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15
214화
강신이 비상식량을 모두 목구멍으로 넘기자, 마치 시간이라도 정해둔 것처럼 엠엠이 강신을 찾아왔다.
엠엠은 강신과의 대화가 기대되는 듯했다.
천진난만한 모습에 강신은 양심이 쿡쿡 쑤셔왔지만, 애써 모른 척 넘겼다.
지금부터 강신이 할 일은 그들이 며칠간 쌓아온 우정을 산산이 부수는 행위였으니까.
“나왔어! 오늘은 뉴욕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알려준다고 했지?”
엠엠은 강신을 보고 친구를 대하듯이 활기차게 인사했다.
하지만 곧 평소와는 다른 강신의 분위기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강신이 굳은 얼굴로 활기찬 엠엠에게 입을 열었다.
“대화는 오늘로 끝이야. 마지막으로 제안할게. 거울 조각을 나에게 건네주고 우리와 함께 이곳을 나가자.”
“……갑자기 왜 그래?”
자신이 어떤 말을 하든 웃으면서 대답하던 이전과는 다르게 강신이 정색하자, 엠엠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대답해. 어쩔 거야.”
냉정히 말하는 강신의 몸은 평소와 달리 붉게 달아올라 있었으며, 입에서는 하얀 수증기 같은 것들이 흘러나왔다.
이때까지와 다른 강신의 모습에 엠엠은 위험을 느낀 것인지, 그대로 몸을 돌려 가까운 곳에 있는 거울로 향했다.
이대로라면 지난번처럼 엠엠을 놓치게 될 터였다.
하지만 강신은 이미 엠엠이 어떻게 도주했는지 봤었고,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
강신이 엠엠에게 뭔가를 던졌다.
허나 엠엠은 날아오는 물건을 보지도 않고, 몸을 비틀어 피했다.
엠엠을 지나쳐 날아간 물건은 바로 앞에 있는 거울에 부딪혔다.
쨍강! 쩌적.
강신이 던진 건 그동안 소란을 피울 때, 사용했던 헥사곤 바인더였다.
그것도 마지막 남은.
쾅!
“으악!”
엠엠이 헥사곤 바인더에서 나온 용액이 굳어버린 거울에 부딪혔고, 뒤로 나뒹굴었다.
강신은 그걸 보고만 있지 않았다.
강하게 지면을 박차고 바닥을 뒹구는 엠엠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그리고 강신은 엠엠을 잡기 위해서 오른손을 뻗었다.
설야의 날개 가루를 섭취한 강신은 평소보다 몇 배나 빨랐지만, 엠엠은 놀랍게도 그 속도에 반응했다.
엠엠이 날아오는 강신의 손을 보고 볼품없지만 빠르게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한번 놓쳤다고 포기할 강신이 아니었다.
그는 왼손을 다시 뻗었다.
“히익!”
바로 따라오는 강신을 본 엠엠은 기겁하며 옆으로 한번 더 구르고, 재빠르게 몸을 일으켜 다른 방향에 있는 거울로 뛰었다.
날개 가루로 강화된 강신은 엠엠의 가까운 거리까지 붙었지만, 이대론 그가 거울로 도망칠 게 분명했다.
그때, 강신이 외쳤다.
“초코야!”
-컹!
거대한 개의 형태를 한 초코가 그림자에서 튀어나와 엠엠의 앞을 막아섰다.
평소 초코라면 바로 공격했을 것이다.
허나 강신이 사전에 엠엠이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미리 부탁했기에, 몸으로 거울을 막아서기만 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엠엠은 갑자기 나타난 초코를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야! 이건 반칙이지!”
마치 친구와 장난하는 듯한 말투.
이 상황에도 위기감 없이 불평을 쏟아내는 모습에 강신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위험한 상황을 겪어보지 못해서 저런 건가….’
초코가 자신의 앞발로 엠엠을 누르려 하자, 엠엠이 아크로바틱한 백덤블링으로 초코의 앞발을 피했다.
그리고 그대로 강신까지 피한 뒤, 다른 거울을 향해 뛰어갔다.
강신은 손이 허공을 가르자 인상을 찌푸렸다.
‘생각보다 더 빨라. 헥사곤 바인더의 여분이 있었다면 일이 더 쉬웠겠는데….’
처음 강신의 계획은 헥사곤 바인더로 주변 모든 거울을 막아, 도망칠 곳을 없애는 것이었다.
허나 남은 헥사곤 바인더는 한 개뿐이었다.
모든 도주로를 막아 도주를 포기하게 만드는 계획이 불발되자, 강신은 다른 계획을 짰다.
도주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주는 계획.
희망이 생기면 누구라도 포기하지 않고, 온 힘을 쏟아낼 게 분명했다.
거울로 들어가기 위해 도망치는 엠엠과 그것을 철저하게 틀어막는 강신의 숨 막히는 술래잡기는 그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강신은 엠엠을 쫓고, 초코가 엠엠이 거울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
엠엠은 관절이 없는 사람처럼 움직였는데 그 모습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추격전은 조금씩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설야의 날개 가루와 신단수의 열매 덕택에 뛰어난 회복력을 가진 강신과 달리 엠엠의 체력은 어느새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빨랐던 움직임이 조금씩 둔해져 갔다.
강신이 매우 유리해 보였지만, 사실 그렇지만도 않았다.
‘날개 가루 효과의 지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이쯤에서 쐐기를 박아야 해.’
거울 미로에는 거울이 불균형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가끔 거울끼리 거의 붙어있는 곳도 있었다.
엠엠은 강신을 따돌릴 생각으로 거울들이 가까이 붙어있는 곳으로 향했다.
“허억…. 헉. 그만 좀, 쫓아, 와!”
계속되는 추격전에 호흡이 가빠진 엠엠이 자신을 쫓아오던 강신에게 소리쳤다.
강신은 대답 대신 무리하게 손을 내뻗을 뿐이었다.
그때, 엠엠은 마치 그걸 노린 것처럼 눈을 빛냈다.
강신의 손을 아슬아슬하게 피했고, 강신의 자세가 무너졌다.
“윽!”
강신은 서둘러 자세를 다잡고 다시 엠엠을 쫓으려 했다.
하지만 이미 엠엠은 마지막 힘을 다해 초코가 막고 있는 거울을 지나쳐, 옆에 놓여진 거울로 향했다.
초코의 발은 엠엠이 몸을 던진 거울까지 닿지 않았고, 그를 막지 못했다.
“헹, 꼴 좋다. 나중에 두고 보자!”
엠엠의 손이 거울을 통과했고, 그는 초코를 보며 비아냥거렸다.
이어서 다리, 그리고 몸 절반이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엠엠은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쫓는 강신에게 말했다.
“이미 늦었어!”
처음 느끼는 극적인 승리에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짜릿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승리를 확신하며 강신을 비웃던 엠엠은 강신의 실망한 표정을 기대했다.
하지만 강신의 표정은 실망한 사람의 표정이라고 볼 수 없었다.
미안해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신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이렇게 강압적으로 대하고 싶지는 않았어.”
그 순간, 강신의 손이 거울 속으로 들어왔다.
강신을 피해 탈출했다는 마음에 방심했던 것일까.
그게 아니면 거울 속에서는 빠르게 움직이지 못해서일까.
엠엠은 강신의 손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목덜미를 붙잡혀 거울 밖으로 나오게 됐다.
외부인인 강신이 거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비추는 상의 협력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강신의 손이 거울 안으로 들어왔다.
“컥…. 어떻게….”
목을 잡힌 엠엠은 목에 느껴지는 압력에도 도저히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강신에게 질문했다.
엠엠은 강신이 자신을 불러냈을 때부터 계속 강신을 관찰했지만, 단 한 번도 다른 동족과 접촉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강신은 대답 대신 자신의 팔을 들었다.
엠엠이 강신의 팔을 자세히 보니, 거기에는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잔뜩 묻어 있었다.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모래.
깨진 모습의 존재에게 받았던 거울 마을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가루였다.
깨진 모습의 존재는 거울에 뿌려 사용하라고 했지만, 강신은 미리 팔에 뿌려두었다.
엠엠이 가루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게 했던 것이었다.
강신은 자신의 손에 잡힌 엠엠이 버둥거리는 걸 보며, 전날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 * *
시간의 여유가 없었던 강신은 한 번의 시도로 엠엠을 잡아야 했다.
하지만 엠엠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는 건 이미 첫 만남에서 밝혀졌고, 쉽게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엠엠이 거울 미로의 거울에 들어가 몸을 숨긴다면, 다시는 찾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높았다.
그래서 강신은 평소보다 더 철저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어.’
강신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모든 거울의 위치를 파악하고 거리를 계산했다.
그리고 자신의 그림자 속에 있는 초코에게 몸으로 막을 거울들이 무엇인지 인지시켰다.
혹시 엠엠이 자신을 관찰하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그가 이상함을 느끼지 않도록 거울 미로를 구경하듯이 돌아다녔다.
강신은 머릿속으로 거울의 위치와 거리, 그리고 자신이 움직이는 속도를 계산했다.
만능렌즈로 초시계를 작동시켜 초 단위로 움직임을 계산했다.
그리고 날개 가루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을 고려해 계획을 세웠다.
하나 남은 헥사곤 바인더, 설야의 날개 가루, 초코의 도움까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걸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그럼에도 계획의 완성도가 조금 부족했다.
계획대로 엠엠을 잡을 수 있다면 베스트겠지만, 강신은 최악을 상정하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준비했다.
비추는 상이 어린아이의 수준이긴 하지만 인간과 비슷한 지성을 가지고 있었으니, 강신은 엠엠을 인간으로 상정하고 엠엠의 심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누군가 인간이 방심하게 되는 순간이 언제일지 묻는다면, 강신은 두 가지 상황을 예로 들었을 것이다.
‘일이 일어나기 전과 일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 때.’
강신은 후자를 이용하기로 했다.
엠엠의 몸놀림은 강신이 예상했었던 것보다 더 빠르고, 유연했다.
결국, 엠엠은 모든 위기를 극복하고 거울로 도주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강신이 자신을 더는 쫓아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강신은 그 방심한 때를 노렸다.
그 결과가….
“이거 풀어!”
바로 강신의 발 아래서 아라미드 로프에 온몸이 묶인 엠엠이었다.
“너도 원하는 게 있어서 나에게 잘해준 거구나! 나쁜 놈!”
엠엠은 강신이 그동안 자신을 속였다며 크게 화를 냈다.
강신은 그런 엠엠의 모습을 감정이 죽은 눈으로 보다가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켁, 이거 놔! 니가 아무리 이래도 난 거울 조각을 줄 생각이 없어.”
거울 조각은 다른 곳에 숨겨둔 것인지, 엠엠의 몸을 수색했는데도 거울 조각은 나오지 않았다.
실종됐던 고등학생의 모습으로 소리치는 엠엠을 보며 강신은 양심이 찔렸지만, 여기서 약해지면 안 됐다.
‘강하게 나가야 해.’
엠엠이 겁낼 정도로.
강신은 자신이 끼고 있는 건틀릿에서 길고 날카로운 발톱을 꺼냈다.
엠엠이 건틀릿에서 나온 날카로운 발톱을 보고문학 몸을 움찔 떨었다.
“설마…. 그걸로 날 찌를 생각은 아니겠지?”
“왜 아니겠어.”
강신이 담담하게 말하자, 엠엠이 조금 공포에 질린 듯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점점 건틀릿이 자신의 몸과 가까워지자, 엠엠의 몸이 떨렸다.
멱살을 잡고 있는 강신에게 그 진동이 그대로 느껴졌다.
발톱이 목에 닿자, 갑자기 엠엠은 울음을 터트렸다.
“허어엉….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나는 정말 친구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배신이나 하고.”
뭐가 그리 서러운지, 엠엠의 눈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나는 너네를 위해 동족을 배신하면서까지 이렇게 혼자 살고 있는데,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허어엉….”
아이처럼 우는 엠엠을 본 강신은 천천히 발톱을 치우고,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느슨하게 풀었다.
그리고 그를 바닥에 앉힌 뒤, 말했다.
“……그렇게까지 억울하다면 자세히 말해 봐. 도대체 뭐가 그렇게 억울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