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14
213화
차광기능을 강하게 설정한 탓일까, 강신은 돌연변이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현재 매우 화가 났다는 사실은 말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르르….
화가 나 따지는 말투에 강신의 그림자 속에 있는 초코가 낮은 소리로 으르릉대며 경계했다.
강신은 그런 초코를 말렸다.
“괜찮아, 초코야. 기다려.”
-끼잉….
돌연변이를 불러낸다는 목적을 이뤘으니, 강신은 하던 행동을 멈췄다.
랜턴을 끄고 만능렌즈의 차광기능도 정상적으로 돌린 뒤, 돌연변이를 바라봤다.
그는 처음 나타난 그 자리에서 강신을 째려보고 있었다.
그런 돌연변이의 모습을 본 강신은 깜짝 놀랐다.
돌연변이가 도망가지 않아서?
화를 내고 있어서?
둘 다 아니었다.
애초에 강신은 상대방이 화를 내길 바라며 행동했으니, 놀랄 이유가 없었다.
그럼 어째서 강신은 돌연변이를 보고 놀란 것일까.
그것은 바로,
“모습이…….”
다른 비추는 상들과 다르게 돌연변이는 강신을 보고 있음에도 자신이 아니라, 실종되었던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을 보고 놀라 중얼거린 강신의 말을 들은 건지, 이마에 나타난 주름이 더 깊어질 정도로 인상을 구겼다.
“하…. 너 이미 그놈들이랑 대화를 나눴구나?”
어린아이 같았던 다른 비추는 상과 비교하면 머리 또한, 좋아 보였다.
“그 녀석들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분명 강신이 깨진 모습의 존재와 만났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무슨 자신감인지, 강신을 적으로 판단하지 않았고 위기감도 없어 보였다.
그런 모습에 강신은 돌연변이를 발견하면 바로 무력으로 제압하고 거울 조각을 빼앗으려던 계획을 수정했다.
일단 돌연변이와의 대화를 시도했다.
“이렇게 불러내서 미안하지만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으면 며칠이 지나도 찾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미 돌연변이는 강신이 거울 속에서 다른 비추는 상과 나오는 모습을 보았기에, 모습을 드러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짜증 날 정도로 밝은 빛과 신경을 긁어대는 시끄러운 소리에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 씨…. 그래서 날 불러내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돌연변이가 묻자, 강신은 대뜸 돌연변이가 가지고 있는 거울 조각을 요구했다.
“당신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소년과 제가 이곳을 나가기 위해서는 당신이 가지고 간 거울 조각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들려오는 대답은 거절이었다.
“안돼. 거울 조각은 누구에게도 줄 수 없어.”
순순히 주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었던 강신은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했다.
깨진 모습의 존재는 돌연변이가 외부로 나가 인간 사회의 혼란을 주기 위해서 거울을 훔쳤다고 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돌연변이는 인간인 자신을 보고도 이성적으로 대하고 있었다.
단지, 강신이 했던 행동에 화를 냈을 뿐이었다.
그래서 강신은 돌연변이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외부로 나가는 게 목적이면 저와 소년이 나갈 때, 저희와 같이 나가는 건 어떻습니까?”
저 돌연변이가 정말로 사회의 혼란을 일으킨다면, 포획하면 그만이었다.
조금의 뒷말이 나오긴 하겠지만, 성신과 국정원에 부탁하면 충분히 덮고도 남았다.
목적이 같다면 승낙할 줄 알았던 돌연변이의 입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 나왔다.
“……뭔 소리래, 이쪽 사정도 제대로 모르는 것 같은데…. 됐다. 내가 외부인과 무슨 말을 하겠냐. 뭔 말을 해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으니까, 더는 쓸데없는 짓 하지 마.”
그 말을 끝으로 돌연변이는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잠깐! 그게 무슨 말입니까?”
강신이 자리를 피하려는 돌연변이에게 손을 뻗어 그를 잡으려고 했지만, 돌연변이는 강신의 손을 피했다.
그리고 더는 이야기 하기 싫다는 듯이 근처 거울로 들어가더니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진지한 마음으로 잡으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뒤쪽에서 뻗어진 자신의 손을 피하는 모습을 본 강신은 살짝 놀랐다.
그는 머리를 긁으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아…. 이래서 연관되고 싶지 않았던 건데.”
강신은 소년과 이곳을 벗어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뭔가 사정이 있어 보이는 돌연변이의 말투가 강신의 발길을 잡았다.
‘이제 어떻게 할까.’
강신은 다음 계획을 짜기 위해 시간을 들여 생각했다.
‘괴롭긴 하겠지만 시간의 여유는 충분해.’
비록 매끼 끔찍한 맛의 비상식량을 먹게 되겠지만, 지금 바로 돌연변이를 제압해도 그가 거울 조각을 소지하고 있지 않다면 일은 더 꼬이는 것이다.
‘무력 제압은 최후의 수단으로 두자. 그럼, 지금은 계속 귀찮게 만들어 볼까.’
* * *
쾅! 쾅!
지난번보다 더 큰 소음이 거울 미로에 울려 퍼졌다.
강신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총 세 번 돌연변이를 불러내기 위해 소란을 피웠다.
돌연변이는 점점 커져가는 소리를 무시하지 못하고, 매번 튀어나와 강신에게 험한 말들을 내뱉었다.
그럴 때마다 강신은 웃으면서 돌연변이를 마주했고, 거울 조각과 무관한 질문들을 던졌다.
처음 돌연변이는 강신이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해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답하지 않으면 종일 소란을 피웠으니, 결국 강신의 질문에 답했다.
‘뭐, 어차피 개인적인 질문들이니까.’
강신이 던진 질문들은 이름이 뭔지, 친구는 몇 명인지 같은 가벼운 것들이어서 대답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강신이 돌연변이에게 질문만 한 건 아니었다.
강신은 돌연변이가 궁금해하지 않아도 자신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다.
구역 바깥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 돌연변이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아름답게 이야기했다.
그때마다 돌연변이는 관심이 없는 척 툴툴댔지만, 빛나는 눈으로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숨길 수는 없었다.
그렇게 4일이 지나자, 강신은 돌연변이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었다.
우선 해석이 불가능한 이름들을 가진 다른 비추는 상과는 다르게 돌연변이는 엠엠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도 자신의 이름을 지어주지 않아, 스스로 뮤턴트 미러(Mutant Mirror)의 앞자리만 따서 만들었다고 했다.
이름에 대해 말하며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은 조금 안타까우면서도 귀여웠다.
돌연변이, 아니 엠엠은 거울 미로에서 태어났고 아직 10살밖에 되지 않은 개체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다른 애들은 보통 마지막에 비춘 존재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나는 내가 마음대로 모습을 바꿀 수 있어서 마을에서 괴롭힘을 당했어.”
자신과 조금 다르다고 배척하는 건 인간이나 U.M.A인 비추는 상이나 다를 게 없었다.
아니, 오히려 엠엠은 이 폐쇄된 공간에서 도망치지 못해 더 심하게 괴롭힘을 당했을 것이다.
다른 비추는 상들이 거울 미로에서 엠엠을 잡지 못했던 건, 그가 가지고 있는 거울 조각 때문이 아니었다.
그동안 마을에서 괴롭힘을 당해오던 엠엠이 매번 그들을 피해 거울 미로로 몸을 숨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귀찮은 경계 임무를 해야하는 이 공간이 엠엠에게 있어선 가장 마음이 편한 장소였다.
비추는 상들이 모여있는 구역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괴롭힘을 당하며 살았으니, 당연히 구역을 나가고 싶을 것이다.
서로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강신과 엠엠은 조금이지만,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으니, 엠엠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강신에게 조금이지만 마음을 연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다음날부터 엠엠은 소란을 피우지 않아도 강신을 찾아왔다.
조금 가까워졌다고 생각해서일까.
엠엠은 그간 혼자 쌓아두고 있던 속마음을 그에게 조금씩 털어놓았고, 강신은 엠엠의 말을 잘 들어주었다.
밖을 동경하는 엠엠의 이야기를 들은 강신은 몇 번이고, 편해진 말투로 그를 설득했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함께 이곳에서 나가자. 이곳에 있어봤자 너만 힘들잖아. 계속 여기서 살고 싶은 거야?”
강신의 설득에 엠엠의 얼굴은 급격하게 어두워졌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네 말이 맞아. 난 더는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너희들에게 미안하지만 나가서는 안 돼.”
모순적인 말이었다.
깨진 모습의 존재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엠엠은 돌연변이고, 거울 조각을 훔쳤으며 이곳에서 나가고 싶어 하는 것도 맞았다.
그러나 엠엠이 밖으로 나간다고 해서 인간 사회에 혼란을 일으킬 생각은 없어 보였다.
엠엠이 가지고 있는 건 그저 구역 바깥에 대한 동경뿐이었다.
그럼에도 강신의 제안을 거절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강신이 아무리 물어도 엠엠의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 * *
시간이 다시 흘렀다.
이곳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낮과 밤이 찾아오는 건 아니었고, 수시로 어두워졌다 밝아지기를 반복했다.
때문에 날짜 개념을 잡기 쉽지 않았다.
강신에게는 외부 통신망이 끊어져도 보호 장비들을 조작할 수 있게 해주는 웨어러블 장치가 있었다.
‘거울 조각을 얻기 위해 미로로 온 지 6일째…….’
강신은 웨어러블 장치를 통해 시간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은 식량에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거울 마을에 두고 온 소년이 걱정이었다.
엠엠을 만난 이후 거울 마을로 갔다가 다시 올까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거울 마을을 갔다 오면 엠엠의 경계가 다시 높아질 게 당연했기에, 소년이 걱정됨에도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소년에게 식량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물론 정량으로 먹으면 12일 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챙겨줬지만, 현재 얼마나 남아있을지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너무 굶주려 정량을 지키지 않고 허겁지겁 먹었을 가능성도 있었고, 깨진 모습의 존재가 식량을 챙겨주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옷에도 숨겨놨지만, 양이 많지 않아서 그걸로는 오래 버티기 힘들 거야.’
그뿐만이 아니었다.
소년의 건강도 걱정되었다.
외형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실제로 깨어난 모습을 보지 못한 채 이곳으로 왔다.
혹시 어디가 어떻게 안 좋은지 알 수가 없었다.
‘응급 키트라도 놓고 와야 했을까? 아니…. 여기선 나 말고 사용 방법을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강신은 묵묵하게 트래킹 배낭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꺼내놓았다.
뭔가 결심한 듯 진지한 얼굴이었다.
‘후….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결국 이 방법밖에 없는 건가.’
강신은 소란을 피울 때, 착용하던 건틀릿까지 장착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자, 강신은 자신이 물에 불린 비상식량을 입에 넣고는 표정을 잔뜩 구겼다.
그게 과연 비상식량의 끔찍한 맛 때문인지, 아니면 원치 않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인지는 강신만 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