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00
802화
홍유정이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라이브 방송이 끝났다. 그에 강진이 댓글을 보려고 핸드폰을 보았다.
TV에 연결해서 유트브를 보고 있었지만, 화면이 멀어서 댓글이 잘 보이지 않아 핸드폰을 본 것이다.
“아이구야…… 댓글들이 난리네.”
댓글에는 욕들이 참 많았다. 이제 와 사과하면 무슨 소용이냐는 말부터 얼굴 참 두껍다는 말까지 가지각색이었다.
“그래도 좋은 댓글도 있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무슨 댓글요?”
“지금이라도 후회하는 모습 보니 좋다. 앞으로는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 당신에게 상처받은 학생들에게 용서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황민성이 댓글을 읽어주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강상식을 보았다.
“그 학생들은 댓글 달았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댓글들을 내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내가 아는 이름은 없네.”
“상관없는 사람들이야 욕이든 응원이든 쉽게 댓글을 달겠지만…….”
황민성은 작게 중얼거리며 댓글을 보았다.
“당사자들은 쉽게 달기 어렵지.”
“밥도 뜸을 들일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그렇지.”
입맛을 다시던 황민성이 강상식을 보았다.
“그러고 보면 정말 개과천선한 것 같아?”
황민성은 김이슬의 배가 많이 불러서 보육원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홍유정에 대해 알지 못했다.
“제가 보기에는 그런 것 같아요.”
“사람 보는 건 내가 정확한데.”
황민성의 중얼거림에 강상식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 나름 사람 잘 보는 편입니다. 특히…… 저 같은 악당들은 비슷한 부류를 더 잘 알아보죠.”
“악당?”
“영웅이 흑화해서 악당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악당도 개과천선을 해서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하잖아요.”
“너하고 비슷해서 안다는 건가?”
“그렇죠.”
강상식의 답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런데 유트브에 얼굴을 드러내고 이런 방송했으면 해임되는 거 아닌가?”
“그러게요. 현직 교사가 학생들한테 잘못했다는 것을 시인했으니…….”
황민성과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말했다.
“그건 제 친구한테 말을 해 놨습니다.”
“말? 그 교육청에 있다는 친구?”
“징계는 떨어져도 해임까지는 가게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 친구가 꽤 힘이 있나 보네?”
“개인의 힘은 약해도, 라인의 힘은 있으니까요.”
“교육청 핵심 라인인가 보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라인이죠.”
“그런데…… 괜찮겠어?”
황민성의 물음에 강상식이 그를 보았다.
“뭐가요?”
“만약에 홍 선생이 너나 강진이 생각과 달리 변한 것이 아니라면?”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지켜봐야죠. 그리고 홍 선생도 기회는 한 번 있어야죠.”
“기회?”
“저도 기회를 한 번 받았잖아요.”
입맛을 다신 강상식은 잔에 맥주를 따라서는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했다.
“홍 선생이 학교에서 애들을 괴롭혔다면, 나는 사회에서 한 가족의 가장을…… 누군가의 형제를…… 그리고 어머니를 괴롭혔어요. 나쁘기로 따지면 홍 선생보다 제가 더 하죠.”
예전의 강상식은 전형적인 ‘갑’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에게 시달린 직원들이나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니 강상식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가 괴롭힌 건 일개 개인이지만, 그들은 다들 누군가의 가족이고 형제이니 말이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젓고는 그의 잔에 맥주를 따르고는 자신의 잔에도 맥주를 따랐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네.”
지금이야 사업가지만, 일전엔 깡패였으니 사람 괴롭힌 걸로 따지면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 전적이 있었다.
“그런데…….”
강상식은 웃으며 강진에게 맥주잔을 내밀었다.
“저는 강진이를 만나서 기회를 받았잖아요. 제가 산 삶을 후회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될 기회요.”
“그래서 홍 선생에게도 그 기회를 주고 싶은 거야?”
“처음엔 무슨 저런 사람이 선생이 됐나 싶었거든요? 근데 만나서 이야기해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이번에는 제가 저 홍 선생에게 기회를 줘 보려 해요. 그리고 지켜볼 거예요. 제가 준 기회를 잘 쓰는지, 아니면 기회를 못 쓰는지.”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잠시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기회 잘 써서 앞으로 좋은 선생님이 된다면…… 그 학생들도 어느 정도는 마음이 풀리겠지.”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일 때, 강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두 사람…… 저 옆에 있는 거 아시죠?”
“응?”
“저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할 거면 저 없을 때 하시지. 바로 옆에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시니 민망하네요.”
“민망하기는. 그게 사실인데.”
황민성은 강진을 보았다.
“늘 고맙게 생각한다.”
“나도.”
두 사람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잔을 들었다.
“그런 건 뭐라도 하나 스윽! 하면서 하는 거예요. 어디 말로 때우려고 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았다.
“아! 그래. 말 나온 김에 너 차 안 바꿀래?”
“차요?”
“그래. 너 타는 차 중고라며. 형이 차 좀 바꿔 줄까? 요즘 G 시리즈 사람들 잘 타고 다니던데 그 정도면 가격도 그리 높지 않아서 부담도 없을 것 같고. 아! 말 나온 김에 지금 연락을…….”
강상식이 핸드폰을 꺼내려는 것에 강진이 급히 그의 손을 잡았다.
“마음만! 마음만 받을게요. 그리고 G 시리즈가 가격이 왜 안 높아요. 그것도 엄청 높지. 이래서 부자들이란…….”
강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강상식이 피식 웃었다.
“나도 농으로 한 말이야.”
“어? 진짜요?”
“그럼. 네가 준다고 받을 놈이냐? 그래서 말 나온 김에 나도 농 한 번 던졌다.”
“아닌데. 주면 받기는 하는데.”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를 젓고는 황민성을 보았다.
“형수님 컨디션은 어떠세요?”
“좋지. 아주 좋아.”
황민성이 환하게 웃다가 급히 핸드폰을 꺼냈다.
“아! 내가 너희들 보여 주려고 찍어 왔는데.”
황민성은 동영상 하나를 클릭했다. 태아를 찍은 초음파 영상이었다.
“와! 애들 얼굴이 보여요.”
“하하하! 엄마 뱃속에 있는데도 얼굴이 어쩜 이리 선명한지. 딱 봐도 미남미녀야. 하하하!”
기분 좋게 웃는 황민성의 말에 강진과 강상식이 웃으며 영상을 보았다.
사실 뱃속 태아 영상은 남이 보기에는 그저 아이가 있구나 싶은 정도지, 얼굴이 얼마나 잘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애 아빠 앞에서, 그것도 황민성에게 ‘애가 쭈글쭈글한데요?’라고 할 수는 없기에 두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 잘생겼네요.”
“그러게요. 응? 그런데 미남미녀요?”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황민성이 미소를 지었다.
“한 번에 두 명 주시는 것도 감사한데…… 주시는 김에 아들딸을 다 주셨네.”
황민성은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 화면을 지그시 보다가 말했다.
“소희 아가씨에게 정말…… 감사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형수 애 낳고 인사드리세요.”
“그래야지.”
미소를 지으며 답하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상식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소희 아가씨는 누구예요?”
“응?”
“두 사람 말할 때 가끔 소희라는 이름이 나오는데 누구예요? 그리고 왜 애 가진 걸로 그 아가씨에게 인사를 해요? 나만……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서운하다는 듯 말하는 강상식의 모습에 황민성이 웃었다.
“있어. 아주 소중하신 분.”
“누군데요? 나도 좀 소개해 줘요.”
김소희를 소개해 달라는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강진을 보고는 말했다.
“소희 아가씨도 나중에 알게 되면 알게 될 거야.”
“알게 되면 알게 될 거라는 말이 무슨 말이에요.”
“그런 게 있어.”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아가씨?”
“여자에게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이 뭐 이상한가?”
“그건 그렇지만…… 보통 이름이 소희면 아가씨라고 안 부르고 소희 씨라고 부르잖아요.”
“양반가 규수시거든.”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웃었다.
“요즘 시대에 누가 그런 걸 따져요?”
“그분이 따지시지.”
황민성이 높여 부르자 강상식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형, 그 여…… 아니. 그 아가씨 무척 어려우신가 봐요?”
“어려우신 분이지.”
“어디 집안인데 그래요? 혹시 대통령 딸이에요?”
“대통령 딸은 그냥 딸이지, 무슨 아가씨라고 불러?”
“그럼 어느 집안 사람인데요?”
“집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분 자체가 중요하지.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될 날이 올 거다. 보게 되면 정말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해.”
자세하게 말을 해 주지 않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상식이 그와 강진을 번갈아 보다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나만 모르는 것이 너무 많네요.”
말을 하며 강상식이 주방 쪽을 보았다.
“용수 씨도 얼굴 한 번 안 보여주고. 다들 너무합니다! 너무 서운해!”
강상식이 과장되게 소리를 치자 황민성이 웃었다.
“자! 술이나 마셔라! 서운할 때는 마셔야지.”
“풀어 주실 생각은 안 하네요.”
“매듭이 있어야 풀지. 너 혼자 매듭지어 놓고 나보고 풀어 달라고 하면 쓰나.”
황민성이 웃으며 맥주를 따라주자, 강상식이 고개를 젓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그런데 형 드라마 투자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들었어?”
“소문 들은 지는 오래됐죠. 근데 형이 이야기 안 해 줘서 안 물어봤어요.”
물어보기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강상식은 일부러 황민성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황민성과 공적으로 대화를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사적으로 이야기 나누는 것이 더 즐거운 일임을 아니 말이다.
괜히 투자 건에 대해 물어봐서 사적인 만남을 일적인 자리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왜 안 물어봤는지는 알겠는데, 일적인 거라도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그냥 물어봐. 동생이 물어보는 일 정도는 알려 줄 수 있어.”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자주 물어볼게요.”
“아! 대신 내가 하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마라. 내 사업에 네 돈 들어오는 거 불편해.”
“알겠습니다.”
웃으며 황민성을 보던 강상식이 말했다.
“그래서 드라마 만드신다고요?”
“임진왜란 배경으로 의병 활동을 한 멋진 아가씨가 주인공이야.”
“의병 활동을 한 여자 주인공이라…… 소재가 흥미롭네요.”
“흥미롭기도 하고, 실존하는 인물의 이야기니 존경스럽지.”
“픽션이 아니었어요?”
“실제 있는 인물 이야기야.”
“조선 시대에 여자가 의병을?”
놀라는 강상식을 보고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그것도 보통 의병이 아니라 의병장이었어. 그 칼에 죽은 왜구가 수백이라고 하더라.”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자신이 아는 조선시대를 생각한다면 여자가 칼을 들고 왜구와 싸우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황소 같은 여자였나 보네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과 황민성이 움찔했다. 그러고는 급히 주위를 둘러보던 강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언제 왔는지 모를 김소희가 싸늘한 얼굴로 강상식의 뒤에 서 있었다.
“황소…… 같은…… 여…… 자?”
말 그대로 처녀귀신 같은 싸늘한 얼굴로 강상식을 내려다보던 김소희가 미소를 지었다.
우우웅! 우우웅!
그 미소와 함께 김소희의 귀검에서 낮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우리 주인에게 무슨 그런 망발을 하느냐는 듯 말이다.
그런 이야기가 있다. 귀신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나타난다고 말이다.
강진이 김소희의 이름을 세 번 부르지 않았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계속 들리니 김소희가 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마침…… 황소 같은 여자라는 말을 들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