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0
70화
강진은 쌀을 꺼내 씻기 시작했다. 손님 한두 명이라면 즉석밥 몇 개 돌리면 되지만, 손님이 많이 올 것 같고 김밥도 만들어야 하니 밥을 하려는 것이다.
강진이 쌀을 씻을 때 최동해가 인턴 다섯을 데리고 들어왔다.
“규식 씨, 여기서 만나네.”
“그러게요. 어쨌든 일단 앉으시죠. 제가 주인은 아니지만…… 어떻게, 커피라도 드릴까요?”
황규식은 최대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새로 온 인턴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하려 했다.
그들도 표를 구하기는 하지만, 자신 역시 어떻게든 그들의 표를 얻어야 하니 말이다.
“강진 씨, 여기 커피 없습니까?”
“정수기 옆에 믹스 있습니다.”
“커피 좀 마셔도 되죠?”
“그럼요.”
그러는 사이 쌀을 씻은 강진이 잠시 멈칫했다.
‘밥용과 김밥용…… 둘 다 해야 하나?’
김밥용 밥은 일반 밥보다 물을 조금 적게 잡고 위에 다시마를 올려놓고 짓는다.
이렇게 해야 맛이 더 좋다. 하지만 그냥 밥은 그냥 밥 짓는 것처럼 하면 되니 다른 것이다.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밥 달라고 하면 김밥 주지 뭐.’
생각과 함께 강진이 물을 조금 덜어내고는 위에 다시마를 올렸다.
그리고 밥을 안친 강진이 손을 닦으며 주방을 나왔다.
“자! 그럼 주문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황규식이 말했다.
“일단 테이블을 한 줄로 할까요?”
강진까지 포함해서 8명이니 테이블을 하나 붙이는 것이 앉기에 좋았다.
그에 인턴 둘이 테이블을 하나 가져다 옆에 붙이자, 황규식이 강진에게 말했다.
“저녁 겸해서 고기 메뉴로 좀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황규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맛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결제는 누가 하실 거죠?”
강진의 말에 인턴들이 서로를 보았다.
오늘 표 받으려고 사람들을 모은 이들이야 자신들이 살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 줄 몰랐다.
게다가 자신만 표를 받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표를 얻으려 할 것이니…… 자신이 딱 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괜히 자신이 샀다가 남 좋은 일만 시킬 수도 있고, 사람도 많으니 부담도 되고 말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여기에서 표 안 받아도 상관없는 분?”
말과 함께 강진이 손을 들었다. 하지만 그 외에 더 드는 사람이 없자 강진이 최동해를 보았다.
그 시선에 최동해가 손을 들었다.
결국 손을 든 것은 강진과 최동해 단둘이었다.
그에 강진이 말했다.
“그럼 저와 최동해 씨는 표를 안 받아도 상관이 없으니…… 저희 둘 빼고 여섯 분이 결제 하시면 될 것 같군요.”
강진의 말에 황규식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다른 사람들을 보았다.
‘지들끼리 결정을 좀 하고 오지.’
같이 온 인턴들끼리 결정을 좀 내고 오지, 하는 것이 황규식의 바람이었다.
셋 중 한 명이 대표라면 한 명만 깨면 되지만, 셋이 다 각각이면 그 셋을 다 깨야 하는 것이다.
황규식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조금 건장한 체격을 가진 최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죠. 아니, 이렇게 하죠.”
최영진의 말에 사람들이 그를 보았다.
“뭘요?”
“어떻게요?”
사람들의 물음에 최영진이 그들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에 모여 있는 사람은 여덟입니다.”
최영진의 말에 강진이 손을 들었다.
“잠시만요.”
최영진이 그를 보자, 강진이 최동해를 보았다.
“너 보자고 한 인턴 여기에 있어?”
“지금 오고 있다는데요.”
“몇인데?”
“조향기 씨하고 오철진 씨인데…… 아마 넷이 같이 올 겁니다.”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최영진을 보았다.
“그럼 열둘이네요.”
강진의 말에 최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됐군요.”
그러고는 최영진이 사람들을 보았다.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여기 모인 건 다들 인기 인턴의 표 때문일 겁니다.”
“험!”
“그냥 동기끼리 술 한 잔…….”
한 남자의 말에 최영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이 수요일이고 체육행사는 금요일입니다. 그리고 토요일 점심때 투표를 하니…… 우리끼리 모일 시간은 오늘하고 내일, 그리고 금요일 체육행사 할 때 잠깐 정도입니다. 체육행사 때야 각 부서 사람들하고 움직여야 하니 이야기할 시간도 없을 겁니다.”
잠시 말을 멈춘 최영진이 사람들을 스윽 보고는 말을 이었다.
“그러니 오늘하고 내일 이틀 사이에 의견을 나눠야 하는데…… 마침 오늘 인턴 과반수가 넘는 12명이 모이는군요. 그럼 오늘 결판을 내 보죠. 누구에게 표를 줄지 말입니다. 그리고…… 표를 받게 된 사람이 오늘 술값 냅시다.”
“괜찮은데?”
“그러게…… 표 받는데 술값 정도야.”
사람들이 하는 말에 최영진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의견에 인턴들이 동조하자 어느 정도 먹고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강진의 생각은 달랐다.
“일단 다른 두 팀 오면…….”
“앞에 왔다는데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데리고 와.”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입맛을 다셨다.
“바로 앞에 있는데, 왜 못 찾아오는 거지?”
최동해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속으로 웃었다.
‘눈앞에 있어도 못 찾는 곳이 바로 여기라서…… 미안하다.’
속으로 중얼거릴 때 최동해가 네 사람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세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였다. 그리고 넷은 한 팀이 아니라 두 팀이었다.
안으로 들어오던 네 사람은 안에 있는 인턴들을 보고는 순간 멈칫했다.
이렇게 많은 인턴이 있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그에 강진이 최동해를 보았다.
“탁자 하나 더 붙여야겠다.”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다가와 탁자를 하나 더 가져다가 옆에 붙였다.
그에 강진이 화이트보드를 가져다가 ‘오늘 영업 안 합니다’라 쓰고는 가게 밖에서도 보이게 가져다 놓았다.
가게 안으로 들어온 네 사람이 자리에 앉자 강진이 말했다.
“일단 이 자리는 인기 인턴을 뽑는 자리인 것을 말씀드리면서, 네 분 중에 표 필요 없는 사람 있습니까?”
강진의 말에 네 사람이 서로를 보다가 남자가 손을 들었다. 그 모습에 인턴들이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대단하네.”
조금은 부럽다는 표정과 질시가 서린 표정들에 강진의 눈빛이 반짝였다.
‘벌써 내정이 된 건가? 하긴 탈락 후보도 일주일 만에 결정되는데, 지금쯤이면 내정자가 나올 수도 있지.’
인턴들의 표정을 보니 아마도 지금 손을 든 남자는 인턴 중 인사고과가 탑인 모양이었다.
그 말은 정직원이 될 수 있는 인턴이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도 아는 듯 표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럼 저 여자 도와주려고 같이 온 건가?’
굳이 이런 판에 끼지 않아도 될 사람이 왔다면 같이 온 여자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남자와 같이 온 여자를 강진이 힐끗 보았다. 많이 예쁘지는 않지만 귀엽게 생긴 스타일이었다.
잠시 여자를 본 강진이 입을 열었다.
“그럼 여기 한 분하고 저, 그리고 최동해 이렇게 셋이 표가 필요 없군요. 다른 분들은 명심하셨다가 저희 셋에게는 표를 주지 마세요. 최영진 씨가 여기 네 분에게 아까 하셨던 말 마저 해 주세요. 저는 안주 좀 만들겠습니다.”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최영진이 인턴들을 보며 아까 했던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최영진이 하는 말을 들으며 강진은 냉장고에서 미리 재워 둔 제육을 꺼내 볶기 시작했다.
그러는 한편 돼지 앞다리살을 꺼내서는 간단하게 소금 간만 하고, 고추와 마늘을 넣고는 같이 볶았다.
그렇게 두 개의 고기 메뉴를 만든 강진이 밑반찬과 함께 꺼내 식탁으로 옮겼다.
“일단 이것 드시고 계세요. 밥은…… 김밥으로 드릴게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강진 씨도 앉아서 좀 드시죠.”
“저야 결정되면 그에 따르는 것으로 하고…….”
강진이 뒤늦게 온 네 사람을 보았다.
“최영진 씨 이야기 들었습니까?”
강진의 말에 황은미와 함께 온 오철진이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표 받을 사람 뽑아서 그 사람을 밀어주자는 것, 무슨 의미인지는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생각합니다.”
“왜죠?”
“이건 단순히 표를 주느냐 마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표를 준다는 것은 집에서 기대하고 있는 가족들의 기대를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윽!
오철진이 사람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 집에서 취직하기를 바라지 않습니까?”
오철진의 말에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왜 바라지 않겠는가? 엄마, 아빠, 형, 누나, 동생들 모두 자신의 취업을 바라고 있다.
단지 그 기대뿐만이 아니라…… 가장 취업을 바라는 것은 바로 자신이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오철진이 말했다.
“그런데 몇 마디 말과 술기운으로 그 기대를 버리고 표를 남에게 줄 수 있겠습니까?”
오철진의 말에 황규식이 눈을 찡그렸다.
“그럼 어쩌자는 겁니까? 표를 바라는 사람은 많고, 표는 한정적입니다.”
“그러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오철진이 오히려 반문을 하자 황규식이 입맛을 다시며 사람들을 보았다.
오철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이 자리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으면서 자신은 한발 뒤로 빠지는군. 확실히 머리 좋네.’
오철진을 보던 강진이 다른 사람들을 보았다. 오철진이 문제를 제기하자 다른 사람들은 말을 하지 못했다.
원래는 강진과 최동해만 만나서 그 한 표라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서 시작하려 했는데, 시작부터 열두 명이 모였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표를 달라고 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오철진이 말을 한 대로 그 표는 그들에게도 가족이 달린 중요한 것이니 말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표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 나서면 욕심부리는 것처럼 보일까?’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강진이 말했다.
“일단 일인당 삼만 원씩 걷겠습니다. 물론 저와 최동해 씨, 그리고 오철진 씨는 빼고요.”
강진의 말에 사람들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갑자기 왜 돈을 걷겠다고 하는 건지 의아한 것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오철진 씨 말대로 돈 낼 사람이 정해지지 않으면…… 저는 누구한테 여기 회식비 받습니까?”
“그거야 이따 회식 끝나고 차출을 해도……?”
“그것도 일리가 있지만…… 자기 마음대로 일이 안 되는 상황에서 ‘표 받을 사람한테 받으세요.’ 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오늘 이 자리가 시작은 좋을지 몰라도, 끝에도 좋을 거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잠시 말을 멈춘 오철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일인당 삼만 원이면 그리 부담스럽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오철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게 시작해서 좋게 끝나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하죠. 아! 혹시라도 운 좋게 표 받을 사람이 정해지고 그 사람이 기분 좋게 쏜다고 하면, 오늘 받은 돈은 끝나고 가실 때 돌려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황규식이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삼만 원을 꺼내 탁자에 놓았다.
회식 식대 이야기보다는 표 이야기가 더 중하고 급하니 말이다.
그에 사람들도 하나둘씩 삼만 원을 꺼내 식탁에 놓자 강진이 돈을 걷었다.
“27만 원 잘 받았습니다. 먹고 즐기시고 모자란 것이 있거나,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27만 원 선에서 최대한 맞춰 드립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돈을 주머니에 넣고는 주방으로 가려 하자, 황규식이 말했다.
“강진 씨도 이야기 같이 하시죠.”
“저는…….”
말을 하던 강진이 힐끗 최동해를 보았다.
“동해가 주겠다는 사람한테 주겠습니다. 그리고 잔과 술은 알아서 가져다 드세요. 저 혼자 하는 장사라 음식 만들면서 서빙은 힘들어서요.”
강진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최동해에게 옮겨졌다. 강진의 말이 사실이라면 최동해는 두 표짜리였다.
“그럼 가볍게 맥주라도 한잔하면서 이야기하죠.”
자리에서 일어난 황규식이 앞장서서 냉장고에서 맥주를 가져오자 여직원 한 명이 가서 잔을 가지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