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0
80화
“형, 저 콜라 좀 더 주세요.”
고기를 먹던 영수의 말에 강진이 주위를 힐끗 보고는 한쪽에 비어 있는 탁자에서 콜라를 가져왔다.
“자.”
강진이 콜라를 들자 영수가 입을 댔다. 그에 강진이 콜라를 천천히 기울여 마시게 해 주었다.
콜라를 강진이 만든 것은 아니지만, 강진의 손을 탄 음료도 그가 준 음식으로 포함이 되는지 귀신들도 먹을 수 있었다.
꿀꺽꿀꺽!
콜라를 연신 들이켜던 영수가 몸을 일으키자, 강진이 콜라를 세웠다.
“됐어?”
“엄청 잘 먹었어요.”
영수의 말에 강진이 여고생 귀신들을 보았다. 여고생들도 숨을 크게 쉬며 사이다를 빨대로 마시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강진이 시간을 확인했다.
‘12시 10분.’
한 시간 십 분을 먹은 것이다.
“더 먹을래?”
강진의 말에 영수가 고개를 저었다.
“배불러요. 응?”
말을 하던 영수가 배를 만지작거렸다.
“왜?”
“배가 부르다는 감정…….”
잠시 배를 만지던 영수가 말을 이었다.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영수의 말에 여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늘 배가 고팠는데…… 그렇지?”
“맞아.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늘 뱃속이 허전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배가 부르네.”
배가 부르다는 감정이 어색한지 조금은 당황스러워하는 귀신들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귀신들은 늘 속이 허하다고 하더라.”
“오빠는 귀신도 아닌데 어떻게 알아요?”
“내가 귀신은 아니지만, 귀신이 오는 식당 주인이잖아. 그래서 좀 알지.”
말을 한 강진이 귀신들을 보다가 말했다.
“여기서 나갈 수 없다고 했지?”
강진의 물음에 여고생이 그를 보았다.
“혹시…… 여기서 나가게 해 줄 수 있어요?”
여고생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처음에는 신경질적이었던 것에 비해 지금은 말투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아마도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해 줘서 호감이 생긴 것 같았다.
“나가고는 싶어?”
“여기에 갇혀 지내는 것…… 우리도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에요.”
여고생 귀신의 말에 다른 여고생도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도 가보고 싶어요.”
“집에 가도 가족들은 너희를 보지 못해.”
“알아요. 하지만…… 보고 싶어요.”
축 처지는 여고생 귀신들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죽었어도 가족이 보고 싶은 것이야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갑자기 사고로 죽었으니 부모님과 가족들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지도 못했을 테고…….
잠시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주위를 보았다.
깔끔하고 경치도 좋다. 하지만 도시에 비하면 심심할 것이다. 최소한 도시에 있는 귀신들은 백화점이나 극장과 같은 곳을 무료로 들어가고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승천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지박이라도 풀어 주고 싶은데…….’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용수도 모르던데…….’
지박령이 지박령이 아니게 되는 방법은 귀신인 배용수도 몰랐다.
그러다가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영수를 보았다.
“영수 너, 저기 좀 멀리 가 있을래?”
“저요?”
“응.”
“저만요?”
영수가 불안한 눈으로 여고생들을 보자 강진이 웃었다.
“남자라고 여자 친구들 걱정하는 거냐?”
“제가 남자잖아요.”
영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분들은 처녀귀신들인데, 사람인 형이 뭘 어쩌겠냐? 그리고 형이 여고생한테 눈독 들이는 변태로 보이냐?”
“그건…… 아닙니다.”
강진의 말이 옳다 여긴 영수가 한쪽으로 걸어가자, 강진이 손을 흔들어 더 멀리 가라고 신호를 주었다.
영수가 아예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멀리 가자, 여고생이 강진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았다.
“왜 이래요?”
“이상한 짓 하려는 것 아니죠?”
여고생들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사람인 내가 귀신인 너희들한테 무슨 이상한 짓을 해? 한다면 너희들이 나한테 하겠지.”
그러고는 강진이 말을 이었다.
“너희들의 대선배님을 부르려고.”
“저희 대선배요?”
의아해하는 여고생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너희 이름이 뭐지? 아직 이름도 모르네?”
“저는 이예림, 얘는 최가은요.”
부서진 안경을 쓴 단발머리 여자애가 이예림, 긴 생머리에서 핏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예쁘장하게 생긴 애가 최가은이었다.
“나는 이강진.”
자기소개를 조금은 늦게 한 강진이 말했다.
“지금 오시는 분은 아마도 대한민국 처녀귀신 중 끝판왕 같은 분이야.”
“처녀귀신 끝판왕?”
“그런 것도 있어요?”
“있더라고. 그러니까 오시면 최대한 조신하게 행동해.”
“같은 처녀귀신인데 뭐가 꿀린다고 그래요?”
“보면 알게 될 거야.”
그러고는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김소희, 김소희, 김소희.”
김소희의 이름을 세 번 부르자, 순간 최가은과 이예림이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놀람과 당황이 어린 눈으로 한 곳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김소희가 있었다.
김소희의 등장과 함께 그녀에게서 풍기는 기운에 기가 죽은 소녀들이 놀라 굳어진 것이다.
검을 든 김소희가 머리카락에서 핏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스윽!
그러고는 말없이 주위를 한 번 보고는 입을 열었다.
“자네 식당이 아니로군.”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모셔서 죄송합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스윽 여고생들을 보았다.
“이 아이들 때문인가?”
“네.”
강진의 답에 김소희가 여고생들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인사는?”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여고생들이 고개를 급히 숙이며 인사를 하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하지 말거라. 잡아먹지는 않으니…….”
긴장을 풀어 주려는 듯 살짝 미소를 띠며 농을 하는 김소희였지만…… 더 무서워 보였다.
여전히 긴장한 상태인 여고생들을 보던 김소희가 말했다.
“땅에 묶여 있구나.”
“네? 네.”
이예림이 답을 하자 김소희가 강진을 보았다.
“땅에 묶인 것을 풀어 달라는 것인가?”
자신을 부른 이유를 바로 짐작하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답했다.
“혹시 풀어 주실 수 있습니까?”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처녀귀신들을 보았다.
“이곳을 벗어나면 갈 곳은 있는가?”
“집에 가보려고요.”
이예림의 말에 김소희가 최가은을 보았다.
“저도 집에 가보고 싶습니다.”
두 소녀의 답에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산 자에게 죽은 자가 붙으면 좋은 일이 생기지 않는 법이다.”
“그래도…… 한 번은 보고 싶어요.”
최가은의 말에 김소희가 이예림을 보았다.
“그대도 같은 생각인가?”
“……네.”
두 소녀의 답에 김소희가 고개를 돌렸다.
“저 총각귀신도 그대들과 함께인가?”
“네.”
“이리 오너라.”
김소희의 작은 목소리에 강진이 말했다.
“멀어서 안 들릴 겁니다. 제가 가서…….”
“괜찮으니 이리 오너라.”
강진의 말을 자르며 김소희가 다시 말을 하자, 어느새 그들의 앞에 영수가 있었다.
영수는 고개도 들지 못한 채 급히 이예림의 옆에 가서 섰다. 그 모습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김소희를 보았다.
‘저 멀리까지 목소리가 퍼진 거야?’
모습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멀리 있는데도, 김소희의 부름을 듣고 영수가 온 것이다.
그런 귀신 셋을 보며 김소희가 걸음을 옮겼다.
“따르게.”
김소희의 말에 강진과 귀신들이 그 뒤를 따라갔다. 술자리가 한창인 운동장을 지나 강당이 있는 곳 앞에 도착을 한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귀신이 미련이 남으면 지박령이 된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슬며시 물었다.
“저, 아가씨.”
“무언가?”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귀신들은 꽤 본 것 같은데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보통 귀신들은 자신들의 죽음에 대한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박령은 다르다.”
김소희가 귀신들을 보았다.
“너희는 너희가 왜 죽었는지 알고, 무엇이 미련인지 알고 있다.”
“저희가요?”
“기억을 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알고 있다. 그 기억을 떠올리고 그 미련을 해결한다면 이 땅에서 풀려날 수 있다.”
김소희의 말에 귀신들이 서로를 보았다. 자신들이 죽은 기억은 나지만, 미련이 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 듯했다.
아니, 미련이 너무 많아서 어떤 것 때문에 풀려나지 못하는지 모른다고 해야 할까?
그런 귀신들을 보던 강진의 눈에 영수가 보였다. 영수는 뭔가를 생각하더니 이예림을 힐끗 보고 있었다.
‘다른 애들은 몰라도 영수는 자신의 미련이 뭔지 아는 것 같은데?’
그리고 그 미련이 뭔지도 강진은 알 것 같았다.
남자 고등학생, 그것도 총각귀신이 된 남자애가 미련이 남을 것은 아무래도 사랑밖에 없을 것이다.
그에 강진이 이예림과 최가은을 보았다. 그리고 강진이 말을 하려 할 때 김소희가 말했다.
“기다리게나.”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재촉한다고 될 일이 아니네. 쉬운 일이라면…… 지박령이 될 귀신은 아무도 없으니.”
“네.”
강진의 답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그리고…….”
잠시 강진을 보던 김소희가 귀신들을 보았다.
“자리를 비워주겠니.”
김소희의 나름 부드러운 목소리에 귀신들이 고개를 숙이고는 멀찍이 떨어졌다. 귀신들이 떨어지자 김소희가 강진을 보았다.
“귀신들의 일에 너무 관여하지 말게나.”
“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저 아이들이 불쌍하고 가엽겠지.”
말과 함께 김소희가 도로 한쪽을 보았다.
“교통사고였나?”
“어떻게 아셨습니까?”
고등학생 귀신들의 일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김소희는 자신도 모르는 사고 장소로 오기까지 했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니.”
그러고는 잠시 강진을 보던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맹자께서도 남을 안쓰럽게 여기는 측은지심은 인간의 본성 중 하나라 하였으니, 자네가 산 자가 아닌 귀신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이 나쁘다 생각은 하지 않네.”
맹자를 논하는 김소희의 말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조선 사대부 귀신이기는 하구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김소희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인간과 귀신은 다른 세상에 속한 존재네. 자네가 비록 귀신을 보고 대화를 할 수 있다 해도, 서로 속한 세상이 다른 것은 인정해야 할 것이야.”
“제가 아이들을 돕는 것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 강진은 뒷골이 움찔거리는 서늘함을 느꼈다.
눈을 찡그린 것만으로 주위 온도가 10도는 떨어진 것 같은 서늘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역시 끝판왕.’
그런 강진을 보며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자네는 내가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듣는 것인가?”
“귀신의 일을 돕지 말라는 것 아니셨습니까?”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소 귀에 경을 읽는 격이로군.”
“제가 잘못 알아들은 것입니까?”
“소도 주인이 하는 말은 알아듣네.”
그러고는 김소희가 강진을 보았다.
“기억은 하고 있게나, 귀신과 인간은 사는 세상도, 방식도 다르다는 것을.”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가?”
김소희의 시선을 받으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용수라는 귀신도 저에게 그랬습니다. 귀신은 다 불쌍하다고. 그리고 그 한과 미련이 깊어서 귀신이 됐으니 제가 돕겠다고 해서 도울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요.”
김소희가 자신을 보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제가 모든 귀신을 도울 수도 없고 돕지도 못한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딱히 모든 귀신을 도울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잠시 말을 멈춘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미성년자는 보호를 받아야 한다 생각합니다.”
“귀신일 뿐이네.”
“성인으로 귀신이 됐다면 그래도 자신의 삶에 대한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 아이들은 살아갈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나 때 저 나이는 혼인을 맺고 애도 두셋씩 낳았네.”
“그때는 조선 시대고 지금은 대한민국 시대입니다.”
강진의 말에 그를 보던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자네가 알아서 하게나. 하지만 기억은…….”
“하겠습니다. 귀신과 인간의 사는 세상의 방식은 다르다는 거요.”
강진의 답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돌아들 오게나.”
김소희의 부름에 옆에 어느새 귀신들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