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15
716화
계란 프라이를 하던 강진은 앞에서 입맛을 다시며 구경을 하는 귀신들을 보았다.
“계란 프라이 좀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서둘러 다가왔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강진은 촉촉하게 익은 계란 프라이를 접시에 담아 내밀었다.
그렇게 계란 프라이를 나눠주던 강진은 옆에서 멍하니 계란 프라이를 보고만 있는 귀신을 보았다.
가벼운 차림을 한 남자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 머리를 다쳐서 죽은 모양이었다.
“이거 하나 드세요.”
강진의 말에 남자는 입맛을 다시며 군침을 삼켰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저는…… 이따가 올라가서 먹겠습니다.”
“왜요?”
강진의 물음에 남자가 계란 프라이를 보다가 말했다.
“제가 당뇨가 있습니다.”
“당뇨요?”
젊은 남자가 당뇨라는 것에 강진이 의아하게 보다가 말했다.
“당뇨라고 해도 계란 프라이는 단백질이라서 괜찮을 텐데요. 그리고…….”
강진은 그를 스윽 훑어보았다. 귀신인데 음식 가릴 이유가 뭐가 있냐는 의미였다. 귀신이 달고 짠 음식 먹는다고 당뇨가 더 심해지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강진의 시선에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당뇨라서 살았을 때는 음식 조절을 했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너무 라면이 먹고 싶어서 라면을 먹었습니다.”
“라면요?”
“당뇨에는 라면이 안 좋거든요. 그래서 의사도 먹지 말라고 했는데 제가 면을 너무 좋아해서요.”
남자는 입맛을 다시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더는 못 참고 새벽에 편의점 가서 라면을 하나 사서 끓여 먹었는데…….”
남자는 그때 기억을 떠올리는 듯 미소를 지었다.
“혓바닥이 녹아 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참신한 표현에 강진이 웃었다.
“그렇게 맛이 좋았습니까?”
“아주 맛이 좋았습니다.”
남자는 다시 계란 프라이를 보며 말했다.
“그래서 이따가 저승식당 오픈하면 그때 먹겠습니다.”
“맛있는 건 기다렸다가 먹어야 더 맛있기는 하죠.”
“맞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기다렸다가 먹으려고 합니다. 그것도 가장 맛있는 상태로요.”
“정말 맛있는 음식으로 대접해야겠네요.”
남자를 보던 강진은 귀신들이 먹고 남은 계란 프라이를 수거해서는 자신의 입에 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부드럽고 촉촉하게 익은 계란 프라이를 후루룩! 마시듯 먹은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얼마나 걸려?”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닭발을 뒤적거리고는 말했다.
“거의 다 됐어.”
그러고는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호철 형이 그러는데 생각보다 더 자리가 좋다고 하더라.”
“그래?”
“계곡인데 앞에 공간도 넓어서 먹고 놀기 좋을 것 같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호철 형은?”
“호철 형은 주변 정리 좀 한다고 올라갔어.”
“주변 정리?”
“쓰레기가 좀 있다고 주우러 갔어.”
쓰레기라는 말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쓰레기가 있대?”
“사람이 오고 가는 곳에 쓰레기가 없을 수 없지. 게다가 경치가 좋고 놀기 좋다고 하니 인근 사람들은 아는 휴양지일 테고, 자주 놀러 왔겠지.”
“재밌게 놀았으면 깨끗하게 치울 줄도 알아야 하는데.”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물었다.
“그럼 혼자 가셨어?”
“혜미 씨하고 둘이 갔어.”
이혜미와 같이 갔다는 말에 강진이 산을 보다가 물었다.
“둘이 뭔가 있는 거지?”
“알면서 뭘 물어?”
“언제부터야?”
“조금 됐어.”
“조금?”
“상식 형이랑 지나 씨 썸 타는 것 보고 여직원들도 연애하고 싶다고 종종 말했었거든. 그러다가 혜미 씨가 호철 형 좋아하는 마음 드러내기 시작하더라고.”
“그럼 상식 형 덕이네?”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드러낸 건 상식 형 덕인 건 맞는데…… 호철 형이 처음에 여자분들 잘 살폈잖아. 호감을 가진 건 그때부터인 것 같아.”
범인이 죽어 이혜미와 여자 귀신들의 지박이 풀린 이후, 그녀들을 보살핀 것은 최호철이었다.
그는 경찰인 자신이 범인을 빨리 잡지 못해서 희생자가 더 생겼다는 죄책감에 그녀들을 잘 보살핀 것이다.
그때 이혜미는 최호철에게 마음이 생긴 모양이었다. 외롭고 힘들 때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듬직한 최호철이 옆에 있어 주니 말이다.
그리고 같은 귀신이라는 것도 마음이 간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강진은 계란 프라이를 뒤집으며 물었다.
“호철 형은?”
“호철 형도 호감은 있는 것 같은데…… 귀신이 연애? 그런 느낌이더라.”
“그건…….”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물었다.
“귀신도 결혼할 수 있어?”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귀신이 결혼하는 건 못 봤는데, 영혼 결혼식이라는 건 본 적이 있어.”
“영혼 결혼식?”
“예전에 시골에서 그거 본 적이 있어.”
배용수가 닭발을 뒤적이고는 말을 이었다.
“총각귀신으로 죽은 손주 불쌍하다고 처녀 죽은 집 하고 연결해서 혼례식 치르더라고.”
“어떻게 하는데?”
“전통 혼례하고 같아. 다만 신랑 신부 자리에 두 사람 사진하고 향이 놓여 있는 것만 다르고.”
“그게 소용이 있나?”
죽은 귀신끼리 결혼을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은 것이다.
“소용이 있네.”
김소희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앞을 보았다. 어느새 다가온 김소희가 푸드 트럭 앞에 서서 닭발을 보고 있었다.
닭발을 뚫어지게 보는 것에 강진이 물었다.
“닭발 좀 드릴까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나도 올라가서 먹도록 하지.”
거절하는 김소희를 보며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영혼 결혼식을 하면 정말 귀신끼리 결혼을 하는 건가요?”
“두 귀신이 서로가 마음에 들면 결혼을 하지.”
“마음에 안 들면요?”
“조선 시대 때 영혼 결혼식을 하면 서로 마음에 안 들어도 살았지만, 지금 시대에는 그러지 아니하네.”
“그럼 서로 마음에 들면요?”
“서로 마음에 들면 결혼을 해서 승천하기도 하네.”
“승천을 해요?”
“총각과 처녀귀신 같은 경우는 그…….”
김소희는 한차례 입맛을 다시고는 말을 이었다.
“첫날밤이 큰 한이 되기도 하니까.”
“첫날밤?”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배용수가 그를 툭 쳤다. 그에 강진이 보자 배용수가 작게 중얼거렸다.
“잠자리 말이야.”
“잠?”
못 알아듣는 강진을 보고 배용수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첫날밤!”
배용수가 밤에 악센트를 붙여서 말하자, 강진이 그제야 눈치를 채고는 그를 보았다.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너 눈치 빠르다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러게 말이다. 요즘 삶이 너무 즐겁다 보니…… 내 눈치도 많이 녹슬었나 보다.”
강진은 고개를 저었다. 말 그대로 예전에는 툭 하면 척이었는데, 요즘 들어 남의 눈치 볼 일이 없다 보니 눈치가 많이 죽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강진은 눈치 안 보고 사는 삶이 좋았다. 그래서 일부러 눈치를 더 안 보는 것 같았다.
고개를 저은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그럼 첫날밤을 보내면 승천을 하는 건가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이들이 있더군.”
“아가씨도 그런 것을 보셨나 보네요?”
“처녀귀신과 총각귀신의 결혼식이니, 전국 팔도의 처녀귀신들과 총각귀신들이 모여들지. 우리는 신부 하객으로, 총각귀신들은 신랑의 하객으로.”
“아…… 그렇겠네요.”
귀신 중에서도 총각과 처녀귀신들은 유대감이 짙었다. 귀신 중 가장 불쌍한 것이 두 귀신인 만큼 서로 챙겨주고 보살펴주는 것이다.
그러니 처녀와 총각귀신의 결혼식이 열리면 하객으로 참석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호적상 처녀와 총각인 귀신이 사실 진짜 처녀와 총각이 아니면 어떻게 되나요?”
“둘 중 하나라도 처녀와 총각이 아니면 결혼이 이뤄질 수가 없지.”
“그래요?”
“남자가 총각이 아니라면 감히 처녀귀신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여자도 처녀가 아니라면 총각귀신에게 다가가지 못하는데 그게 이뤄질 수 있겠나?”
첫날밤의 행사를 ‘그거’라고 표현하는 김소희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산을 보았다.
“그럼 형하고 혜미 씨는요?”
“그들은 총각과 처녀는 아니지만, 둘이 원한다면 맺어질 수도 있겠지.”
“그럼 승천을?”
“그건 모르네. 처녀, 총각이 결혼한다고 해서 꼭 승천하는 것은 아니니.”
“그렇군요.”
김소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산을 보았다.
‘영혼 결혼식이라…….’
둘이 원한다면 해 주고 싶었다. 귀신이 결혼한다고 해서 뭘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옆에 든든한 동반자가 생기는 것이니 말이다.
귀신 간의 결혼에 대해 생각하던 강진은 시간을 확인했다.
‘잠깐…… 현신하면 뭘 할 수도 있잖아.’
다만 그 ‘뭘 할 수 있는’ 시간이 저승식당 영업시간이고, 식당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문제기는 했다.
곰곰 생각을 이어나가던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급하면 병실 내에서도 한다는데.”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무슨 소리야?”
“신혼부부가 사고가 나서 남편이 입원을 했대.”
“근데?”
“그런데 신부가 임신을 한 거야.”
“잘 됐네.”
“잘 된 거지. 근데 임신 기간이 신랑이 병원에 입원해 있던 기간하고 겹치는 거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뭐야? 신부가 바람을 피운 거야? 신혼인데?”
“그게 아니고…… 병실에서 사랑을 나눈 거지.”
“아…… 입원을 했는데도 할 건 다 했나 보네.”
“그렇지. 근데 더 재밌는 건 그 병실이 육 인실이었다는 거지.”
“육 인실?”
무슨 말인가 싶어 보던 배용수가 입을 쩌억 벌렸다.
“일인용 병실도 아닌데…… 어떻게 했대?”
“병상마다 커튼 있잖아. 그거 치고…… 어떻게든 했겠지.”
강진이 웃는 것에 신혼에 대해 생각을 하던 배용수가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말은 왜 해?”
“병실이 식당이 되면 어떨까 싶어서.”
“무슨 소리야?”
“혜미 씨하고 호철 형 서로 만나고 싶어 하면 첫날밤을 저승식당에서 보내게 해 드리려고.”
“어떻게?”
“그건 생각을 해 봐야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잠시 있다가 말했다.
“그런데 저승식당 시간이면 귀신이 너무 많지 않냐?”
“그때는 우리끼리 식을 해야지.”
“우리끼리?”
“그래. 우리끼리 일요일에 경치 좋은 펜션 하나 잡고 간 다음에 두 분이서 따로 첫날밤 보낼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거지.”
말을 하다 보니 좋은 생각인 것 같아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두 분이 잘 되면 일요일에 펜션에 저승식당 오픈해서 두 분만 식사하게 하면 되겠다.’
펜션에서 영혼 결혼식을 해 준 후에 영업시간이 되면 둘과 음식만 남겨 두고 밖으로 나오면 되니 말이다.
다만…… 저승식당 오픈 시간에는 주인이 안에 있어야 하니 자신은 어쩔 수 없이 펜션 안에 남아 있어야만 했다.
“험!”
작게 헛기침을 한 강진이 웃으며 계란 프라이를 담기 시작했다.
***
산 계곡 안에 강진의 푸드 트럭이 세워져 있었다. 산속이라 아주 깜깜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자동차 라이트가 닿는 계곡은 최호철이 말을 한 것과 달리 조금 음산해 보였다.
“너무 어두운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도 계곡 쪽을 보다가 말했다.
“푸드 트럭 불빛이 있으니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을 거야.”
그러고는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불편해도 어떻게 하겠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최대한 계속 쪽에 차를 붙여 세웠다. 강진이 차에서 내리자 계곡 쪽에서 최호철이 다가왔다.
“왔어?”
“정리는 좀 하셨어요?”
“저쪽에 쓰레기 모아놨으니 내려갈 때 가져가면 돼.”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쓰레기봉투가 몇 개 놓여 있었다.
“많네요.”
“놀았으면 치우고 가는 것이 다음 사람들에 대한 예의인데…….”
고개를 젓는 최호철을 보던 강진이 푸드 트럭 캡을 열었다.
“저희라도 갈 때 쓰레기 잘 챙겨 가요.”
“그렇게 하자고.”
강진은 트럭에서 목욕탕 의자들을 꺼내 배용수에게 내밀었다.
“최대한 물가 쪽에 붙여서 놔.”
“알았어.”
강진은 계곡 쪽을 보다가 푸드 트럭 내부 조명을 켰다. 그제야 조금 주위가 분간되기는 했지만 계곡 쪽은 여전히 잘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어두워서야…….”
강진이 계곡을 보며 중얼거리자 김소희가 말했다.
“어두워서 그런가?”
“조금 어둡네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계곡을 보며 입을 열었다.
“두치야. 두치야. 두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