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98
197화
성신으로 돌아온 강신은 이승훈과의 약속대로 매일 시간을 내서 야장일을 기초부터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아침에는 운동과 야장일, 오후에는 소설을 작성하고 자신이 나갈 현장을 물색했다.
강신의 일정은 평소와는 다르게 꽤 빡빡해졌다.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다 보니, 더운 여름을 식혀 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장마철이 되었다.
그리고 HG 그룹 구 회장이 약속했던 추가 보상이 들어 있는 상자가 강신에게 도착했다.
개인 큐브에서 소설을 쓰고 있던 강신에게 그 상자를 들고 온 건 함께 HG 그룹에서 일했던 장웨이였다.
“내부를 스캔해 봤는데, 딱히 이상한 물건은 없었습니다.”
강신은 장웨이의 말을 듣고 선물 상자를 푸는 아이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자를 개봉했다.
“…카드?”
상자를 열자, 가장 먼저 보인 건 사람 얼굴이 새겨진 검은색 신용카드였다.
카드 아래에는 작은 쪽지와 함께 손바닥 크기의 목제 상자가 있었다.
강신은 목제 상자를 잠시 내버려 두고, 구 회장이 직접 쓴 것으로 보이는 쪽지를 먼저 확인했다.
「갑자기 검은 카드가 나와서 놀랐겠지? 자네가 예상하는 그 카드가 맞네.」
딱히 강신이 예상하지 않아도 검은색 카드에는 떡하니 이름이 쓰여 있었다.
“블랙 카드.”
“네? 그거 설마 아멕X 블랙 카드입니까?”
장웨이가 깜짝 놀라 강신이 들고 있는 검은색 카드를 확인했다.
사람들에게 블랙 카드로도 알려진 아메리X 익스프레X 센추리온 카드였다.
이 카드는 돈만 있다고 발급받을 수 있는 카드가 아니었다.
금융 신용 기록에 오점이 없어야 하며 연간 카드 사용 금액이 3억 원 이상이 되어야 했다.
가입비는 천만 원에 가깝고 심지어 연회비까지 300만 원에 달했다.
카드를 발급받은 사람의 연간 소득 또한 최상위급으로 누구나 인정하는 100억 원 이상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사회적 지위, 경력까지 감안해서 발급해 주는 카드였다.
이 카드가 특별한 이유는 카드 소유주에게 많은 특권이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특정 매장을 전세 내는 일이라든가, 매장의 마감이 끝나고도 문을 열게 할 수도 있었다.
퍼스트 클래스 항공기를 타면 리무진이 서비스로 딸려 오기도 했다.
그 외에도 혜택이 더 있었지만 나열하자면 끝도 없었다.
강신은 쪽지에 적힌 내용을 마저 확인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차명 계좌와 연동해 놓았으니, 편하게 사용했으면 좋겠군.」
편하게 사용하라 했지만, 강신은 구 회장이 이 카드를 자신에게 보낸 의중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음…. 나를 감시하겠다는 소린가….”
차명 계좌로 만들었으니, 한도와 자금 출처를 걱정하지 않고 사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신이 카드를 사용하면 구 회장에게 카드를 사용한 시간과 위치, 그리고 어떤 물건을 샀는지까지 전해질 가능성이 컸다.
“그래도…. 버리긴 아까우니까, 챙겨는 둘까.”
강신은 구 회장의 의도를 파악했지만, 카드를 버리지 않고 나중을 위해서 따로 챙겨 두었다.
그리고 덩그러니 남아 있는 목제 상자를 들어 올렸다.
“이것도…. 고급품이네.”
강신이 꺼낸 상자도 평범한 목재가 아니었다.
고급스러운 검은빛이 도는 게 목재 중에서도 고급으로 취급되는 흑단목 같아 보였다.
달칵.
강신이 상자를 열자, 장웨이가 그 안에 있는 물건을 보며 말했다.
“이거 브로치인가요?”
장웨이가 확실하게 말하지 못한 이유는 브로치의 디자인이 밋밋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었다.
은색을 띠는 금속 재질로 아무런 장식도 없었다.
브로치는 반구형으로 부착되는 부분만 평평했는데, 거기에는 작은 핀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그마저도 눈썰미가 좋은 장웨이가 봐서 브로치라는 걸 아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봤다면 그냥 금속 덩어리로 착각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상자 내부를 확인하던 강신은 다른 쪽지를 발견했다.
「투박하게 생긴 브로치는 우리 회사에서 개발한 물건이지. Lot 번호는 따로 있지만, 편하게 무취의 브로치라고 부르지. 아직 시제품이긴 하지만 선물로 준비했네. 이 브로치는 착용자의 체취를 완전히 제거해 주는 효과가 있으니, 유용하게 사용하길 바라지.」
“무취의 브로치라…. 이거 설마 완전 의태의 카멜레온으로 만든 물건인가….”
“완전 의태의 카멜레온이요?”
사용자의 체취를 제거해 주는 물건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완전 의태의 카멜레온은 U.M.A.로 구분하기 애매한 종이었다.
이 생물은 엄연히 뱀목 파충류 종에 속해 있어서 카멜레온으로 구분됐다.
하지만 이 종이 U.M.A.로 취급받는 이유는 U.M.A.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 때문이었다.
이 U.M.A.는 다른 카멜레온들과는 다르게 색깔뿐만 아니라, 촉감과 체취까지 주변의 나무나 풀처럼 바꿀 수 있었다.
위험하지 않은 U.M.A.지만 발견하기가 쉽지 않아, 성신에서도 아직 포획한 개체가 없었다.
구 회장이 보낸 은색 브로치를 보고 완전 의태의 카멜레온을 떠올린 건 해당 U.M.A.가 분비하는 호르몬 덩어리를 은과 반응시켰을 때의 효과 때문이었다.
은과 만난 완전 의태의 카멜레온 호르몬은 주변의 냄새를 완전히 지워 주었다.
강신은 장웨이에게 완전 의태의 카멜레온에 대해 가볍게 설명해 주었다.
“블랙 카드만큼이나 특별한 선물을 줬네요.”
“이 브로치는 보호 장비의 의태 기능과 함께 쓰면 어울리겠네요.”
강신은 앞서 확인한 블랙 카드보다 무취의 브로치가 더 마음에 들었다.
“이건 우선 팰로우님에게 맡겨야겠네요.”
“특별한 물건이라 팰로우님이 좋아하시겠습니다.”
물론 완전히 권영식에게 주는 건 아니었다.
당장 사용할 일이 없으니 권영식이 지적 호기심을 해결할 때까지만 빌려줄 생각이었다.
“아으…. 오늘은 이만 퇴근해야겠네요.”
시곗바늘은 오후 세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평범한 회사원이 퇴근하긴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미 초과 근무를 한 강신이기에 언제 퇴근해도 상관없었다.
강신은 브로치를 곧바로 권영식에게 빌려주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는 구 회장의 또 다른 선물이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갑자기 승진하게 되었다고?”
“어…. 나도 얼떨떨한데, 갑자기 발탁 승진을 시켜 주더라….”
HG 그룹에서 일하는 강신의 형, 강찬이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을 하게 되었다.
강신은 강찬이 나름 엘리트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승진 시즌도 아닌데 갑작스럽게 발탁 승진하게 된 건 누가 봐도 자신과 연관 있는 것이었다.
‘부담스럽긴 하지만…. 나쁘지 않을지도.’
자신의 가족을 챙기는 구 회장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생각지 못한 승진에 기뻐하는 강찬을 보며 강신은 슬쩍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날 저녁, 아들의 승진 소식에 강신의 어머니는 오랜만에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맛있는 음식들을 차렸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오랜만에 가족들 모두가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 * *
다음 날, 가족 중에서 멀쩡한 사람은 강신 혼자뿐이었다.
심지어 강신의 아버지인 강태혁은 숙취로 회사에 병가까지 내 버렸다.
출근을 위해 일찍 일어난 강찬의 몰골도 말이 아니었다.
다크서클은 물론이고 아직 술이 덜 깼는지, 얼굴이 붉었다.
게다가 온몸에서 술 냄새가 풍겨 왔다.
“더 먹으면 더 먹었지. 덜 먹진 않았는데 넌 왜 이리 멀쩡하냐….”
‘신단수의 열매 덕분이겠지.’
짐작 가는 게 있었지만, 강신은 그것을 강찬에게 알려 줄 수는 없었다.
“그러게, 나는 간의 회복력이 형보다 좋나 봐.”
“으으…. 그건 부럽다 야.”
멀쩡한 강신을 부러워하던 강찬은 힘든 몸을 질질 끌며 힘겹게 집을 나왔다.
강찬이 출근하자, 강신도 시간을 확인하고 곧바로 출근했다.
강신은 평소처럼 오전에는 운동과 야장일을 했고, 오후에는 개인 큐브로 돌아와 소설을 작성했다.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던 날들과는 다르게 오늘은 개인 큐브에 백소은 혼자였다.
핸드폰을 보며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으며 소파를 굴러다니고 있었다.
“하하하하핳.”
‘다들 바쁜 일이 있나.’
항상 같이 다니던 김만복도 없으니, 뭔가 개인 큐브가 휑해 보였다.
“소은아, 만복이는?”
“하핳, 만복이는 오늘 대전으로 구마 의식을 진행하러 갔어요. 당분간은 그곳에서 머문다고 하던데요?”
“아…. 그래, 만복이 구마사제였지….”
항상 허당 같은 모습을 보여 주어서인지, 김만복이 구마사제였다는 걸 까먹을 정도였다.
“하하핳, 걔가 그 말 들으면 엄청 섭섭해할걸요!”
“이건 우리끼리 비밀로 하자.”
“네, 그렇게 해요.”
“그런데, 뭘 보고 그렇게 웃는 거야?”
“하핳, 이거요? 아저씨도 볼래요?”
백소은은 자신이 보고 있던 스마트폰을 강신에게 보여 주었다.
스마트폰에는 한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풉…. 이런 영상은 어디서 찾는 거야?”
동영상을 전부 본 강신은 어째서 백소은이 그렇게 웃었는지 알 수 있었다.
백소은이 보여 준 동영상의 제목은 ‘비가 와서 우산에게 심부름을 시켜 봤습니다.’였다.
어떤 집 앞의 CCTV 카메라에 찍힌 영상으로 흑백의 화면은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주택가를 보여 주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주인 없이 펴져 있는 우산이 나타났다.
우산은 바람에 날아가다 말고, 바닥에 떨어졌는데, 떨어진 우산이 마치 아기가 걷는 것처럼 아장아장 움직였다.
가볍게 웃음이 터질 만한 귀여운 영상이었다.
그러다 문득, 강신은 뭔가를 떠올리고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프로네시스를 불렀다.
“어…. 잠깐, 네시스?”
-무슨 일이야?
“바쁠 텐데 미안하지만 지금 소은이가 보는 영상, 혹시 따로 CG 처리나 조작이 들어간 영상인지 확인해 줄래?”
-알았어.
조작이라면 그냥 웃어넘기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는 꽤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프로네시스는 좋지 않은 소식을 가져왔다.
-이거 조작된 거 아니야.
“맙소사. 이거 설마, 도망가는 징조인가….”
“하핳? 도망가는 징조?”
-도망가는 징조?
강신의 혼잣말에 영상의 조작 여부를 조사했던 프로네시스뿐만 아니라, 백소은도 의문을 던졌다.
개체명, 도망가는 징조.
U.M.A.는 조금 특이한 개체로 생명체인지, 아닌지도 구분하기 힘들었다.
‘그야…. 항상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니까.’
도망가는 징조의 가장 큰 특징은 항상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우산의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어떨 때는 비닐이나 쇼핑백 등 비교적 가벼운 사물의 모습을 했다.
‘도망가는 징조가 가진 특징들을 전부 보여 주고 있었어.’
U.M.A.의 또 다른 특징은 이번에 백소은이 보여 준 우산처럼 주변의 날씨가 좋지 않고, 물건이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영상 속 우산은 비바람 속에서 사람처럼 걷고 있었다.
이게 그저 우연이라면 넘어가도 될 일이지만, 만약 진짜 도망가는 징조라면 일이 심각했다.
어느새 강신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고 심각하게 굳어졌다.
“이거 7일 안에 못 잡으면 그 지역에 자연재해가 일어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