주…… 보기만 해도 질리는 양이었다.
그것을 잠시 보던 강진이 여자를 보았다.
‘귀신은 무슨…… 주정뱅이 술 귀신이구만.’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여자가 글라스를 들어서는 단숨에 원 샷을 하자, 동생들도 따라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몸을 일으켰다.
“적당히 마셔요. 속 버려요.”
“아저씨는 안 마셔?”
“영업 첫날입니다.”
강진이 주방으로 가는 것에 여자가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몇 살이에요?”
“스물여덟 살입니다.”
“오! 노안!”
여자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하지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여름 뜨거운 햇살 밑에서 현장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피부는 타고 거칠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남자답게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는 수준까지는 되는데…….
‘노안까지는 아닌데…….’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여자가 말했다.
“나는 이혜선, 둘째는 강한나, 막내는 조명희예요. 오빠는 이름이 뭐예요?”
방금까지 반말을 하던 이혜선이 자신에게 존대하는 것에 강진이 슬며시 주방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아저씨보다는 오빠가 낫네요. 나는 이강진이에요.”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요.”
“앞으로라…… 알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혜선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편하게 말 놔요. 그 얼굴로 존대하니 내가 불편하네요. 앞으로 편하게 지내자고요.”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슬며시 말했다.
“그럼…… 말 편하게 한다.”
“편하게 해요. 앞으로 자주 볼 사이인데.”
“다음에 올 때는 돈 좀 들고 와.”
강진의 말에 이혜선이 피식 웃다가 말했다.
“돈이 그렇게 좋아요?”
“그럼. 돈 벌려고 장사하는 건데……. 너희 같은 손님만 오면 장사 어떻게 하냐?”
강진의 말에 이혜선이 잠시 뭔가 생각하다가 말했다.
“7, 14, 17, 23, 41, 42번요.”
“그게 뭔데?”
“뭐기는요. 로또 번호지. 그럼 나는 밥 값 한 거예요.”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혀를 찼다.
‘그렇게 로또 번호를 잘 알면 자기가 사서 술값이나 내지.’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강진은 메모지에 로또 번호를 적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