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68
869화
아가씨는 강진을 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가 밥 양이 좀 많아요.”
혹시 양이 많다고 거절할까 봐 걱정스러운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강진은 주방에 들어가서 이혜미에게 말했다.
“나가면 귀신 한 분 있어요.”
“네.”
강진의 말을 이해한 이혜미가 홀로 나갔다. 그 사이 강진이 배용수에게 말했다.
“김치찌개 일 인분, 고등어 정식 일 인분인데 손님이 두 개 다 먹고 싶어서 무리하시는 것 같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홀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아가씨?”
“응.”
“눈이 안 좋으시니 밖에 나오기가 어디 쉽겠어? 나온 김에 많이 먹고 싶은가 보네.”
“우리 단톡방에도 가입을 하셨다네.”
“그럼 우리 단톡 자주 들여다보시나 보네.”
배용수는 음식을 준비하며 말했다.
“조금씩 여러 종류 드시게 하면 되겠지.”
그는 김치찌개를 끓임과 동시에 고등어를 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냉장고에서 소고기를 꺼내서는 썰었다.
“오색 찹 스테이크?”
“우리 가게 여자 손님들 이거 좋아하시잖아. 아마 우리 단톡방 자주 이용하셨다면 이것도 드시고 싶어 할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럼 많이 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많이?”
“손님들한테 서비스로 조금씩 나눠 드리게.”
그러고는 강진이 홀을 보았다. 홀에서는 이혜미가 아저씨 귀신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가씨를 보고 있었다.
“아가씨만 드리면…… 우리 마음은 그런 것이 아닌데, 혹시라도 동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그럴 거면 차라리 서비스로 조금씩 모든 분께 드리자.”
“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음식 드리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너만큼 생각은 못 했네.”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아저씨 귀신을 보았다.
“그런데 왜 안 들어오시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홀을 보다가 말했다.
“그나저나 저 강아지 되게 순하게 생겼네.”
“안내견들은 사람들 속으로 안내를 해 주는 강아지니까. 사람들이 무서워하지 않는 얼굴도 중요하지.”
“애 목마르겠다. 헥헥거리는 거 봐라. 애 물 좀 줘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주방을 나왔다.
“여기가 저승식당이라고요?”
“네. 그러니 따님 식사하실 동안 안에서 식사 좀 하세요.”
“귀신이 밥 먹는다고 배부른 것도 아니고 나는 괜찮습니다.”
말을 하던 아저씨는 강진이 오는 것에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에 강진도 작게 고개를 숙여 아는 체를 했다.
그에 아저씨 귀신이 놀람과 당황이 어린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정말 귀신을 보네요?”
아저씨 귀신의 말에 미소로 답한 강진은 카운터로 가서 아침에 아이들 밥 줄 때 쓰는 물통을 꺼냈다.
그 물통에 물을 담은 강진이 아가씨에게 다가갔다.
“애가 목이 마른 것 같은데 물 좀 먹일까요?”
“감사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가방에서 물통을 꺼냈다.
“제가 물그릇 가져왔는데요.”
“아니에요. 가게에서 쓰시는 그릇일 텐데요.”
“제가 아침마다 동네 아이들에게 밥하고 물을 챙겨 주거든요. 그 그릇이라 괜찮아요.”
강진이 물그릇을 바닥에 내려놓자, 개가 헥헥거리며 물그릇을 보았다.
“주인이 먹으라고 한 것만 먹나 보네요?”
“순이야, 먹어.”
아가씨의 말에 개가 그제야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애가 말을 참 잘 듣네요.”
“우리 순이가 정말 똑똑해요. 핸드폰 벨 울리면 물어서 저한테 가져다주기도 해요.”
흔한 애견인들처럼 자기 강아지 자랑을 하는 아가씨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개를 보았다.
“오빠가 네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데 음식 장사하는 중이라 못 쓰다듬겠네. 아쉽지만 다음에 쓰다듬어야겠다.”
웃으며 개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밥도 좀 줄까요?”
“아니에요.”
“애 침 질질 흘리는데요.”
“그래요?”
아가씨는 손수건을 꺼낸 뒤 손을 더듬더듬 움직여 개의 머리를 만지고는 입가를 손수건으로 닦아 주었다.
“그래도 살찌면 안 돼서요. 밥은 아침하고 저녁에만 줘요.”
“알겠습니다. 그럼 음식 나오면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가씨를 잠시 본 강진이 아저씨 귀신을 보았다. 그러다 시선이 마주치자 강진이 슬쩍 주방을 가리켰다.
그에 아저씨 귀신이 아가씨를 한 번 보고는 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빠 없어도 무서워하지 말고 언니 옆에 꼭 붙어 있어.”
아저씨 귀신의 말에 개가 작게 짖었다.
멍.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게 짖는 순이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교육이 참 잘 됐네.’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자, 배용수가 쟁반에 김치찌개와 고등어 한 조각을 올리고 있었다.
“상섭 형 테이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쟁반을 들고는 홀로 나왔다.
“형, 식사하세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핸드폰을 보다가 내려놓았다.
“고등어도 주네?”
“전 사수께 드리는 선물이죠.”
“이런 선물 너무 좋지.”
웃으며 말을 한 이상섭이 강진을 보았다.
“동해 결과 언제 나오지?”
“다음 달에요.”
“잘 되어야 할 텐데. 요즘 소방관 시험도 경쟁 심하다고 하던데.”
“처음 보는 거니 떨어져도 경험 삼아 봤다고 생각하면 되죠.”
“그런 경험 싫다. 그냥 한 번에 가는 것이 좋지.”
“그 말도 맞기는 한데…… 시험 준비하는 청춘들은 다 간절하니까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밥을 먹으며 말했다.
“동해 결과 나오면 같이 소주나 한잔하자. 붙으면 축하주, 떨어지면 위로주.”
“그럼 좋죠. 아! 대신 동해한테 술 주지 마세요.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강진은 다른 손님들 먹는 것을 살펴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서는 아저씨 귀신이 밥을 먹고 있었다.
“입에 맞으세요?”
“귀신이 무슨 밥인가 싶었는데 안 먹었으면 후회할 뻔했습니다. 정말 아주 맛이 좋습니다. 정말 맛있어요.”
환하게 웃은 아저씨 귀신이 음식을 보며 말했다.
“정말 맛이 좋네요.”
몇 번이나 감탄을 하는 아저씨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홀을 보았다.
“그런데 따님이 저희 가게 정말 오고 싶어 하셨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아저씨 귀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딸이 맛집을 좋아하거든요.”
“따님이 맛집을 자주 가시나 봐요?”
“눈이 불편한 애가 어딜 자주 가겠어요.”
아저씨 귀신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벼르고 또 벼르다 가는 거지.”
“그래요?”
“여기도 정말 생각 많이 하고 겨우 온 거예요.”
“그럼 전화를 하고 오는 것이 낫지 않나요?”
“전화?”
“법으로야 안내견이 가게 안에 들어가도 된다고 명시가 되어 있지만, 안 받아주는 곳들이 많잖아요. 그럼 무작정 가지 말고 전화로 들어가도 되는지 확인하고 가는 것이 낫지 않아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얼마 전에 큰 마트에서 안내견 입장 막았던 일도 있잖아요. 마트에서도 그러면 음식점은 더 할 것 같은데?”
두 사람의 말에 아저씨 귀신이 고개를 저었다.
“전화 거절이 더 쉬운 법입니다.”
“아…….”
강진이 낮게 탄식을 토하자, 아저씨 귀신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전화로 거절을 많이 당했어요. 죄송하지만 어렵다고 말이에요. 그런데 한 번은 그냥 무작정 갔는데 들어오게 하더라고요.”
“그렇군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전화 안 하고 직접 가서 부딪히고 있어요. 거절하면 발길 돌리고 된다고 하면 들어가서 먹는 거죠.”
아저씨 귀신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다섯 번 중에 세 번은 실패야.”
“그래요?”
“자네처럼 좋은 사장님도 있지만, 꽉 막힌 양반들도 많거든.”
“거절을 많이 당하셨나 보네요.”
“처음에는 서운하고 화도 났는데…… 생각을 해 보니 그분들도 이해가 돼. 요즘처럼 경기 어려운 시기에 한 손님 받자고 다른 손님들 떠나게 할 수 없잖아. 게다가 우리 딸은 뜨내기손님이고 말이야.”
“따님 일인데 그렇게 생각을 하시네요.”
“그렇게 생각을 해야지, 안 그러면 내가 속 터져 죽을 것 같더라고. 그래서 그냥 이해하려고 해.”
말을 하던 아저씨 귀신은 “아차.” 하더니 강진을 보았다.
“이거 말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말을 놓고 있었네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그래도 오늘 처음 보는데…….”
“편하게 하세요. 저도 그게 좋습니다.”
“하하하! 그럼 편하게 할게.”
아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딸이 그런 일을 당할 때마다 화가 많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많이 겪다 보니 화를 내기보다는 그들을 이해하는 쪽으로 바뀐 것 같았다.
‘사람뿐만 아니라 귀신도 적응의 동물이구나.’
속이 터지지 않으려고 상대를 이해하는 쪽으로 적응을 한 것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아저씨 귀신이 밥을 떠서 입에 넣고는 말했다.
“그래서 전화를 안 해.”
“그런데 거절을 당하면 고생만 하는 거잖아요.”
강진의 말에 아저씨 귀신이 웃으며 말했다.
“왜 고생만이야?”
“눈이 불편하셔서 나오는 거 힘드실 텐데……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 다시 돌아가야 하니 고생이죠.”
아저씨 귀신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오기 어렵고 힘들다고 집에만 있으면 그게 어디 사람 사는 건가? 요즘 배달도 잘 되고 하니 집에만 있어도 먹고사는 건 걱정 없지만, 그래도 그렇게 사는 건 너무 팍팍하잖아.”
그러고는 아저씨가 강진을 보았다.
“눈이 안 보인다고 세상이 안 느껴지는 건 아니야.”
아저씨는 눈을 감고는 잠시 있다가 말을 이었다.
“쾌청한 날에는 따스한 햇살이 느껴지고, 비가 오는 날에는 빗소리와 비 특유의 냄새를 맡을 수 있어.”
미소를 지으며 말하던 아저씨가 눈을 뜨고는 강진을 보았다.
“집에만 있으면 느낄 수 없는 거지.”
“그건 그러네요.”
“그래서 우리 딸도 그냥 나오는 거야. 이런 핑계라도 있어야 사람 사는 세상에도 나오는 거 아니겠어?”
“아저씨나 따님이나 낙천적이시네요.”
“비관적으로 생각한다고 세상이 바뀌나. 차라리 좋게 좋게 생각을 해야 속이라도 편한 거지. ‘인생 개 같네.’보다는 ‘개 팔자가 상팔자지.’하고 생각하는 것이 좋잖아.”
몸을 일으킨 아저씨는 음식을 기다리는 딸과 그 옆에 있는 순이를 보았다.
“우리 딸도 그렇게 생각을 해서 다행이야. 거절을 당해도 오랜만에 순이 산책 많이 시켰다 생각을 하니까.”
그러고는 아저씨 귀신이 웃었다.
“그래도 음식점에 와서 음식 먹고 가는 것이 가장 좋지. 그리고 자네처럼 좋은 사장을 만나면 더 기분이 좋고 말이야.”
아저씨 귀신이 슬쩍 순이를 가리켰다.
“봐. 우리 순이도 언니 기분 좋은 거 알고 저렇게 좋아하잖아.”
아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순이를 보았다. 아가씨 옆에 앉은 순이의 꼬리가 좌우로 작게 흔들고 있었다.
“그러네요. 기분 좋아 보이네요.”
아저씨 귀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그는 다 만든 음식을 쟁반에 올리고 있었다.
“큐브 스테이크는 너무 조금 주면 정 없어 보여서 그냥 일 인분씩 만들었어. 손해는 네가 감수하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 장사하면서 음식 아끼면 되나. 잘 했어.”
강진은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는 홀로 나갔다.
“음식 나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아가씨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