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44
746화
직원들과 함께 부산에 도착한 강진은 한적한 길가에 차를 세웠다.
공장 지역인 듯 넓은 길 주위로 공장들이 있었다. 그리고 일요일이라 그런지 길에는 지나다니는 차 대신 주차를 해 놓은 트럭들만 즐비했다.
공업용 트럭 사이에 주차를 한 강진은 푸드 트럭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안 해 주셔도 되는데…….”
자신의 부모님에게 드릴 음식을 만드는 것을 보며 임정숙이 미안해하자 강진이 웃었다.
“저희 직원분들 집에 가실 때 다 제가 음식을 해서 보내드렸는데, 정숙 씨만 안 해 드릴 수 있나요. 그리고 인사드리러 가는데 빈손으로 갈 수도 없고요.”
강진은 배용수와 음식들을 만들며 말을 이었다.
“원래는 내일 정숙 씨 집에 모셔다드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내일 너무 이른 시간에 집에 인사를 드리러 가는 건 무례한 것 같아서…… 오늘 정숙 씨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려고 해요.”
내일 점심 전에 서울로 올라가려면 임정숙 집에 일찍 들러 음식을 전하고 인사를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건 무례한 듯해서 오늘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려는 것이다.
“음식 드리고 정숙 씨는 집에 좀 있다가 제가 여덟 시, 아홉 시, 열 시…… 이렇게 시간 될 때마다 부를게요. 그중 오시고 싶은 시간에 응하시면 될 것 같아요. 어떠세요?”
“저 생각해서 하시는 말인데 그렇게 할게요.”
임정숙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음식을 마저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 만드는 음식은 잔치 스타일이었다. 동그랑땡, 잡채, 거기에 산적과 소불고기, 소고기뭇국까지 만들고 있었으니 말이다.
강진이 음식을 만드는 것을 지켜보던 이혜미가 문득 물었다.
“그런데 왜 가게에서 안 만들고 여기에서 만드시는 거예요? 그것도 길거리에서?”
이혜미의 물음에 배용수가 고개를 작게 저었다.
“모든 음식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음식은 만들고 난 순간부터 맛이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갓 만든 음식이 가장 맛있고.”
“그건 그렇죠.”
“그래서 여기에서 만들려고 재료들을 다 챙겨 온 거예요.”
“아…….”
이혜미가 이해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배용수가 동그랑땡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이혜미가 급히 말했다.
“사람 와요.”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가 급히 고무장갑을 낀 손을 밑으로 내렸다.
배용수가 손을 내리자 강진이 그가 만들던 동그랑땡을 뒤집고는 잡채를 다시 버무렸다.
“와, 푸드 트럭이다.”
아이 둘을 데리고 걸음을 옮기던 아저씨가 이쪽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뭐 좀 먹을까?”
“응!”
그는 두 아이와 함께 푸드 트럭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아저씨가 웃으며 말을 걸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나눈 아저씨가 아이들을 보았다.
“뭐 먹을래?”
“잡채하고 동그랑땡.”
한 아이의 말에 조금 머리가 더 큰 아이가 음식을 보다가 물었다.
“떡볶이나 튀김은 없어요?”
아이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서 어쩌지. 지금 이 음식이 전부인데.”
아이가 아쉽다는 듯 음식을 보자 강진이 웃으며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드님들하고 같이 나오셨나 보네요?”
“트럭 좀 고치려고 나왔습니다.”
“트럭요?”
“여기 옆에 트럭 부품들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거든요. 거기에서 필요한 부품 사서 개조하거나 고치거나 하는 거죠.”
“차를 직접 고치세요?”
“차 끌고 다니다 보니 작은 것은 직접 하는 편이죠.”
아저씨는 아이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애들이 작기는 해도 옆에서 부품이라도 하나씩 건네주면 일이 수월해서 같이 나왔습니다.”
“애들이 도움이 되나 보네요.”
“나사 하나만 가져다줘도 도움이 되지요.”
기분 좋은 얼굴로 아이들을 보는 아저씨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확실히 아이들하고 같이 차 수리하면 기분은 좋겠다.’
큰 도움은 안 되더라도 옆에서 돕고 있는 자식을 보면 벌써 다 큰 것 같기도 할 테고 말이다.
뿌듯한 얼굴로 아이들을 보던 아저씨가 말했다.
“차 고치고 저녁 외식이나 하려고 같이 나왔습니다.”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음식들을 그릇에 담아서는 선반에 놓고는 젓가락을 주었다.
“맛있게 먹어.”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젓가락으로 잡채와 동그랑땡을 먹자, 아저씨가 동그랑땡을 하나 집어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이 좋네요.”
“방금 만들어서 더 맛이 좋을 겁니다.”
“확실히 그러네요.”
아저씨는 동그랑땡을 하나 더 집어 먹으며 말했다.
“명절에 이렇게 음식 만들 때 하나씩 집어 먹으면 그렇게 맛이 있었는데.”
말을 하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작게 입맛을 다신 아저씨가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왜 여기에서 영업을 하세요? 사람들 다 차 타고 오가는 곳이라 푸드 트럭 영업하기 안 좋은데.”
말을 하던 아저씨는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면 공장 사람들 밥 먹는 식당가가 있습니다. 여기보다는 거기가 장사하기가 좋을 겁니다.”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오늘 영업하러 나온 것이 아니라서요.”
“네?”
“근처에 친구 부모님이 사시거든요. 거기에 인사드리러 갈 때 드릴 음식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영업하시는 건 줄 알고…….”
“아닙니다. 음식 한 김에 드시고 싶어 하는 분 있으면 좀 드리는 거죠.”
“제가 가격은 치르겠습니다.”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괜찮습니다. 쉬러 나와서 돈 받고 팔면 일을 한 거지만, 제가 맛보시라고 조금 드리면 그건 인정이 되는 거잖아요.”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그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좋으신 분이네요.”
“음식 정 나누는 것을 좋아해서요.”
말을 하며 강진이 아저씨를 보았다.
“소 뭇국 좋아하세요?”
“좋아합니다.”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고기뭇국을 덜어서 그의 앞에 놓았다. 그러고는 밥을 반 그릇 정도 덜어 옆에 놓았다.
“점심 드셨을 것 같아서 조금만 드렸습니다. 더 드실 수 있을 것 같으면 말씀하세요.”
“고맙습니다.”
강진이 총각김치를 덜어 그 앞에 놓고는 아이들을 보았다.
“아빠 차 고치러 왔는데 같이 나오고 착하네.”
“아빠하고 같이 나오면 재밌어요.”
“그래?”
“차 고치고 아빠가 중국집에서 탕수육하고 짜장면 먹자고 했어요. 그리고 용돈도 줘요.”
“좋겠네.”
“네.”
탕수육과 짜장면에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앞을 보았다. 그의 앞에서는 처음 보는 아주머니 귀신이 여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주머니 귀신은 이 가족의 수호령이었다. 아마도…….
‘어머니겠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아주머니를 볼 때, 그녀가 강진을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를 하는 아주머니에게 작게 미소를 지어준 강진은 소고기뭇국에 밥을 말아서는 아이들 옆에 놓았다.
“저는 안 먹을 건데요.”
“옆에 두고 먹고 싶으면 먹어.”
“으…… 나 무 싫은데.”
뭇국의 무를 보며 고개를 젓는 아이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어릴 때 자기도 뭇국에 들어 있는 무가 싫었다. 맛도 없고 흐물흐물한 식감도 싫고 말이다.
“고기만 건져 먹어도 되고.”
뭇국의 무는 싫어도 고기는 맛있어 할 테니 말이다.
“네.”
고기만 건져 먹는 거면 괜찮겠다는 생각에 아이가 젓가락을 드는 사이, 강진이 아주머니 귀신을 보았다. 그 시선에 이혜미가 말을 했다.
“식사하세요.”
“제가요?”
“그럼요. 저녁에 먹는 것과는 다르지만, 저희 사장님 손이 닿으면 아주 맛있는 귀신 음식이 되거든요.”
이혜미가 아주머니 귀신을 아이 옆으로 안내를 하고는 음식을 가리켰다.
“드세요.”
이혜미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저를 들어 뭇국에 말아진 밥을 한 술 떠먹었다.
“너무 맛있어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그랑땡과 잡채를 더 덜어서 그녀의 앞에 놓았다.
물론 아이들과 아저씨는 자기들 주는 것이라 생각을 하겠지만 말이다.
“이미 많이 주셨는데요.”
“손님이 배부를 때까지 먹지 않으면 혹시 내 음식이 맛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맛있게 많이 드세요.”
“이거…… 제가 돈을 드려야겠는데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손사래를 친 강진이 아이들을 보았다.
“몇 살이야?”
“저는 열한 살이고, 동생은 아홉 살요.”
“형이 동생 잘 챙겨야겠네.”
“그래야 하는데 얘가 말을 안 들어요.”
“내가 무슨!”
발끈한 동생이 강진을 보았다.
“형이 막 때려요.”
“네가 구구단 안 외워서 그렇잖아!”
“그런다고 때리냐!”
아이들이 다투는 것에 아저씨가 급히 말했다.
“아빠가 밖에서 싸우지 말라고 했지.”
“네.”
“알았어요.”
아이 둘이 바로 다투는 것을 멈추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형제끼리는 싸우면서 크는 거죠.”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아저씨는 김치를 올려 밥을 먹고는 말했다.
“정말 맛이 좋습니다.”
“이따 좀 싸 드릴게요.”
“아! 아닙니다.”
정말 괜찮다는 듯 급히 손을 젓는 아저씨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조금만 싸 드릴게요. 집에 가서 간단하게 안주 삼아 맥주 한잔하세요.”
“이렇게 신세를 져서…….”
“제가 음식 남 주는 것 좋아해요. 그래서 이렇게 음식 장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그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사장님 같은 분을 봐서 기분이 좋고 감사합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고맙네요.”
“저도 사장님처럼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네요.”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사람들이 하루에 한 번씩만 남을 위해서 뭔가를 하면 한국 참 살기 좋은 곳이 될 것 같네요.”
“그것도 그러네요.”
기분 좋은 웃음을 보인 아저씨가 뭇국을 맛있게 먹자, 그를 보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강진이 보내는 시선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챈 배용수는 아주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아주머니, 드시고 싶은 것 있으세요?”
“저요?”
“시간 오래 걸리는 건 여건상 어렵지만, 빠르게 할 수 있는 음식이면 강진이가 해 줄 겁니다.”
“저는 이것도…….”
“사양하지 마세요. 저희 언제 다시 만날지 알 수도 없잖아요.”
배용수의 말에 그를 보던 아주머니 귀신이 입맛을 다시다가 김치를 보았다.
“그럼 국수 삶아서 김치 넣고 비벼 주실 수 있으세요?”
“양념은요?”
“보통 비빔국수 양념이에요.”
“아주머니만의 특징은 없나요?”
“딱히…… 그냥 제가 국수를 좋아해요.”
아주머니는 김치를 보다가 말을 이었다.
“여기 김치가 맛있어서…… 비비면 정말 맛이 좋겠어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면을 삶기 시작했다. 그와 거의 동시에 김치를 가위로 자른 뒤 설탕과 참기름을 살짝 뿌리고는 버무렸다.
그러다 면이 다 삶아지자 그것을 찬물로 헹군 강진은 아저씨를 보았다.
“국수 좀 드시겠어요?”
“국수요?”
“기름 냄새 맡았더니 매콤한 것이 당겨서요. 드실 만큼 덜어서 드세요.”
강진은 그릇에 자신이 먹을 면과 양념을 덜어 넣은 뒤 잘 비벼 후루룩! 먹었다.
그 모습에 아저씨가 입맛을 다시고는 웃으며 그릇에 국수를 덜었다.
“이상하게 면 음식은 남이 먹는 것을 보면 군침이 돌아요.”
아저씨는 국수를 덜며 아이들을 보았다.
“너희도 먹을래?”
“나도 먹을래.”
“나도.”
아이들이 먹는다고 하자 아저씨가 국수를 덜어주며 말했다.
“이거 저희가 너무 많이 먹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아주머니를 보았다. 아주머니는 아이들이 국수를 먹는 것을 기분 좋은 얼굴로 보고 있었다.
자신이 먹고 싶어서 해 달라고 한 음식이지만, 그 음식을 아이들이 맛있게 먹으니 기분이 좋은 것이다.
자식이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 자기가 안 먹어도 기분이 좋은 건 귀신 엄마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