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98
899화
아내를 떠올리며 소주잔을 보던 오택문이 입을 열었다.
“전에 먹은 국수가 먹고 싶구나.”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모님이 어묵 국수에 김 많이 넣어 드시는 걸 좋아하셨죠.”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그를 보았다. 오택문의 눈에는 부러움이 가득했다. 아내를 보지 못하는 자신과 달리, 강진은 아내를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 부탁하네.”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자, 오혁이 의아한 듯 말했다.
“강진이가 어머니 식성을 알아요?”
오택문이 보자, 오혁이 말을 덧붙였다.
“어머니 어묵 국수에 김 넣어 먹는 거요.”
오혁의 말에 오택문이 그를 보았다.
‘여기에서 네 엄마가 먹었어. 그때는 너도 같이 먹었다고 하던데…… 기억을 못 하는구나.’
자신을 안쓰러운 눈으로 보는 오택문을 보고 오혁이 웃었다.
“왜 그렇게 보세요?”
오혁의 물음에 오택문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너 누워 있는 동안 나도 여기 단골이었다.”
“그러셨어요?”
“네 엄마가 생각이 나서…… 몇 그릇 먹었었다. 그때 내가 이야기를 해 줬단다.”
“그러셨구나.”
오혁이 웃으며 소주잔을 잠시 쓰다듬다가 말했다.
“저 누워 있을 때…… 어머니 마음 많이 안 좋으셨죠.”
“말해 뭘 하겠니.”
“나 깨어나는 거 보셨으면 정말 좋아했을 텐데.”
오혁의 말에 오택문이 그를 보다가 소주를 한 모금 마셨다.
‘보고 갔으니 많이 좋아했을 거다.’
그는 강진을 통해 아내가 떠났을 당시의 이야기를 들었었다. 아들이 깨어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고 떠난 아내의 이야기를 말이다.
“네 엄마는 네가 이렇게 건강하게 있는 것을 알고 좋아하고 있을 거다.”
“그러시겠죠.”
오혁은 쓰게 웃으며 소주를 마셨다. 가볍게 혀만 적실 정도로 마신 오혁은 오택문의 빈 잔에 소주를 채워주었다.
소주잔에 찬 소주를 오택문이 가만히 보고 있는 동안 오혁은 고개를 돌려 아저씨를 보았다.
그가 아버지처럼 아내를 먼저 떠나 보냈다는 게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오혁이 다시 고개를 돌려 오택문을 보던 찰나 주방에서 강진이 국수 그릇을 들고 나왔다.
“어묵 국수 나왔습니다.”
“금방 나왔네.”
“멸치 육수 만들어 놓은 거 있으니 국수야 금방 만들죠. 그리고 김 가루하고 고춧가루는 여기 있으니 취향대로 넣어 드세요.”
말을 하며 강진이 국수를 놓는 것에 오혁이 말했다.
“저기 손님도 한 그릇 드리지 그래?”
오혁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저 그렇게 음식 정 없는 놈 아니에요.”
“준비했구나.”
오혁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그런데 왜 안 가지고 왔어.”
“쟁반이 커도 다 담기는 힘들어요.”
“그래. 잘 했다.”
오혁의 말에 강진이 쟁반을 들고는 주방에 들어갔다. 그것을 보던 오혁이 오택문을 보았다.
“아버지, 김 넣어 드세요.”
오혁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 가루를 젓가락으로 크게 집어서 국수에 올렸다.
“아버님 그렇게 넣으시면 짤 텐데요.”
김을 너무 많이 넣은 것 같아 이강혜가 말하자, 오택문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이렇게 먹어야 맛있단다. 너도 넣거라.”
오택문은 김 가루 위에 고춧가루도 툭툭 넣고는 잘 섞이도록 국수를 저었다.
“국수 좀 드세요.”
강진이 국수를 식탁에 올리자, 아저씨가 웃으며 한쪽에서 국수를 먹고 있는 오택문 일가를 보았다.
“저분들 덕에 제가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네요.”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
강진은 한 그릇 더 가져온 국수를 슬쩍 아주머니 앞에 놓았다. 그러고는 빈 그릇 하나를 아저씨 앞에 놓았다.
“선생님은 덜어서 드세요.”
“후! 알겠습니다. 제 아내가 맛있게 먹어야죠.”
강진은 김 가루가 담긴 그릇과 고춧가루를 놓았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인데 이 음식에는 MSG가 들어갔습니다.”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웃었다.
“요즘 MSG 안 들어간 음식이 있나요.”
“보통 그렇기는 한데 저희 가게는 MSG를 쓰지 않습니다.”
“그래요?”
“MSG가 나쁜 건 아니지만, 싫어하는 분들도 있고 그거 안 써도 맛있게 음식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보통 음식에는 MSG를 넣지 않습니다.”
강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대신 손님들이 해 달라고 하는 음식에는 MSG를 조금씩 넣습니다.”
“그건 왜요?”
“보통 가정집 음식에는 MSG가 들어가잖아요. 농담 조금 섞어서 어머니의 손맛은 MSG라고도 하니까요.”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웃었다.
“그 말도 맞네요. 집밥엔 다시다 같은 MSG가 필수니까요.”
“보통 저희 가게에서 음식을 따로 부탁하는 분들은 집 음식이 그리워서 주문하시거든요. 어머니가 해 주신 음식이거나, 아니면 자신에게 고맙고 보고 싶었던 분들이 해 준 음식요.”
“저도 그렇습니다.”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야기를 이으려다 웃었다.
“이런, 국수 드리고 말을 계속 시키고 있네요. 국수 드세요. 불겠네요.”
“고맙습니다.”
강진은 고개를 숙이고는 오택문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그것을 보던 아저씨는 오택문이 자신을 보는 것에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오택문이 웃으며 국수를 한 젓가락 들어 보였다. 맛있게 먹으라는 의미였다.
그에 아저씨가 웃으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는 국수에 김 가루와 고춧가루를 넣었다. 물론 오택문 일가가 먹는 것처럼 김을 잔뜩 넣은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
소주를 마신 오택문이 오혁과 이강혜를 보았다.
“너희 둘은 이만 들어가 보거라.”
오택문의 말에 오혁이 웃으며 말했다.
“같이 안 일어나시게요?”
“나는 조금 더 마시고 싶구나.”
“그럼 저희도 같이 있을게요.”
이강혜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저었다.
“강진이하고 이야기가 좀 하고 싶어서 그러니 먼저 일어나거라. 그리고 혁이 몸 좋아졌지만 이렇게 오래 앉아 있으면 힘들게다.”
오택문의 말에 오혁이 웃으며 자신의 허벅지를 손으로 눌렀다. 사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다 보니 하체가 묵직한 것이 조금 불편했던 것이다.
그에 오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저희 먼저 일어날게요. 제가 건강해야 나중에 우리 영감님하고 산도 오르죠.”
“그래. 그렇게 해.”
자리에서 일어나다 작게 비틀거린 오혁은 피식 웃으며 이강혜를 보았다.
“너무 오래 앉아 있었나 봐.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네.”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웃으며 그를 부축했다.
“그럼 저희 먼저 들어갈게요.”
“그래. 조심히 들어가고.”
“네.”
오혁을 부축해 일어난 이강혜가 강진을 보았다.
“아버님 잘 부탁해.”
“알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와 오혁이 오택문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가게를 나섰다. 그런 두 사람을 강진이 배웅하기 위해 따라 나오려 하자, 오혁이 말했다.
“됐다. 있어.”
“문만 열어 드릴게요.”
말을 하며 강진이 문을 열자, 오혁과 이강혜가 가게 밖으로 나갔다.
“오늘 잘 먹고 간다.”
인사를 한 오혁은 이강혜와 함께 도원규가 서 있는 차로 다가갔다. 그러자 도원규가 차 문을 열고는 오혁을 부축해 안에 타는 것을 도와주었다.
“끄응!”
오혁 부부가 차에 타자, 도원규가 강진에게 고개를 숙인 뒤 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가게를 떠나는 오혁의 차를 바라보던 강진에게 이종범이 다가왔다.
“회장님께서는?”
“조금 더 마시고 가신대요.”
강진의 말에 이종범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술 많이 드셨습니까?”
“그렇게 많이 드시지는 않았어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거.”
이종범은 숙취 해소제와 음료를 내밀었다. 강진이 웃으며 숙취 해소제를 받았다.
“어르신은 좋겠네요. 이렇게 잘 챙겨 주시는 직원도 있고요.”
“불편하지 않게 모시는 것이 제 일이니까요.”
이종범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배부르실 것 같은데 안주 치우고 가볍게 가져올까요?”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소주를 마시고는 말했다.
“우리 아내도 술을 마시면 안주를 자주 갈아 줬지.”
“그러셨어요?”
“이왕 마시는 거 좋게 마시라고 말이야.”
웃으며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
강진이 안주를 치우기 시작하자, 오택문이 자신이 먹던 국수 그릇을 잡았다.
“이건 그냥 두고.”
“다 불었는데요.”
오택문은 괜찮다는 듯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에 강진은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음식들을 쟁반에 담은 뒤 주방으로 옮겼다. 그 사이, 오택문은 국수를 한 젓가락 먹었다.
이미 불을 대로 불은 국수를 입에 넣던 오택문은 힐끗 아저씨를 보았다.
아저씨의 앞에도 소주가 두 병 놓여 있었는데 한 병은 다 마시고 다른 한 병은 반 정도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채워진 소주잔 하나가 빈자리에 놓여 있고 말이다.
그런 아저씨를 보던 오택문이 입을 열었다.
“이보게.”
오택문의 부름에 아저씨가 그를 보았다.
“어르신 저 부르신 건가요?”
아저씨의 말에 오택문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내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닌데…… 자네도 상처(喪妻)한 모양일세.”
오택문의 말에 아저씨가 옆자리의 잔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택문이 작게 고개를 숙이자 아저씨가 자세를 바로 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저씨의 말에 오택문이 그를 보았다.
“내가 상처한 건 어찌 알았나?”
“‘자네도’라고 말씀하셨으니까요.”
아저씨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내 자네와 이야기를 좀 하고 싶은데 괜찮으면 합석하겠나?”
“저하고요?”
“이런 곳에서 같은 그리움을 가진 사람을 보니 이야기하면서 같이 한잔하고 싶더군. 그래서 내 아들 내외는 먼저 보냈네. 괜찮으면 같이 한잔하세.”
오택문의 말에 아저씨가 그를 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지요.”
아저씨의 말에 오택문이 앞을 가리켰다.
“이리 오게.”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쟁반을 들고 홀로 나왔다.
“자리 옮기세요. 제가 옮겨 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몸만 오게. 안주야 새로 내면 되니 말이네.”
오택문의 말에 아저씨가 웃으며 김치찜을 들었다.
“그럼 이것만 가져가겠습니다.”
그는 아주머니 귀신의 앞에 놓인 소주를 단숨에 마신 뒤 잔과 김치찜을 들고는 오택문의 앞에 와서 앉았다.
아저씨가 자리에 앉자, 오택문이 그를 보며 말했다.
“술 한 잔 같이 하자고 청했는데 승낙해 줘서 고맙네. 그냥 이야기가 하고 싶었네.”
“저도 마누라 빈자리 보면서 마시다 보니 이야기가 하고 싶었는데 잘 됐습니다.”
아저씨는 테이블을 정리하는 강진을 보았다.
“사실 여기 손님들 가면 사장님하고 같이 한잔하면서 이야기 좀 하려고 했는데…….”
아저씨가 웃으며 오택문을 보았다.
“이렇게 여기에 앉게 됐네요.”
“그럼 내가 자네를 잘 청했군.”
오택문이 웃으며 말했다.
“강진이가 그러는데 천사족이라는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좋은 일이라기보다는 그냥…….”
말을 하던 아저씨가 피식 웃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고 있습니다.”
“외양간?”
오택문이 의아한 듯 보자, 아저씨가 웃으며 자신의 옆자리에 빈 소주잔을 놓고는 소주를 따랐다.
쪼르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