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56
155화
전시관에 키퍼들의 추억을 보관 중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정보라는 걸 딘이 모를 리 없었다.
“제가 갑자기 왜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가 싶죠?”
“네.”
강신이 즉시 대답하자, 딘은 피식 웃었다.
“고민 없이 대답하시는군요. 뭐,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는 이곳에 제 추억을 보관하지 않았거든요.”
자기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주의적인 모습이었지만, 강신이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것보다 제게 왜 비밀을 알려주시는 건가요?”
자신의 물건이 없다고 해도 굳이 이 사실을 강신에게 알려줄 이유는 없었다.
“후후…. 조금 지나면 아시게 될 겁니다.”
딘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강신의 대답을 피했다.
‘키퍼 중에 이상한 사람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좀 특이하네.’
대답해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딘에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렇게 전시관의 구경을 끝내고 딘은 강신과 카밀라를 집회가 열리는 템플로 안내했다.
템플 입구에는 이색적인 그림들이 양각된 육중한 문이 존재했다.
매우 무거워 보이는 문이었는데 딘이 살짝 손을 가져다 대자, 문이 가볍게 열리면서 내부가 드러났다.
템플은 2층 구조로 되어 있었으며 상당히 넓었다.
교회와 비슷했는데, 비치된 의자는 극장에서 볼법한 접이식 의자였다.
템플 내부를 확인한 강신은 눈을 크게 떴다.
아직 집회까지 시간이 남아 있음에도 템플 내부에 프리메이슨 단원들이 모두 모여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어떻게 된 겁니까?”
강신이 딘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딘이 웃으며 말했다.
“원래 집회 시작 시간은 30분 전이었습니다.”
이경석은 강신을 놀라게 해줄 마음으로 일부러 집회 시간을 늦게 알려주었다.
강신이 템플 내부로 들어오자, 앉아 있던 모든 단원의 시선이 강신에게 집중됐다.
그때, 중앙에서 가장 화려한 의자에 앉아 있던 남성이 일어났다.
딘은 귓속말로 일어난 사람의 정체를 알려주었다.
“저 사람이 현재 런던 로지의 그랜드 마스터입니다.”
그는 부담스러운 시선을 견디는 강신에게 웃으면서 환영해 주었다.
“멀리 한국에서 온 신규 단원입니다.”
그랜드 마스터가 강신에게 다가오라며 눈짓을 하자, 딘과 에드윈이 강신의 좌우측에 절도 있게 섰다.
“그대로 천천히 걸어가면 됩니다.”
강신이 딘의 말대로 중앙 통로를 걸어 그랜드 마스터가 앞까지 이동했다.
조용했던 템플 내부에는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짝짝짝짝짝.
원래대로라면 처음 가입하는 이들은 입단식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번엔 키퍼들이 입단식을 생략할 수 있게 손을 써놓았다.
강신이 그랜드 마스터 앞에 서자, 그랜드 마스터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일어났다.
그리고 프리메이슨 단원들에게 간략하게 강신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소개가 끝나자, 그는 강신을 비어있는 자리로 안내했다.
강신이 자리에 앉자 본격적인 프리메이슨 집회가 시작되었다.
* * *
어떤 사람들은 이 비밀 집회를 세계 정복을 꿈꾸거나 악마를 숭배하는 곳으로 여겼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화재가 일어난 호주에 회비를 기부했으며 현재 내역은….”
그는 단원들이 내는 회비들이 어떻게 사용되었고, 앞으로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단원들에게 설명했다.
‘어린이 도서관이라 좋은 곳에 쓰고 있네.’
처음 참석한 강신은 그저 이야기를 듣고 있었을 뿐이지만, 이들은 진심으로 사회 공헌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나왔지만, 강신이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은 극히 한정적이었다.
집회가 거의 끝날 무렵, 강신은 아직 나타나지 않는 지하 로지를 경계했다.
‘뭐지? 왜 나타나지 않지? 혹시 키퍼들의 정보가 잘못되었던 건 아닐까?’
진즉에 나타났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강신은 왠지 찜찜했다.
‘설마…. 포기한 건가?’
강신의 생각은 집회가 끝나고 그랜드 마스터가 퇴장하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다른 단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둘씩 퇴장하는 모습을 보며 강신이 딘에게 물었다.
“……저를 납치한다는 정보가 잘못된 건가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딘은 웃고 있었지만, 대답은 확고하기 그지없었다.
“그 정보는 에드윈이 직접 지하 로지 집회에 침투해서 얻어온 정보입니다.”
“그럼 뭐지…. 진짜 포기한 건가….”
템플에서 나가는 단원 중에서 간혹 강신에게 접근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딘과 에드윈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템플에서 나가자, 강신은 외부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서 통신 패치를 이용했다.
“집회 끝났습니다. 내부는 특이 사항이 없는데, 밖은 어떻습니까?”
강신이 묻자, 곧바로 김대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외부에도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고 특이한 것이 없다면 바로 철수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강신이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통신을 하고 있자, 딘이 미소를 지으며 강신에게 말했다.
“너무 고민하지 마십시오. 아무래도 위험부담이 커서 깔끔하게 포기했나 보군요.”
“저야, 상관없지만 키퍼들은 괜찮겠습니까?”
딘의 가벼운 말투에 강신은 그들을 걱정하는 척 돌려서 말했다.
이번 작전은 강신의 안전을 위한 일이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변질한 키퍼를 잡기 위함이 더 컸다.
하지만 아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키퍼들은 누가 변질자인지 알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아쉬워해야 하는 건 강신이 아니라 딘이다.
하지만 딘은 계속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속을 전혀 읽을 수가 없네. 이경석 의원님보다 더 생각을 읽기가 어려워.’
시간이 조금 더 흘렀지만 아무 일이 없자, 강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쉽지만 이제 돌아가야겠네요.”
작전을 준비한 한 달이라는 시간에 비해 찜찜한 마무리가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순 없는 일이었다.
“입구까지 모셔다드리죠.”
딘과 에드윈이 템플 밖으로 나가는 강신과 카밀라를 에스코트했다.
그들이 템플을 나와 긴 복도를 이동할 때, 갑자기 밖에서 굉음이 들리고 지면이 흔들렸다.
콰앙!!!
갑작스러운 이변이었지만 강신은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았다.
강신은 본능적으로 카밀라를 보호하기 위해 팔을 잡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쨍그랑!
그와 동시에 프리메이슨 홀의 창문이 깨져나갔다.
그리고 외부에서는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딘과 에드윈은 아무런 동요 없이 어느새 예식용 검을 빼 들고는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지면의 떨림이 멈추자, 강신은 곧바로 깨진 창문을 통해 바깥 상황을 확인했다.
밖은 마치 작은 지옥이라고 불려도 좋을 만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붉은 화마가 뱀처럼 날름거리며 검은 연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위에는 많은 사람이 피를 흘리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FB-3섹터 원인불명의 폭발 발생, 건물 일부가 무너졌습니다.
-폭발 위치는 지하로 예상됩니다.
통신패치를 통해 현장요원들의 보고가 들려왔다.
전쟁을 연상케 하는 잔혹한 모습, 강신은 설마 자신을 잡기 위해 이렇게 크게 일을 벌일지 몰랐다.
“으아앙! 엄마!!”
아비규환이 된 도심 속에서 한 여자아이가 울면서 부모를 찾는 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당장 상황 파악하고 경계를 강화해라!
-젠장! FA-2 섹터 건물에 사람이 깔렸습니다!
-임무를 떠올려! 다들 자리를 지켜!
외부에서 대기 중이던 팀원들의 혼란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뿌드득….
강신이 이를 갈았다.
“이 빌어먹을 놈들이….”
전혀 상관없는 이들을 휘말리게 한 지하 로지에 대한 분노가 강신의 입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오게 했다.
그 말을 들은 카밀라가 강신에게 말했다.
“분노는 이성을 흐리게 만들죠. 강선임님, 화가 나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해요.”
“후…. 카밀라 말이 맞아요.”
강신은 자신을 진정시켜준 카밀라에게 고맙다는 듯이 눈인사를 건네고, 몸속에서 올라오는 분노를 천천히 가라앉혔다.
강신은 다시 바깥을 살폈다.
그러자, 분노했을 때는 볼 수 없었던 폭발의 목적이 눈에 들어왔다.
“폭발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이곳으로 들어올 수 있는 모든 길을 막아버렸어.”
테러에 휘말려 다친 사람들조차 이곳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웠다.
강신은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카밀라가 한 말을 떠올린 강신은 비록 자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을 돕기로 결정했다.
“긴급 작전 변경. 척부장님과 김대리님을 제외한 전 병력은 프리메이슨 홀 경계에서 인명 구조로 임무를 변경합니다. 필요하다면 회사에서 지급한 긴급 생명 유지 장치 사용도 허가합니다.”
폭발이 일어나고, 건물이 무너지면서 다친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병원까지 버티지 못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강신은 한 개에 수천만 원이나 하는 소형 긴급 생명 유지 장치의 사용허가까지 내렸다.
-강선임, 그러면 경계에 큰 구멍이 뚫릴 걸세.
“괜찮습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척준신은 강신의 말투에서 그가 절대 물러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그래. 자네의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다들 들었지? 강선임이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해!
길게 한숨을 내쉰 척준신이 팀원들에게 지시했다.
-방법과 수단 가리지 않고, 모든 장비 사용을 허가한다!
-알겠습니다!
-네!
척준신의 지시에 팀원들의 목소리에는 강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다친 사람들을 본 요원들은 당장이라도 그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현장 요원들의 임무는 강신의 보호였다.
그들은 특수한 임무를 맡은 요원이지 사람들을 지키는 히어로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정의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사람들을 구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았다.
그들은 강신이나 척준신의 명령이 없다면, 절대 인명 구조에 투입되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참고 또 참던 그들에게 강신의 작전 변경 명령은 가슴속에 불을 지펴주었다.
그리고 척준신의 말은 그들이 자긍심을 갖게 해주었다.
다친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움직이는 성신 그룹의 요원들은 평소보다 더 큰 힘을 낼 수 있었다.
-정체불명의 무리 출현!
강신이 이렇게 행동할 걸 예상이라도 한 것일까.
요원들이 인명 구조에 투입되기 무섭게 수상한 무리가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젠장, 저들을 막아야….
“아니요, 괜찮습니다. 팀원 전원 구조 임무 그대로 수행해 주세요. 척부장님과 김대리님만 이곳으로 와주세요.”
강신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실려있었다.
-하지만….
-그만, 강선임의 말대로 임무 변경은 없다. 나머진 우리가 알아서 하지. 너희는 인명구조에 집중하도록.
-알겠습니다.
척준신의 목소리에서도 분노가 느껴졌고, 둘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듯했다.
테러를 자행한 이들이 누구든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