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16
717화
“두치야. 두치야. 두치야.”
김소희의 부름에 자동차 문이 열렸다.
덜컥!
그 자동차에서 강두치가 웃으며 내렸다.
“누님이 어쩐 일로 저를 다 부르셨습니까?”
강두치가 반갑게 말을 거는 것에 김소희가 눈짓으로 계곡을 가리켰다.
“어둡구나.”
“어두워요?”
강두치는 계곡을 둘러보다가 말했다.
“좀 어둡기는 해도 누님이 어두워할 정도는 아닌데요?”
의아한 듯 강두치가 보자, 김소희가 고개를 작게 저었다.
“나 말고…… 다른 이들이 불편해하지 않겠느냐? 그리고 곧 현신들을 할 것인데.”
김소희의 말에 강두치가 강진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아…… 오늘은 계곡에서 영업하시려나 보군요.”
“여름이기도 하고, 저희 직원들 휴가 한 번 못 가서 계곡에서 발 좀 담그게 하려고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름 휴가 하면 또 계곡에 수박 담가 놓고 먹는 거죠.”
“아!”
강두치가 수박을 언급하는 순간, 강진은 눈을 찡그리며 푸드 트럭을 보았다. 그 모습에 강두치가 큰일이 생긴 것처럼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휴가에 수박을 안 챙겨 오신 겁니까?”
“이거…… 음식만 신경 쓰고 과일을 신경 못 썼네요.”
“이런 이런…… 여름 휴가 하면 수박하고 참외인데.”
입맛을 다시던 강두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가 그동안 신세 진 것도 있고 하니 수박은 제가 몇 통 사다 드리겠습니다.”
“그래 주실 건가요?”
“사장님 덕에 제가 먹고사는데 이 정도는 해 드려야죠.”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자동차 문을 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제 차를 통해서 나오신 겁니까?”
“누님이야 누가 부르면 바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저희는 이런 문을 통해야 하거든요.”
“문을 통해서만 이동을 하시나요?”
“저희라고 만능은 아니니까요. 귀찮지만 문을 통해서 이동해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사람 사는 곳은 어디에나 문이 있다는 거죠.”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사람이 있는 곳에는 어떤 문이든 있긴 있으니까.’
“그 문이 자동차 문도 되는군요.”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은 문득 강두치를 보았다.
“그런데 제 허락이 없어도 오실 수 있는 겁니까?”
“일반 귀신이라면 주인의 허락이 있어야겠지만…….”
강두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는 강제로 남의 집에 들어가야 하는 직업이라서요. 허락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일종의 저승사자와 비슷한 존재인데 들어오라고 누가 허락을 해 주겠습니까?”
“그러네요.”
사람이 죽으면 JS 금융과 JS 입국 관리소 직원 둘이 맞이하러 나간다고 한다.
옛말로는 저승사자인 그들이 자신의 집에 들어오려고 하는데 누가 허락을 해 주겠는가.
그래서 강두치는 허락을 받지 않아도 문으로 드나들 수 있었다.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어둡네.”
김소희의 말에 강두치가 핸드폰을 꺼내 플래시 모드를 켰다.
화아악!
그러자 은은하지만 밝은 빛이 계곡을 비추기 시작했다.
“우와!”
강진은 깜짝 놀란 눈으로 계곡을 보았다. 대낮이라고 하기엔 과장이지만, 그래도 아주 밝아서 계곡이 잘 보였다.
강진이 놀란 눈으로 계곡을 보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성능 좋지요?”
“아니, 무슨 핸드폰 불빛이 이렇게 강해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핸드폰을 보았다.
“예전에 비하면 저희도 정말 편해졌어요.”
“예전?”
“사극 보면 양반들 걸어갈 때 하인들이 앞에 초롱불을 들고 길을 인도하지 않습니까?”
“본 것 같아요.”
“저희도 예전에 망자들 만나러 갈 때 어두우면 그런 초롱불을 들고 다녔거든요. 그리고 망자들은 저희 초롱불을 보고 따라서 저승으로 가고요.”
“그래요?”
“지금이야 자동차도 있고 비행기도 있지만, 우리 때는 이승에서 저승 갈 때 다 걸어서 갔습니다.”
“돈 있는 분들도요?”
“하하하! 돈이 있는 분들이야 그때도 편의를 봐 드렸죠. 여자분들이면 취향에 맞는 가마에 태우고, 남자라면 말을 타고 갔지요.”
웃으며 고개를 저은 강두치가 말을 이었다.
“어쨌든 인솔자가 초롱불을 들고 다녔습니다. 바람이 분다고 해도 불이 꺼지거나 하지는 않지만, 한 손에 초롱을 들고 다니려면 불편하기 짝이 없어요.”
강두치는 다시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핸드폰으로 플래시 켜면 되니 정말…… 세상이 살기가 좋아졌어요.”
강두치는 핸드폰 플래시로 계곡을 비추다가 김소희를 보았다.
“이렇게 하면 되겠습니까?”
강두치의 말에 김소희가 계곡을 보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젓고는 손을 내밀었다.
스르륵!
귀검이 손에 잡히자, 김소희가 핸드폰을 보았다.
“이리 주게.”
“아직 할부 안 끝난 거라…… 조심히 다뤄 주세요.”
핸드폰 할부를 걱정하는 강두치의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이승이나 저승이나…… 핸드폰 할부 걱정은 똑같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김소희는 핸드폰을 검의 면에 가져다 댔다. 그러곤 그녀가 손을 떼자 핸드폰이 검에 찰싹 붙어있었다.
‘안 떨어지네? 접착 밴드라도 붙어있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김소희가 검을 툭 하고 놓았다. 그러자 검이 스스로 날아서는 계곡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떠 있었다.
“여기서 빛을 주는 것보다 위에서 아래로 쏘는 것이 그림자가 생기지 않겠지.”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옆에서 쏘는 것보다 위에서 아래로 쏘니 그림자도 덜 생기고 좋네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는 수박 사 오겠습니다. 아! 음식은 저도 먹을 분량이 되겠죠?”
“물론입니다.”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자동차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덜컥!
문이 닫히는 것에 강진이 슬며시 조수석에 가서는 안을 보였다. 역시나 강두치는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지하로 향하는 문을 통해서만 갈 수 있는데…… 원조는 달라도 다르네.’
강진은 JS 금융으로 가려면 땅속에 있거나, 땅에 닿은 문을 통해서만 넘어갈 수 있는데 강두치는 아무 문이나 다 되는 모양이었다.
강진이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문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고 있을 때, 김소희가 말을 했다.
“시간은 있으나, 11시는 다가오네.”
서두르라는 말이었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식들을 담은 통들을 들고 계곡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험하지 않아서 통을 들고도 무난히 지나갈 수 있었다.
직원들과 함께 몇 번 오르락내리락하며 모든 음식과 술들을 밑으로 내린 강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두울 때는 귀신 나올 것 같더니…… 밝으니 보기 좋네.”
강진의 말에 물속에 음료수와 술을 넣던 배용수가 주위를 보며 말했다.
“확실히 좋아 보인다. 그리고 여기에서 죽은 귀신한테 들은 건데 저쪽은 물도 깊어서 저 돌 위에서 다이빙해도 될 정도래.”
강진은 배용수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바위가 살짝 튀어나와 있었는데, 다이빙을 그쪽에서 하는 모양이었다.
“근데 돌이 많은데 저런 곳에서 다이빙하는 건 위험하지 않냐?”
여기저기 튀어나온 돌들도 있었던 터라 잘못 떨어지면 죽기 딱 알맞았다.
“남자들이 위험한 것 생각하면서 노냐. 재밌어 보이면 무작정 해 보다가 다치고서야 ‘아! 위험하구나.’하고 아는 거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면 어릴 때 친척 형들하고 작은 농장 위에서 뛰어내리는 놀이하다가 팔 부러…….”
말을 하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어릴 때 친척 형들하고 놀던 기억이 난 것이다.
강진은 그 당시 형, 동생들하고 노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명절날 친척들이 주는 용돈도 좋았다. 그래서 강진은 명절 자체를 좋아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다 친척들이 자신을 보육원으로 보냈던 기억까지 떠올린 강진은 고개를 젓고는 한쪽에서 돌들을 주워 왔다.
그러고는 배용수가 담가 놓은 음료와 소주 앞에 쌓기 시작했다.
“물놀이 한 번도 안 와 봤어? 이렇게 앞에 돌들을 쌓아 놔야 음료수들이 안 떠내려가지.”
“그래. 너 참 잘한다.”
강진이 화제를 바꾸고 싶어 하는 것을 알기에 배용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돌을 더 주워 와서는 쌓아 놓은 돌 위에 그것을 올렸다.
그렇게 계곡 냉장고를 만든 강진과 배용수는 물가로 나왔다.
물가 가까운 곳에는 목욕탕 의자들이 몇 개씩 놓여 있었는데, 최대한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었다.
야외에서 영업할 때 저승식당의 영역은 포장마차와 비슷했다.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곳에서 어느 정도까지를 포장마차 장사 영역이라고 인식하는 것처럼, 저승식당도 어느 정도까지만 영역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거리를 둬서 의자를 배치했다. 오늘은 먹고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놀이를 하러 온 것이니 말이다.
드문드문 놓인 의자들을 보던 강진이 물 쪽을 보았다.
“물속에 자리를 둘 수 없으려나?”
“물?”
“장사 영역이…….”
강진은 물속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으! 차갑다!”
여름이라고 하지만 계곡물은 아주 차가웠다. 게다가 햇빛도 없어 더 차가웠다.
부들부들 떨며 물속으로 조금 더 들어간 강진이 배용수를 보며 말했다.
“내 생각에는 여기까지가 현신 범위일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물놀이하기 불편하지 않을까?”
“그 정도면 발 정도 담그겠네.”
“그렇지? 영역을 좀 더 늘려야 할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기 바위에 의자 몇 개 놓을까?”
강진은 배용수가 가리키는 바위들을 보았다.
“너무 멀지 않을까?”
“저기서 먹으라고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자리만 맡아 둔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자리?”
“저기에 우리 의자 놓으면 저기도 우리 저승식당 장사 영역에 포함되지 않을까 해서 말이야. 그럼 저기에서부터 여기까지도 다 우리 영역으로 인정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었다. 자리라는 것은 저승식당의 자리이니 그 범위 안에 든 곳 모두 현신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해 보자.”
강진이 손을 들자 배용수가 의자 몇 개를 그에게 던졌다.
던져진 의자를 받은 강진은 첨벙거리며 물을 건너서 바위 위 군데군데에 의자들을 놓았다. 그러고 밖으로 나온 강진이 몸을 덜덜 떨었다.
“물 차가워?”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강진은 몸을 이리저리 비비며 말했다.
“이렇게 차가운데 물놀이할 수 있겠어? 현신하면 사람하고 느끼는 게 같아지잖아.”
“그러게.”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계곡을 볼 때, 이혜미가 수건을 가져다주었다.
“몸 좀 닦으세요.”
“그래야 할 것 같네요.”
강진이 몸을 닦으려 하자, 배용수가 말했다.
“상의 벗고 닦아. 젖은 채로 닦아 봐야 무슨 소용이야.”
“여기서 벗으라고?”
“뭐 어때.”
강진의 말에 이혜미도 웃었다.
“남자 상의 탈의 정도야 요즘 이상한 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물가이고요.”
이혜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상의를 벗어서는 물을 짰다.
그러고는 수건으로 상체를 닦을 때, 배용수가 물에 손을 담가 보았다. 하지만 아직 귀신인 상태라 물이 차가운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차가워?”
배용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손끝을 물에 담그고는 눈을 찡그렸다.
‘이렇게 추워서는 아무래도 안 되겠는데?’
귀신이라 감기에 걸릴 일은 없겠지만…… 물이 너무 차가워서 원래 계획대로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차라리 풀 펜션이라도 하나 빌릴 것을 그랬나?’
풀 펜션이면 시원한 실내 수영장 옆에서 음식을 해 먹으며 편하게 쉴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랬으면…… 해수욕장에서 두 귀신도 만나지 못했겠지.’
딸과 이혼한 사위가 보고 싶어 온 할머니와 물에 빠져 죽은 후 해수욕장에 사는 부모님의 곁에 다가가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소인명까지…….
모두 직원들과 휴가를 나와서 만나게 된 인연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