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31
732화
배용수가 순대와 돼지 내장들이 담긴 접시를 내밀었다.
“이거 가져가세요.”
“그런데 장이 초장이네?”
“지방마다 찍어 먹는 것이 다르죠. 어디는 된장, 어디는 간장, 어디는 소금, 그리고 전주는 초장.”
배용수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접시와 초장을 들고 홀로 나왔다.
“이슬 씨 이거 좀 드세요.”
황민성의 말에 옥난의 향을 맡던 김이슬이 고개를 들어 순대를 보고는 웃으며 다가왔다.
“맛있겠다.”
“먹어 봐요.”
황민성이 젓가락을 주자, 김이슬이 순대를 하나 집어 초장에 찍은 뒤 입에 넣고는 미소를 지었다.
“맛있어요.”
“전주는 초장에 찍어 먹는다면서요?”
“다 초장에 찍어 먹는 건 아니고 소금에도 찍어 먹어요.”
순대를 하나 더 찍어 먹으며 미소를 짓는 김이슬을 보며 황민성이 웃었다.
“집에서는 음식 냄새 때문에 하나도 못 먹더니 여기선 잘 먹네요. 이거 집밥이 싫어서 그런 것 아니에요?”
황민성의 농에 김이슬이 웃었다.
“그럴 수도 있죠.”
“그럼 자주 밖에 모시고 나와서 식사해야겠네요.”
“어머니 혼자 있는데 그럴 수는 없죠.”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강진이 말했다.
“이따가 가실 때 옥난 몇 개 드릴게요. 형수님 방에도 하나 놓고 식탁에도 하나 놓으세요.”
“그래도 돼? 이거 구하기 쉽지 않은 것 아니야?”
옥난이 저승에서 온 것임을 아는 황민성이 묻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어디 있나요.”
강진의 말에 김이슬이 물었다.
“이거 비싼 거였어요?”
구하기 쉽지 않다는 말을 비싸다는 말로 들은 것이다.
“비싸다기보다는…… 구하기가 조금 어렵죠.”
“아…… 그렇구나.”
김이슬이 옥난을 보다가 말했다.
“그럼 그냥 두세요. 제가 따로 구해 볼게요.”
“형수님은 구하기 어려우세요.”
강진의 말에 김이슬이 웃었다.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면서요. 그리고 저도 돈 많아요.”
괜히 돈 자랑을 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김이슬은 부유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현금으로는 대한민국에서 따를 자가 없다는 사채 대부이니 말이다.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구하던 사람이 구해야죠. 옥난은 제가 형수님 임신 축하 선물로 드리는 걸로 할게요.”
“아…… 선물이면 돈으로 사기 어렵겠네요.”
마음이 담긴 선물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사기 어려우니 말이다.
“그럼 고맙게 받을게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식 어떻게 되는지 보고 올게요.”
강진의 말에 김이슬이 주방 쪽을 보며 말했다.
“용수 씨 괜찮으면 인사 좀 드리고 싶은데 말 좀 전해 주세요.”
김이슬의 말에 황민성이 난감한 듯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
“용수가 정말 낯을 많이 가려서요. 다음에 인사시켜 드릴게요.”
“정말 낯을 많이 가리나 봐요?”
“마음이 여려서 그래요. 사람을 새로 만나는 걸 불편해해요.”
“알았어요. 대신…….”
김이슬은 주방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용수 씨, 민성 씨한테 좋은 동생이 되어 주셔서 고마워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보다가 주방으로 들어갔다. 배용수는 홀 쪽을 보고 있었다.
“너한테 고맙대. 좋은 동생 돼 줘서.”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나야말로 고맙지. 귀신인 나를 동생으로 삼아 줘서.”
그러고는 배용수가 한숨을 쉬었다.
“나도 형수한테 인사드리고 싶다.”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나중에 형수님 아기 낳으면…… 그때 이야기하자.”
“진짜?”
“귀신이 죽을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앞으로 민성 형하고 우리 같이 지낼 시간을 생각하면 형수님도 아시는 게 좋겠지.”
황민성과 평생 같이 갈 형 동생 사이니 차라리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귀신에 대해 안다고 해서 미치거나 두려움에 벌벌 떠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일단 애 낳은 후에 말하자.”
웃으며 배용수에게 말을 한 강진이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리고…… 동생 삼아 준 민성 형이 고마우면, 너를 마누라 삼아 준 나에게는 더 고맙겠네?”
“너는 이 감동적인 순간에도 이런 농을 하고 싶냐?”
배용수가 눈을 찡그리자, 강진이 얼굴을 굳혔다.
“농? 나는 너를 만나고 한 번도 진실이 아닌 순간이 없었다. 너에게 한 한 마디, 한 마디 모두가 내 진심이었고 내 고백이었다.”
강진의 진지한 목소리에 배용수가 유심히 그의 입 쪽을 보았다.
“왜 그래?”
“나중에 네 혓바닥에서 무슨 농작물이 자랄까 생각을 좀 해 봤어. 아주 거짓 기름이 철철 넘쳐서 뭘 심어도 풍년은 확정이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작게 혓바닥을 움직여 쩝쩝거리다가 말했다.
“그래서 얼마나 걸려?”
“금방 돼. 당면 순대라서 너무 오래 끓이면 퍼져 버리니까.”
수저로 순대와 내장들을 누르던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됐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쟁반에 순댓국과 반찬들을 올려서는 홀로 가지고 나왔다.
“순댓국 나왔습니다.”
강진이 음식들을 식탁에 올려놓자, 황민성이 냄새를 맡고는 김이슬을 보았다.
“괜찮아요?”
순댓국 냄새에 속이 울렁거릴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내가 먹고 싶어서 부탁한 건데 당연히 괜찮죠.”
김이슬은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어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맛있어요.”
“학교 앞에서 먹던 순댓국 맛이 나세요?”
“무슨…… 그것보다 더 맛있어요.”
“이런…….”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안타까운 듯 작게 한숨을 쉬었다.
“왜 그러세요?”
“대학가에서 파는 것 같은 맛을 내게 하려고 했는데…… 용수 실력이 너무 좋아서 그런지 더 맛이 좋아져 버렸네요.”
강진의 말에 김이슬이 웃으며 주방을 향해 외쳤다.
“잘 먹을게요!”
그러고는 순댓국 건더기를 집어 초장에 찍어 먹기 시작했다.
잘 먹는 아내의 모습을 만족스럽게 보던 황민성이 강진에게 살짝 엄지를 들어 주었다. 그에 미소로 답한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그래. 잘 먹을게.”
황민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주방에 들어왔다. 주방에서는 배용수가 다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뭐해?”
“음식 만들어.”
“저녁 장사할 반찬들 있잖아.”
저승식당 때 먹을 음식은 오픈 전에 하지만, 반찬들이야 오늘 낮에 만든 것으로도 족하니 말이다.
“형수님 왔을 때 음식 좀 만들어서 보내 드리려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가 하는 음식들을 보았다. 그러다 고기 메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물었다.
“고기는?”
“고기는 특유의 냄새 때문에 속에서 안 받을 수도 있어. 그래서 향이 많이 없는 야채들로 반찬을 만들 거야.”
“좋은 생각인데…… 단백질은? 애 잘 크려면 단백질도 충분히 섭취해야 하지 않아?”
“두부 있잖아.”
말을 하며 배용수가 냉장고에서 두부를 꺼냈다.
“두부로 전을 할 거야. 그리고 반찬으로 먹을 수 있게 두부 튀겨서 양념간장 올릴 거고.”
“넌 이미 계획을 다 세웠구나.”
배용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임산부들 먹는 반찬들 오더가 들어올 때가 있어서 만든 적이 있거든.”
“운암정에서 그런 것도 만들어?”
“특별 주문 들어오면 만들지.”
“특별 주문?”
“며느리나 딸이 임신을 하면 주문이 들어와.”
“그런 것도 주문을 받아?”
“돈 준다는데 안 할 이유가 없지.”
“운암정도…… 돈 보고 장사를 하기는 하는구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었다.
“일반 손님들만 상대했다가는 운암정 망해. 이런 거라도 해야 수익이 나는 거야.”
“그래?”
“당연하지. 운암정 부지만 해도 얼마고 관리비만 해도 얼마인데. 거기에 직원들 월급까지 하면 어지간한 중소기업보다 돈이 더 들어가.”
“그 정도야?”
“그럼. 그러니 손님 차별한다고 생각하지는 말아라. 금액이 비싸서 그렇지, 일반 손님도 오더 하면 파니까.”
“얼마에 파는데?”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알면 다친다.”
“비싼가 보네.”
“몰라.”
음식을 비싸게 파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지 배용수가 고개를 젓고는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자 강진이 그 옆에서 그를 따라 음식을 만들었다.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순댓국을 먹던 김이슬이 주방을 보았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황민성을 보았다.
“강진 씨하고 용수 씨가 저 줄 반찬을 만드나 봐요.”
“그런가 보네요. 두 녀석이 당신 임신하고 나서 음식 해 준다고 했거든요.”
황민성의 말에 주방을 보던 김이슬이 말했다.
“강진 씨를 어떻게 알게 됐다고 했죠?”
“전에 이야기했잖아요.”
“또 듣고 싶어서요.”
김이슬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티슈로 입술을 닦고는 말했다.
“그날 사업 미팅 끝내고 차를 타고 가던 중에 이 가게가 보이더라고요. 마침 배가 고팠던 터라 들어갔죠. 그러곤 라면을 주문했는데, 강진이가 제가 좋아하는 취향 그대로 라면을 끓여서 줬어요.”
“김치 국물 넣고 계란 노른자는 반숙으로요?”
“네.”
미소를 지은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보통 그렇게 주문하면 주인들이 안 좋아하는데 강진이는 웃으면서 아주 맛있게 끓여 주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 또 오게 됐고…… 그러다 보니 친하게 지내게 됐어요.”
“그날이 당신에게는 행운이었네요.”
행운이라는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날 라면이 먹고 싶지 않았다면 강진이를 알지 못했을 테니까요.”
황민성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강진을 알아서 용수도 알게 됐고, 김소희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어머니의 마음도 알게 되었고…….
강진을 만나고 난 후 인생이 너무나도 좋게 변한 것이다. 그래서 황민성은 강진에게 정말 고마웠다.
“좋은 동생이 생겨서 좋겠어요.”
“좋은 동생이 아니라 좋은 동생들이에요.”
“그러게요.”
웃던 김이슬이 주방을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강진 씨는 정말 여자 만나고 싶은 생각 없대요?”
“아직은 아닌 모양이에요.”
“여자 만나는 것에 때가 어디 있나요. 강진 씨 여자 친구 생기면 저희하고 같이 만나서 데이트도 하고 놀면 좋잖아요.”
그러고는 김이슬이 웃었다.
“나도 강진 씨 덕에 좋은 여동생 하나 생기고요.”
김이슬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주방 쪽을 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안쓰러움이 어려 있었다.
‘여자라…….’
황민성도 강진이 여자를 만나서 가정을 이루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하지만 강진의 사정을 잘 아는 황민성이니…… 그가 여자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귀신을 상대하는 식당의 사장이니 말이다.
황민성이 주방을 볼 때, 김이슬이 물었다.
“상식 씨는 여자 분하고 잘 되신대요?”
“아직까지는 썸인 것 같아요.”
“아직도요?”
“상식이가 그런 쪽으로는 좀 둔하더라고요.”
“음…… 아무래도 자리를 한 번 마련해야겠어요.”
“자리요?”
“머뭇거릴 때는 앞으로 한 발 나가게 해 줄 계기가 필요한 법이죠.”
그러고는 김이슬이 황민성을 보았다.
“상식 씨한테 전화해서 한번 나와 보라고 하세요.”
“지금요?”
“전화해서 나올 수 있으면 나오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죠.”
김이슬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상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733회
두 사람이 순댓국을 먹고 있을 때, 가게 문이 열리며 강상식이 들어왔다.
황민성의 연락에 바로 나온 강상식은 웃으며 김이슬에게 다가갔다.
“형수님.”
그는 등 뒤로 숨겼던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손에는 장미꽃 한 다발이 들려 있었다.
“형수님 임신을 축하드리는 제 마음입니다.”
“고마워요.”
김이슬이 꽃을 받자, 강상식이 웃으며 황민성 옆에 앉았다.
“순대네요.”
“먹어 봐.”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순대를 집어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면 순대라 그런지 쫄깃하네요.”
말을 하며 강상식이 주방을 향해 말했다.
“형 왔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머리를 내밀었다.
“지금 음식 만드는 중이라 인사는 이따 할게요.”
“그래.”
강진의 머리가 주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에 강상식이 소리쳤다.
“형 밥 먹었냐고 안 물어보냐?”
강상식의 외침에 강진이 웃으며 머리를 다시 내밀었다.
“식사 안 하셨어요?”
시간이 거의 여덟 시에 가까운데 아직 저녁 식사를 안 했나 싶어 강진이 묻자 강상식이 웃었다.
“먹었어. 그래도 물어는 봐야지.”
“서운하셨어요?”
“그래.”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
“식사하셨어요?”
“그래. 먹었다.”
강상식의 답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강상식은 항상 관심을 받고 싶어 했다. 특히 강진이나 황민성에게 말이다.
그가 두 사람에게 더욱 관심받고 싶어 하는 건 자신에게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정을 주는 사람이 둘밖에 없어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종의 애정 결핍이었다.
그런 강상식을 보던 김이슬이 황민성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 시선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상식을 보았다.
“지나 씨하고는 어때?”
문지나 이름이 나오자 강상식이 미소를 지었다.
“잘 되고 있어요.”
“그래? 고백은 했어?”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했지요.”
“했어? 그럼 잘 됐나 보네.”
황민성이 웃으며 말하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귀기로 했어요.”
“오! 정말 잘 됐네.”
황민성은 웃다가 눈을 찡그렸다.
“그런 좋은 소식이 있으면 우리한테도 이야기를 했어야지.”
“그래요. 우리한테도 말을 했어야죠.”
강진이 주방에서 나오며 하는 말에 강상식이 웃었다.
“어제 고백했어.”
“어제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그렇게 됐어.”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다가 말했다.
“사귀기로 했으면 지나 씨 만나야지, 여기 왜 왔어요? 아니, 이제 형수라고 해야겠네요.”
형수라는 말에 강상식의 입꼬리가 귀에 걸칠 듯 올라갔다.
“하하하! 그래. 앞으로는 형수라고 불러.”
그러고는 강상식이 황민성을 보았다.
“형은 제수씨라고 부르시면 되겠네요.”
“그래. 앞으로는 제수씨라고 부르면 되겠다. 그리고 강진이 말대로 오늘 같은 날은 지나 씨 만나지, 왜 여기 왔어?”
“지나 씨 오늘 야근해야 한대요. 놀다가 이따 아홉 시쯤 데리러 가야죠.”
“야근하신대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입맛을 다셨다.
“그놈의 회사, 야근을 너무 많이 시키는 것 같아. 마음 같아서는 그만두게 하고 우리 회사에 데려오고 싶다니까.”
“정말 그러실 것은 아니죠?”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럴 수 있나.”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럴 수 있나. 너희 회사에 취직을 시킬 거면…….”
황민성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집에 앉혀야지.”
“집에…….”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잠시 멍하니 있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가장 나이스네요.”
그런 두 남자의 모습에 김이슬이 웃으며 말했다.
“사귄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무슨 벌써 집에 앉혀요.”
김이슬은 강상식을 보며 말을 덧붙였다.
“너무 조급하게 다가가지 말아요. 천천히 다가가세요.”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에요.”
강상식은 입맛을 다시며 순대를 보았다. 그 모습에 김이슬이 웃으며 말했다.
“이런 좋은 날 술 한 잔이 빠질 수 없죠. 강진 씨, 여기 술 좀 주세요.”
김이슬의 말에 강상식이 급히 말했다.
“형수님 임신하셨는데 제가 앞에서 술을 마실 순 없죠.”
“임신한 사람 앞에서 술 마시는 것이 뭐 불법인가요?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되죠.”
김이슬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간단하게 맥주라도 한잔하자.”
황민성이 일어나서는 맥주와 잔을 들고 왔다.
“오늘 시원하게 한 잔씩 마시고 다음에 지나 씨하고 자리 한번 하자.”
“그렇게 하죠.”
말을 하며 잔에 따라진 맥주를 보던 강상식이 슬며시 말했다.
“저는…… 안 되겠네요.”
“왜?”
“지나 씨 데리러 가야 하는데…… 대리 불러서 가기는 그렇잖아요.”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하! 사귄 지 하루 만에 잡혀 사는 거야?”
“왜요. 보기 좋은데요.”
김이슬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잔을 잡았다.
“그럼 제가 대신 마시죠.”
강진은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고는 웃으며 강상식을 보았다.
“형수하고 잘 되어서 좋네요.”
“나도 좋다.”
강상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황민성이 문득 그를 보았다.
“너희 집에서는 알아?”
황민성의 물음에 강상식이 피식 웃었다.
“집에서 내놓은 자식이라 이건 편하네요.”
“신경을 안 쓴다는 건가?”
“사실 형들 입장에서는 제가 어디 그룹 사위가 되는 것보다는 지나 씨와 만나는 게 더 마음에 들 거예요.”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상식이 그룹 후계자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은 적지만, 그래도 후손 중 하나이니 기회만 된다면 뛰어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 강상식이 다른 재벌가와 결혼을 한다면 가족들이 불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 그들로서는 강상식이 평범한 집안의 여자와 연애하는 걸 오히려 반가워할 터였다. 물론 비웃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황민성 부부와 강진이 안쓰럽게 자신을 보는 것에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더 이상 가족으로 대해주지도 않는 사람들 시선은 신경 쓰지 않으니 괜찮아요. 오히려 더 좋죠. 지나 씨와 나 만나는 거 반대할 사람도 없을 테니까요.”
강상식의 말에 담긴 씁쓸함을 느낀 강진은 작게 웃으며 가벼운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그에 분위기가 어느 정도 풀어지자 네 사람은 맥주를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아홉 시가 되기 전 강상식과 황민성, 김이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상식은 문지나를 데리러 가기 위해서, 황민성은 김이슬이 피곤할까 싶어 일찍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가게 입구 쪽으로 걸어가는 황민성과 강상식의 손에는 쇼핑백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김이슬을 위해 만들었던 반찬을 강상식에게도 좀 나눠 준 것이다. 정확히는 강상식에게 준 것이 아니라 문지나에게 준 것이지만 말이다.
문지나도 자취를 하는 여성이라 이런 밑반찬이 도움이 될 것이었다.
“그럼 잘 먹고 가요.”
“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알았어요.”
웃으며 차에 타고 출발하는 사람들을 보던 강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홀을 정리하는 배용수를 보며 말했다.
“상식 형이 드디어 성공했다.”
“그러게. 꽤 걸릴 줄 알았는데……. 고백할 때 심장 두근두근했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도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알아도 내 마음을 고백하는 것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엄청 많이 떨었겠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을 하는 강상식을 떠올려 본 강진이 피식 웃고는 시계를 보았다.
“한 시간만 쉬고 저승식당 오픈 준비하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그런데 오혁 씨 오는 거 맞아?”
“누나가 매형한테 이야기했으면 저승식당 오픈 시간에 맞춰서 오지 않을까?”
“하긴, 그 양반 먹는 것 좋아하던데 오픈 시간에 맞춰서 오겠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TV를 틀고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았다.
***
생각대로 오혁은 저승식당 오픈 시간에 맞춰서 나타났다.
“형 왔다!”
기분 좋은 얼굴로 소리치며 가게에 들어오는 오혁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누나가 말을 잘 전했나 보네요?”
“저녁에 그러더라고. 강진이가 오빠 보고 싶어 한다고. 그래서 내가 왔지.”
싱긋 웃는 오혁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물끄러미 보다가 말했다.
“상태는 여전하신 것 같네요?”
“보기에는 이래도 많이 좋아진 것 같아.”
“그래요?”
오혁은 자신의 손을 들어서 보다가 말했다.
“요즘은 몸에 붙어 있으면 뭔가 내 마음대로 몸이 안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무겁다는 생각도 들고.”
“육신이요? 아니면 영혼이요?”
“내 영혼 말이야.”
오혁은 자신의 불투명한 몸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전에는 몸에 붙어 있어도 영혼이 이리저리 빠져나가고 했거든. 그런데 지금은 멍하니 누워서 몸을 움직이려고 하면 가끔이기는 한데 안 움직일 때가 있어.”
“그거 좋은 현상 같은데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보았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네.”
오혁이 자신의 몸에서 마음대로 빠져나올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살고 싶다는 생각보다 어서 죽어서 이강혜를 편하게 해 주려는 생각이 강해서였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니 몸이 영혼을 일부러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몸에 들어간 영혼이 마음대로 안 움직일 때가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영혼과 몸이 붙으려는 모양이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강진의 추측일 뿐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오셨어요?”
“네가 불렀다는 말도 있고…… 할 이야기도 있어서 오늘만 마지막으로 빠져나왔어.”
“할 이야기요?”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오혁이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들어가면 앞으로는 절대 몸 밖으로 나오지 않을 거야.”
“효과가 있는 것 같으니 그러셔야죠. 반드시 깨어나실 수 있을 거예요.”
강진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오혁이 그를 보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이 너와 마지막이야.”
오혁은 강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형이 다음에 너를 만나게 되는 날은 내가 눈을 떠서 강혜에게 너를 소개받는 날이거나, 내…….”
오혁이 뒷말을 이으려 하자, 강진이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덥석!
“제가 다음에 형을 만나게 되는 날은 강혜 누나가 ‘인사해, 매형이야.’하고 형을 저한테 소개하는 날일 거예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그를 보다가 손에 힘을 주며 맞잡았다.
“그래. 그날 형이 돈 많은 형이 어떤 형인지 돈 지랄 제대로 보여줄게.”
강진은 살짝 씁쓸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가 뒤에 하려던 말은…… ‘내 장례식장일 거야.’라는 말이었다. 강진은 그것을 눈치채자마자 말을 끊은 것이고 말이다.
“아! 그리고 부탁 하나 하자.”
부탁이라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자기가 깨어나기 전까지 강혜 누나를 부탁하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