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57
156화
척준신과 김대리는 수상한 사람들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고, 빠르게 강신에게 달려갔다.
다행히 이미 난장판이 된 현장에서 프리메이슨 홀로 들어가는 그들을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복도 끝에서 강신의 모습이 보였다.
척준신은 이미 첼로 가방에서 자신의 무기를 꺼내 허리춤에 메고 있었다.
김대리는 크로스백을 메고, 강신의 건틀릿을 든 채 달려오고 있었다.
“가, 강선임님!”
“멈춰라!”
멀리서 강신을 발견한 김대리가 다가오자, 딘과 에드윈이 검을 꺼내 김대리에게 겨누었다.
“힉!”
자신을 향한 두 자루의 검을 보고 김대리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물론 그 검들이 김대리의 몸에 닿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챙!
어느새 척준신이 검집에서 검을 뽑아 그 검들을 쳐냈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러운 대치에 강신은 서둘러 그들을 말렸다.
“잠깐만요! 제 동료들입니다.”
딘과 에드윈은 강신이 보증을 하고 나서야, 들고 있던 검을 다시 검집에 꽂아 넣었다.
“흐…. 강선임님, 여기 건틀릿이요. 그런데 저분들은 누구신가요….”
살짝 겁먹은 김대리가 딘과 에드윈의 눈치를 보며 강신에게 건틀릿을 건넸다.
강신은 건틀릿을 착용하며 말했다.
“프리메이슨에서 붙여주기로 했던 경호원분들입니다.”
“아…. 이분들이…….”
김대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현재 상황을 납득했다.
그러나 척준신은 아니었다.
검을 부딪쳐 보고 보통 상대가 아니라는 걸 느낀 것이다.
상대의 기량을 가늠하는 것처럼 곱지 않은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신경전도 길게 이어질 수는 없었다.
곧바로 복도 양 끝에서 수상한 사람들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얼굴을 숨기려고 하는 것인지, 긴 후드를 눌러 쓰고 있었다.
“찾았다! 여기야!”
갑작스러운 등장이었지만, 강신은 침착한 얼굴로 김대리에게 말했다.
“재머 챙겨온 거 있죠?”
“아…. 재머요? 네, 있죠. 지금 작동시킬까요?”
“네.”
강신이 지시하자, 김대리가 챙겨왔던 재머를 크로스백에서 꺼내 작동시켰다.
웅…. 웅….
작은 소음과 함께 재머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그 사이 지하 로지의 무리가 다가왔고, 강신 일행은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었다.
적들은 강신 일행처럼 날붙이가 아닌 화기들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공격하지 않고 일정 거리를 두고 섰다.
강신 일행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길을 막더니 그들의 대표로 보이는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거기서 누가 정보꾼입니까?”
그들의 대표로 보이는 자의 입에서는 어눌한 한국말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뭐, 좋습니다. 누가 정보꾼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들으세요. 우리는 이곳에 있는 ‘가짜’들과는 다른 진정한 프리메이슨의 단원들입니다.”
그는 강신 일행이 대답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인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의 행동과 표정에서 자신감이 보였다.
“우리는 세계를 컨트롤하고 있죠. 정보꾼인 당신이 우리에게 협력해 준다면 보다 완벽히 세계를 조율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당신에게 우리와 함께할 영광스러운 기회를 드리도록 하죠.”
그는 마치 자신의 행동이 전부 옳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망상도 저런 망상이 없었다.
스스로가 다른 이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건 둘째 치더라도 세계를 컨트롤한다니….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강신을 잡기 위해 이런 짓을 할 이유가 없었다.
“이럴 때 쓰는 한국말이 뭐였지. 그…. 개소리도 참 재밌게 한다?”
“그 말은 한국 속담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요….”
딘이 나서서 상대편의 속을 긁는 말을 했고, 김대리가 태클을 걸었다.
“감히…. 가짜들 주제에….”
긴장감 없는 딘과 김대리의 말투에 대표로 나선 사람이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어차피, 우린 정보꾼을 내어줄 생각이 없으니 긴말하지 말고 그냥 덤비지 그래?”
딘의 도발에 참지 못한 남성이 들고 있던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퉁!
‘퉁?’
보통 화기와는 명백히 다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딘은 들고 있던 예식용 검을 번개와 같은 속도로 휘둘렀다.
투둑….
그리고 자신에게 발사된 탄을 반으로 갈랐다.
보통 예식용 검은 날카롭지 않은데, 딘이 들고 있는 예식용 검은 굉장히 날카로워 보였다.
강신은 바닥에 떨어진 탄을 보고 화기의 소리가 어째서 둔탁하게 들렸는지 알게 되었다.
“고무탄?”
비살상 제압탄으로 많이 사용된다는 고무탄이었다.
‘폭탄으로 다른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건 상관하지 않던 놈들이 납치할 사람에겐 고무탄을 쏜다고?’
딘의 실력을 보고 조금 놀란 상대가 말했다.
“그래, 순순히 따라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싫다면 어쩔 수 없지. 강제로 끌고 가는 수밖에…. 쏴라!!”
투두두둥!
사방에서 일행들을 향해 수많은 고무탄이 발사됐다.
고무탄의 속도는 일반 탄환보다는 느렸지만, 그렇다고 평범한 사람의 동체 시력이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척준신과 딘, 에드윈은 평범한 인물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음에도 마치 사전에 짠 것처럼 자연스럽게 강신과 카밀라, 김대리를 보호했다.
복도의 기둥 뒤로 사람들을 숨기고, 날아오는 고무탄을 회피하거나 들고 있는 검으로 갈랐다.
척준신은 춤을 추는 것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며 탄을 피하거나 검으로 빗겨냈다.
딘과 에드윈은 그런 척준신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는데, 그들은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른 쾌검술을 펼쳤다.
덕분에 일행들을 노리고 쏘아진 고무탄이 스치는 경우는 있어도 적중하진 못했다.
강신은 딘이 자신을 보호하는 동안 주변을 살폈다.
‘방어만 해서는 끝나지 않을 거야.’
강신은 재머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세팅시켜놓은 웨어러블 시계를 통해 프로네시스에게 말했다.
“네시스, 혹시 건틀릿의 내부 충격 기능을 0.5단계로 작동시켜줄 수 있어?”
-음…. 그런 기능은 없긴 한데, 무슨 소린지는 알겠네. 본체와 연결이 끊어진 상태에서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출력을 낮춰볼게.
그러자 건틀릿에 있는 원형 소켓 중 하나가 나선을 그리며 빛나다가, 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멈췄다.
-됐어.
“좋아.”
건틀릿이 작동하는 모습을 확인한 강신은 장전하는 타이밍에 맞춰 적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강신이 움직이자, 당황한 건 적들만이 아니었다.
자신이 보호해야 하는 사람이 갑자기 적진으로 뛰어가는 모습을 본 딘 또한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어디 가십니까!”
키퍼들은 강신이 정보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 외에 그가 가진 능력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
적진에 뛰어든 강신이 건틀릿으로 그들의 무기를 가볍게 후려치자, 화기가 박살났다.
강신은 적진으로 더 깊숙이 파고 들어갔다.
강신이 난입하자, 적들은 아군을 쏘게 될까 봐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들은 아닌 것 같은데?’
만약 저들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다면, 총을 집어넣고 바로 강신에게 달려들었을 것이다.
키퍼가 운영하는 비밀 로지에서 데려온 인원들이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라니….
조금 이상한 일이었지만 강신은 빈틈을 놓치지 않고, 적들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투쾅!
“끄억!”
0.5단계라고는 하나 강신의 건틀릿에 담긴 힘은 인간이 버티기 힘들었다.
강신의 주먹을 맞은 사람 하나가 뒤로 날아갔고, 다른 사람들과 부딪혀 진열을 무너트렸다.
주먹질에 사람이 날아가는 모습은 꽤 비현실적이었다.
그 모습을 본 적들은 순간 몸이 굳었다.
전투 경험이 많은 척준신과 딘 그리고 에드윈은 강신이 만들어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척준신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그는 평소보다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후웅~ 후웅~
그의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위협적인 바람 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적들은 얕게 베이기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척준신의 검에 베인 이들은 멀쩡하지 못했다.
“끄르르륵….”
큰 상처가 아님에도 척준신의 검에 베인 이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척준신이 쓰고 있는 무기는 세그레드 조라에서 구한 검이었다.
그가 휘두르는 검에서는 전류가 흘렀다.
딘과 에드윈은 척준신 보다 한발 늦게 움직였지만, 그럼에도 적들은 둘에게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핑! 피핑!
딘과 에드윈이 얇은 예식용 검을 들고 적들을 지나쳤다.
그들은 딘과 에드윈이 어째서 그냥 지나쳐갔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몇 초 뒤, 그들은 검에 베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으아악!”
딘과 에드윈은 힘줄과 인대를 끊으며 적들을 무력화시켰다.
검의 달인이 와도 그들의 검술이 어떤 경지인지 짐작하기 힘들 것이다.
가벼운 움직임으로 적들을 제압하는 세 명과 달리 강신은 투박하지만 확실하게 그들을 정리했다.
발을 걸어 넘어트리면 그대로 머리를 잡고 지면에 내리꽂는다.
팔을 부러트리거나 신체 내부에 충격을 주는 공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꽤 잔혹한 처사였지만, 강신의 주먹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만큼 강신이 이들에게 화가 났다는 소리였다.
괴물 같은 네 사람이 날뛰는 걸 보고 수적 우위로 자신만만했던 적들이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
자신들만으로는 강신과 일행들을 상대하는 게 힘들다고 느낀 것인지, 비전투 요원인 카밀라와 김대리를 인질로 잡기 위해 움직였다.
그들이 카밀라와 김대리에게 접근하는 순간.
“멈추렴.”
고혹적이고 귀를 간질거리는 달콤한 목소리가 들리자, 몸이 덜컥 멈췄다.
거부하지 못할 목소리.
그는 몽롱한 의식 속에서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깨달았다.
동료들도 자신과 같은 상태라는 것을….
“착한 아이들이구나, 그럼 우리를 지켜줄래?”
다시 한번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리자, 몸을 움직이지 못했던 이들이 다가오는 동료들에게 달려들었다.
갑자기 같은 편에게 공격당한 이들은 당황했다.
“어? 뭐야. 이 자식들 왜 이래!”
“이거 놔!”
“같은 편이라고!”
안 그래도 강신과 다른 일행들 때문에 정신없었는데, 같은 편이 공격해오자 비밀 로지 사람들은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퍽!
“크엑….”
강신의 마지막 주먹질을 끝으로 멀쩡하게 서 있는 사람은 없었다.
강신을 노렸던 이들은 모두 바닥을 기며,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으, 으….”
“아파….”
강신은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쓰러진 적들 중 처음 대화를 시도했던 자를 찾았다.
그는 척준신에게 당한 건지, 게거품을 문 채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었다.
강신은 그의 머리를 거칠게 잡고는 뺨을 때렸다.
짝! 짝!
“정신 차려.”
강신에게 맞은 뺨이 부풀어 오르고, 고통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
그는 살면서 이런 고통은 처음 느껴봤다.
언제나 타인에게 고통을 주었지, 고통을 받는 입장은 아니었으니까.
그는 어렵게 들어 올린 눈꺼풀 너머로 보이는 광경을 통해 상황을 파악했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으….”
“정신이 들었으며 이제 질문에 대답해야지.”
강신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걸 느낀 남성은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
“…….”
짝!
남성이 잠시 망설이자, 강신은 그대로 뺨을 후려쳤다.
“끅….”
강신에게 맞아 입안이 터졌다.
“어차피 신원 조회하면 다 나올 건데, 굳이 시간을 끌 필요가 있나? 다시 묻지. 이름.”
“헨…. 헨리, 헨리 스펜서.”
남자의 풀네임을 듣자, 딘이 눈을 크게 껌뻑이며 대꾸했다.
“뭐야, 스펜서 가문의 사람이었어?”
영국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영국의 귀족이었다.
“크윽….”
“그래, 네가 주범은 아니겠지. 그래서 너희를 선동한 사람은 어딨어?”
“나…. 나는 몰라!”
짝!
“정말 모른다고!”
강신은 아무런 대답 없이 손을 움직였다.
짝! 짝! 짝!
“끄흐흐…. 그만 때려. 진짜 모른다고….”
헨리 스펜서는 사람 목숨을 가볍게 여긴 사람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험악한 강신의 모습은 일행들조차 처음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정보꾼이라는 사람을 데리고 오라는 명령만 받았어. 그게 안 되면 시간을 끌라고 했단 말이야!”
헨리가 자신이 받은 지령을 입 밖으로 꺼내는데, 복도 끝에서 누군가 등장했다.
“오…. 헨리, 당신이 동료를 그렇게 쉽게 팔 줄은 몰랐군요.”
새로 나타난 이의 목소리를 들은 딘과 에드윈이 표정이 굳어졌다.
“잭…. 변질자는 너였구나.”
변질자 키퍼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