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37
839화
책을 보던 황민성이 웃으며 말을 했다.
“책 나온 거 아가씨 모르게 하려고 보안 유지 힘들었다.”
분위기를 바꾸려고 웃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가씨가 집에 있으니 말을 못 하셨겠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쇼핑백 안에서 대본도 하나 꺼냈다.
“이건 꽃 피어나다 1, 2회 대본.”
“대본이 빨리 나왔네요?”
“소설 작업하면서 같이 했으니까. 그리고 아직 2회 분량밖에 없어.”
“그럼 지혁 씨 역할은 뭐예요?”
“소희 아가씨한테 복실이라는 분이 있다고 했잖아.”
“그렇죠.”
“그 복실이를 짝사랑하는 노비야. 그리고 무사기도 하고.”
“노비 무사요?”
“소희 아가씨 집안이 일종의 무술 학원 같은 곳이잖아.”
“정확히는 서원을 하시면서 제자들에게 병법과 무술을 가르치셨죠.”
“그래. 그런 집이면 하인들도 검 정도는 다루지 않겠어? 그런 배경을 가진 걸로 만든 가상 캐릭터지.”
황민성은 대본을 펼쳐서는 한 곳을 가리켰다.
“캐릭터 설명이야.”
캐릭터 설명을 본 강진이 웃으며 황민성을 보았다.
“오! 조연 중에서도 되게 많이 나오는 조연인가 봐요.”
“비중이 많아.”
“그런데 왜 이름이 검둥이에요?”
“얼굴이 많이 까맣거든.”
“지혁 씨 얼굴 그렇게 안 까만데?”
강진이 의아한 듯 말하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작가 선생님이 복실이와 러브 라인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곱상하거나 얼굴이 하얀 노비는 이상할 것 같다고 이렇게 설정을 했어.”
“하긴, 노비 얼굴이 하얀색이면 이상하기는 하죠.”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럼 다른 배역들은 다 정해졌어요?”
“일찍 캐스팅해 놔서 다 됐는데…… 박신예 씨가 좀 문제네.”
“박신예 씨요?”
“박신예 씨가 사극을 못 하겠대.”
“왜요?”
“예전에 사극 한 번 했었는데 그때 고생을 많이 했나 봐.”
“그래요?”
“일단 한복만 해도 여름에 입으면 덥고, 겨울에는 춥잖아. 게다가 화장실 한 번 가려고 해도 옷 벗고 고생을 해야 하고.”
“아…….”
“거기에 야외 촬영 많으면 화장실도 문제기도 하고.”
“확실히 여배우들은 화장실 문제도 있겠네요.”
“그게 또 문제라고 하더라.”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예를 든 건 그 정도지만 사극 촬영이 힘들대. 게다가 소희 아가씨 역할을 하려면 무술 연습도 하고 물에도 빠지고, 산도 오르고 진짜 몸 고생을 많이 해야 하니까 부담이 되나 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그를 볼 때, 배용수가 말했다.
“1분 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일단 좀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용수야, 형 라면 좀 끓여줘.”
“라면 드시게요?”
“요즘 집에서 라면을 못 먹어.”
“알았어요.”
강진이 주방을 보자, 이미 배용수가 라면을 끓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게 보였다.
그것을 본 강진이 가게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는 이미 귀신들이 길게 늘어서서 가게가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진이 그것을 볼 때, 문지혁이 옆 건물에서 내려오다가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강진 씨.”
“강진이라고 편하게 부르세요.”
“나중에요.”
문지혁의 답에 강진이 옆 건물을 보다가 말했다.
“두 분은요?”
“침대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 해요.”
문지혁이 머리를 긁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었다.
“신혼이니까요.”
“맞아요. 신혼이죠.”
웃으며 문지혁이 건물을 보았다.
“어서 조카가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문지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그를 보았다.
“오늘 즐거운 일이 있을 거예요.”
“즐거운 일요?”
“이따가 말해 드릴게요. 일단 줄부터 서세요.”
의아해하는 문지혁을 보며 강진이 줄을 가리켰다.
“그런데 바로 옆에 사시면서 가장 늦게 오시는 것 같아요.”
“원래 학교 옆에 사는 애가 지각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웃으며 문지혁이 줄 끝으로 가서 서자, 강진이 그걸 보다가 시간을 보았다.
11시가 된 것에 강진이 가게 문을 열었다.
“저승식당 오픈입니다.”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하나둘씩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화아악! 화아악! 화아악!
귀신들이 현신을 하며 들어가자, 강진이 카운터에서 향수를 꺼내서는 밖으로 나왔다.
“김소희, 김소희, 김소희.”
강진이 이름을 세 번 부르자, 그의 옆에 김소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윽!
모습을 드러낸 김소희가 식당을 한 번 보고는 강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인가?”
“저희 사이에 일이 있어야 모시나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눈썹을 찡그렸다. 그렇게 잠시 강진을 보던 김소희가 고개를 저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에 강진이 향수를 그녀의 손에 뿌려 주고는 말했다.
“민성 형 집에 계시는 건 지내실 만하세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황민성 집에 머무는 것이 편해서가 아니라, 황민성 아이들을 보는 것이 즐거워서였다.
“지낼 만하네.”
미소를 짓는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아가씨 힘 죽이고 계시면 불편하지 않으세요?”
다른 귀신들은 자신들의 귀기를 지울 수 없지만, 김소희는 자신의 귀기를 막을 수 있었다.
그녀가 스스로 제어하지 않았다면 집에 있는 사람들이 귀기를 느끼고 몸에 영향이 갔을 것이다. 김소희 혼자 걸어가도 길 가던 사람들이 홍해처럼 갈라지니 말이다.
“조금은…….”
김소희의 답에 강진이 향수를 들었다.
“이거 민성 형 집에 가져다 놓을까요?”
“집에?”
“이거 형 서랍에 놓으면 아가씨가 사람들 없을 때 한 번씩 뿌리시면 될 것 같은데…….”
전에 김소희에게 귀기를 지울 수 있으면 왜 지우고 다니지 않느냐 물었을 때, 김소희는 불편하다고 했었다.
마치 안 맞는 옷을 억지로 입을 수는 있어도 그것이 편하지는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향수로 귀기를 지우면 김소희가 일부러 억제하는 것보다는 편할 것이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향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그럼 들어가시죠.”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다가 입구에 서 있는 황민성을 보고는 눈을 찡그렸다.
“자네 여기에 있던 겐가?”
“네. 아가씨.”
“일 끝났으면 일찍일찍 들어와서 애도 좀 보고 하지 않고…… 애 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나?”
김소희의 훈계에 황민성이 고개를 숙였다.
“다음부터는 일 끝나고 일찍 들어가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아이는 혼자 크는 것이 아닐세.”
그러고는 김소희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갓난아기 둘을 보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아이들 보는 것 좋아하시잖아요.”
“아이들을 보는 건 좋네. 하지만 애들이 울 때는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더군.”
“그래서 삼촌들이 애들 웃을 때만 놀아 주려고 하잖아요. 놀아주다가 울면 바로 자리 뜨고.”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웃을 때는 천사 같은데 울 때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는군.”
그런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자리를 가리켰다.
“여기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자리를 보았다. 김소희가 앉을 곳은 문지혁의 맞은편이었다.
김소희가 다가오자 문지혁이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김소희가 강진을 보았다.
“합석을 해야 하는가?”
“불편하시더라도 오늘만 참아 주세요. 음식은 제가 따로 내 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에 황민성이 문지혁의 옆에 앉으려 하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거기는 제 자리예요. 형은 아가씨 옆에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김소희를 보았다.
“옆에 앉게.”
김소희의 허락에 황민성이 그 옆에 앉았다.
강진도 김소희와 합석을 할 수 있게 허락을 받았지만, 옆자리는 아직 허락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황민성은 김소희가 일전에 옆에 앉게 허락을 해 줬었다. 그리고 지금도 황민성이 옆에 앉는 것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강진이 자리에 앉자, 황민성이 말했다.
“강진아, 거기 밑에 쇼핑백 좀 줘.”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자리 밑에 놓인 쇼핑백을 들어 내밀었다.
그것을 받은 황민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안에서 책을 꺼냈다.
“꽃 피어나다.”
황민성이 작게 제목을 읽고는 책을 김소희에게 내밀었다.
“책이 나왔습니다.”
황민성이 책을 내미는 것에 김소희가 뭔가 묘한 눈으로 그것을 보았다.
“이게…… 내 책인가?”
“그렇습니다.”
김소희는 책을 받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손으로 책을 쓰다듬었다.
“책 질감이 좋군.”
“좋은 종이로 책을 만들었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책을 쓰다듬다가 천천히 펼쳤다. 그리고 첫장을 넘기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소주병을 들었다.
“드시면서 보시지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잔을 들었다.
쪼르륵!
잔에 소주가 채워지자 김소희가 살짝 한 모금을 마시고는 책장을 마저 넘기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황민성이 문지혁에게 대본을 내밀었다.
“이건 1, 2회 대본입니다.”
“아! 대본이 나왔군요.”
문지혁이 급히 대본을 받아 들자, 황민성이 말했다.
“여기 있는 검둥이가 지혁 씨 배역입니다.”
황민성의 말에 문지혁이 대본을 읽어 보다가 말했다.
“복실 씨 배역은 누가 하는 겁니까?”
“그건 이십 대 중반 정도로 해서 오디션 보려고 합니다.”
황민성의 말에 책을 보던 김소희가 고개를 들었다.
“오디션?”
“복실 씨 배역을 하고 싶어 하는 배우들을 모아서 연기하게 하고 그에 맞는…….”
“내가 조선 귀신이기는 하지만 이 시대를 사는 이네. 오디션이 무슨 말인지는 알고 있네.”
“아…… 네.”
“그래서 복실이 배역은 오디션으로 뽑는다고?”
“그렇습니다.”
“그럼 그 자리에 나도 있고 싶군.”
복실이를 연기할 배우를 자신이 보고 직접 뽑고 싶은 것이다.
“오디션 날짜 정해지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잔을 들어 남은 소주를 마시고는 안주를 하나 집어먹었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슬며시 잔에 소주를 따라 줄 때, 문지혁이 말했다.
“제 배역 소설에도 나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대신 지혁 씨 캐릭터는 재미를 위한 가상의 인물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저도 책을 좀 볼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도 책 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
황민성이 책을 꺼내 주자 문지혁이 그것을 받았다. 그러고는 잠시 보다가 대본을 내려놓고는 책을 펼쳤다.
“책부터 보세요?”
“일단 책부터 보고 대본을 보면서 캐릭터 연구를 하려고요.”
문지혁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캐릭터 연구를 해도…… 응?’
문지혁을 보던 강진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두치 씨를 만나봐야겠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은 문득 황민성을 보고는 주방을 보았다.
“용수야, 형 라면은?”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새로 끓여야 할 것 같아.”
김소희와 이야기를 하는 걸 방해하지 않기 위해 끓여 놓은 라면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괜찮아. 그냥 줘.”
“면이 다 불었는데.”
“괜찮아. 음식 버리면 벌받는다.”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라면을 가지고 나왔다. 라면 그릇을 앞에 둔 황민성이 웃으며 젓가락으로 면을 들고는 말했다.
“많이 불지도 않았네. 그럼 잘 먹을게.”
웃으며 황민성이 라면을 먹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쇼핑백을 보았다.
“책 더 없어요?”
“있지.”
황민성은 쇼핑백을 배용수에게 주었다.
“한 스무 권 있어. 두고 너희 보고 사람들한테 홍보도 좀 해.”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쇼핑백에서 책을 꺼내 직원들에게 주고는 자신도 한 권 챙겨서는 자리에 앉아 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