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0
90화
자신과 가게를 번갈아 보는 윤수홍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저희 가게가 찾기가 좀 어렵죠?”
강진의 물음에 윤수홍이 다시 가게를 봤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귀신에 홀린 것 같네.’
방금 전까지 자신이 봤던 거리였고, 가게들이었다. 그런데 달라진 것은 자신이 봤던 거리와 가게들 사이에 한끼식당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이 거짓말 같은 현상에 잠시 황당함을 느끼던 윤수홍이 다시 한끼식당과 주변을 볼 때 강진이 말했다.
“들어오세요.”
강진이 말을 하며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윤수홍이 다시 가게를 한 번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오늘 피곤했나 보군.’
피곤해서 가게를 못 본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윤수홍이 강진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가게 안에 들어온 윤수홍이 내부를 둘러보았다.
“가게가 깔끔하고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웃으며 강진이 자리를 안내하고는 야관문차를 따라 주었다.
“야관문차입니다. 몸에 좋은 것은 아시죠?”
강진의 말에 윤수홍이 야관문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미소를 지었다.
“야관문이란 말을 들어서 그런지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몸에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럼 더 마셔야겠군요.”
윤수홍의 말에 강진이 야관문차를 따라주었다.
그런데 저녁이 늦으셨네요.”
아홉 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니 저녁을 먹기에는 늦은 시간이기는 했다.
“중국에서 손님이 오셔서 관광을 좀 시켜드리다 보니 늦었습니다.”
“관광도 시켜주세요?”
“중국에서 제 일을 도와주시는 분들이니 제가 이럴 때 도와드려야죠.”
웃으며 말을 한 윤수홍이 가게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혹시 김치 칼국수 되겠습니까?”
“됩니다.”
“그럼 2인분으로 해서 칼칼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2인분요?”
“제가 무척 배가 고프네요.”
윤수홍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배를 쓰다듬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주방에 들어갔다.
주방에 들어간 강진이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김치 칼국수…….”
요리 연습장에 있는 김치 칼국수 레시피를 떠올린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밀가루 반죽부터 해야 되네?’
요리 연습장에 있는 김치 칼국수 레시피는 직접 밀가루를 반죽해서 면을 내는 요리 방법이었다.
‘칼국수 면 요즘 잘 나오던데.’
시중에 파는 칼국수 면을 떠올린 강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칼국수 면을 만드는 것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레시피에 있는 내용대로라면 그리 어렵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면을 만드는 동안 육수를 내고 국물을 만들면 20분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에 강진이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멸치로 국물을 내는 사이 강진은 볼에 밀가루를 붓고는 반죽을 시작했다.
휘이익! 휘익!
강진의 손에서 밀가루가 점점 뭉쳐지며 곧 모양이 만들어져갔다.
밀가루 반죽이 완성이 되자 강진이 랩으로 볼 위를 덮었다. 짧지만 이렇게 숙성을 해야 식감이 좋아진다.
그러고는 끓고 있는 냄비에서 멸치를 꺼내고는 손질한 김치와 국물을 집어넣었다.
곧 칼칼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하자 윤수홍이 웃으며 주방을 들여다보았다.
그러고는 밀가루 반죽을 보고는 놀란 듯 말했다.
“반죽을 직접 해서 만듭니까?”
“네.”
“아니…… 요즘 칼국수 면도 잘 나올 텐데?”
윤수홍의 의문에 강진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요즘 시중에 칼국수 면 잘 나오죠.’
다만 요리 연습장에서는 반죽을 해서 칼국수 면을 직접 만들어서 쓸 뿐이었다.
“음식은 정성이죠.”
“그거야…… 그렇죠.”
강진의 말에 잠시 밀가루 반죽을 보던 윤수홍이 웃었다.
“기대가 됩니다.”
그런 윤수홍의 말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기대가 되네요.”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강진이 밀가루 반죽을 보았다. 얼마 되지 않은 사이 숙성이 된 듯 반죽은 뽀얀 자태를 보이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 본 강진은 됐다 싶은 듯 반죽을 도마에 놓고는 밀대로 얇게 밀고는 칼로 썰어내기 시작했다.
“이야…… 칼질 정말 잘하시네요.”
“칼질을 잘하는 만큼 음식도 맛있을 겁니다. 곧 끝나니 앉아 계세요.”
윤수홍이 자리로 가서 앉자 강진이 면발을 털어내고는 끓고 있는 육수로 후두둑! 후두둑! 쏟아냈다.
그리고 면이 잘 익도록 휘저은 다음, 면이 투명해지자 그릇에 옮겨 담았다.
칼칼한 향이 확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강진이 커다란 그릇을 밑반찬과 함께 쟁반에 올려 윤수홍의 앞에 가져다주었다.
“여기 있습니다.”
“이야!”
냄새를 맡아 본 윤수홍이 미소를 지었다.
“냄새가…….”
꿀꺽!
냄새만 맡았는데도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런 윤수홍의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불기 전에 드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에 윤수홍이 칼국수를 크게 한 젓가락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후루룩!
한 입 먹자 윤수홍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매끄러운 칼국수 면발이 입안에 빨려 들어오는 식감이 무척 좋았다.
게다가 면발이 국물을 맛있게 머금고 있어서, 면발만 먹었는데도 국물을 마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옛날 맛이네. 맛있어.’
맛있다는 생각과 함께 윤수홍이 젓가락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주방에서 보던 강진이 냄비에 남아 있는 김치 칼국수를 덜어서는 먹어 보았다.
만들기도 처음이라 강진도 먹어 본 적이 없었다. 칼국수를 한 젓가락 먹자 강진의 입가에도 미소가 어렸다.
‘아…… 맛있다.’
자신이 만들기는 했지만 확실히 맛이 있었다. 물론 강진의 손맛이 아니라 요리 연습장의 힘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후루룩!
면발이 부드럽게 입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식감에 미소를 짓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리 연습장에 있는 메뉴들을 한 번씩 만들어 봐야겠어.’
요리 연습장에는 많은 요리가 있지만 강진이 해 본 것은 몇 개 되지 않았다.
오늘 김치 칼국수를 해 보니 맛이 좋았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맛이었다.
이왕 식당을 하는 것이니 잘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자신이 만든 요리가 어떠한 맛인지 아는 것도 중요했다.
그래야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을 제대로 드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칼국수를 한 젓가락 크게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겨울에 먹으면 더 맛있겠다.’
추운 날씨에 후후! 불면서 먹으면 더 맛있을 맛이었다.
후루룩!
김치 칼국수를 다 먹은 윤수홍이 화장지로 땀을 닦아내고 있었다.
“땀 빼러 사우나 가잖습니까?
“그렇죠.”
“사우나를 왜 가는지 모르겠어요.”
“왜요?”
“이렇게 칼칼하고 맛있는 음식 먹으면 땀이 줄줄 나는데 말입니다. 그러니 뭐 하러 사우나를 갑니까? 안 가도 이렇게 맛있게 먹고 땀도 줄줄 흘리는데 말입니다.”
웃으며 화장지로 이마에 난 땀을 닦던 윤수홍이 기분 좋은 얼굴로 야관문차를 마셨다.
“크윽! 조금 쓴 이 맛이 좋군요.”
“입에 맞으시니 잘 됐네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윤수홍이 슬쩍 시간을 보고는 말했다.
“내일 12시 반에 다섯 사람 예약하겠습니다.”
예약을 하겠다는 말에 강진이 물었다.
“메뉴는 뭐로 할까요?”
“한국에 왔으면 한식을 먹어야겠죠.”
윤수홍의 말에 생각나는 것이 있는 강진이 물었다.
“혹시 아까 말씀하신 중국 손님들 모셔 오시려고요?”
“맞습니다.”
“그럼 단가는 어떻게 맞출까요?”
“단가?”
“한식이라고 해도 김치찌개만 내놓을 수는 없잖아요. 밑반찬도 좀 신경 써야 할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윤수홍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장사를 잘하시는군요.”
“저도 먹고는 살아야죠.”
“그럼 지금 제가 먹은 건 얼마입니까?”
“7천 5백 원만 받겠습니다.”
“2인분인데 싸네요.”
“2인분이라기보다는 곱빼기죠.”
강진의 답에 윤수홍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주었다. 그에 강진이 카운터로 가서 카드를 결제하고는 돌려주었다.
“단가는 인당 2만 원으로 해서 10만 원 쪽으로 맞춰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손님들 중 안 먹는 것이 있는 식재료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윤수홍이 웃었다.
“중국 사람입니다.”
“아…….”
윤수홍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흔히들 중국인들은 네 발 달린 것은 탁자, 두 발 달린 것은 사람 빼고는 다 먹는다고 하니 가리는 것이 없다는 말이었다.
‘심각한 일반화이기는 한데…… 뭐 가리는 것 없다는 거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12시 반에 다섯 분 예약 받았습니다.”
강진의 말에 윤수홍이 땀을 다시 한 번 닦고는 몸을 일으켰다.
“아! 그리고 손님들이 사천 사람이라 매운 것을 좋아합니다.”
“매운 음식이라…… 알겠습니다.”
“그럼 잘 먹고 갑니다.”
윤수홍이 가게를 나가는 것을 보며 강진이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
다음날 강진은 예약 손님을 맞기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중국인들은 깻잎 안 먹는다.”
깻잎장아찌를 꺼내던 강진은 배용수의 말에 그를 보았다.
“안 먹어?”
“우리 가게에 왔던 중국인들은 깻잎장아찌를 안 먹더라고.”
“다 그런 건 아니지 않아?”
“중국인들은 깻잎을 안 먹어. 그래서 깻잎은 조선족들이 사는 곳에서나 구할 수 있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깻잎장아찌를 보다가 냉장고에 다시 집어넣었다.
“또 다른 건?”
“일단 중국인들은 김치찌개와 같은 단품 메뉴는 안 좋아해. 푸짐하게 여럿 내놓으면 좋아 할 거야.”
“그럼 메뉴를 여럿 내놓아야 하나?”
“반찬 수를 줄이고 메뉴를 늘려. 아! 그리고 중국인들이 갈비찜하고 잡채 좋아해.”
“그래?”
“응.”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 강진을 보던 배용수가 말했다.
“그리고 사천성 요리도 하나 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
“한식으로 해 달라고 했는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말했다.
“타지 나가면 고향 음식이 생각나는 법이야.”
“그건…… 그렇네.”
“외국에 나갔으니 외국 음식에 도전해 보는 것도 젊은 애들이나 하는 거지. 나이 있는 분들은 외국 나가도 김치찌개에 소주 드시고 싶어 하셔. 그 예전에 우리 숙수님 모시고 미국 간 적 있는데 그때 하루 두 끼를 한식 식당에서 먹었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요리 연습장을 펼쳤다.
“중국 사천 요리…….”
사천성 요리가 뭐가 있나 싶어 강진이 연습장을 볼 때, 배용수가 말했다.
“마파두부 해.”
“마파두부가 사천성 요리야?”
“거기가 유명하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연습장을 뒤져 마파두부 레시피를 찾았다.
강진과 함께 레시피를 본 배용수가 말했다.
“이건 한국인 입맛에 맞는 건데, 중국인…… 그것도 사천성 사람한테는 싱겁겠어.”
“그럼 어떻게?”
“이대로 만들고, 양념만 내가 하라는 대로 더 추가하면 되지 않겠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12시 25분이 돼 갈 때 가게 문이 열리며 윤수홍이 일단의 사람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이 사장님.”
“오셨어요?”
“어떻게, 준비는 잘 됐습니까?”
“네.”
윤수홍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힐끗 그와 함께 온 중국인들을 보았다.
그런데…… 윤수홍의 손님은 넷이 아니라 다섯이었다.
네 명의 사람과 한 명의 귀신…… 윤수홍의 손님들을 따라 귀신 하나가 같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강진은 그가 한국 귀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입고 있는 옷이 중국인들이 입을 듯한 그런 옷이었던 것이다.
중국 귀신을 본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국 귀신? 귀신들은 외국 못 나간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는 귀신을 봐도 무섭다기보다는 의문이 들었다. 전에 김소희가 이승에 국가의 경계가 있는 것처럼 저승에도 경계가 있어 외국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