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71
170화
소녀가 손뼉을 치자, 이순자와 그 옆에 있던 현장 요원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으윽….”
“윽….”
이순자가 갑자기 신음을 내뱉으며 인상을 찌푸리자, 뒤에 있던 다른 요원들이 이순자를 걱정하며 다가왔다.
“팀장님!”
하지만 이순자는 그런 요원들에게 손을 들어 자신에게 접근하는 걸 막았다.
“오지 마!”
“하지만….”
“아직…. 후우…. 괜찮으니까 오지 마.”
이순자와 성신 요원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메나가 비웃으며 말했다.
“진짜 유치해서 못 봐주겠네, 무슨 열혈 드라마 찍는 것도 아니고 그게 버틴다고 버텨지는 건 줄 알아? 너희가 지금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건 내가 봐주고 있기 때문이야!”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강신은 3팀 요원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기생 벌레의 능력을 임의로 증폭 시킬 수가 있는 것 같은데, 어째서 이 부장님이 바로 난동을 피우게 하지 않았지?’
성신 그룹 요원들이 이미 이런 상황에 대처할 방법이 있다는 걸 모르는 소녀들이 어째서 바로 날뛰게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소녀들의 입장에서는 이순자와 요원이 분노로 날뛰면 상대편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다.
그런데도 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분노의 진행을 느리게 함으로써 소녀들이 이득을 볼 수 있는 건 없었다.
시간을 벌어도 소녀들은 U.M.A를 빼돌리지 못하고,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도 어려웠다.
여기까지 생각한 강신은 한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바로 블러핑.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거야.’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기생 벌레의 힘을 높이기 위해서는 뭔가 조건이 필요한 듯 보였다.
강신이 도착했을 때, 이순자와 함께 있던 현장 요원은 분노에 몸을 맡겨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는 이순자에게 달려 들었다.
“이 부장님! 조심하세요!”
강신이 이순자에게 경고했지만, 그 경고가 무색하게도 그녀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요원의 머리를 한 손으로 잡아들었다.
요원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에서 착용자를 보호하는 비닐처럼 생긴 소모품 보호 장치가 튀어나왔다.
허나 이순자는 그걸 다른 손으로 뜯어냈다.
“…저거 착용자가 아닌 사람이 뜯어 낼 수 있는 장치였습니까?”
어느새 강신에게 다가온 김대리가 떨떠름하게 말하자,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설마요…. 아무래도 현재 이 부장님은 분노로 리미트가 살짝 풀리신 것 같은데요….”
이순자는 그걸로 멈추지 않고, 자신을 공격한 요원의 머리를 그대로 지면에 꽂아버렸다.
쾅!
“좀 자고 일어나라.”
강신을 포함한 다른 요원들은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지면에 박힌 요원을 측은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후우…. 사람들이 왜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를 내는지 알 것 같네.”
아직 이성이 남았는지, 이순자가 거칠게 호흡하며 요원을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그래, 표현하자면 사랑하는 가족들을 눈앞에서 잔인하게 죽인 범인을 만나면 이런 기분일까?”
덜덜 떨리는 손을 강하게 쥐어 떨리는 걸 멈추게 한 이순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대로 이순자를 내버려 두었다간 방금 쓰러진 요원과 똑같이 이성을 잃게 될 것이다.
보다 못한 강신이 프로네시스를 불렀다.
“네시스.”
-주입할까?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잠깐만요. 강선임, 아주 잠깐이면 돼요.”
강신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이순자가 살벌한 눈으로 바라보며 강신을 말렸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후우…. 네, 이 정도로 남의 손을 빌릴 수는 없죠.”
이순자는 아주 천천히 소녀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메나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순자의 모습을 보고는 겁에 질려버렸다.
“어, 어…. 이럴 리가 없는데…. 아무리 들어간 개체 수가 적어도 어떻게 아직까지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거지?”
이순자의 몸에 들어간 화를 돋우는 기생 벌레나 자신이 가진 재능이 잘못된 건 아니었다.
그 두 가지가 이상하지 않다면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이순자가 이상한 것이었다.
사람마다 이성을 잃을 정도로 분노를 느끼는 데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분노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처음 봤다.
이순자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끼면서도 이성을 유지한 상태로 소녀들 앞에 섰다.
“후우…. 좋아 드디어 도착했네.”
“히끅.”
“괴물….”
두 소녀는 상식적으로 이순자가 이해가 되지 않았고, 겁에 질려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그런 소녀들의 겁먹은 표정을 본 이순자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양손을 들어 소녀들의 머리를 내리쳤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에 소녀들은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꺅!”
“힉!”
어마어마한 고통이 느껴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머리를 때리는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비교하자면 사람들이 장난을 칠 때, 꿀밤을 때리는 수준의 충격이었다.
생각보다 강하지 않은 충격에 소녀들이 감았던 눈을 슬그머니 뜨자, 이순자가 치미는 분노 속에서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어른들을 만만하게 보지 마라. 이 꼬맹이들아. 너희 같은 아이들이 커서 된 게 나야!”
그 말을 끝으로 이순자는 회사에서 지급한 반지의 하얀 돌을 시계 방향으로 돌렸다.
그러자, 반지에 담겨 있는 마비약이 빠르게 이순자의 몸에 돌았다.
“저런 아이들이 커서 된 게 자기라니…. 더하면 더하셨지. 비슷하진 않으셨을 것 같은데….”
그대로 자세가 무너지는 이순자를 보고 김대리가 얄밉게 말했다.
하지만 이순자는 완전히 정신을 잃은 것이 아니었는지, 고개를 돌려 무서운 시선으로 김대리를 바라보았다.
“김대리…. 너 나중에 깨어나면 보자.”
“아니, 사용하신 건 즉효성 마비약인데 어떻게 들으신 건데요….”
쓰러지는 순간까지 입을 놀리는 이순자의 모습에 김대리가 울상을 지으며 몸을 떨었다.
이순자가 두 소녀에게 느낀 감정은 동질감인지 동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소녀들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비틀림을 알고 손속에 자비를 두었다.
꿀밤 한대로 사람이 바뀌는 영화 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
확실한 건 소녀들은 지금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처음과 같은 오만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으며, 요원들이 이끄는 대로 순순히 따랐다.
* * *
광신도를 모두 구속하자, 최철수가 현장을 정리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들에게 추가 인력을 요청했다.
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남은 인원들로 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시설 외부에는 아직 분노로 이성을 잃은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가장 효과적으로 그들을 제압할 수 있는 강신이 3팀 요원들과 함께 그들을 제압하기로 했다.
기생벌레의 숙주가 된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신체 능력이 높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체력이 무한정으로 솟아나는 건 아니었다.
다행히 제대로 서 있는 사람이 얼마 없었고, 강신이 그들을 제압하는 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도 생각보다 피해는 적네요.”
강신과 함께 지상으로 나왔던 김대리가 다친 요원들을 응급처치해주며 말했다.
“뭐, 다른 기업이긴 해도 엄연히 U.M.A를 상대하는 요원들이니까요.”
너무 쉽게 침입자를 허용하긴 했지만, 그것은 침입자들의 특수성 때문이지 무능해서가 아니었다.
특히 그들이 걸치고 있는 장비들은 성신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보호 장비들이었다.
그 덕분인지 이성을 잃고 싸웠어도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크게 다친 이들은 없었다.
다친 인원들을 한곳으로 모으는 동안 정부와 각 기업의 지원이 도착했다.
지원 온 인원들은 난장판이 된 현장을 보고는 놀라기는 했지만, 곧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쓰러진 요원들을 모두 인근 병원으로 후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서진 시설을 복구하는 데에도 인원이 따로 투입되었다.
“이제 저희가 이곳에서 할 일은 끝났네요.”
김대리가 후송을 돕고 강신에게 돌아오며 말했는데,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아직 중요한 일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네? 아직 뭔가 남았나요.”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요.”
끝까지 설명해주진 않았지만, 강신의 진지한 표정을 본 김대리는 풀어진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의미심장하게 말한 것치고는 강신은 따로 뭔가를 하지 않았다.
단지 이순자와 쓰러진 요원을 후송 보내고, 3팀과 지원팀을 철수시킨 게 다였다.
그리고 침입자들이 노렸던 재물을 가져다주는 황금 잉어가 있는 시설로 돌아왔다.
내부 시설은 다른 기업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는지, 지원 나온 국정원 요원들이 시설을 정리하고 있었다.
연못 테두리를 두르고 있던 돌들은 자리를 찾았지만, 노송나무가 뿌리째 뽑힌 모습이 강신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U.M.A가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연못 속 황금 잉어들의 숫자가 많이 줄어 있었다.
황금 잉어가 헤엄치는 모습은 신비했고, 그게 좋았던 김대리는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까는 많았는데….”
“워낙 외부에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요. 주변이 시끄러웠던 것도 있었고, 광신도들이 연못에 들어가 알을 채집하기도 했으니…. U.M.A에게 큰 스트레스였을 겁니다.”
시설 구석에서 안색이 좋지 않은 공낙원과 최철수가 대화하고 있었다.
“저렇게 키우기까지 10년이 걸렸는데….”
“죄송합니다. 공낙원 씨. 모두 제대로 작전을 세우지 못한 제 탓입니다.”
최철수가 울상인 공낙원을 위로하다 가까이 다가오는 강신을 발견했다.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강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아…. 강선임님, 감사합니다. 이번 일은 성신 덕분에 큰 사고 없이 잘 해결됐습니다.”
“감사합니다….”
공낙원도 최철수를 따라 인사를 했지만, 표정은 풀릴 줄 몰랐다.
자식처럼 키워오던 황금 잉어들이 죽어 나갔으니,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아닙니다. 저희 대처가 늦어 많은 피해를 보게 한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성신 분들이 아니었다면 이보다 더 심했겠죠. 그래도 다 이 정도 살아있는 게 어딥니까. 알도 생각보다 많이 남아 있어서 시간은 걸리겠지만, 복구는 가능할 겁니다.”
강신이 형식적인 말로 공낙원을 위로하자, 공낙원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후….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겠죠. 남아 있는 녀석들이라도 챙겨줘야겠습니다.”
공낙원이 그 말을 끝으로 연못으로 다가가자, 남아 있는 황금 잉어들이 공낙원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 모습은 사람을 경계하고 낯선 것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 U.M.A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강선임님…. 저분….”
“네, 저도 봤습니다. 아무래도 물에 사는 생물 쪽과 관련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네요.”
공낙원은 회사에서 H로 구분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강신은 황금 잉어가 공낙원을 따르는 모습을 보고, U.M.A를 어떻게 양식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따로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공낙원과 함께 있던 최철수는 현장에서 철수하지 않고, 다시 시설로 돌아온 강신에게 물었다.
“네,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이 있어서요.”
“처리하지 못한 일이라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떠오르는 게 없는지 최철수는 의아한 눈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잠시 저쪽에서 단둘이 대화를 좀 할 수 있을까요?”
“그러죠.”
강신과 최철수는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돌아왔다.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닙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강신과 김대리는 인사를 남기고 시설을 빠져나갔다.
* * *
“바로 회사로 복귀할 줄 알았는데…. 도대체 저희는 왜 여기 있는 겁니까?”
금방이라도 복귀할 것처럼 시설에서 나왔던 강신과 김대리.
둘은 어째서인지, 평화의 댐 주차장에서 잠복근무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