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99
801화
홍유정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왜 저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면죄부는 될 수 없지…….’
유트브가 화제가 되고 나면 홍유정도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강상식의 말대로 후회하고 개과천선한다고 그 죄가 사라진다면, 경찰과 감옥이 있을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하아!”
한숨을 쉬는 강상식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왜 그래요?”
강상식은 입맛을 다시며 강진을 보았다.
“내가 좀 나빴잖아.”
“그거야 뭐…… 그렇죠.”
아니라고 하기에는 처음 강상식을 만났을 때의 이미지가 있으니…….
처음에 강상식은 강진을 사람 취급도 하지 않고, 그저 황민성과 이어질 연결고리 정도로만 봤으니 말이다.
그때 강상식이 꺼냈던 봉투를 떠올린 강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봉투를 내밀던 강상식과 지금의 강상식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런 것을 보면 개과천선이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닌데.’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여자를 보면 내가 생각이 나네.”
“형요?”
“자기가 하는 일이 옳다고 생각을 했던 때의 나 말이야.”
강상식은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을 밟아야 하고, 나보다 강한 사람을 만나야 하고, 그 사람의 힘을 끌어와야 하고…… 나보다 약하고 실력 없는 사람은 사람 취급도 안 했거든.”
“그때 형이 좀 그랬죠.”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홍유정을 보았다.
“나하고 케이스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있던 건 같지. 그래서…… 저 여자의 후회가 진심이라는 믿음이 가네.”
“그래요?”
“비슷한 사람이 비슷한 사람 알아본다잖아.”
“동병상련요?”
“그런 셈이지.”
강상식이 한숨을 쉬는 것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런데 형은 저 사람이 안쓰러운가 보네요.”
“예전 내 모습 보는 것 같으니까.”
작게 중얼거린 강상식은 다시 홍유정을 보았다. 방금 전 대화를 나누면서 강상식은 그녀에게서 예전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정확히는 잘못을 하던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잘못을 깨닫고 후회를 하던 모습을 말이다.
그리고 그때 자신의 옆에는 강진과 황민성이 있었다. 하지만 홍유정의 옆에는…….
‘가족은 있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상식은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이거 뭐 계속 욕하기도 그렇고 거참…….”
“사실 저 사람 욕할 자격 있는 건 저 사람 밑에서 공부한 아이들뿐이죠.”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숨을 쉬며 공을 떨어뜨렸다.
툭툭툭!
공을 가볍게 차며 강상식이 말했다.
“모르겠다. 저 사람 욕먹는 거야, 죗값 치르는 거지.”
그러고는 공을 차며 아이들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얘들아!”
말을 하며 강상식이 공을 강하게 차자, 한쪽에서 놀던 아이들이 공을 받았다.
아이들과 공차기를 하는 강상식을 보던 강진은 한쪽에서 수증기를 뿜어내고 있는 솥뚜껑을 열었다.
부글부글!
갈색의 육수가 끓어오르는 것을 보던 강진은 집게로 고깃덩어리를 건져 올렸다.
뜨거운 김을 내뿜는 수육을 도마에 올리고 칼로 자른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홍 선생은 홍 선생이고…… 지금은 음식이지.’
강진은 홍유정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수육을 썰기 시작했다.
***
운동장 한쪽에 있는 나무들 사이에는 빨랫줄이 이어져 있었고, 그 위에는 이불들이 널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홍유정이 멍하니 이불을 보고 있었다.
봄날의 햇살이 이불을 따스하게 감싸고, 바람이 가볍게 휘날리게 만들었다.
참 평화로운 모습이었지만, 홍유정의 마음은 복잡했다.
“저기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홍유정은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강진이 황태수와 황미소를 데리고 서 있었다.
“이것 좀 드세요.”
황미소의 손에 들린 식판을 본 홍유정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식판에는 수육과 김치, 그리고 통닭이 담겨 있었다.
“나는 괜찮은데…….”
“태수가 그쪽이 안 드시면 불편해합니다.”
“불편해요?”
“그러니 좀 드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고개를 숙여 눈짓하자, 황미소가 슬며시 식판을 내밀었다.
“선생님 맛있……어요. 드세요.”
주눅이 든 채 말하는 황미소를 멍하니 보던 홍유정은 미소를 지으며 식판을 받았다.
“그래. 잘 먹을게.”
홍유정의 미소에 황미소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강진 오빠 음식 되게 잘해요. 그렇지, 오빠?”
“그럼. 형 음식 정말 맛있지.”
황태수도 웃으며 말하자 홍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먹을게. 너희도 어서 먹어.”
“네.”
홍유정의 말에 황태수와 황미소가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음식 차려 놨으니 가서 먹어. 아! 꼭꼭 씹어서 먹어.”
“네!”
황태수와 황미소는 푸드 트럭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런 아이들을 보던 강진이 홍유정을 보았다.
“미안해서 아이들에게 뭔가 받기 어려우세요?”
강진의 말에 홍유정이 입술을 깨물며 식판에 있는 음식들을 보았다.
“미안해요.”
“저에게 사과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말했다.
“무언가를 준다는 것은 당신에게 내 성의를 표시하는 것이고, 그 무언가를 받는다는 것은 그 성의를 받겠다는 의미죠. 물론 그 주고받는 것이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고,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거라면 문제가 있지만요.”
“성의요?”
“아이들이 성의를 주면 받으세요. 그리고 그 성의를 받은 만큼 애들한테 잘 해 주세요.”
강진은 작게 웃으며 말을 했다.
“이렇게 말을 하니 꼭 선생님한테 촌지 주면서 우리 애들 잘 봐 달라는 거 같네요.”
“그런 의미 아닌 것 알아요.”
홍유정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태수는 이 음식 그런 의미로 준 걸 겁니다.”
“네?”
“태수는 미소 보호자잖아요. 그래서 음식으로 선생님에게 호감을 사고 싶은 거예요. 아까 통닭도 그렇고 지금 이 수육도 그렇고요.”
말을 한 강진이 쓰게 웃었다.
“태수가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빨리 컸어요. 어린 녀석이 벌써 이렇게 뇌물을 알잖아요.”
“뇌물요?”
“설마하니 작년에 자기 힘들게 한 선생님이 고마워서 음식 가져다줬겠어요? 자기 동생 잘 봐 주라고 가져다준 거잖아요.”
강진은 음식을 가리켰다.
“그 음식은 나이는 어리지만 미소 보호자인 태수가 선생님에게 준 뇌물인 거죠.”
강진의 말에 홍유정이 식판에 담긴 음식을 보았다. 그런 홍유정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아주 비싼 뇌물인 셈이죠.”
강진의 말에 홍유정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게요. 정말…… 비싼 뇌물이네요.”
“그럼 앞으로는 좀 받으세요.”
“네?”
“아이들이 주는 촌지들 좀 받으세요.”
홍유정을 보며 강진이 말을 이었다.
“미안하다고 거절만 하지 마세요. 그 거절에 애들이 더 상처를 받을 수 있어요. 호의를 받으면 호의로 갚으세요.”
“…….”
홍유정이 말없이 음식을 보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선생님이라는 직업…… 큰 무게가 있는 직업입니다. 물론 지금은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요.”
강진의 말에 홍유정이 숨을 크게 뱉고는 수육을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잠시 있다가 미소를 지었다.
“뇌물이…… 너무 맛있네요.”
“원래 뇌물이라는 것이 달콤하죠. 그래서 뇌물 한 번 받은 사람들이 계속 받는 모양입니다.”
“이런 뇌물이라면…… 계속 받고 싶네요.”
홍유정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식사하세요.”
강진이 몸을 돌리려 하자, 홍유정이 입을 열었다.
“저기…….”
홍유정의 부름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제가…… 선생님이 되고 이 년쯤 됐을 때, 학생 한 명이 있었어요.”
강진이 말없이 보자 홍유정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애가 통통하고 귀엽고 착해서 제가 많이 예뻐했어요.”
잠시 말을 멈춘 홍유정이 한숨을 쉬었다.
“밝았던 아이였는데 어느 날부터 어두워지더군요. 그러다가 전학을 갔어요.”
“전학요?”
“집안 사정으로 전학을 간다고 해서 많이 아쉽고 섭섭했어요.”
강진의 시선을 받으며 홍유정이 말을 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알았어요. 저희 반 애들 중 몇이 그 애를 괴롭히고 왕따시켰다는 걸요.”
“왕따?”
“그 애를 괴롭히고 왕따 시켰던 애들이…….”
잠시 말을 멈춘 홍유정이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아니, 열려는 순간…… 강진이 먼저 말했다.
“그 아이를 왕따시킨 아이들이 그런 환경이었다는 건가요?”
강진의 말에 홍유정이 입술을 깨물었다.
“변명인 거 아시죠?”
강진의 말에 홍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잠시 말을 멈췄던 홍유정이 한숨을 쉬며 말을 했다.
“잘못한 건 그 아이를 괴롭힌 아이들이 아니었어요. 저였죠.”
“그래요?”
“제가 한 아이를 편애했어요. 모두의 선생님이 되었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저는 학생들의 선생님이 아니라 그 아이의 이모였어요. 그래서 그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가 됐던 거예요.”
홍유정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때는 그 아이를 괴롭힌 아이들이 미웠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을 해 보면…… 그 아이들은 그 아이를 부러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니 제 잘못이에요.”
잘못을 뉘우치는 홍유정에게 일말의 연민을 느낀 강진이 작게 말했다.
“선생님도…… 사람이니 마음에 드는 학생이 있을 수밖에 없었겠죠.”
“아뇨. 선생님은 모든 학생을 똑같이 보고 대해야 해요.”
고개를 저은 홍유정이 말을 이었다.
“교탁에 서면 저를 보는 서른 명의 학생들의 시선이 있어요. 그런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딱 한 명이 보여요. 바로 선생인 저예요. 그러니 애들 시선에 맞게 행동했어야 했어요.”
한숨을 쉰 홍유정이 머리를 숙였다.
“애들 시선에 맞는…… 선생님이 됐어야 했어요.”
뒤이어 작게 들리는 울음소리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몸을 돌렸다.
“전 선생님을 용서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닌 만큼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부탁은 하고 싶습니다.”
“…….”
“앞으로도 지금 이 후회하는 순간, 그리고 이 후회하는 마음…… 꼭 기억해서 아이들 눈높이에서 보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선생님이 돼 주세요.”
말을 마친 강진은 걸음을 옮겼다.
***
강진과 강상식, 그리고 황민성은 TV를 보고 있었다. 더 정확하게는 시사 유트버의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었다.
해당 방송에 나온 홍유정은 자신에게 피해를 본 학생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로 너희들의 용서를 받을 수 없다는 것 잘 알고 있어. 아니……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여러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어 주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홍유정은 재차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뒤이어 유트버가 그녀를 인터뷰를 했고, 홍유정은 조금은 담담한 얼굴로 말을 했다.
그 모습을 보던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저렇게 얼굴 보이면서 사과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그러게요. 근데…… 생각보다 담담해 보이네요.”
배용수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저 손가락 떨리는 거 봐라. 사시나무도 저것보다는 덜 떨겠다.”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화면을 지그시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담담한 것이 아니라 담담한 척하는 거네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울면서 불쌍한 척하고는 싶지 않은 거겠죠.”
“그래도 저건 정정당당하네.”
작게 중얼거린 황민성이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강상식을 보았다.
“그래서 그 학생들은 모두 저거 보는 거야?”
“인터뷰했던 사람들은 모두 보고 있을 겁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홍유정은 유트브를 통해 자신에게 피해를 본 학생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자신의 얼굴이 공개되고,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질 테지만…… 홍유정은 앞으로 후회하지 않기 위해 학생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진심 어린 사과란…… 바로 이런 거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억지로 하는 사과가 아닌 진심으로 하는 사과…… 이것이 홍유정이 하고 싶은 사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