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46
847화
열 시 반쯤 되자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몸을 슬쩍 떨었다.
“근데 좀 추워진 것 같지 않아요?”
정인섭의 말에 최창수도 몸을 슬쩍 떨고는 말했다.
“조금 그러네. 갑자기 쌀쌀해졌어.”
의아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최창수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지 말고 다른 데로 옮길까?”
최창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홀로 나왔다.
“한 곳에서 죽치고 있는 것도 심심하지.”
“일차를 너무 오래 했네요. 형도 저희 때문에 못 쉬는 것 같으니 저희 자리 옮길게요.”
가게에 최동해 일행만 있으니 말이다.
“아! 여기 옆 건물 지하에 노래방 있거든? 거기서 놀아라.”
“노래방요?”
“스트레스 풀기에는 노래방만 한 곳도 없지.”
강진은 최동해를 보며 말을 했다.
“거기 깔끔하고 이상한 곳 아니야.”
“이상한 곳?”
“아가씨 불러 주는 곳 말이야. 어쨌든 여기 지하 노래방은 깔끔해. 맥주도 파니까 노래 부르면서 놀다가 새벽 한 시 넘어서 라면이나 먹으러 와라.”
“새벽 한 시까지 영업을 하세요?”
“이따가 단체 예약이 있어. 그래서 오늘은 좀 오래 할 거야.”
“아…… 알겠어요.”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옆에 노래방 꼭 가.”
“노래방 사장님하고 친해요?”
“친하다기보다는 옆 가게니까. 서로 돕자는 거지.”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테이블을 보았다. 테이블 위에는 술병들이 가득 있었다.
“오늘 우리가 술을 좀 많이 먹었네요. 얼마예요?”
“팔만 원.”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친구들과 돈을 걷어서는 아크릴 통에 넣었다.
“그럼 이따가 라면 먹으러 올게요.”
“그래.”
최동해와 친구들이 가게 밖으로 나가자 그들이 몸을 살짝 떨었다.
“으! 쌀쌀하네.”
“그러게. 등골에 찬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다.”
사람들이 몸을 움츠리는 것에 강진이 옆을 보았다. 한끼식당 앞에는 몇 명의 귀신들이 줄을 서 있었다.
저승식당 영업시간이 다가오자 귀신들이 와서 기다리기 시작했는데, 이 때문에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이 추위를 느끼며 나가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바로 여기 옆 건물이야.”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오랜만에 스트레스 풀어 볼까. 내가 노래는 정말 잘 부르지. 가자!”
“그래. 어서 가자. 춥다.”
최동해가 앞장서서 옆 건물 지하에 있는 노래방으로 내려가자 사람들이 그 뒤를 따라갔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은 주방에서 나오는 홍진주와 최고진을 보았다.
“두 분 여기에 계셔도 되겠어요.”
“네? 저희 애들 가는데.”
의아해하는 홍진주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여기 바로 옆 건물 노래방으로 갔어요. 그러니 여기에 계셔도 돼요.”
“네? 그래도 저희는 수호령이라 애 옆에 있어야 하는데.”
홍진주가 걱정스럽게 가게 입구를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미래의 소방관이 되려는 청년들하고 같이 있어요. 그 애들이 두 분 대신 애들하고 잘 놀 거예요. 믿고 애들 그 청년들에게 붙여 둬도 돼요.”
강진의 말에 최고진이 그를 보았다.
“그럼 우리 여기 있어도 되는 건가?”
“수호령이라고 해도 딱 붙어 있지는 않아도 되거든요. 보통 한 십오 미터, 멀면 이십 미터까지 거리가 떨어져도 괜찮더라고요. 옆에 가게하고 여기 거리가 가까워서 두 분 여기에서 음식 드셔도 충분할 거예요. 게다가 애들 한 시 넘어서 여기로 라면 먹으러 오라고 했으니 저승식당 시간에 편하게 이야기도 하고 술도 마시다가 애들 오면 같이 가시면 돼요.”
“이야…… 정말 신기하네.”
두 수호령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가게를 나가며 말했다.
“이리 오세요.”
강진이 부르자 두 수호령은 따라 나오다가 가게 앞에 모여 있는 귀신들을 보고는 멈칫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가게 앞에 귀신들이 더 많이 모인 것이다.
“귀신이…….”
최고진과 홍진주도 귀신이지만, 이렇게 많은 귀신들을 본 적이 없었다. 놀라는 둘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저승식당이니 영업시간이 되면 이렇게 손님들이 모이시는 겁니다.”
“신기하네.”
두 귀신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두 분도 저기 뒤에 가서 줄 서 있으세요.”
“줄을 서야 해?”
최고진은 가게 안을 보았다. 방금 전까지 가게 안에 있었는데 굳이 나와서 다시 줄을 서야 하나 싶었던 것이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줄 서 있으시다가 들어오시면 제가 줄을 서라고 한 이유를 아실 거예요.”
“무슨 이유인데?”
“먼저 아시면 재미가 없죠. 그냥 이따가 들어오라고 할 때 들어오시면 아시게 될 거예요. 그리고 저희가 음식 준비할 시간도 필요하니까요.”
그러고는 강진이 줄을 선 귀신들을 보며 말을 했다.
“여기 오늘 새로 오신 분들이니 잘들 대해주세요.”
강진의 말에 줄을 선 귀신들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잘 오셨어요.”
“그럼 저승식당은 처음인가?”
“딱 보니 어디 수호령 같은데…… 수호령이 여기 어떻게 온 거지?”
“저승식당에 처음 왔으면 오늘 계 탄 날이네요.”
귀신들이 둘에게 말을 걸거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던 강진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한 손에 메모지와 펜을 들고는 나왔다.
“자! 주문 받을게요.”
귀신들이 하나둘씩 먹고 싶은 것을 말하자, 강진이 그것을 적어 내려갔다.
***
11시가 되자 강진이 가게 문을 열고는 손님들을 들어오게 했다. 그에 귀신들이 안으로 들어오자 강진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다 마침내 최고진과 홍진주 차례가 되었다. 자신의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가려던 최고진이 멈췄다.
멈칫!
열린 문 안으로 사람 모습을 한 귀신들이 보였다. 아까와 모습이 좀 다르긴 했지만, 분명 같이 이야기하던 귀신들이었다.
“이게 대체…… 귀신이 사람으로?”
최고진이 놀란 눈으로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일단 들어오세요. 뒤에 분들 기다리세요.”
강진의 말에 최고진이 자신의 뒤에 있는 홍진주와 귀신들을 보고는 가게 안으로 한 발 내디뎠다.
화아악!
문을 통과하자 최고진의 몸이 사람으로 변했다.
“하아아아!”
귀신의 몸에서 사람으로 현신을 하는 그 묘한 감각에 최고진이 숨을 토했다.
‘감각이 느껴진다.’
귀신일 때는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현신을 하게 되니 감각이 느껴졌다.
온도가 느껴졌고, 피부에서 뭔가 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마치 냉탕에 있다가 뜨거운 물에 들어갔을 때 발가락 끝부터 온몸이 찌릿해지는 그런…….
최고진은 있는 힘껏 주먹을 쥐어 보았다.
꾸우욱!
주먹이 하얗게 될 정도로 힘을 준 최고진이 미소를 지었다.
‘힘이 들어간다.’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 최고진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기다린 보람이 있으세요?”
강진의 말에 최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보람이라면 한 달을 기다려도 좋을 것 같아. 너무…… 좋아.”
현신을 한 자신의 몸 상태가 마음에 드는지 미소를 짓는 최고진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돌려 홍진주를 보았다.
홍진주 역시 놀란 눈으로 현신을 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진주 씨도 묘하시죠?”
“네. 사람이 된 것 같아요.”
홍진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자리로 안내했다.
“현신을 하면 사람하고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람하고요?”
“음식을 먹을 때라도 맛있게 먹으라는 배려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승식당 영업시간에 저희 가게에 오신 분들은 모두 사람으로 현신을 해서 음식을 드실 수 있어요.”
“아, 그럼 혹시…….”
홍진주가 눈을 반짝이며 보는 것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대로 아드님을 보고 싶겠지만 그건 안 돼요. 여기서 사람이 될 수는 있지만, 정말 사람이신 건 아니니까요. 죄송합니다.”
“하긴…… 그건 그렇겠죠.”
아쉬워하는 홍진주의 모습에 최고진이 웃으며 말했다.
“애들 보고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야 알겠지만, 그 녀석들이야 노래방에서 신나게 놀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우리도 신나게 달려 봅시다.”
최고진은 식탁에 놓여 있는 맥주를 따서는 잔에 따랐다.
“한 잔 드세요.”
최고진이 맥주잔을 내밀자, 홍진주가 고개를 숙이고는 그것을 받았다. 그러자 최고진이 자신의 잔에도 맥주를 따르고는 말했다.
“이 시원함…… 정말 오랜만에 느껴 봅니다.”
그러고는 최고진이 홍진주를 보았다.
“인섭 어머니는 저보다 죽은 지 오래되셨으니 이 감촉도 정말 오랜만이겠습니다.”
최고진의 말에 홍진주가 그를 보았다.
“네?”
“잔 만져 보세요. 아주 시원합니다.”
최고진의 말에 홍진주가 고개를 저으며 그를 보았다.
“아니, 그게…… 방금 전에 하신 말요.”
“제가 무슨 말 했습니까? 그냥 이 시원함 오랜만이라고 했는데?”
최고진이 의아한 듯 잔을 보자, 홍진주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방금…… 저한테…… 인섭 어머니라고.”
“그야 인섭 학생 어머니이시니까요. 이름으로 불러 드릴까요?”
최고진의 말에 홍진주가 그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처음…… 들어 보네요.”
“네?”
“인섭 어머니…… 처음 들어 봐요.”
“그래요?”
최고진은 의아한 듯 홍진주를 보았다. 여자들만 그런 줄 알지만, 남자도 아이를 낳으면 아이 아빠로 불린다.
인섭 아빠, 인섭 아버님 같은 식으로 말이다. 그것이 자식을 가진 부모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런 이름을 왜 처음 들어 봤나 싶었다.
“저…… 아이 낳고 얼마 안 돼서 이렇게 돼서요.”
“아…….”
최고진이 안타까운 눈으로 그녀를 보자, 홍진주가 미소를 지었다.
“인섭 어머니라는 말 너무 듣기 좋네요.”
홍진주의 말에 최고진이 잔을 들었다.
“그럼 제가 오늘 많이 불러 드리겠습니다. 인섭 어머니, 한 잔 시원하게 드시죠.”
최고진의 말에 홍진주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었다.
챙!
작은 소리를 내며 잔을 맞부딪친 홍진주가 맥주를 입에 가져갔다.
꿀꺽! 꿀꺽!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는 홍진주를 안쓰러운 눈으로 보던 최고진이 작게 웃으며 맥주를 마셨다.
꿀꺽! 꿀꺽!
시원하게 맥주를 마신 최고진의 입에서 감탄성이 터졌다.
“으아! 좋다!”
기분 좋게 소리를 지르는 최고진의 모습에 옆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던 귀신들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저승식당은 처음인가 봅니다.”
“귀신으로는 몇 번 왔는데 사람으로는 처음이네요.”
“저도 처음에 여기에서 맥주를 마실 때 목구멍이 작은 것이 한이더군요. 목구멍이 넓고 크면 더 많이 마실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하하하!”
귀신의 농에 최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그러게요. 목구멍이 넓으면 한 번에 많이 마실 텐데요.”
말을 하며 최고진이 잔을 들어 보이자, 상대 귀신도 잔을 들고는 맥주를 마셨다. 그에 최고진도 서둘러 맥주를 잔에 따라서는 입에 가져다 댔다.
“안주도 드시면서 드세요.”
“안주?”
안주라는 말에 최고진이 음식을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맥주가 이렇게 맛있으면…… 음식도 맛있겠지?’
그에 최고진은 계란말이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 맛이 좋아.”
최고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신해서 먹으면 식감과 향, 그리고 맛이 골고루 느껴져서 맛이 더 좋죠.”
“그러게 말이야.”
최고진이 웃는 것을 보던 강진이 홍진주를 보았다.
“인섭 어머니, 더 드시고 싶은 것 있으세요?”
강진의 말에 홍진주가 그를 보았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었다.
“인섭 어머니라는 말…… 정말 듣기가 좋네요.”
“그럼 제가 오늘 인섭 어머니라고 많이 불러 드려야겠네요. 아저씨도 많이 불러 주세요.”
강진의 말에 최고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인섭 어머니, 술 한 잔 더 드시죠.”
최고진의 말에 홍진주가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
“창수 아버님도 많이 드세요.”
“하하하! 그럽시다.”
최고진은 홍진주의 잔에 맥주를 거품과 함께 시원하게 따라 주었다.
쪼르륵! 화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