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49
950화
“음식 고맙습니다.”
박신예 매니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음식을 대량으로 사 주시니 저야말로 고맙죠.”
강진은 매니저의 양손에 들린 쇼핑백을 보았다. 쇼핑백에는 오늘 박신예가 와서 먹기로 한 김밥 쌈이 들어 있었다.
“여름이라 금방 식지는 않겠지만…… 혹시 전자레인지 있나요?”
“무술 아카데미에서 밥 해먹고 해서 주방 있습니다.”
“그럼 프라이팬에 살짝 데워서 드세요. 전자레인지로 해도 되지만 프라이팬에 넣고 한 번 가열해 주는 게 더 맛있어요.”
“알겠습니다.”
매니저가 고개를 숙이고 나가자, 강진이 그를 배웅하고는 가게 문을 닫았다.
“신예 씨 못 본 거 아쉬워서 어쩌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나보다 네가 더 아쉬운 것 같은데?”
오늘 오기로 한 박신예는 검술 훈련 때문에 오기 힘들 것 같다면서 매니저를 보내 포장을 해 간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먹을 음식 외에 스쿨 사람들이 같이 먹을 음식 20인분을 말이다.
두 남자의 대화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두 사람 다 아쉬워하는 것 같은데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과 배용수가 서로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아쉽다.”
“그러게. 아쉽다.”
두 남자의 중얼거림에 이혜미가 고개를 저었다.
띠링!
“뭐가 아쉬워?”
황민성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박신예 씨 점심 먹으러 온다고 했는데 안 왔거든요. 그래서 강진이가 엄청 아쉬워하네요.”
웃으며 말을 하던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자신의 말에 황민성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반응에 자신이 귀신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고 말이다.
배용수의 표정이 안 좋아지는 것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신예 씨 점심 먹으러 온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안 와서 용수하고 저하고 둘이 좀 많이 엄청 아쉽네요.”
“온다고 했는데 안 왔어?”
“먹고 싶은 음식 있다고 예약했는데 무술 훈련 때문에 올 시간이 없다고 포장해 가셨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배용수가 있는 곳을 보았다.
“여기 있지?”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이 말했다.
“우리 용수가 연예인들 이렇게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내가 좋은 자리 데리고 다닐 걸 그랬다.”
“좋은 곳요?”
“연예인들 오는 행사장에 갈 일 많거든.”
황민성은 배용수가 서 있을 곳을 보며 말을 이었다.
“다음에 갈 일 있으면 나하고 같이 가자.”
“그럼 저야 좋죠.”
배용수의 말을 전해 준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도 데려갈 거죠?”
“당연하지. 자, 그럼 가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이혜미를 보았다.
“정리 좀 부탁드릴게요.”
“알았어요. 혜원이 잘 설득하세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민성을 보았다.
“가시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데리고 식당을 나섰다.
“자! 우리 작은 소희 아가씨를 만나러 가자.”
“작은 소희 아가씨요?”
“꽃 피어나다 아역 배우니 작은 소희 아가씨 맞잖아.”
“하긴 그것도 맞네요.”
황민성이 차에 타며 강진을 보았다.
“타.”
강진은 조수석에 타다가 문득 물었다.
“그런데 오 실장님하고 경수 씨는요?”
“너하고 개인적인 볼일 보러 가는데 두 사람까지 갈 필요 있나. 두 사람은 퇴근시켰어. 가끔은 이런 행운 같은 일이 있어야 일할 맛 나지 않으시겠어?”
“그건 그렇죠.”
강진이 타자, 황민성이 물었다.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
“인천 희망공원요.”
“공원 이름 좋네. 아주 희망차.”
황민성은 내비에 희망공원을 입력하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그런데 왜 공원이야? 어디 빵집이나 그런 데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지?”
“공원에서 공부하면 잘 된대요.”
“공원에서? 안 덥나?”
“나무 밑에서 하면 그늘도 있고 바람 불면 시원할 거예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운전에 집중했다.
***
인천 희망공원에 도착한 강진은 황민성과 근처 커피숍에 들어갔다.
“음료 사 가시게요?”
“우리 배우님한테 뭐라도 뇌물 좀 드려야 이야기가 잘 되지 않겠어?”
황민성은 메뉴를 보다가 말했다.
“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지?”
“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하고 바나나 주스 주세요. 그리고 여기 조각 케이크…….”
황민성은 진열장에 있는 조각 케이크를 보다가 말했다.
“그냥 하나씩 다 주세요.”
“전부요?”
직원이 놀란 듯 보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조각씩 종류 별로 주세요. 아! 그리고 포장해 주세요.”
황민성이 카드를 주자, 직원이 결제를 하고는 진동 벨을 주었다. 그것을 받아든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이리 오라고 할까요?”
“아니. 우리가 가. 어떤 모습으로 공부를 하는지 보고 싶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창밖을 보았다. 공원 옆에 있는 카페라 그런지 통유리 너머로 밖이 훤히 보이고 있었다.
“인천이 공원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도시에 공원이 있으면 좋지. 사막의 오아시스 같잖아.”
황민성은 창밖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근데 인천이 다른 곳보다 이런 공원이 좀 더 많지.”
“살기 좋은 도시네요.”
두 사람이 창밖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벨이 울렸다.
그에 강진이 직원이 주는 음료와 조각 케이크들을 챙겨 들고는 황민성을 보았다.
“아역 소희 아가씨 보러 가시죠.”
강진이 문을 열고 나가자 황민성이 그 뒤를 따라 나오며 공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근데 오늘 좀 덥네.”
황민성이 정장 상의를 벗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화아악!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이 황민성을 가리켰다.
“형님 더우시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황민성에게 다가갔다.
“우리 형님 더우시면 안 되지.”
배용수가 손으로 부채질을 하자, 황민성이 웃었다.
“용수 내 옆에 있어?”
“용수가 형 덥다고 손부채 해 주네요.”
“호오! 그래서 시원한 바람이 부는구나.”
“좀 괜찮죠?”
배용수의 말을 강진이 해 주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용수 있는 것만으로도 온도가 몇 도 내려간 것 같네.”
“저희 가게가 괜히 에어컨을 안 틀어놓는 것이 아니에요.”
황민성이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강진이 배용수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에 황민성이 배용수가 있는 곳을 보다가 말했다.
“형 그냥 귀신 보고 살고 싶다.”
“네?”
갑작스러운 말에 강진이 놀라 묻자, 황민성이 말했다.
“귀신 보면 안 좋다고 하는데, 너도 귀신 보고 살고 나도 뭐 이제 귀신 익숙하고.”
“그래도 귀신 보면…….”
“모르는 귀신 보면 가끔 무섭기도 하겠지. 근데…….”
황민성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 동생 볼 수 있으면 나는 귀신 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
내 동생이라는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제가 그렇게 보고 싶으세요?”
배용수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톡으로 용수하고 이야기는 해도 실제 보고 이야기하는 건 다르잖아.”
“그건 그렇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주머니에서 향수를 꺼냈다.
“그래서 그냥 용수 보고 살련다.”
강진이 급히 말리려 할 때, 황민성이 향수를 입에 대고는 치익 뿌렸다.
“아…….”
말릴 사이도 없이 향수를 뿌리는 모습에 강진이 흠칫하자, 황민성이 웃으며 입맛을 다셨다. 그런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충동적으로 하시면 안 되는데…… 저승 음식…….”
향수를 음식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어쨌든 강진이 말을 이었다.
“많이 먹으면 귀신을 계속 보게 될 수 있어요.”
“네가 누누이 강조한 건데 내가 모르겠…….”
말을 하던 황민성이 배용수를 보았다. 향수 때문에 이제 배용수가 보이는 것이다.
배용수를 보던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계속 생각해 봤는데…… 귀신 좀 보면 어때. 그냥 용수 보고 살련다.”
그러고는 배용수의 어깨를 툭 쳤다.
“용수도 언제까지 여기 있을지 모르고. 날씨 좋고 기분 좋은 날 승천해서 하늘 가야지.”
“그래야죠.”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는 것에 황민성이 그 어깨를 두들겼다.
“그때 가서 용수 자주 못 본 거 후회하고 보고 싶어 하는 것보다 지금 옆에 있을 때 자주 보고 살래.”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아. 귀신이라고 해도 소희 아가씨처럼 대단하신 분들만 판타지하지, 보통 귀신들은 그냥 일반 사람하고 같잖아.”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 놀라게 하는 이상한 놈들은…….”
황민성이 주먹을 들어 보였다.
“패 버려야지.”
“귀신을 패요?”
강진이 황당하다는 듯 보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저승 음식 먹으면 귀신 보고 만질 수도 있잖아. 그럼 당연히…….”
황민성이 주먹으로 배용수 배를 살짝 쳤다.
투욱!
“허억!”
배용수가 과장되게 허리를 숙이자, 황민성이 말했다.
“팰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하! 귀신을 팬다는 사람은 형이 처음이네요.”
“사람이고 귀신이고 잘못했으면 맞아야지. 나는 평등한 사람이니까.”
우두둑!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어 보이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형한테 깝죽거리는 귀신이 없기를 바라야겠네요.”
“그래야 할 거야. 이 형의 주먹은 귀신이라고 봐 주지 않거든.”
웃으며 말한 황민성이 배용수를 보았다.
“그리고 더 좀 붙어라. 형 덥다.”
“네. 형님.”
배용수가 옆에 찰싹 붙자 황민성이 만족스레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용수하고 다니면 여름에 덥지 않아서 좋겠다.”
“그래도 용수는 못 드려요. 제 겁니다.”
“용수 네 거냐?”
“그럼요. 용수는 제 겁니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얘가 이럽니다. 이상해요.”
두 동생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친하게 지내.”
“그럼요. 우리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드시려고요?”
“계속은 아니더라도 너희 식당 갈 때나 용수 볼 때는 먹으려고.”
황민성이 향수를 흔들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 그렇게 정하셨으면…… 알았어요.”
강진은 향수를 보며 말을 이었다.
“대신 향수 말고 제가 다른 걸로 가져다드릴게요. 먹어도 이상은 없지만, 그래도 먹으라고 만든 건 아니니까요.”
“다른 거 뭐? 사탕?”
“이왕이면 몸에 좋은 걸로 드시는 것이 좋겠죠. 형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영양제 하나 드시는 것도 좋잖아요.”
“저승에 영양제도 있어?”
“거기에 없는 것이 있나요. 어디 몸 안 좋은 곳 있으세요?”
“딱히 나는 없지.”
“그럼 피로 회복제나 유산균으로 좀 살까요?”
“그럼 피로 회복제.”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평소에는 차에 넣어 두세요. 괜히 형수 먹고 하면 안 되니까요.”
“알았어. 아! 혹시 모르니까 용기는 다른 걸로 바꿔서 줘.”
“알겠어요.”
이야기를 나누며 공원에 들어선 강진이 주위를 보다가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 언덕인가 보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언덕으로 걸음을 옮겼다.
잔디가 깔린 작은 언덕 위에는 꽤 큰 정자가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박혜원이 정자 기둥에 등을 기댄 채 책을 보고 있었다.
쏴아악!
순간,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익!
박혜원은 여전히 책을 읽은 채 바람에 휘날리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황민성을 보았다.
“이렇게 보니 단아하기도 하네요.”
황민성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둥에 등을 대고 무릎을 세운 채 거기에 책을 놓고 보는 박혜원의 모습은 단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