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94
193화
장웨이가 강신의 수상한 미소를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아 움찔했다.
“강 선임님…?”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장웨이는 강신의 미소를 보고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지만, 직접적으로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로부터 반나절이 지나고, 이승훈이 만든 은장도의 부품들이 완성되어 강신에게 보내졌다.
은장도의 주인을 구은혜가 끝끝내 결정하지 못했고, 그녀는 아버지이자 HG 그룹의 회장인 구 회장에게 주인을 정해달라고 부탁했다.
구은혜는 단지, 회사의 값비싼 자원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라 선택을 미룬 것에 불과했지만, 강신은 그 선택이 꽤 현명했다고 생각했다.
‘회장이 직접 주인을 정해주는 거라면 반발이 심하지 않겠지.’
강신이 만든 은장도는 완성된다면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 물건이 될 터였다.
운석의 가치만으로도 천문학적으로 비쌌고, 게다가 은장도에는 특별한 힘이 있었다.
그런 가치 있는 물건을 누가 받더라도 회사 내부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탐을 낼 물건이었으니까.
하지만 은장도의 사용처를 회장이 직접 결정한다면, 그 불만은 최소화될 것이라고 강신은 생각했다.
‘나와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
지금 하는 일만 해도 강신은 구은혜를 차고 넘칠 정도로 도와준 것이었다.
누가 보면 호구 잡혔다고 말할지도 몰랐지만, 강신은 구은혜에 대한 측은지심만으로 움직이고 있는 건 아니었다.
부족함 없이 살던 구은혜가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는 것은 그만큼 궁지에 몰렸다는 소리였다.
사람은 자신이 가장 힘들 때, 손을 내민 사람을 잊지 않는다.
심지어 강신은 U.M.A를 도구로 만드는 과정에서 쓰러지기까지 했는데, 추가적인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덕분에 구은혜는 강신에게 더욱 더 고마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이는 강신이 구은혜라는 사람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행동한 것이었지만, 구은혜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런 속마음을 알면 반발심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강신은 어째서 이렇게까지 번거로운 일을 하는 것일까.
크게 보면 결국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
성신이 U.M.A를 통해 얻어낸 기술들 덕분에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HG 그룹과 많은 격차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런 HG 그룹의 오너 일가에게 빚을 지워두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겠지.’
강신의 계획한 일이 완성되려면 구은혜가 이번 상황을 넘겨 성과를 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성과를 만들어야 했다.
성과를 만들어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구은혜가 가장 힘들 때, 자신을 도와준 강신을 기억하게 만드는 게 그의 목적이었다.
달그락.
강신은 잡생각을 잠시 접어 두고, 이승훈이 보낸 은장도의 검집과 손잡이를 확인했다.
“아….”
옆에서 강신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던 구은혜가 강신이 꺼낸 은장도의 부품을 보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한 뼘 크기의 검집은 사람이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호랑이와 늑대 같은 야수들이 양각되어 있었다.
조립되지 않은 손잡이의 파츠들에는 토끼와 사슴 같은 초식 동물들이 양각되어 있었다.
육식과 초식.
극과 극을 달리는 조합이었지만, 그 배치가 절묘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양각된 동물들은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쳐흘렀다.
강신은 이승훈이 은장식들을 상당히 힘주어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럼, 부품들 조립 시작하겠습니다.”
* * *
망치로 운석을 두드렸던 것과는 달리 슴베(날에서 손잡이와 결합하는 부분) 부분을 손잡이와 조립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금속 생명체를 다른 사람에게 만지게 하는 건 위험한 일이었고, 강신이 직접 작업을 해야 했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기에 조립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강신은 조립하면서 몸이 무거워지는 게 느껴졌고, 최대한 빨리 은장도를 완성했다.
은장도가 완성되자, 강신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강신의 표정이 좋지 않은 걸 본 장웨이가 슬그머니 강신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뭔가 일이 잘못되었습니까?”
“아, 그런 게 아닙니다. 그냥 승훈 아저씨가 만든 장식 부분과 검날이 너무 비교돼서요.”
이승훈이 만든 은장식들은 조립되자, 더 생동감이 넘쳤다.
반대로 강신이 만든 검날은 그 생동감에 먹혀 더 투박해 보였다.
예술품을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강신이 만든 검날을 보고 예술품을 크게 망쳤다며 욕을 할 수도 있었다.
장인의 예술 작품을 자신이 망친 것 같아, 강신의 마음은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배우신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잘 만드신 것 같습니다만…. 그리고 저희는 이곳에 작품을 만들려고 온 게 아니잖습니까….”
장웨이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지만, 왠지 더 멋지게 만들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회사로 돌아가면 승훈 아저씨에게 더 열심히 배워야겠네.’
강신은 이번 일로 자극을 받아 속으로 다짐했다.
그리고 은장도의 오점인 검날을 검집으로 가렸다.
달칵.
이숭훈에게 검날의 치수와 사진을 보냈을 뿐인데, 손잡이와 검집은 검날과 전혀 이격되는 부분 없이 딱 맞아떨어졌다.
“완성이네요. 실제로 찌르거나 베는 용도로 사용할 물건이 아니니, 날은 따로 갈지 않았습니다.”
검날을 가리자 정말 예술품으로 보이는 은장도.
구은혜는 자신도 모르게 아름다운 은장도에 손을 뻗었는데, 강신은 그녀의 손이 은장도에 닿기 전에 구은혜에게 경고했다.
“지금 만지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아…. 어째서죠?”
아름다운 은장도를 만지지 못한 구은혜는 탄식과 함께 강신에게 이유를 물었다.
“U.M.A가 새로운 부품에 익숙해질 때까지 조금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아…. 그런가요…. 그럼, 얼마나 더 걸릴까요?”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최소 6시간 이상이 필요할 겁니다. 그래서 말인데 내일 아침이면 완성되어 있을 테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이미 시간은 저녁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6시간이 지나면 새벽이 될 시간이니, 내일 아침에 은장도를 HG 그룹 회장이 정해준 사람에게 건네주면 되리라 판단한 강신이 구은혜에게 말하자 그녀도 딱히 이견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시간도 늦었으니, 그러는 편이 좋겠네요.”
구은혜의 허락이 떨어지자, 강신은 은장도의 상태를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검집이 잘 맞는지 닫았다 열기를 반복하고, 위아래를 돌려 보았다.
그러면서 강신은 머리를 긁는 척하며 손가락으로 귀밑에 붙어 있는 통신 패치를 뜯어냈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검집 안쪽에 통신 패치를 몰래 부착하고는 운석이 전시되어 있던 금속 기둥 위에 은장도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만지지 못하도록 유리 케이스를 닫았다.
당장 해야 할 일을 모두 끝낸 강신이 가지고 왔던 공구들을 다시 챙기는데, 구은혜가 강신에게 다가왔다.
“혹시…. 이후에 따로 일정이 있으신가요?”
은장도가 언제 완성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강신과 장웨이에게 일정이 있을 리 없었다.
구은혜도 그 사실을 알면서 물어본 것이다.
강신과 장웨이에게 뭔가 권하기 위해 하는 말이라는 건 조금의 눈치만 있어도 알 수 있었다.
‘이 시간이면 저녁이나 야식을 권하려는 건가?’
강신이 눈치 빠르게 구은혜의 의도를 파악했다.
구은혜는 자신을 도와준 강신에게 뭔가를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었고, 동시에 U.M.A에 대해 박식한 강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간단히 밥 한 끼 먹으며 어울려 주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오늘만큼은 시간을 허투루 사용할 수 없었다.
“으음…. 일정은 따로 없지만, 요 며칠 고생을 해서 그런가 조금 피곤하네요.”
구은혜는 피곤하다는 강신을 억지로 식사 자리로 끌고 갈 정도로 몰상식하지는 않았다.
“아…. 그러면 어쩔 수 없겠네요….”
강신과 장웨이는 아쉬워하는 구은혜를 뒤로 하고, 그대로 HG 그룹의 비밀 연구소를 빠져나왔다.
* * *
다시 외부가 보이지 않는 차를 타고 양재역 근처에서 내린 강신과 장웨이는 주차된 회사 차를 끌고 수원으로 이동했다.
수원으로 돌아가는 길, 운전대를 잡은 장웨이가 강신의 상태를 걱정하며 입을 열었다.
“강선임님, 많이 피곤하시면 바로 집으로 모셔다드릴까요?”
대장장이 공구를 빼면 딱히 특별한 장비를 회사에서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에 강신이 굳이 회사로 돌아갈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강신은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다.
“아니요. 이대로 회사로 돌아가죠. 늦은 시간이라 장 대리님에게는 죄송하지만, 준비해야 할 게 있습니다. 자세한 건 회사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뭔가 꾸미시는 것 같더니, 이제야 알려주시는군요. 안 그래도 답답했는데 다행입니다.”
이미 전부터 강신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걸 직감한 장웨이가 오히려 후련한 듯이 말했다.
회사로 돌아온 강신은 자신이 들고 왔던 대장장이 공구들을 먼저 20층에 있는 대장간에 두고는. 곧바로 보호 장비를 챙겨 자신의 큐브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동안 장웨이에게 말하지 않았던 계획들을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 아까 제가 연구소에서 했던 말은 거짓말이었습니다.”
“네? 거짓말이라고요?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지….”
“U.M.A가 새로운 부품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요.”
사실 U.M.A가 새로운 부품에 적응할 시간 따윈 필요하지 않았다.
“어째서 그런 거짓말을….”
“빈틈을 억지로 만들어야 했거든요.”
“빈틈이요?
“네, 구은혜 씨가 성과를 내기 전에 빈틈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강신은 구은혜가 자괴감을 느끼며 눈물을 보였을 때, 그녀가 했던 말들 중에 신경 쓰이는 내용이 하나 있었다.
그건 그녀가 맡았던 일들을 모조리 실패했다는 것이었다.
우연이라면 좋겠지만, 실상 그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구은혜는 멍청한 사람이 아니야.’
산토가 있었던 현장에서 구은혜가 실수를 저질렀던 건 맞지만, 강신의 요구에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강신은 그녀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그때 인지했다.
그리고 최근에 함께 일하면서 그녀가 유능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HG 그룹의 구 회장이 구은혜를 계속 신경 쓰고 있었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지원을 받고 있었을 터였다.
그런데 모든 현장에서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는 건 뭔가 이상했다.
“그래서 제가 도달한 결론은 HG 그룹 내부에 구은혜 씨가 성과를 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 세력이 어떤 목적으로 구은혜를 방해하는 건지 아직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그 세력은 절대 작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쪽에서 이번 일을 망치기 위해 ‘완성된’ 은장도를 훔쳐 갈 확률이 매우 높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