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59
761화
김장을 하면 추위가 온다고 하더니, 그 말대로 김장하고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 겨울날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송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눈이 내리는 거리에서 강진과 귀신들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당신하고처음맞는첫눈이네요.”
최호철의말에미소 지은 이혜미가그의팔에팔짱을끼며하늘을보았다.
“눈이참이쁘게내리네요.소복소복……소리가들리는것같아요.”
“그러게요.너무좋네요.”
뒤에서최호철과이혜미의애정어린목소리를듣고 있던 강진은옆에서걷고있는배용수의팔에자신의팔을끼어넣었다.
“우리는두번째첫눈이네요.”
요자까지 붙이며 이혜미 말투를 흉내를 내는 강진의 행동에 배용수가 급히 손을 떼어냈다.
“미친놈이.”
그러고는 걷는 속도를 높여 앞질러가는 배용수의 뒤를 강진이 쫒으며 말을했다.
“용수 씨, 같이 가요.”
“좀!”
배용수가 성질을 내자 강진은 웃으며 놀리는 것을 그만두었다. 여기서 더 놀리면 배용수가 정말 화를 내니…… 장난도 적당히가 필요했다.
“형수배좀나오기시작했더라.”
강진이 화제를 돌리자 배용수가 다시 나란히 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년에는조카들볼수있겠다.”
“그러게말이다.”
김이슬을떠올리던강진이피식웃었다.
“그나저나쌍둥이라니…….”
“형엄청좋아했지.”
“그러게말이야.바보처럼웃더라.”
그동안못가진애를하늘이 한번에점지해준듯김이슬은쌍둥이를가진것이다.
그것을말해주러왔던황민성이바보처럼계속실실거리던것을떠올리며작게웃을때,배용수가말을했다.
“형수요즘식욕이많이좋아졌나봐.”
“형이요즘새벽에자주오지?”
“운좋아서12시전에오면좋은데,운나쁘게새벽서너 시쯤올때는형도피곤해보이더라.”
요즘김이슬은임산부만의특권이라할수있는,새벽에먹고싶은것을찾고있었다.
그래서황민성이새벽에일어나배용수에게문자로 메뉴보내고 찾으러오는일이잦았다.
가끔은김밥이먹고싶다고해서김밥을준비했었고 다른 날은떡볶이,닭발,주꾸미 등등 다양하게 만들어야 했었다.
가게에그식재가있으면다행이지만,식재가없을때는강진이일어나서는근처야식집이나술집에가서식재만따로사다가가게에서음식을하는경우도있었다.
그러다 보니지금한끼식당냉장고에는다양한식재가조금씩냉동보관되어있었다.
그날그날신선한식재로음식을만드는 게가장 좋지만,아무래도김이슬이먹고싶어 하는음식이다양하다보니어쩔수없이식재를냉동보관한것이었다.
“아!어제순대써서없다.가는길에순대좀사서가자.”
배용수의말에강진이고개를끄덕였다.
내리는 눈을 맞으며 길을 걷던 강진은 정자에 도착했다. 짐을 푼강진이사료통을꺼내흔들자어디선가개와고양이들이달려와서는정자밑에들어갔다.
그것을보며웃은 강진은통들을꺼내사료와물을나눠 담고바닥에내려놓았다.
아이들이통에머리를박고사료를먹는것을보던 강진은소복소복내리는눈을보았다.
“그나저나너희들에게힘든계절이와버렸네.”
밖에서떠도는아이들에게춥고눈내리는겨울은쉬운계절이아니었다.
특히 눈이 털에 묻은 채 녹으면 체온을 뺏어가 위험할 수도 있었다. 사람이라면 집에서 옷이라도 갈아입을 테지만 이 녀석들은 그럴 수도 없었다.
사람들에게는 보기 좋은 겨울의 눈이 길 위의 아이들에게는 고통이 되는 것이다.
내리는 눈을 보고 있던 강진은이강혜가휠체어를밀며다가오는것을 발견했다.
“누나.”
강진이손을들자이강혜 또한손을흔들며다가왔다.
“강진아,첫눈이야.”
이강혜가웃으며눈을보는 사이,강진은오혁을보았다.오혁은몸에우의같은것을걸치고있었다.
아마도눈이녹으면서몸을춥게할까봐우의를덮은모양이었다.
“눈도오는데왜나오셨어요.”
“눈이내리니까더나왔지.오빠하고첫눈밟았던게 생각나기도 하고.”
“그래도형몸에안좋지않겠어요?감기라도걸리면요?”
강진이 오혁을 보며 걱정 어린 말을 하자, 이강혜가 웃으며 말을 했다.
“그래서이렇게철통같이해놨잖아.”
이강혜가강진의손목을잡아서는우의안으로손을넣었다.강진은따스한온기가우의안에서느껴지는것에고개를갸웃거렸다.
“따뜻하네요?”
“이번에우리회사에서만든발열우의야.”
“발열우의요?”
“요즘산악인들은발열조끼같은거입잖아.”
“광고본적이있어요.”
겨울에 등산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온, 열선이 들어간 조끼 광고를 본 적이 있었다.
“그거보니까저체온증에걸린사람들에게쓸수있는발열모포같은것이있으면좋겠다는생각이들어서시험적으로만들어보라고했어.”
이강혜가 오혁이 덮고 있는 우의를 가리켰다.
“이건 시험 제품.”
“하긴,저체온증환자들한테쓰면좋겠네요.”
“겉은비가와도물이흘러내리도록방수 재질로해서우의처럼보이는데안에는…….”
이강혜는우의를살짝들어 올려안을보여주었다.안은겉과는달리부드러운면으로되어있었다.
“맨몸으로입어도피부에자극이되지않게처리했지.그리고이거세탁기에넣고돌려도되는거야.”
“발열이면전기들어가는걸텐데물세탁이되요?”
“그게기술이지.”
웃으며이강혜가말을이었다.
“아직계발단계기는한데소방서에좀보냈어.”
“소방서에요?”
“거기는저체온 응급환자들을상대할일이많을것아니겠어?그리고겨울이기도하고그래서미리보내서그쪽에서사용해보고불편한점이나개선할점있으면그거반영해서만들어야지.”
확실히 소방서 쪽에 들어가면 좋을 물건이었다. 일단 사람이 다치면 몸에 모포를 덮어 체온을 유지하니 말이다. 게다가 겨울에는 저체온증 환자도 많이 발생할 테고 말이다.
이강혜는휠체어에앉아있는오혁을보았다.
“그리고이발열우의는우리혁이씨처럼몸을 움직이기 쉽지 않은 사람들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될 거야.”
“혁이형생각해서만든거군요.”
“우리같은사람들이야움직이면체온이올라가지만,이렇게앉아만있는분들은체온이빨리떨어질 테니까.”
이강혜의말에강진이발열우의를보았다.확실히일반인들에게는있으면좋지만,반드시 필요한물건은아닌듯했다.
일반인이저체온증에걸릴일은거의없으니말이다. 춥다싶으면더입거나,따뜻한곳을찾아들어가면될 일이었다.
하지만응급환자나물에빠졌다가 구조된사람에게는도움이될것이었다.
즉,이건돈보다는응급 상황 시 도움이필요한사람들을위해만든제품이었다. 눈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던 점자폰처럼 말이다.
“누나네회사는늘좋은물건을만드네요.”
이강혜는발열우의를손으로쓰다듬으며 말했다.
“제품을필요로하는사람이적다고해도필요한건필요한거니까.”
이강혜의말에강진이고개를끄덕이고는오혁을보았다.
‘차도가있으신건가?’
예전에강진을만났을때는영혼 상태인 얼굴이라도 살짝 빼서 말도 하고 했는데……얼마전부터는자신을봐도말을하거나눈짓으로도인사를하지않는오혁이었다.
인사는 커녕 반응조차 하지 않는 그였지만, 강진은그것을좋은현상으로받아들이고있었다.
영혼이 밖으로나오지못할만큼몸에붙었다는것을의미하니말이다. 물론……이건어디까지나강진의생각일 뿐이었다.
오혁을보던강진은 다시 이강혜를보았다.
“형은여전하시죠?”
강진의말에이강혜가오혁을보며미소를지었다.
“오빠야여전하지.”
“깨어나실거예요.”
“그래……그래야지.”
웃으며오혁을보던이강혜가문득강진을보았다.
“그런데……요즘좀기분이이상해.”
“왜요?”
“오빠가나를보는것같은느낌이들어.”
“매형이누나를요?”
“응.”
이강혜는 오혁을 지그시 보다가 그가 쓰고 있던챙이넓은모자를벗겨눈을털어내고는다시씌워주었다.
“혁이씨가나를계속보는것같은그런느낌이라고할까?”
강진이보자이강혜가웃으며오혁을보았다.
“그런데막상쳐다보면이렇게다른곳만보고있고.”
이강혜의말에강진이그녀를보다가오혁을보았다.
“형이누나가많이보고싶은가봐요.”
강진은이강혜의어깨를 잡아서는 오혁의 앞에 서게 했다.
“형이누나가많이보고싶은모양이니……이렇게앞에서계세요. 형은 고개를 못 돌리니 누나가 형의 시선이 닿는 곳에 있어야죠.”
“아…….”
강진의말에이강혜가웃었다.
“그래,네말이맞네.혁이씨는나를 보고 싶어 하는데……나는그앞에없었네.”
이강혜는자세를낮춰오혁을보았다.
“나보고싶어서그렇게신호를줬던거예요?내앞에좀있으라고?”
웃으며오혁과시선을마주한이강혜가입을열었다.
“나……회사그만두고오빠하고계속있을까?”
이강혜의말에강진이그녀를보았다.
“오빠가나한테회사맡긴이유잘알아.오빠옆에서병간호만하지말고내일하면서인생즐기면서행복하게살라는거였잖아.”
잠시말을멈춘이강혜가미소를지으며오혁의얼굴을쓰다듬었다.
“근데……요즘그런생각이들어.내가행복한것이어떤건가, 하는.”
오혁의 얼굴을 쓰다듬던 이강혜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얼마전에회사에노부부가찾아온적이있었어.”
얼마전회사에한노부부가이강혜와만나고싶다고찾아왔었다.물론아무런약속도,아무런연고도없이무작정찾아온노부부였다.
그노부부는 당연하게도이강혜를만나지못하고발걸음을돌려야했다.
L전자가비록L그룹계열사기는하지만,한국 하면떠오르는2대전자기업중하나인데그런회사의사장을아무나만날순없으니말이다.
노부부는 회사를 떠나기 전, 로비에 사장님에게 전해 달라면서 케이크와 빵 봉투를 맡기고 갔다.
일단사장인이강혜 앞으로온물건이기에비서실에전달이되었고,비서실에서빵봉투안에들어있는편지를발견하고는그녀에게전해주었다.
“노부부의아들이바다에빠져서다시는보지못하게되었는데……우리VR핸드폰을통해서아들을다시만나게되었다면서 감사하단 말을 하려고…… 오셨더라.”
이강혜의말에강진은전에바닷가에서만난노부부를떠올렸다.물론그노부부가자신이만난그분들이아닐수도있었다.
하지만강진은 그분들이었으면좋겠다는생각을했다.
‘정말기뻤으니……서울까지와서인사를드리고싶었겠지.’
정말기쁘고행복해서인사를하고싶었을테니말이다.
“그분들처럼직접오시는분들은드물지만……회사메일로감사하다는인사들이자주와.그걸보면오빠와내가하고싶었던일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 오빠도 나중에 나하고 그 메일들 보면 너무 좋겠다.”
그 기억을 떠올리니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짓던 이강혜가 오혁을 보았다.
“근데…… 요즘 오빠하고 아침에 산책하니까 너무 좋아. 그래서 생각을 해 봤는데…… 나는 오빠하고 같이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 같아. 그래서…… 나 회사 쉬고 오빠하고 좀 더 있을래.”
이강혜의 말에 오혁의 손가락이 살짝 꿈틀거렸다. 하지만 오혁의 얼굴을 보고 있던 이강혜는 그런 움직임을 보지 못했다.
대신…….
“어? 오혁 씨 손가락 움직였어요!”
옆에서 이강혜와 오혁을 보고 있던 이혜미가 오혁의 손가락을 보고는 놀라 소리쳤다.
“또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