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9
79화
강당을 보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그럼 너는 저기 못 가겠네?”
“당연히 못 가지.”
처녀귀신도 무섭지만, 아마 총각귀신인 영수도 무서울 것이다.
오순영 할머니도 같은 여자인 처녀귀신들을 무서워했으니 말이다.
눈을 찡그린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그래서 난 왜 부른 거야?”
“어린 귀신들이 지박령이 된 것 같아서, 혹시 서울로 데려갈 수 있나 해서.”
“쓸데없는 짓 하네.”
“왜 쓸데가 없어? 최소한 음식이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을 것 아냐. 그리고 외롭게 다니는 것보다 귀신들하고 같이 다니는 것도 좋을 테고.”
“음식을 먹이고 싶으면 네가 만들어 주면 되고…… 보니까 혼자도 아닌 것 같은데 외롭기는 뭐가 외로워? 따지고 보면 내가 더 외롭지.”
“그래서 된다고, 안 된다고?”
“지박령을 괜히 지박령이라 부르겠어? 물건이 됐든 장소가 됐든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니 지박령인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서울 가면 좋을 텐데…….’
“그나저나 왜 처녀하고 총각이 붙어 다니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사고로 같이 죽어서 그런 것 같아.”
강진이 죽은 애들 사정을 이야기해 주자 배용수가 눈을 찡그리며 강진을 보았다.
“나는 안 불쌍하냐?”
귀신 중에 사연 없는 귀신은 없다. 자신도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귀신이 될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즉 불쌍하지 않은 귀신은 없는 것이다.
“그래, 너도 불쌍하다.”
말을 하던 강진이 문득 배용수를 보았다.
“그런데 나보고 음식을 만들어 주라고?”
“음식 먹이고 싶다며?”
“음식을 해도 식당이 아니면 현신을 못 하니, 제대로 음식을 못 먹잖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한숨을 쉬었다.
“네가 한끼식당 주인으로서 자각이 없기는 하다. 아니, 아는 것이 너무 없는 건가?”
“무슨 소리야?”
“한끼식당 주인이 바로 너야.”
“그거야 알지.”
“그리고 귀신한테 밥을 해 주는 사람이 바로 한끼식당 주인이고.”
“그 말은?”
“한끼식당이 아니더라도, 한끼식당 주인이 하는 음식은 귀신들이 먹을 수 있어.”
“내가 한 음식을 먹는다고?”
“가게 안이 아니라서 현신까지는 할 수는 없겠지만, 네가 직접 요리해서 만든 음식은 식당이 아니더라도 귀신이 먹을 수 있어.”
“제삿밥하고 비슷한 것 아냐?”
“비슷하면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겠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럼 씹고 맛보고 뜯고, 그런 것을 할 수 있다는 거야?”
강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배용수가 말했다.
“그것도 저녁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만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야? 진짜로 먹는 건데.”
“그런 것도 할 수 있구나.”
“그럼 그냥 귀신들 오는 식당 주인이기만 한 줄 알았어?”
“그런 줄 알았…….”
말을 하던 강진이 아차 싶었다. 농구하러 가야 할 시간에 늦을 것 같았다.
“야, 나 가 봐야 해.”
“나는?”
“너 식당 가.”
“나 혼자 어떻게 가!”
“못 가?”
“그럼! 못 가지!”
버럭 고함을 지르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하긴 풍물 시장 갈 때도 나하고 같이 가야 했으니…….’
잠시 배용수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그럼 이 근처에서 놀고 있어. 나 강당에서 농구하러 가야 돼.”
“이럴 거면 왜 불렀어?”
“이럴 줄 몰랐지.”
그러고는 강진이 서둘러 강당 쪽으로 뛰어갔다.
강당에 급히 도착한 강진은 선수들이 코트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보았다.
‘이런!’
급히 자신의 팀원이 있는 곳으로 간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하고 같이 있었다면서요?”
“어떻게 아셨어요?”
“안 오기에 천막으로 동해 씨를 보냈는데, 강진 씨가 사장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수찬이가 강진 씨 대신 들어갔습니다.”
말을 하는 임호진은 그다지 화가 난 얼굴이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장님하고 면담하다가 늦었다는데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물론 면담은 아까 끝났고 배용수와 이야기하다 늦기는 했지만 말이다.
“지금이라도 들어가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코트 쪽을 보았다. 아직 시작하지 않았으니 충분히 교체를 할 수 있기는 했다.
그에 임호진이 고개를 저었다.
“수찬이도 한 게임 뛰고 싶어 했으니 그냥 쉬세요.”
“그래도…….”
“괜찮아요.”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코트를 보았다. 그리고 진행 요원이 높이 던진 공과 함께 게임이 시작이 되었다.
게임은 수출 대행 2팀의 패배로 끝이 났다. 이유는 단 하나…….
‘오철진.’
해외사업 지원팀의 인턴 오철진이 펄펄 날아다녔다. 이상섭이 어떻게든 막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지만, 그럴 때마다 오철진은 간단한 페이크로 그를 뚫고는 골을 성공 시켰다.
오철진을 막지 못한 수출 대행 2팀은 패한 것이다. 경기가 끝나고 코트를 나오는 팀원들은 연신 숨을 헐떡였다.
“헉헉헉! 아이고 힘들다.”
숨을 헐떡이며 들어오는 이상섭에게 물을 주며 강진이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물을 마시며 오철진 쪽을 힐끗 보았다. 오철진도 땀을 닦으며 이온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저놈 분명, 선출이야.”
“선출요?”
“농구 선수 말이야.”
“아…….”
“나도 어디 가서 농구로 빠지는 사람이 아닌데, 저놈한테는 상대가 안 되더라고.”
졌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이상섭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잘하기는 하더군요.”
“잘해? 완전히 날아다니더라.”
한숨을 쉰 이상섭이 핸드폰을 꺼냈다.
“이제 내일 하는 축구하고 오늘 씨름만 남았습니다.”
이상섭의 말에 직원들의 시선이 모두 최동해에게 향했다.
“아…….”
최동해가 부담감 어린 눈으로 직원들을 볼 때, 임호진이 말했다.
“인턴은 한 종목은 출전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런 최동해를 보며 임호진이 말했다.
“씨름이 언제지?”
“이십 분 후입니다.”
“그럼 가서 기다리지.”
임호진의 말에 직원들이 모두 씨름장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
저녁 열한 시가 가까워지는 시간 강진은 팀원들을 보았다. 팀원들은 바비큐를 해 먹는 통을 옆에 두고 술과 고기를 먹고 있었다.
술과 바비큐를 먹으면서 직원들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동해야, 잘했어.”“이겼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최동해의 말에 이상섭이 웃었다.
“그래도 첫판은 이겼잖아.”
이상섭의 말에 강진도 잘했다는 듯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잘했습니다.”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머리를 긁었다.
자신 없어하던 것과 달리 최동해는 첫판에 상대를 이겼다. 그것도 상대는 최동해처럼 물렁한 살이 아닌, 헬스로 다져진 단단한 근육을 자랑하는 덩치였는데도 이겼다.
사실 그때 수출 대행 2팀 모두 깜짝 놀랐다. 상대가 회사 내에서 힘 좋기로 유명한 직원이었는데 최동해가 넘겼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런 상대를 이겼으니 수출 대행 2팀의 사기도 크게 올랐다.
하지만 다음 경기에서는 거짓말처럼 그대로 져 버렸다. 마치 끝판왕을 깨고 슬라임한테 죽는 용사처럼 말이다.
그래도 첫판이라도 이긴 것이 어디인가.
기분 좋게 웃으며 술과 고기를 먹는 팀원들을 쳐다보던 강진이 슬며시 옆을 보았다.
옆에는 고등학생 귀신들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이 먹는 삼겹살과 음식들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강진의 시선을 보고는 여고생이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먹는 거 구경하라고 부른 거예요? 우리도 좀 줘요.”
여고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작게 속삭였다.
“11시 되면 맛있는 것 줄 테니까. 기다려.”
“왜 11시예요?”
“기다려.”
그러고는 강진이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았다. 지금부터 슬슬 준비를 해야, 열한 시에 고등학생 귀신들에게 뭘 좀 먹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는 학교 사람들이 있는 곳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추워지는 것 같아. 우리도 이만 들어가서 안에서 한잔 더 하지.”
임호진의 말에 다른 직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부터 이상하게 춥더군요.”
“여름 가면 바로 겨울이라고 하더니…… 어제만 해도 덥더니 오늘은 또 춥네요.”
“들어가시죠.”
직원들의 말에 강진이 힐끗 옆에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저녁이 돼서 추워진 것도 있겠지만, 옆에 처녀귀신과 총각귀신이 있다 보니 더 추위를 느끼는 것이다.
직원들이 일어나 숙소로 올라가는 것을 보며 강진이 잘 됐다는 듯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학교 사람들을 보러 간다는 것은 핑계고, 사실은 귀신들에게 먹일 음식을 만들기 위해 자리를 이동하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팀원들이 알아서 안으로 들어갔으니 굳이 빈자리를 찾아갈 이유가 없었다.
대충 자리를 정리한 강진이 주위에 비어 있는 식탁들을 다니며 쓸 만한 식재료들을 챙겨왔다.
바비큐 재료들 중 먹을 수 있는 것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
버섯, 고기, 새우, 파와 마늘까지 말이다.
그것들을 보며 강진은 곧 음식을 만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있는 것만으로 해야 해서 한끼식당에서 하는 것처럼은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강진은 귀신들이 맛있게 먹을 거라고 확신을 했다.
스윽!
강진이 꺼낸 것은 냄비와 라면이었다. 주변 식탁을 살피다가 한쪽에서 냄비와 라면을 발견해서 가져온 것이다.
‘라면 싫어하는 고삐리는 없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귀신들을 보았다.
“라면 괜찮지?”
“라면요?”
“제사상에 라면을 올리지는 않으니, 귀신 되고 처음 먹는 것 아냐?”
말을 하며 강진이 고기를 굽는 그릴을 치우고는 숯불 위에 냄비를 올리고서 물을 부었다.
그리고 냄비 주위에 숯들을 배치해 물이 빨리 끓도록 해 놓았다.
“라면을 먹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영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 같아서 라면 챙겨왔지.”
라면 물이 끓기 시작하자 강진이 파와 마늘, 고추를 넣고는 구워 놓은 삼겹살을 보았다.
“삼겹살 넣어 줄까?”
“라면에 삼겹살요?”
“기름질 것 같아요.”
영수의 의문과 함께 여고생이 싫다는 뜻을 보이자 강진이 불 한쪽에 그릴을 놓고는 삼겹살을 새로 올렸다.
라면에 넣지는 않더라도 구우면 먹을 수는 있으니 말이다.
보글보글!
물이 끓어오르자 강진이 봉지를 뜯어서는 라면을 넣었다.
스프가 물에 들어가며 라면 냄새가 퍼지자 영수가 입맛을 다셨다.
“맛있겠다.”
영수의 말에 여고생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 봤자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데…….”
여고생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제대로 먹게 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말을 하며 강진이 면을 풀고는 라면이 익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강진이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도 딱 맞췄네.’
라면이 익으면 얼추 11시가 될 것이다. 그에 강진이 젓가락을 준비하고는 일회용 국그릇을 꺼냈다.
“오빠, 이거 다 익은 것 아니에요?”
여고생이 라면을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었다.
“다 익었어. 잠시만.”
그리고 핸드폰 시간을 본 강진이 11시가 되자 테이블 위에 종이 봉지들을 올리고는 냄비를 그 위에 조심스럽게 올렸다.
그러고는 국그릇에 라면을 덜은 강진이 귀신들을 보고는 핸드폰 시간을 확인했다.
‘11시 1분…….’
11시가 된 것에 강진이 귀신들을 보았다.
“먹어 봐.”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젓가락을 들어서는 라면을 뜨기 시작했다.
스윽!
“어?”
“라면이 들린다?”
귀신들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젓가락으로 라면을 들었는데…… 면발이 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강진도 놀랐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귀신들이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음식을 실제로 들 수 있을지는 생각을 못 한 것이다.
그에 강진이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술을 먹고 마시느라 이쪽을 보지 않고 있었다.
강진이 급히 몸을 일으켜 그릇을 밑으로 내려놓았다.
“미안한데 바닥에 먹자.”
강진의 말에도, ‘테이블이 있는데 왜 바닥에서 먹어요?’라는 반문은 없었다.
그에 강진이 옆을 보니 귀신들은 눈을 크게 뜬 채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가 쭈그려 앉아서는 허겁지겁 젓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후루룩, 후루룩!
정신없이 라면을 빨아들이는 귀신들의 모습에 강진이 슬쩍 의자들을 그 주위로 배치를 했다.
혹시라도 사람들이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는 숯불에 익어가는 고기를 쌈을 싸서는 영수에게 내밀었다.
“아, 해.”
강진의 말에 라면을 먹던 영수가 입을 벌리자, 강진이 그 입에 고기쌈을 넣어 주었다.
쑤욱!
그리고 강진의 얼굴에는 감탄이 어렸다. 마치 마법처럼, 영수의 입에 쌈이 들어가는 순간 쌈이 사라지는 것이다.
순식간에 먹어치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영수의 입에 쌈이 들어가는 순간 말 그대로 사라졌다.
‘투명 망토 같네.’
영화 ‘마법 학교’에서 투명 망토에 물건이 들어가면 그대로 안 보이는 것처럼, 귀신의 입에 쌈이 들어가니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