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93
192화
“허어억!!!”
건축물의 파편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순간, 강신은 꿈에서 깨어났다.
한없이 길게 느껴졌던 꿈이었지만 강신은 현실의 시간은 그리 많이 지나지 않았음을 곧바로 깨달았다.
어두웠지만 강신이 깨어난 곳이 자신이 운석을 작업했던 공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랜 시간 누워있었다면 이곳이 아니라 병원으로 옮겨졌을 테니까…. 그보다 그 소녀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꿈에 나타난 얼굴이 보이지 않은 소녀는 전에 봤던 것처럼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놀이기구…? 뭐였더라….’
뭔가 기억해 내야 할 것 같았지만 강신은 끝내, 그 소녀를 기억해 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훗날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강신은 알지 못했다.
정신을 차린 강신은 우선 꿈에 대한 건 잠시 잊고,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은장도의 날을 완성하고 그 자리에서 기절했었지….’
현재 자신이 누워있는 간이 침대는 자신이 작업했을 때, 이 방안에 없었으니 자신이 쓰러지고 나서 들여온 것이 분명했다.
강신은 불편하게 자신의 팔에 꽂혀 있는 링거의 바늘을 보고는 뽑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장웨이가 나타나 강신을 말렸다.
“그거 단순한 영양제가 아니니까, 뽑지 마세요.”
“장 대리님? 계속 여기 계셨던 겁니까? 제가 정신을 잃은 지는 얼마나 지났습니까?”
강신은 장웨이가 현재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해 한 번에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진정하세요. 천천히 다 말해드리겠습니다. 우선 강선임님이 쓰러진 지는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았습니다만……. 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장웨이는 차근히 강신이 쓰러지고 나서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강선임님이 가장 먼저 아셔야 할 것은 HG 그룹에서 초코의 존재를 완전히 인지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네?”
현재 상황과 전혀 상관없는 말 같았지만, 이는 꽤 중요한 일이었다.
이미 현장에서 몇 번의 충돌로 HG 그룹은 강신이 그림자에서 뭔가를 꺼내 요원들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았고, 강신이 그림자를 다룬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딱 그 정도였다.
그 그림자가 사실 U.M.A이며 본체인 강신이 정신을 잃어도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초코는 강신이 HG 그룹 요원을 상대할 때, 우위를 잡을 수 있게 해주는 요소 중 하나였다.
“어떻게 HG 그룹이 알게 된 겁니까?”
“그게 말이죠….”
장웨이는 강신이 쓰러진 직후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강신이 정신을 잃자, 구은혜는 다급하게 밖에서 대기 중인 HG 요원들과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대기 중인 의사들을 호출했다.
의사들은 상관없었지만, 함께 온 HG 요원들이 문제였다.
정신을 잃은 강신에게 HG 요원들이 다가오자, 당황한 초코가 강신을 지키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초코는 그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위협했다.
잘못하면 큰 사고로 번질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다행히 그 자리에는 초코와 구면인 장웨이가 있었다.
장웨이가 초코를 잘 타일러 큰 사고로 번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강신이 데리고 있는 초코의 정체가 뭔지는 모르지만, 자의를 가지고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건…. 어쩔 수 없었네요.”
불가항력이었다.
초코는 단지 강신을 지키려고 했을 뿐, 초코의 잘못이 아니었다.
하지만 초코는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고 강신이 한숨을 내쉬자, 자신이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대형견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끼잉….
강신의 무릎을 완전히 덮을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는 초코는 혀로 강신의 손을 핥으며 애교를 부렸다.
강신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괜찮아. 나를 지켜주려고 한 거잖아? 고마워.”
자신이 화가 나지 않았음을 초코에게 보여주고 그림자로 이루어진 초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 강선임님이 만드신 은장도의 날은 이야기하신 대로 수치와 사진을 정리해서 회사로 보냈습니다. 이승훈 장인님이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고는 하는데, 얼마나 걸릴지는 잘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원래 승훈 아저씨는 시간을 정하고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 외에는 다른 일은 없었습니까?”
“음….”
강신의 질문에 장웨이가 잠시 해야 할 말들을 골랐다.
“현재 성신과 HG 그룹은 지금 당장이라도 싸움이 일어날 정도로 고조된 상태입니다.”
현재 두 회사는 쓰러진 강신 때문에 일촉즉발의 상황을 유지하고 있었다.
장웨이는 강신의 상태를 성신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래서 강신이 현재 있는 HG 그룹 비밀 연구소에서 의료조치를 받았다는 사실을 회사에 보고했다.
장웨이의 보고를 받은 성신은 HG 그룹에게 크게 반발했다.
만약 이곳에 장웨이가 함께 있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요원들을 대동해 쳐들어올 기세였다.
장웨이가 강신의 상태를 주시하고 의사들의 차트를 실시간으로 공유했기에 잠시 잠잠한 상태였다.
강신이 조금만 더 잘못됐다면 정말 기업 간의 전쟁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많은 사람들을 걱정하게 만들었네요. 운석이 제 생각보다 더 강력해서 저도 쓰러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운석을 두드린 순간부터 표식이 더 강력해진다는 걸 느끼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강신도 몰랐다.
“후우…. 다음부터는 자신의 몸을 조금 더 소중하게 다뤄주십시오. 의사들의 말로는 영양실조와 극도의 과로가 겹쳐서 쓰러지신 거라고 합니다.”
“그동안 휴식이 부족하긴 했죠….”
“그래서 제가 직접 성신에서 특수 영양제를 공수해 왔습니다. 여기까지가 강선임님이 기절하신 뒤 일어난 일들입니다.”
장웨이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지만, 고생을 제일 많이 한 사람은 장웨이였다.
그는 흥분한 초코를 달랬고, 강신을 쓰러진 사실을 보고한 뒤 회사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았다.
그리고 HG 그룹에서 강신에게 이상한 짓을 하지 않을까, 철저하게 감시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강신이 맞고 있는 영양제 또한 성신 그룹으로부터 어렵게 전달받은 것이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장웨이는 혼자의 힘으로 강신을 이곳에서 탈출시킬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으니, 그가 얼마나 고민하고 고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직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신 건 아닌 것 같으니, 이승훈 장인님이 물건을 완성하기 전까지 더 푹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장웨이가 강신의 팔에서 조금씩 근육 경련이 일어나는 걸 보고 휴식을 권했다.
하지만 강신에게는 아직 할 일이 조금 남아 있었다.
“쉬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장 대리님 혹시 뭔가 적을 만한 종이 없을까요?”
“흠…. 잠시만요. 금방 구해오죠.”
강신이 필기도구를 요구하자, 장웨이는 어디선가 작은 다이어리와 함께 검은색 볼펜을 구해와 강신에게 건네주었다.
강신은 뭔가에 홀린듯이 다이어리에 글을 빼곡하게 써 내려갔다.
‘잊어버리기 전에 써 놓아야 해.’
장웨이가 봤던 대로 강신의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이 되지 않았고, 온몸이 근육통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다시 잠들면 꿈속에서 보았던 것들을 잊을 수도 있었다.
강신은 꿈속의 내용을 토대로 영원히 끝나지 않는 놀이기구라는 U.M.A가 나오는 4인 가족의 이야기를 쓰고 나서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 * *
강신이 다시 깨어났을 때는 누워있던 침대 사방이 모두 암막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다.
커튼 너머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어느새 팔에 꽂혀 있던 특제 영양제는 사라졌다.
처음 깨어났을 때, 온몸을 짓누르는 것 같던 근육통도 사라져 조금 결리는 정도였다.
강신은 살짝 스트레칭을 하고 암막 커튼을 젖혔다.
촤르륵.
밝은 빛이 강신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강신이 침대에서 나오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강신에게 집중되었다.
밝은 빛 때문에 인상을 쓰고 있는 강신에게 장웨이가 다가왔다.
“일어나셨군요. 몸은 좀 어떠십니까?”
장웨이는 이미 강신의 몸 상태가 꽤 호전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처음과는 달리 크게 걱정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움직이는 데는 불편함이 없네요. 시간은 얼마나 더 흘렀습니까?”
“다시 주무시고 난 다음에 이제 반나절 지났습니다.”
“그럼, 은장도의 손잡이와 검집은 어떻게 됐나요?”
강신이 묻자 장웨이는 고개를 저었다.
“이승훈 장인님이 혼신을 다해 만들고 있어서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렇군요….”
강신과 장웨이가 대화하는 동안 어느새 구은혜가 나타났다.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구은혜는 마치 죄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쭈뼛쭈뼛 강신에게 다가왔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 저기….”
은장도의 다른 부분들이 올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구은혜는 강신에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이제 와서 묻기는 조금 그렇지만…. 저 운석으로 만든 도구를 어떤 형식으로 사용해야 할지, 알려주실래요?”
강신은 운석을 도구로 만들 수 있다고만 했다.
운석을 다듬은 도구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말한 적이 없었다.
이는 강신이 의도한 것이었지만, 구은혜가 강신을 믿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못한 일이었다.
가장 중요한 내용임에도 강신이 굳이 말하지 않고 있었던 건 이유가 있었다.
‘슬슬 말해줘도 되겠지.’
아니, 오히려 강신의 계획대로라면 지금 말해줘야 했다.
“자리를 조금 옮길까요?”
구은혜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신은 장웨이와 구은혜를 데리고 자신이 일어났던 침대가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대단한 건 아니에요. 이 U.M.A로 도구를 만들면 그때부터는 이 U.M.A는 생명체들에게 무분별하게 표식을 새기지 않습니다.”
운석을 만지는 사람들에게 무분별하게 표식을 새겨 사람들의 생명력을 잃게 하던 U.M.A는 형태가 바뀌게 되면 그런 행위를 하지 않았다.
“그럼, 그냥 평범한 도구가 되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성질이 많이 바뀐 것뿐이죠.”
“성질이 바뀐다고요?”
“네, 자신이 주인으로 인정한 생명체와 함께 있으려고 합니다.”
구은혜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하자, 강신이 설명을 붙였다.
“U.M.A는 도구로 완성되고 나서 딱 한 번 다른 생명체를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이때 누군가 주인을 위협하거나, 자신과 떨어지게 만들면 그 생명체에게 표식을 새기죠.”
“그렇군요….”
“도구로 만들어지면서 원래 가지고 있던 힘이 강해졌기에, 표식에 대한 대처가 되어 있지 않으면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주인을 잘 골라야겠네요.”
이 U.M.A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악용할 여지가 많았다.
“그럼 주인으로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건 저 은장도를 다 만들고 나서 말해드려도 될까요?”
강신은 어째서인지, U.M.A에게 주인으로 인정받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구은혜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지금 이야기해서는 안 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갔다.
“어쨌든 저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 되네요.”
U.M.A가 딱 한 번 주인을 정한다는 강신의 말에 구은혜는 투탕카멘의 단검을 떠올렸다.
단검으로 만들어진 외계에서 온 금속 생명체는 투탕카멘이 죽은 이후에 주인에게서 자신을 떨어트린 사람들에게 표식을 새겼고, 많은 사고가 일어났다.
“현장 요원에게 주기도 애매하네요…. 그렇다고 관상용으로 내버려 둘 수도 없고….”
“그럼 경호가 필요한 특별한 인원에게 주는 건 어떻습니까? 주인이 위협을 느끼면 자동으로 은장도가 보호를….”
강신과 구은혜는 곧 완성될 은장도의 처우에 대한 토론을 길게 이어갔다.
부스럭.
아주 작은 소리였다.
너무나도 작은 소리였기에 장웨이와 구은혜는 누군가가 암막 커튼 뒤에서 자신들의 대화를 엿들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허나 강신은 아니었다.
그들의 대화를 엿듣던 사람이 사라지자, 강신에게만 보이는 오색 빛의 겨울 나비가 강신에게 날아왔다.
그리고 설야는 그들이 이곳에서 도망갔다는 사실을 강신에게 알렸다.
강신의 한쪽 입꼬리가 사악하게 보일 정도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