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6
15화
겨울 나비에 대한 새로운 글을 완성한 강신은 기지개를 켜며 찌뿌둥한 몸을 풀어 줬다.
몸에서 시원해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아……. 끝났다. 그럼, 인쇄해서 권 팰로우님에게 드리기만 하면 되겠네.”
강신은 자신이 새로 작성한 글과 U.M.A.의 특징을 정리한 보고서를 인쇄하고 권영식이 있는 연구실에 전달했다.
겨울 나비의 동족애가 추가된 글과 기존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오색의 우두머리 개체에 대한 이야기는 권영식의 흥미를 이끌어 냈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이번 사고와 연관되어 있는 내용인 것 같군. 월광만으로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개체라. 그리고 단순히 볼 수 없는 것뿐만이 아니라 지성이 깃들었다……. 이 개체가 겨울 나비로 불리는 무리에 한 마리씩 존재한다면 위험 등급 자체를 상향 조정해야겠군.”
“소설에서 나오는 우두머리 개체가 강한 것은 맞지만, 저희가 입고 있는 보호 장비를 뚫지 못하는데 위험 등급을 상향할 필요가 있을까요?”
자기 말고 피해자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설야의 공격이 회사 사람들의 보호 장비를 뚫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보호 장비가 있다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진 않겠지. 하지만 문제는 지성을 갖고 있다는 걸세. 위험 등급을 올려 놓아야 다음에 겨울 나비와 마주할 현장 요원들이 긴장하고 방심하지 않겠지.”
“그런 의도라면……. 팰로우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번 일도 어떻게 보면 위험 등급이 낮아 방심해서 나온 결과였기에 강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강신은 할 일이 많은 권영식을 위해 자리를 비켜 주었다.
강신이 자신의 큐브로 돌아가기 위해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강신에게 아는 척하며 다가왔다.
“오, 강 선임. 병원에서 요양 중이라고 들었는데, 벌써 퇴원한 건가?”
“이용진 과장님? 아……. 크게 부상한 것은 아니라서 바로 퇴원했었죠.”
“그런가, 몸에는 이상이 없다는 거군?”
강신이 건강하다는 소리를 들은 이용진이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며 무엇인가를 이해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지금 바쁜가?”
“아니요? 그렇게 바쁘지는 않습니다.”
강신의 대답을 들은 이용진이 하얀 치아가 모두 보일 정도로 큰 미소를 지으며 강신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손에는 강신이 거부하지 못할 힘이 담겨 있어, 도망가지 못하게 구속당한 것 같았다.
“좋아, 아주 잘됐군. 몸도 멀쩡하고 바쁘지도 않다면 저번에 이야기했던 일들을 해야지?”
강신은 그제야 불길한 느낌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현장으로 나가기 전 이용진과 이야기했었던 내용과 기껏 잊고 지냈던 끔찍한 운동들.
“잠, 잠시만요! 갈아입을 운동복 같은 걸 챙겨 오지 않았는데요?”
강신은 애써 핑계를 대 보았지만 그에게는 전혀 소용없는 행동이었다.
“후후, 걱정하지 말게. 우리 훈련장에는 당연히 공용 운동복이 준비되어 있지. 사실 자네의 운동복은 이미 내가 따로 준비해 놨다네.”
결국 이용진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강신은 어쩔 수 없이 현장 요원들과 보안 요원들의 훈련소가 있는 26층으로 끌려왔다.
26층에 도착한 강신이 가장 먼저 들은 것은 사방에서 들려오는 총소리였다.
타앙-! 타앙-!
사격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총소리들.
큰 소음에 강신의 머리 위에 앉아서 쉬고 있었던 설야도 놀랐는지, 화들짝 하늘로 날아올라 주위를 맴돌았다.
“흐흐, 정신없지?”
이용진이 강신을 대하는 말투가 편해졌지만, 강신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음 탓에 크게 긴장하고 있어 그 사실에 신경 쓰지 못했다.
“이 층에는 사격장도 있거든. 사실 방음 처리를 하면 이런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는 것은 일도 아니지만, 총소리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지.
그리고 훈련도 실전처럼 긴장된 상태에서 해야 효율이 높거든.”
“이런 소음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 건가요?”
“그럼! 처음 입사한 병아리들이 첫 현장에서 과도한 긴장 때문에 자주 부상을 입었지만, 이 방법을 도입하고 나서부터는 신입들의 부상 횟수가 줄어들었지.”
“그렇군요.”
“자자, 이걸로 놀라면 어쩌나. 이제 시작인데 이쪽으로 오게.”
이곳의 지리를 모르는 강신은 이용진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
소리 때문에 긴장했던 것도 금방 익숙해졌는지, 강신은 주변을 살필 수 있게 되었다.
26층은 구역별로 다른 훈련을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딱 달라붙는 반소매를 입은 근육질의 사람들이 오와 열을 맞추어 달리고 있는 곳을 지나자, 준비된 훈련 세트장에 맞추어 다양한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군대에서 볼 법한 유격 훈련은 물론이고, 가짜로 만들어진 건물에서 튼튼한 줄에 몸을 의지하고 내려오는 레펠 훈련까지.
그리고 건물 내부로 침투하는 요원들의 모습은 특수부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절도 있었다.
“유격 훈련?”
“애초에 유격 훈련이라는 게 적을 기습적으로 공격하는 전술을 익히는 훈련이니, 써먹지 않을 이유가 없지. 나중에는 강 선임도 시켜 줄 테니 아쉬워하지 말게.”
“아쉽지 않은데요.”
강신의 진심 어린 대답을 들은 이용진은 크게 웃으며 손으로 강신의 등짝을 내려쳤다.
“하하하, 정말 농담도 잘하는군.”
솥뚜껑만 한 손이 강신의 등을 두들기자, 강신의 입에서는 비명이 튀어나왔다.
“억, 억…….”
여러 훈련장을 지나자, 드디어 목적지로 보이는 큰 구조물이 나왔다.
이용진이 그 구조물로 들어가자, 강신도 바로 따라 들어갔다.
그 내부는 운동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씩 본 평범한 헬스장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조금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그 크기가 일반적인 헬스장보다 훨씬 넓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의 운동을 돕는 기계식 기구들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모델이 스무 개씩이나 준비되어 있을 정도로 많았지만, 비어 있는 운동기구는 찾아보기조차 힘들었다.
기구를 사용하고 있던 사람이 내려오자마자, 무섭게 그 기구의 자리를 다른 사람들이 채우는 모습은 숨 막히는 쟁탈전을 떠올리게 했다.
많은 사람이 열정을 가지고 운동을 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헬스장 내부는 한여름처럼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오늘도 모두 열심히 하는군.”
평소에도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곳인지, 이용진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굉장히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비닐도 뜯지도 않은 운동복을 가져와 강신에게 건네주었다.
강신이 탈의실에서 운동복을 갈아입고 나오자, 누군가 강신을 찾아왔다.
“강 선임님? 벌써 퇴원하셨습니까? 몸은 좀 어떠십니까?”
“어…?”
“전에는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마치 자신을 알고 있는 듯이 말을 걸어오는 남성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근육을 갖고 있었다.
강신은 자신의 기억력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 없었지만, 앞에서 말을 거는 사내를 어디서 봤는지 바로 떠올리지 못했다.
“설마, 제가 누군지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
“……죄송합니다.”
“하하, 설마 기억을 못 하실 줄은……. 생각해 보니 날이 어두워서 제대로 보지 못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강 선임님과 지난번에 함께 현장을 나갔던 1팀 소속의 강민수 사원입니다.”
“아! 그분…?”
함께 작전을 수행했던 사람 중, 척준신에 버금가는 덩치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 떠올랐다.
현장에서 패닉에 빠져 겨울 나비와 전투가 일어나게 했던 현장 요원.
보호 장비를 입었을 때도 덩치는 커 보였지만, 저렇게까지 근육이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았었다.
‘저런 덩치를 가지고 나비에게 겁을 먹었으니,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한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네…….’
강신이 자신이 누군지 떠올렸다는 것을 알아차린 강민수는 그날 있었던 실수 때문에 얼굴을 붉혔다.
“흠흠, 그날은 정말로 실례가 많았습니다. 벌레가 싫은 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그보다 몸이 괜찮아지셔서 운동하기 위해 오신 겁니까?”
“네, 여기 이용진 과장님과 함께……. 어? 어디 가셨지?”
방금까지 옆에 있던 이용진이 어느새 아무런 소리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하하, 아무래도 과장님은 저에게 강 선임님을 맡기셨나 보군요.”
“네……?”
“과장님이 직접 운동을 시키시는 경우는 없거든요. 운동을 알려 주는 동안 근 손실이 나신다고 대부분 팀의 막내에게 맡기시는 편입니다.”
“그, 그런가요?”
“오늘은 첫날이니 기구를 사용하는 방법만 알려 드리도록 하죠. 이번에는 저를 잊지 못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의미심장한 그의 말을 들은 강신은 구석에 밀어 넣어 까맣게 잊고 있었던 현장 출동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가벼운 스트레칭이라고 말했지만 몸을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가혹한 운동을 시켰던 사람들.
그들 중 지독한 미소를 짓고 있었던 강민수의 얼굴이 눈앞에서 오버랩 되고 있었다.
“잠, 잠깐만요. 강민수 사원님? 혹시 저번에 대기실에서 제가 운동할 때도 같이 있으셨나요?”
“이제 떠올리시다니……. 조금 늦으셨습니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 것에 대한 뒤끝이 있는 것처럼 얘기한 그의 얼굴에는 정말로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
헬스장을 찾아온 운동 초심자에게 강한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은 강민수의 미소를 보고 측은함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강신을 바라보았다.
“쯔쯔…….”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처럼 보여서 조금 알려 주려고 했더니, 걸려도 1팀 막내에게 걸렸네.”
“그러게. 조만간 3대 500은 그냥 치겠어.”
“도망치라고 이야기 안 해 줘도 될까?”
“아서라. 괜히 참견했다가 네가 1팀 막내랑 같이 운동할래?”
“그건……. 싫지.”
“그럼, 조용히 뒤에서 명복을 빌어 주자. 하필 걸려도 1팀 막내냐.”
“저 녀석이 진짜 ‘Hell’스 트레이너지.”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가 강신의 귓속으로 비수처럼 날아와 박혀 들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강민수가 자신을 기다리는 모습을 본 강신은 무거운 발을 이끌고 그에게 갈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이제 운동을 시작해 볼까요?”
* * *
그날 이후, 강신은 강민수와 약속했던 대로 아침 일찍 훈련소를 찾았고, 매일 지옥 같은 운동이 이어졌다.
비루했던 강신의 몸은 시간이 지날수록 근육이 붙고 건강해졌다.
설야의 기운을 나눠 받고 자연 회복력이 높아진 강신은 빠르게 근육량이 늘었고, 자신의 몸이 달라지는 것이 느껴지자 어느새 운동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강신이 처음엔 수동적으로 운동을 했다면 이제는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끔은 구역질을 할 정도로 격하게 운동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강신을 강민수처럼 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강신이 이용진에게 걸려 반강제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회사의 상부에서 결정된 일이었다.
첫 현장에서 강신이 쓰러졌다는 보고를 받은 상부는 곧장 강신을 현장으로 투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장 요원들과 비슷한 수준의 몸을 만들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강신이 모든 시간을 운동으로 소비하는 것은 아니었다.
매일 운동이 끝나면 이미 작성했던 소설 중에서 빠진 설정들에 대한 내용을 추가했고, 권영식에게 따로 보고하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신은 두 번째 U.M.A. 포획 현장에 투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