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69
870화
미소를 짓는 아가씨를 보며 강진이 음식을 놓으려다가 물었다.
“혹시 평소 음식 놓는 위치가 있을까요?”
“위치요?”
“음식을 어디에 둬야 드시기 편할지 몰라서요.”
“그냥 두시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만 알려 주세요.”
아가씨의 말에 강진이 음식을 놓으려다가 문득 김치찌개를 보았다. 김치찌개는 양은 냄비가 아니라 도자기로 된 국그릇에 담겨 있었다.
그것을 본 강진이 피식 웃었다.
“어? 왜 웃으세요?”
살짝 당황한 듯한 아가씨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때문에 웃은 건 아니고요. 저희 주방장의 배려에 살짝 감동해서요.”
“배려요?”
아가씨가 의아해하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잠시 손 좀 잡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아가씨가 허공을 보다가 손을 살며시 내밀었다. 강진은 그 손을 김치찌개가 담긴 도자기 그릇으로 이끌었다.
“뜨겁지 않고 따스하죠?”
“네.”
“저희 식당은 김치찌개를 양은 냄비에 담아서 내거든요. 그런데 저희 주방장이 손님 손 데일까 봐 도자기 그릇에 찌개를 담았네요. 저도 생각을 못 했는데 말이죠.”
눈이 불편한 사람은 손이 곧 눈이다. 그런 손이 뜨거운 양은 냄비에 닿아 다칠까 싶어 도자기 그릇에 찌개를 담은 것이다.
“아…… 감사합니다.”
아가씨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주방을 보았다.
‘감사는 우리 마누라한테 해야죠.’
강진은 고개를 돌려 반찬들을 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작게 웃었다.
‘이 배려심 넘치는 놈.”
반찬들 역시 다른 손님들에게 나가는 것과 조금 달랐다. 칼로 한 번 더 손을 댔는지 크기가 크지 않았다.
손님들이야 크기가 크거나 하면 베어 물거나, 찢어서 먹지만 아가씨는 눈이 불편하니 한 입에 먹기 편하도록 손질을 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여기 있는 건 좀 보기 흉한 고등어구이입니다.”
“보기 흉한 고등어구이요?”
“저희 주방장이 보기 흉하게 고등어를 이리저리 갈라 놨네요.”
강진의 말에 아가씨가 미소를 지었다. 강진이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안 것이다.
“하지만 먹기는 좋은 고등어겠네요.”
아가씨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이 보기 흉하다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어떤 의미에선 보기에 좋았다. 가시를 발라내서 살들만 한쪽에 가지런히 놓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고등어는 흰 살과 등살이 따로 놓여 있었다.
고등어는 흰 살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고등어 껍질과 갈색의 등살만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냥 다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말이다.
“이쪽은 흰 살 부위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고등어 등살과 껍질이 같이 붙어 있는 곳입니다.”
손에 젓가락을 쥐여 주고는 위치를 알려주자, 아가씨가 미소를 지었다.
“정말 먹기 좋게 된 보기 흉한 고등어네요.”
“그러게요. 그리고 여기는 김치, 여기는 오징어젓갈, 여기는 와사비 간장, 여기는…….”
강진이 반찬들 위치를 하나씩 이야기해 주자, 아가씨가 젓가락을 움직였다.
“한 번 더 설명해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아가씨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익숙해서 괜찮아요.”
“알겠습니다.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 주세요.”
“네.”
몸을 돌리던 강진이 아차 해서는 아가씨를 보았다.
“아! 그리고 음식 두 개를 다 못 드실 것 같아서 양은 조금씩 줄였습니다. 그리고 양을 줄인 만큼 가격도 줄였으니 부담 없이 드세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요.”
“부족하시면 돈 더 받고 다시 내어 드릴게요. 요즘 음식 쓰레기 줄이는 추세잖아요.”
부담 갖지 않게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몸을 돌렸다. 그에 아가씨가 소리가 들린 곳을 한 번 보고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맛있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그녀는 김치찌개를 떠먹고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힐끗 주방을 보았다. 주방에선 아저씨 귀신이 웃으며 딸을 보고 있었다.
“우리 딸 참 잘 먹지?”
아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먹는 걸 좋아하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아저씨 귀신이 미소를 지었다.
“내 생각이 나면…… 맛집을 찾아다녀.”
아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그를 보았다.
‘갑자기 훅 들어오시네.’
감동적이거나 슬픈 이야기 같은 건 좀 분위기 따라 흘러나오기 마련인데, 아저씨 귀신이 훅 들어온 것이다.
“아내 죽고, 나하고 딸이 둘이 살았어. 초등학교 이 학년 여름에 애가 갑자기 눈이 잘 안 보인다고 하는 거야.”
“어디 병이라도?”
“그렇다고 하더라고. 시각이 어쩌고저쩌고하는 거라는데…… 그래도 다행이지. 그때 병원 데려가서 눈이 그리될 것을 미리 알았으니 맹인 됐을 때를 대비해서 연습을 하고 배울 수 있었으니까.”
아저씨 귀신이 웃었다.
“갑자기 사고로 눈이 안 보였어 봐. 그럼 얼마나 갑갑하겠어? 연습도 못 한 상태로 실전에 투입된 거니까 말이야. 그래도 우리 딸은 몇 년 눈이 안 보일 것을 대비해서 연습하고, 마음의 준비도 하고 그랬으니 다행이지.”
아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성격이…….’
속으로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딸 눈이 안 보이는 불행에도 아저씨는 애써 위안을 삼고 있었다.
갑자기가 아닌 몇 년이라는 시간이 생긴 것에 말이다.
이건 사람이 낙천적이라기보다는…… 이렇게 생각을 하고 싶어서인 것 같았다. 불행에 슬퍼하기보다는 위안을 삼고 나아가려고 말이다.
‘강한 아버지이시구나.’
“그 진단 받고 딸하고 자주 여러 곳 다니면서 일출도 보고, 새해 종 치는 것도 보고, 많이도 놀러 다녔지.”
“눈 안 보이기 전에 많은 것을 보여 주고 싶으셨나 보네요.”
“맞아. 여행 다니면서 각 지역에 있는 맛있고 예쁜 음식들도 먹으러 맛집들도 참 많이 다녔어. 눈이 안 보이기 전에 더 많은 것과 맛있는 것 보여 주고 먹여 주고 싶었거든. 그래야 나중에 눈이 안 보이더라도 그게 뭔지 알 거 아니겠어?”
아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좋은 아버지네요.”
“좋기는. 애 아픈 줄도 몰랐는데…….”
아저씨는 멍하니 허공을 보다가 말했다.
“애가 눈이 잘 안 보인다고 했을 때 안경점이 아니라 병원을 갔어야 했는데.”
한숨을 쉰 아저씨 귀신은 딸을 쳐다보았다. 그런 아저씨를 보던 배용수가 큐브 스테이크를 작은 접시들에 담아 쟁반에 올렸다.
“강진아, 서비스 양이 조금씩 달라. 많은 건 4인과 3인 테이블에 드리고 적은 건 한두 분 있는 곳에 드려.”
강진은 접시에 담긴 큐브 스테이크를 보았다. 배용수의 말대로 접시에 담긴 스테이크 양이 조금씩 달랐다.
“섬세하네.”
“따뜻할 때 드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쟁반을 들고는 홀로 나왔다.
“오늘 제가 기분이 좋아서 서비스 음식을 조금 했습니다. 서비스니 양 적다고 서운해하지 마시고 맛있게 드세요.”
강진은 손님들 테이블마다 한 접시씩 음식을 놓았다.
“맛있겠다.”
“색 예쁘네요.”
“이거 오색 찹 스테이크죠? 단톡으로만 봤는데 이걸 이렇게 먹네요.”
“저녁에 오시면 메뉴 선택이 되니 맛있으면 저녁에 오세요.”
“알았어요.”
여자 손님 몇이 웃으며 오색 찹 스테이크를 보았다. 오색 찹 스테이크는 점심 메뉴로는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점심에 오는 직장인 손님들은 이 메뉴를 단톡 사진으로만 보았지, 직접 먹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손님들에게 찹 스테이크를 서빙한 강진이 아가씨에게 남은 접시를 들고 왔다.
“저희 가게 여성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시는 메뉴인 오색 찹 스테이크입니다.”
“서비스라고 하시던데…….”
“제가 오늘 좋은 손님들을 만나서 기분이 좋아서요.”
“저 그렇게 좋은 손님 아닌데…….”
아가씨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는 좋은 손님이세요. 그리고 저희 가게에 오신 다른 손님들도 좋은 손님들이고요. 그래서 오늘 제가 기분이 좋습니다.”
자세한 사정은 말하지 않았지만, 강진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모든 손님들이 눈이 불편한 한 그녀를 위해 양해를 해 주었으니 말이다.
“그럼 편히 식사하세요.”
“네.”
아가씨가 마저 음식을 먹자, 강진이 그것을 보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 강진은 다른 손님들의 음식을 살폈다.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하나둘씩 나가고, 어느새 식당에는 이상섭과 아가씨만이 남았다. 이상섭도 서둘러 밥을 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진아, 잘 먹고 간다.”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다가왔다.
“형 너무 빨리 먹는 것 아니에요? 무슨 오 분 컷이에요?”
“왜, 식탁 회전 빨리 되고 좋지.”
“그건 그런데…… 식사를 너무 빨리 하니까요. 정말 후다닥이잖아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웃으며 입을 티슈로 닦았다.
“인턴 할 때 너도 그렇게 먹었으면서 뭘 새삼스럽게 그런 이야기를 하냐.”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직장 생활 중 유일한 낙이기도 하면서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보통 직장인들은 점심을 빨리 먹는다. 빨리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밥을 빨리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말이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든, 잠시 낮잠을 자든, 아니면 사적인 일을 보든…… 개인적인 시간을 위해 점심을 빨리 먹는 것이다.
그러나 점심을 빨리 먹으면 먹을수록 위에 안 좋은 법이니 강진은 그것이 걱정이었다.
이상섭이 피식 웃으며 물을 마시고는 말했다.
“그래도 영양가 있는 맛집이 가까이 있으니 여기 근처 직장인들은 행복한 거지.”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고요.”
“아니. 진짜로 네가 식당 해서 난 정말 좋아. 여기 알기 전에는 ‘오늘 점심은 뭐 먹지?’를 출근하면서부터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침에 단톡방 보고 ‘오! 오늘은 이거네.’ 하고 점심 기다리다가 오면 되잖아.”
“그런데 가끔 마음에 안 드는 메뉴도 있지 않아요?”
“나는 입이 대중적이라 따지는 거 없어서 그런지 다 맛있더라.”
이상섭이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네가 우리 회사 입사했으면 어쩔 뻔했냐.”
“식사 못 하니까요?”
“마음 잘 맞고 친한 후배는 구할 수 있지만, 한끼식당처럼 맛있고 메뉴 다양하고 가격도 싼 식당 구하는 건 쉽지 않잖아.”
“이거 서운하다고 해야 하나,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칭찬이지. 그럼 간다.”
이상섭이 식당을 나가자 강진이 그를 배웅해 주었다.
“가세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손을 흔들고는 회사로 걸음을 옮겼다. 그것을 보며 가게로 들어온 강진은 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에 이혜미가 말했다.
“가게 문 잠그고 저희하고 같이 해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아가씨 눈 안 보이시니 우리가 같이 해도 되지 않겠어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직원들에게 말을 하지만 않는다면, 아가씨가 알 수 없을 것이다.
강진이 가게 문을 잠그자, 직원들이 나와서는 식탁에 있는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함께 정리한 그릇들을 주방에 가지고 들어간 직원들이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아저씨 귀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배용수가 준 JS 소시지를 먹고 있었다.
“그것도 맛있죠?”
“아주 맛이 좋네.”
아저씨 귀신이 홀을 보며 말했다.
“우리 딸도 이거 좀 줘.”
“딸하고 나눠 드시고 싶으세요?”
“맛있는 거 먹으면 부모는 다 자식 생각이 나는 법이지.”
웃으며 아저씨 귀신이 소시지를 집어 입에 넣었다.
“내가 정말 맛있는 거 많이 먹어 봤는데 이렇게 맛있는 소시지는 처음이야. 그냥 이대로 통으로 내놓고 팔아도 3스타 가게 정식 못지않겠어.”
아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소시지를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이건 귀신들 먹는 음식이라 사람은 먹으면 안 돼요.”
“그래?”
“저승에서 파는 건데, 제가 저희 가게 직원들 먹으라고 사 온 거라서요.”
“아…….”
아저씨 귀신이 아쉽다는 듯 소시지를 보다가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어. 아주 맛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