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50
752화
강진은 마트에서 여자 귀신들과 함께 있었다. 공원에서 아이들 밥을 주고, 이강혜와 오혁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는 바로 마트로 온 것이다.
마트에 도착해 귀신들을 부른 강진은 그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마트 입구에서 쇼핑 카트를 하나 뽑은 강진은 그것을 끌고 들어가며 이혜미를 보았다.
“신혼집 꾸밀 물건들 사실 거죠?”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안한 듯 말했다.
“돈을 좀 써야 할 것 같은데…… 미안해요.”
“형이 결혼했는데 동생이 이 정도는 해 줘야죠.”
강진은 마트를 스윽 둘러보다가 다시 이혜미를 보며 말했다.
“저 보육원 있을 때 형이 저 많이 도와줬어요. 그리고 사회 처음 나왔을 때도 기반 잡는 거나 이런저런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그러니 미안해하지 마세요. 동생으로서 당연히 할 일 하는 거니까요.”
“고마워요.”
“고맙기는요.”
가볍게 웃어 보인 강진이 입을 열었다.
“고경하, 고경하, 고경하.”
화아악!
고경하가 옆에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보네요.”
“안녕하세요.”
고경하가 귀신들에게도 인사를 하자, 강진이 말했다.
“그동안 왜 안 오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고경하가 고개를 저었다.
“자주 갈 수 있나요. 가끔, 정말 먹고 싶을 때 가야죠.”
웃는 고경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이혜미를 보았다.
“혜미 씨하고 호철 형 결혼했어요.”
“결혼요?”
결혼이라는 말에 고경하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혜미를 보았다.
“귀신도 마음 맞으면 같이 살고 하는 거 아니겠어요?”
“아…….”
고경하는 이혜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결혼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축하 인사를 하는 고경하를 보던 강진이 말을 했다.
“그래서 혜미 씨 방을 꾸밀 아이템을 좀 사려고 해요.”
방이라는 말에 고경하가 미소를 지었다.
“본격적이군요.”
“결혼이 장난도 아니고 본격적으로 해야죠.”
“그럼 이쁘고 귀여운, 신혼 신혼한 아이템들이 필요하시겠네요.”
“네.”
강진의 말에 고경하가 잠시 마트를 보다가 이혜미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불도 하실 건가요?”
“저희가 잠은 자지 않지만…… 구색은 맞추고 싶어서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혼인데 당연히 이불이 있어야죠. 어떤 종류로 하고 싶어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미안한 듯 그를 보다가 말을 했다.
“부드럽고 화사한 색으로요. 아, 좀 두툼한 거로 하고 싶어요.”
이혜미의 말에 고경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불 전문점이 아니라서 마음에 드시는 게 있을진 모르겠지만, 저희 마트에도 이쁜 이불들이 많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고경하는 일행들을 데리고 이불 코너로 걸음을 옮겼다.
강진은 카트를 밀며 이혜미의 쇼핑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혜미는 네모난 시계를 가리키며 고경하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무 모양의 탁상시계는 전자시계로, 빛으로 시간을 표시해 주고 있었다.
그것이 마음에 드는 듯 이혜미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시계를 살펴보고 있을 때, 슬며시 강진 쪽으로 다가온 배용수가 카트 안에 담긴 물건들을 보다가 말했다.
“근데…… 너무 많이 산 것 아니냐?”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쇼핑 카트를 보았다. 카트에는 이런저런 소품들이 담겨 있었다.
“많이 사기는 했네.”
“그런데 모래시계는 왜 산 거야?”
배용수가 카트에 실려 있는 두 개의 모래시계를 가리켰다. 파란색과 분홍색의 모래가 담긴 모래시계였다.
두 모래시계를 보던 강진이 웃었다.
“이쁘기는 하잖아.”
“쓸 데가 없잖아? 목욕탕 사우나에서나 쓰지, 이걸 누가 써?”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피식 웃었다. 확실히 요즘 모래시계는 사우나에서 참을성 체크할 때나 쓰지, 평소에는 써먹지 않으니 말이다.
“이런 걸 쓸 데 생각하고 사냐? 그리고 지금 실용성 좋은 물건 사러 온 것도 아니잖아. 신혼집에 쓸 아기자기한 것들 사러 온 거지. 그거 생각하면 딱 좋은 아이템이지.”
말을 하며 강진이 카트에 가득 쌓인 물건들을 보았다. 이불은 부피가 커서 이따 나가는 길에 찾기로 했는데도 카트는 이미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더 살 생각인 것 같은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이혜미를 보았다. 탁상시계를 보던 이혜미가 뭔가를 이야기하자, 고경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딘가로 걸음을 옮겼다.
“가자.”
그에 강진은 카트를 밀며 그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마트를 몇 바퀴 돈 강진은 이혜미가 더는 살 것이 없다고 말하자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계산대로 향했다.
물건들을 모두 결제한 강진은 주차장으로 나오며 말했다.
“아무래도 들고 가기는 무리인 것 같으니 제가 차를 끌고 올게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짐을 보며 물었다.
“이건 어디에 두고?”
“주차장에 둬.”
“그랬다가 누가 훔쳐가면?”
자신들이 지키고 있다 해도 사람들이 보질 못하는 데다, 매일 향수를 뿌려서 귀기도 흘리지 않는다. 그러니 직원들이 모여 있어도 사람들이 다가올 수 있었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짐을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이게 자전거면 좀 걱정이 될 테지만, 이건 그런 걱정 별로 안 든다.”
“무슨 소리야?”
“사람들이 자전거는 훔쳐가도 이런 건 안 훔쳐간다는 거야. 정 불안하면 네가 지켜보고 있다가 누가 가져가려고 하면 따라가.”
“내가?”
“그리고 집 알아놔. 절도죄로 신고하게.”
장난처럼 말을 한 강진이 가게를 향해 뛰어갔다.
가게로 짐을 옮긴 이혜미와 여자 직원들은 방을 꾸미러 2층으로 올라갔다.
그 사이, 강진은 고경하에게 비빔밥을 해 주고 있었다.
“비빔밥이면 되겠어요? 고기라도 좀 구울까요?”
고경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 마트에 콩나물하고 무 좋은 것이 들어왔거든요. 거기에 고추장 넣고 비벼서 먹고 싶어서요.”
고경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혜미 쇼핑이 다 끝나고 가려 할 때, 고경하가 오늘 좋은 식재가 몇 개 들어왔다고 해서 그것도 사 온 것이다. 그 식재로 지금 비빔밥을 만드는 것이고 말이다.
‘확실히 식재가 좋기는 해.’
고경하가 사라고 말했던 식재들은 신수용이 가져온 것만큼이나 신선하고 질이 좋았다.
비빔밥 재료들을 밥 위에 올리고 마지막으로 계란 프라이도 올린 강진이 그것을 들고 홀로 나왔다.
“여기 말씀하신 비빔밥입니다.”
강진은 그릇을 내려놓고는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
오늘 점심 메뉴는 김치찌개와 계란찜, 그리고 고등어구이였지만 비빔밥 재료를 사 온 김에 비빔밥도 같이 만들었다.
고경하에게 줄 비빔밥을 만들면서 자신도 좀 먹으려고 작게 하나 더 만들었고 말이다.
강진은 젓가락으로 비빔밥을 비비고는 커다랗게 떠서 한입에 넣었다. 그렇게 비빔밥을 맛본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죠?”
고경하가 기대감에 찬 눈으로 보자, 강진이 웃었다.
“만든 건 저인데 경하 씨가 더 기대하는 것 같네요.”
“제가 사 온 야채는 아니지만, 저희 마트에서 파는 야채로 만든 거니까요.”
고경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비빔밥을 다시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만들었지만 맛있네요.”
말을 하며 강진이 음식을 가리키자, 고경하가 비빔밥을 떠서는 입에 넣었다.
비빔밥을 먹은 고경하는 미소를 지었다.
“맛있네요.”
기분 좋은 얼굴로 비빔밥을 먹던 고경하가 말했다.
“저는 제 일이 좋았습니다.”
강진이 보자 고경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그냥 마트에서 물건 파는 것이 뭐가 그리 좋나 하겠지만, 산지에서 찾은 좋은 식재를 손님들에게 좋은 가격으로 팔면 산지 사람도 좋고 소비자도 좋으니 여러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비빔밥을 입에 넣고 씹으며 말했다.
“경하 씨 일은 정말 좋은 일이 맞아요.”
강진의 말에 옆에서 TV를 보던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에 배용수가 웃으며 고경하를 보았다.
“숙수님이 하신 말씀인데, 좋은 식자재를 배송해 주는 분들은 다 좋은 분들이라고 했어.”
“그야 그렇지 않아?”
“그렇지. 하지만 가끔 양심이 안 좋은 분들은 식재에 장난을 치기도 하거든. 신선한 식재를 위쪽에 놓고, 밑에는 좀 시들한 것들을 놓는 식으로 말이야. 아!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야.”
“그야 다 그런 건 아니겠지.”
“맞아. 일부…… 아주 일부의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문제인 거지.”
배용수의 말에 고경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식재 살 때는 상자 위만 뜯어서 보지 말고 밑에도 뜯어서 봐야 합니다. 저도 식재 사러 갈 때는 상자 위아래 모두 뜯어서 확인하죠.”
고경하의 말에 배용수가 그거 보라는 듯 강진을 보고는 말했다.
“물론 우리 운암정에 식재를 대는 곳들은 그런 식으로 하지 않았지만 말이야. 어쨌든 숙수님은 좋은 식재를 좋은 가격에 파는 분들은 그것만으로도 좋은 일을 하는 거라 하셨어. 그리고…….”
배용수는 강진 앞에 있는 비빔밥을 보며 말을 이었다.
“식재를 사는 이유는 먹으려는 거잖아.”
“그렇지.”
“경하 씨가 가져온 신선하고 좋은 식재들은 엄마들의 손을 거쳐 가족들을 위한 맛있는 음식이 될 테고, 그 음식을 먹은 가족들은 행복하겠지. 그러니 좋은 식재를 다루는 분들은 한 가족, 아니 수십 가족의 식탁에 행복을 전하는 일을 하시는 거지.”
말을 하던 배용수가 고경하를 보았다.
“그러니 경하 씨는 정말 좋은 일을 하신 겁니다.”
배용수의 말에 고경하가 그를 보다가 비빔밥을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씹다가 미소를 지었다.
“제가 사 온 식재를 집어가는 아주머니들을 보면서 저 식재로 만든 음식을 가족들이 먹겠지, 하는 생각은 했는데…… 행복을 전하는 일이라…… 기분이 좋네요.”
고경하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제가 준비한 식재를 사 가신 분들은 맛있게 식사를 하셨겠죠?”
고경하의 물음에 강진이 보란 듯 비빔밥을 떠서는 입에 넣었다.
“제가 맛없게 먹나요?”
강진의 언행에 고경하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고경하는 비빔밥을 크게 한술 떠서는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씹다가 먹다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재료가 신선해야 맛이 좋은 것 같습니다.”
“모든 음식이 다 그렇죠.”
“그건 그렇네요.”
고경하가 웃으며 다시 비빔밥을 크게 크게 떠서 입에 넣고는 씹었다.
비빔밥을 다 먹은 강진이 입을 닦을 때, 그의 빈 그릇을 보며 미소를 지은 고경하가 입을 열었다.
“잘 먹고 갑니다.”
“그…….”
강진이 다음에 또 오라는 말을 하려 할 때, 고경하의 모습이 희미해지더니 곧 사라졌다.
화아악!
빛과 함께 사라진 고경하의 모습에 강진이 하던 말을 멈추고 미소를 지었다.
“다음에 또 오세요.”
옆에서 지켜보던 배용수는 멍하니 그 빈자리를 보았다.
“비빔밥 한 그릇에 승천하셨다고?”
“설마 비빔밥 한 그릇 때문에 승천을 했겠어?”
고개를 저은 강진은 자신의 빈 그릇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자신이 해 온 일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다는 것을 알고 가신 거지.”
“그런가?”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다시 자신의 빈 그릇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니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빈 비빔밥 그릇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네가 맛있게 먹기는 하더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만들기는 했지만 맛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