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83
785화
손님들에게 반찬과 음식을 내어 준 강진은 한가한 식당을 보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저녁 시간에는 손님들이 적어서 한가한 편이었다.
손님들을 상대하던 강진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정학봉이었다.
“오셨…….”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하던 강진은 정학봉 뒤로 정인섭과 아주머니 한 분이 같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가족과 함께 오셨네요.”
강진의 말에 정학봉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 우리 애가 친구들하고 놀러 간다고 해서 못 왔는데, 오늘은 일찍 왔기에 데리고 왔습니다.”
원래는 저번 주에 가족하고 온다고 했었는데 정인섭이 친구와 약속이 있어 그날 못 온 모양이었다.
“그럼 오늘 일 쉬시겠네요?”
“하하하! 아들하고 한잔하러 왔는데 오늘은 쉬어야죠. 이쪽은 제 아내입니다.”
정학봉이 뒤에 있는 아주머니를 가리키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작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가게를 둘러보는 아주머니를 보던 강진이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인섭 옆에 있는 생모 귀신과 아주머니가 묘하게 많이 닮은 느낌이었다.
‘생모가 나이 먹으면 이 모습일 것 같은데…… 많이 닮으셨네.’
시선을 눈치챈 생모 귀신이 고개를 숙이자,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에 정인섭이 웃으며 말했다.
“그냥 인섭아 하시면 되지, 뭘 고개까지 숙이세요. 민망하게.”
자신의 옆에 있는 생모에게 한 인사지만, 시선이 닿으니 자신에게 인사를 한다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 편하게 하자. 그런데 친구들하고 한번 오라니까 왜 안 와?”
말 편히 놓기로 했기에 강진이 웃으며 말을 걸자, 정인섭이 머리를 긁었다.
“여기 오려면 이동을 해야 해서요. 보통은 학교 근처에서 마시거든요.”
서신대에서 강남은 거리가 있으니 확실히 학교 앞이 놀기는 편할 것이다.
“그럼 전에는 어떻게 온 거야?”
“친구가 클럽…… .”
클럽이라는 말을 하던 정인섭은 정학봉의 눈치를 보았다. 그 모습에 정학봉이 웃으며 말을 했다.
“괜찮아. 젊은 녀석이 그런 곳도 한두 번 다녀 봐야지. 자주는 말고 가끔 친구들하고 어울려서 가는 건 괜찮다.”
정학봉의 말에 정인섭이 웃으며 말을 했다.
“저도 친구들이 그때 한 번 가자고 해서 가 본 거예요.”
“그래서 가 보니 재밌든?”
“그냥 시끄럽더라고요.”
정인섭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나는 한 번도 안 가 봤는데 인섭이가 나보다 낫네.”
그러고는 강진이 자리를 가리켰다.
“이쪽에 앉으세요.”
정학봉 가족이 자리에 앉자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그럼 음식은 어떻게 해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정학봉이 아내를 보았다.
“여기가 아주 맛이 좋은 집이야.”
정학봉의 말에 아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런데 백반집이에요?”
“그런 셈입니다.”
강진이 웃으며 말을 하고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점심에는 직장인분들이 많이 오셔서 메뉴 정해 놓고 그것을 팔고, 저녁에는 손님이 드시고 싶은 음식을 해 드립니다.”
“손님이 먹고 싶은 걸로요?”
아주머니가 의아한 듯 말을 하자, 정인섭이 웃으며 말했다.
“오마카세 하시나 보네요.”
“오마? 오마 뭐?”
“오마카세라고 일본 말인데 주인에게 맡긴다는 의미야. 그러니까 정해진 메뉴 없이 주인이 그날그날 재료 상태 봐서 그 재료에 가장 맞는 음식을 만들어서 주는 거지.”
정인섭의 말에 아주머니가 눈을 찡그렸다.
“그럼 그냥 ‘알아서 주세요.’ 하면 되지, 왜 일본말을 써?”
아주머니의 말에 정인섭이 그녀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엄마 말이 맞네. 주인 특선 요리라고 해야겠다.”
바로 엄마의 말에 수긍을 하는 정인섭을 보며 강진이 말을 했다.
“점심은 주인 특선 요리를 해 드리고, 저녁은 손님이 직접 원하는 것을 말씀하시면 그것을 해 드리고 있습니다. 아! 물론 제가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은 못 하고, 가게에 있는 재료와 제가 할 수 있는 음식에서 골라야 하지만요.”
강진의 말에 아내가 정학봉을 보았다.
“당신은 여기 오면 뭐 먹어요?”
“나는 사장님이 추천하는 걸로 먹어.”
“먹고 싶은 거 안 먹고?”
“처음에는 먹고 싶은 것을 시켰는데, 늘 먹다 보니 이제는 사장님이 주는 대로 먹어. 그렇게 먹어도 다 맛있거든.”
정학봉이 웃으며 하는 말에 정인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매일 먹고 싶은 거 먹었으면 그게 물리기도 하겠다.”
“맞지.”
기분 좋게 웃는 정학봉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그럼 오늘 음식 어떻게 해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아내가 정인섭을 보았다.
“아들은 뭐 먹고 싶어?”
“나는 평소 아빠가 먹는 걸로 먹을게.”
정인섭의 말에 정학봉이 웃으며 말을 했다.
“아빠는 그냥 집밥처럼 먹어. 그러지 말고 너 먹고 싶은 거 말을 해. 여기 사장님 솜씨가 좋아서 대부분 요리 다 하시더라.”
그러고는 정학봉이 강진을 보았다.
“전에 보니 외국 음식들도 하시던데요?”
“외국 음식들도 가능합니다. 드시고 싶은 외국 음식 있으면 말씀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면 해 드릴게요.”
“외국 음식 먹고 싶은 것 없어?”
정학봉이 정인섭을 보자, 그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집밥이 맛있는 거야.”
정인섭의 말에 정학봉이 웃고는 아내를 보았다.
“당신은?”
“나도 그렇게 먹을게.”
아내의 말에 정학봉이 재차 웃으며 작게 고개를 젓고는 강진을 보았다.
“이래서는 제가 평소 먹는 것을 먹겠네요.”
“평소 먹는 음식이 마음에 안 드셨어요?”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정학봉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평소 먹는 음식이 훌륭하니 제 가족도 데려온 것 아니겠습니까. 저 평소에 먹던 걸로 주십시오. 그리고 막걸리하고 먹기 좋은 안주 두 개 정도 주시고요.”
“무슨 음식을 그리 많이 시켜?”
“괜찮아. 여기 음식 싸고 맛있어.”
정학봉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저희 가게 음식 맛도 좋고 가격도 좋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정인섭을 보았다.
“인섭이 맛있게 먹고 다음에 친구들하고 와서 매상 좀 올려줘.”
“알겠습니다.”
정인섭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가족들 뒤에 서 있는 아가씨 귀신을 힐끗 보았다.
아가씨 귀신이기는 하지만 정인섭의 생모인 귀신이었다. 다만 일찍 죽어서 정학봉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강진이 눈짓을 하자 그녀가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에 강진이 작게 웃어 주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아가씨가 강진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자신을 따라온 아가씨 귀신을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오늘도 식사 좀 하셔야죠.”
“전에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럼 오늘은 어머니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 좀 해 주세요. 전에 아들하고 남편이 먹었던 음식 말고요.”
강진의 말에 아가씨가 홀을 보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저희 음식 잘합니다. 드시고 싶은 음식 아무거나 말씀하세요.”
배용수의 말에 아가씨가 잠시 있다가 웃으며 말을 했다.
“그럼 돼지고기 구워 주세요.”
“삼겹살요?”
삼겹살이라는 말에 아가씨가 고개를 작게 저었다.
“혹시 앞다리살이나 뒷다리살 있나요?”
“있습니다.”
“그럼 거기에 소금 뿌려서 프라이팬에 구워 주세요.”
“소금만요?”
강진의 물음에 아가씨가 미소를 지었다.
“지방에 소금 톡톡 쳐서 프라이팬에 좀 타듯이 구우면 달달하고 맛있어요.”
“돼지 지방에 소금이 닿으면 단맛이 돌죠.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구워 드릴게요.”
강진은 냉장고에서 돼지 앞다리를 꺼냈다. 돼지 뒷다리보다는 앞다리가 구울 때 더 맛이 좋으니 말이다.
돼지고기에 살짝 소금을 친 강진이 그것을 버무리고는 아가씨를 보았다.
“후추도 칠까요?”
“후추는 괜찮아요.”
아가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말을 했다.
“아! 저는 이강진입니다. 그리고 여기 이쪽은 배용수고…… 저기 뒤에 있는 아가씨들은…….”
강진이 주방 한쪽에 모여 있는 귀신 직원들을 소개해 주자, 아가씨가 고개를 숙였다.
“인섭이 엄마 홍진주예요.”
홍진주의 인사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달궈진 프라이팬에 손을 살짝 올려 온도를 확인한 뒤 돼지 지방을 잘라 프라이팬에 문질렀다.
촤아악! 촤아악!
지방이 프라이팬에서 기름을 뿜어내는 것을 보던 강진은 그 위에 소금 간을 한 돼지고기를 부었다.
촤아악! 촤아악!
맛있는 소리를 내며 살짝 타들어가듯이 익어가는 고기를 보던 강진은 그것을 빠르게 뒤적거렸다.
“여기에 마늘 몇 개 넣으면 더 맛이 좋은데.”
강진의 말에 홍진주가 웃으며 말을 했다.
“그럼 마늘도 몇 개 넣어 주세요. 아! 마늘을 썰지 말고 통으로요.”
“고기 드실 줄 아시네요.”
강진은 마늘을 한 줌 집어서는 안에 통으로 넣었다. 마늘이 들어가자 곧 마늘 향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늘 향을 맡으며 프라이팬을 흔들던 강진이 슬쩍 홍진주를 보았다.
“그런데 일찍 돌아가셨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홍진주가 미소를 지었다.
“인섭이 낳고…… 얼마 안 됐을 때 죽었어요.”
“그러시군요.”
홍진주를 보던 강진은 문득 홀을 보았다. 홍진주와 이야기를 나누며 보니, 인섭이 새엄마와 더 닮은 것 같았다.
‘죽은 아내와 닮은 여자를 만난 건가? 아니면 닮은 여자에게 끌린 건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홀을 보자, 홍진주가 미소를 지었다.
“저하고 많이 닮았죠?”
“네? 아…… 네.”
‘하긴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데 본인이 모를 일이 없겠지.’
홀을 보던 홍진주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제 동생이에요.”
“네?”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건가 싶어 강진이 보자, 홍진주가 웃으며 말을 했다.
“지금 인섭이 엄마…… 제 친동생이에요. 저는 홍진주, 동생은 홍진해.”
홍진주의 말에 뒤에 있던 이혜미가 놀라 말을 했다.
“어머! 동생이…… 형부하고 결혼을 한 거예요?”
“네.”
“아니…… 어떻게?”
그게 되냐는 듯 보는 이혜미를 보며 홍진주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되었어요.”
“그…… 어머니 아버지가 반대를 하셨을 것 같은데.”
죽은 딸 사위가 처제하고 결혼을 한다? 보통 아버지와 어머니라면 무조건 반대를 할 일이었다.
아니, 그 이전에 그런 사이가 이뤄지는 것도…… 정말 이상한 일이고 말이다. 언니가 죽었다고 하지만 형부와 처제가 재혼을 한 것이니 말이다.
“두 분 놀라고 당황했지만…… 학봉 씨가 좋은 사람이라 허락해 주셨어요.”
“와…….”
이혜미가 정말 놀란 듯 감탄을 터뜨리자 강진이 살짝 눈짓을 주었다.
“아…… 죄송해요.”
너무 대놓고 놀란 티를 낸 것이 미안했는지 이혜미가 사과를 하자 홍진주가 웃었다.
“아니에요. 아는 사람은 다 놀래요.”
홍진주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홀을 보았다.
“동생분이…… 좋은 분이신 것 같네요.”
이것 말고는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진해는 좋은 애예요.”
미소를 짓는 홍진주를 슬쩍 본 강진이 돼지고기를 이리저리 뒤집었다.
보통 고기는 한두 번 뒤집어야 한다고 하지만, 요리든 고기든 손대는 만큼 더 맛있어지는 법이었다.
게다가 이 앞다리는 굽는 용이 아닌 찌개 끓일 때 넣는 용이라 넓게 펴진 상태가 아니라서 더욱 이리저리 괴롭혀 줘야 타지 않고 속까지 잘 익을 수 있다.
촤아악! 촤아악!
강진이 고기를 계속 뒤적거리는 것을 보며 홍진주가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인섭이 봐 주는 거였어요.”
홍진주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런 강진의 시선을 받으며 홍진주가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