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43
142화
척준신의 마음에 드는 무기를 찾았다고 해도 그전에 한가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검을 구매할 특별한 재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마음에 드신다니, 제가 다 뿌듯하군요. 그래서 구매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김태식은 자신이 모은 수집품을 보고 푹 빠진 척준신을 확인하며 속으로는 형용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강신과 척준신이 이 검을 구매할 만큼 가치 있는 물건을 가지고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강신의 입에서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나왔다.
“네, 구매하도록 하죠.”
김태식은 인상을 찌푸렸다.
강신이 이곳의 규칙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저희는 물건을 거래할 때, 현금으로는 안 받습니다만?”
“세그레드 조라가 어떤 곳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점주님이 어떤 물건에 가치를 부여하고 계신지도 예상이 되고요.”
강신은 척준신이 쓸 검에 대한 소개를 받는 동안 김태식이 했던 설명을 그냥 흘려듣지 않았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물건들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확인했다.
“점주님이 이 가게에서 팔고 있는 것들은 대부분 ‘번개’와 관련된 물건들이더군요.”
“흠…. 그걸 안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저희 가게를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쉽죠. 지금 보신 검을 구매 하려면 저것과 비슷한 가치를 가진 물건을 제시하십시오.”
강신의 말을 들은 김태식은 생각보다 강신이 세그레드 조라에 대해 아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분명 강신이 다른 지점을 방문한 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현재 강신과 척준신이 자신의 수집품과 비슷한 가치를 가진 물건을 소지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이 순간만 넘기면 돼.’
보여준 수집품에 어울리는 가치를 가진 물건을 손님이 제시하면 무조건 판매해야 한다는 세그레드 조라의 규칙.
그러나 어디까지나 손님이 가게 내부에 있을 때까지만 유효했다.
즉, 김태식이 수집품을 보여준 지금 강신과 척준신이 가치 있는 물건을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만약 그 물건을 가지고 오기 위해 가게를 나서는 순간, 그 규칙은 무효가 된다.
척준신이 마음에 들어 했던 검을 다시 가게 내부로 숨기고, 보여주지 않으면 거래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 김태식의 생각이 얼굴에 드러나서일까, 강신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시스, 김대리님이 어디쯤 오셨는지 알 수 있어?”
갑자기 혼잣말하는 강신을 보고 김태식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강신은 자신의 귀밑에 붙어 있는 통신 패치를 통해 네시스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바로 앞이야. 이제 도착해.
프로네시스가 대답하기 무섭게 가게 안으로 김대리가 들어왔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조금 늦었습니다.”
강신은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온 김대리에게 다가갔다.
“아닙니다. 정말 딱 맞추셔서 오셨네요. 척부장님이 원하는 검을 찾았습니다.”
“으…. 조금만 빨리 올걸, 그러면 같이 구경할 수 있었을 텐데….”
김대리는 진열된 물건들과 척준신 앞에 놓인 무기들을 보며 아쉬워했다.
“구경은 공짜니까, 제가 준비해달라고 했던 물건만 주시고 얼마든지 구경하세요.”
“정말입니까? 여기 있습니다.”
김대리는 자신이 회사에서 챙겨온 손바닥 크기의 고급스러운 상자를 강신에게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김대리님, 그럼 조금 둘러보고 계세요. 전 거래를 계속해야겠네요.”
“네!”
강신의 허락이 떨어지자, 김대리가 유리 진열대에 진열된 물건들을 구경했다.
그러자, 김태식 옆에 있던 종업원이 그런 김대리를 응대하기 위해 움직였다.
강신은 신난 김대리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에게 받았던 상자를 들고 김태식에게 다가갔다.
김태식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눈이 심하게 떨렸다.
“설마…. 아닐 거야, 그 짧은 시간동안 내가 아끼는 컬렉션과 동등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물건을 가져왔을 리가 없어….”
그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강신이 사악한 미소를 짓는 걸 보고 불안해졌다.
사실 강신은 번개와 관련된 물건 중에서 척준신이 들고 있는 검과 비슷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물건을 가지고 온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을 뿐이지.’
애초에 이곳의 점주가 어떤 물건을 수집하는 수집가인지는 상관이 없었다.
권영식에게 허락 맡고, 김대리가 가지고 온 물건은 수집가들에겐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진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달칵!
강신이 상자를 열어 김태식 앞으로 살짝 내밀었다.
“이건…. 뭡니까?”
김태식의 눈에는 아름다운 공예품으로 보이는 어떤 물건이 들어있었다.
강신이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을 보고 의아해하는 김태식에게 말했다.
“용의 비늘입니다.”
용의 비늘을 NASA의 신형 분석기로 이용해봤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변형과 분석이 어려워 더 이상의 연구가 불가능한 용의 비늘을 거래를 위해 가져온 것이다.
“어…? 이게 용의 비늘이라고요?”
김태식이 눈을 크게 뜨고 상자 안에 있는 용의 비늘을 자세히 관찰했다.
“죄송하지만, 이거 정말 진품 맞습니까?”
김태식의 의문은 어찌 보면 합당한 것이었다.
세그레드 조라 소속인 김태식은 과거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의 비늘이 거래되는 장면을 눈으로 확인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이무기의 비늘은 강신이 내민 용의 비늘보다 몇십 배는 더 컸다.
“분명 제가 봤던 이무기의 비늘보다 더 아름답기는 하지만 크기가….”
“뭐…. 의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용의 비늘은 예로부터 어떠한 물건으로도 흠집을 낼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하다고 했으니, 원하시면 직접 확인해 보셔도 좋습니다.”
비늘의 단단함은 연구소의 모든 도구를 사용했던 권영식조차 포기할 정도였다.
김태식이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동원해도 흠집 하나 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에 찬 강신의 대답을 들은 김태식은 성신이라는 이름을 걸고 온 이들의 말을 믿고, 의심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좋아요. 일단은 믿겠습니다, 그런데…. 이걸 도대체 어디에서 구하신 겁니까?”
용은 신화 속에서 나오는 존재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용의 신체를 얻은 사람이 없었다.
그런 존재의 비늘을 가지고 왔으니 김태식이 궁금할 만도 했다.
“용에게 직접 받았습니다.”
“…….”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믿을 수도 없는 말이었다.
강신이 들고 온 용의 비늘이 진짜라면 분명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건 맞았다.
용의 비늘은 김태식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탐이 나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수집품과 교환하기 조금 망설여졌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탐욕으로 가득한 눈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하하. 진짜 용의 비늘이라니…. 이게 진품이면 정말로 진귀한 물건이긴 하군요.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저분이 마음에 들어 하는 검과 비교해 조금 가치가 떨어지는 것 같군요.”
김태식이 말을 이었다.
“그 대신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그전에 보여드린 독이 생성되는 숏소드,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클레이모어와 교환하는 건 어떻습니까?”
김태식이 다른 거래를 제안하자, 강신이 입가에서 미소를 지우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정말로 이게 저 검에 비해서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강신은 자신들이 손해지만 용의 비늘과 전류를 두를 수 있는 검을 교환하려고 했다.
척준신이 원하는 검이고, 세그레드 조라와 앞으로도 거래를 하기 위해 그냥 넘어간 것이었다.
그런데 김태식은 강신이 정한 선을 넘어버렸다.
“그, 그럼요. 용의 비늘이 진귀한 건 맞지만, 저건 신화 속에서 나오는 대장장이가 직접 만든 검이잖습니까.”
저 검이 정말로 아스트라페를 만들고 남은 재료로 퀴클롭스가 직접 망치를 들어 두드렸다면, 김태식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강신은 김태식은 검에 대해 설명할 때,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것처럼 설명했다.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는 얼마든지 꾸밀 수가 있죠. 저 검이 정말로 퀴클롭스가 제련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가지고 있습니까?”
“음….”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이 모두 특이하고 희귀한 물건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곳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야기일 뿐, 사실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진 않았다.
“제가 들고 있는 용의 비늘은 제가 직접 용에게 받았으니, 출처가 확실한 진짜 용의 비늘이죠. 만약 믿지 못하겠다면 성신의 이름으로 보증할 수도 있습니다.”
성신은 용과 이무기를 만났을 당시의 영상을 가지고 있었다.
“저는 카더라 형식의 무기들보다 정확한 출처를 증명할 수 있는 이 비늘이 더 가치가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제 말이 틀렸습니까?”
강신이 대화하고 있던 상대는 김태식이었지만, 마지막 동의는 김대리와 함께 있던 종업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신과 눈이 마주친 종업원이 소리 내며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이야, 이거 세그레드 조라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는 분이셨군요. 그리고 물건의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하시는 눈을 가지고 계시기도 하구요.”
종업원이 웃으며 다가오자, 김태식이 떨리는 눈으로 말했다.
“아…. 안돼! 아직 흥정이 끝나지 않았어!”
점주가 종업원의 눈치를 보는 이상한 상황이었지만, 강신은 종업원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단지 일을 잘하는 종업원일 뿐이지만, 세그레드 조라 지부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본점에서 파견된 인원이다.
처음 세그레드 조라가 생겼을 때, 연합의 눈을 피해서 몰래 규칙을 어기는 점주들이 굉장히 많았다.
가격을 후려치거나 물건을 훔치는 건 양반이었고, 물건을 얻기 위해 사람들을 파멸로 이끈 이들도 있었다.
세그레드 조라는 엄연히 상인을 지향하는 단체였다.
상인에게 있어서 신용은 생명과도 같았다.
그런 곳에서 저런 행동을 하는 자들이 나왔으니, 당연히 신용은 땅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이 세그레드 조라는 일반인이 아닌 소수의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상대하는 가게였기에, 그 타격은 더 크게 다가왔다.
사람들이 세그레드 조라를 신용하지 못하자, 연합의 이사회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불법을 저지르는 점주들의 독주를 막기 위해 본사의 사람들을 파견한 것이다.
어찌 되었든 연합에서 자신들을 감시하기 위해 사람을 파견한 것이었으니, 점주들의 반대가 상당했다.
몇몇 점주들이 연합에서 퇴출되고 나서야 조용해졌다.
그리고 종업원들은 점주가 세그레드 조라의 규칙만 지킨다면, 그저 일을 굉장히 잘하는 인재들이었다.
우수한 종업원들을 얻게 된 그들의 불만이 쏙 들어갔다.
그리고 종업원도 꽉 막힌 사람들은 아니었다.
점주가 적당한 이득을 얻는 선에서는 살짝 눈을 감아주었다.
그리고 그 선은 ‘흥정’이라고 부르는 단계까지였다.
김태식에게 다가온 종업원이 섬뜩하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이미 사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저분이 제시한 물건은 흥정이 불가능하다는 걸요.”
“잠, 잠깐 아직 안 끝났어! 조금만 더 시간을 줘!”
김태식이 서둘러 종업원에게 매달렸지만, 그는 시선을 돌려서 강신을 바라봤다.
“그래서 거래하고자 하는 건 저분이 보고 있는 검입니까?”
종업원이 웃으며 말하자,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제가 용의 비늘로 거래하려는 건 마지막에 보여주었던 세 자루의 검,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