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2
21화
“설야야. 가루 좀 줄래?”
이미 몇 번이고 부탁을 해 봤기 때문인지, 설야는 아무런 망설임이 없이 허공에 가루를 뿌려 댔다.
“흐읍…….”
강신이 가루를 흡입하자,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며 이제는 익숙해진 고양감이 들었다.
“후우…. 준비됐습니다.”
“좋아, 그럼 앞에 있는 톱밥 샌드백부터 시작해 보지. 온 힘을 다해서 한번 쳐 보게.”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강신이 왼발을 내디디고 허리를 회전해서 오른손을 강하게 뻗었다.
쾅!
큰 소리와 함께 샌드백이 찢겨 나가며 출렁거렸다.
“확실히 평범한 겨울 나비의 가루와는 성능이 다르군.”
이미 이 정도는 예상을 한 것인지, 권영식은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럼 다음은 그 옆에 있는 모래 샌드백을 사용해 보지.”
격투기 전문가가 봤다면 절대 시키지 않을 방법이었다.
격투기를 배우지 않은 일반인이 모래 샌드백을 맨손으로 잘못 치면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지체하지 않고 모래 샌드백 앞에 서서 다시 한번 자세를 잡고 오른손을 내질렀다.
쾅!
볼 것도 없이 샌드백은 강한 충격을 받아 찢어졌고 안에 들어 있던 모래가 비산했다.
“대단하군. 다음으로 넘어가지.”
시간을 들여 30분이라는 제한 시간과 1시간의 휴식을 반복했다.
여러 가지 재질의 물건들을 파괴하고 지칠 때까지 달리며 준비된 테스트를 모두 진행했다.
테스트가 끝나자, 반복되는 리바운드의 영향으로 지친 강신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돌아갔고 혼자 남은 권영식은 고민에 빠졌다.
“두 배 정도가 아니야…….”
힘과 민첩성, 몸의 내구력까지 월등하게 높아져 정확히 가늠이 되지 않았고, 가루의 힘이 지속되는 30분 동안은 무슨 짓을 해도 지치지 않았다.
다른 겨울 나비의 날개 가루와는 확연히 다른 효과였다.
강신이 힘 조절 훈련을 하는 동안 권영식 또한 마냥 쉬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겨울 나비의 날개 가루를 정제하여 사용할 수 있는 설비를 만들었고, 그것을 요원들에게 지급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권영식이 빌렸던 훈련실을 정리한 연구원은 난장판이 된 훈련실과 그곳에 있던 모든 훈련 기구가 망가진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 * *
다음 날, 힘 조절도 끝났고 테스트도 끝났기 때문에 강신은 다시 평소와 같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강신은 그동안 빠진 아침 훈련에 참가하고 큐브로 돌아왔는데, 그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임 상무님? 어쩐 일이세요?”
요즘 바쁜 일이 많은지, 통 볼 수 없었던 임 상무였다.
“오늘 저녁 시간 괜찮으십니까?”
“시간은 많지만……. 현장입니까?”
강신이 걱정스럽게 되묻자, 임 상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입사한 지 꽤 지났는데, 제대로 된 회식 자리 한번 마련을 못 해서 오늘 준비를 했습니다.”
“회식이요?”
강신은 현장 요원들과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종종 했지만, 자신과 같은 부서의 연구원들과는 밥 한번 먹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이 떠올랐다.
“회사 특성상 외부에서 회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여덟 시 식당 층에서 진행할 예정인데, 참석 가능하시겠습니까?”
“네, 물론이죠.”
이때, 강신은 어떤 회식인지 임 상무에게 물어봤어야 했다.
강신은 개인 큐브에서 이미 작성된 소설들을 수정했고 시간에 맞춰, 식당 층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강신이 본 것은 거대한 뷔페였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떠서 먹을 수 있게 준비된 음식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져 있었으며, 같은 종류의 음식이 없었다.
모든 메뉴는 먹음직스러워 보였는데, 심지어 음식들 뒤에는 각 요리를 담당하는 요리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식당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떠들며 음식을 먹고 술과 음료를 즐겼다.
모두 근무할 때 입는 복장이 아닌 사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누가 어느 부서인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게 무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마침 잘됐군요.”
입구에서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김한수가 웃으며 다가왔다.
“부서 회식이 아니었나요?”
“연구소 전체 회식입니다.”
“저를 위해 마련한 자리가 연구소 회식이라고요?”
“쿡쿡, 원래 회사원들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회식을 진행하죠. 연구소 사람들이 전부 모이는 회식은 요즘 들어 뜸하긴 했지만, 소규모 회식이라면 거의 매일 진행하고 있을 겁니다.”
일이 고된 만큼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고, 회사에서는 복지 차원으로 부서가 원하면 식당 층에서 회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있었다.
“그럼, 배정된 자리로 이동하죠.”
“으으…. 네.”
김한수가 강신을 데리고 권영식이 있는 자리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권영식뿐만 아니라 임 상무와 몇 명의 연구원들, 그리고 현장에서 함께 했었던 현장 요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강신이 오자, 권영식이 손짓하며 자신의 옆자리를 내주었고, 강신은 어쩔 수 없이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권영식의 옆자리에 앉아야 했다.
“이제 올 사람들은 다 온 것 같으니, 우리도 시작하지. 다들 원하는 만큼 마음껏, 지킬 것은 지키면서 즐기도록.”
짧은 개회사를 끝내자,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음식을 가지고 왔다.
연구원들은 간단한 음식과 취향에 맞는 술을 가지고 왔는데, 대부분의 보안 요원은 음식으로 거대한 산을 쌓아서 가져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알코올이 들어간 음료를 가지고 온 사람은 없었다.
“음……. 1팀 현장 요원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 건가요?”
“저들은 오늘 당직이라서 출동 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출동해야 하네.”
자세히 보니, 1팀 요원들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모두 근무복을 입고 있었다.
강신은 현장 요원들이 술을 마시지 않는데, 앞에서 혼자 마시긴 조금 불편해서 탄산음료를 골라 마셨다.
회식의 분위기가 달아올라, 연구원들은 말이 많아졌고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들은 강신이 불편하지 않도록 일에 관련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회식 자리는 특별한 것이 없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때, 회식 자리에서 보이지 않던 보안 요원이 다급히 찾아왔다.
그는 권영식과 임 상무에게 작은 목소리로 어떤 말을 전했고, 그 말을 들은 둘의 표정은 살짝 굳어졌다.
“척 부장. 현장으로 나가야 할 듯하군. 혹시 괜찮다면 강 선임도 함께해 주겠나?”
“알겠습니다.”
겨울 나비 이후 1팀과 나가는 첫 현장이었지만, 강신은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
강신의 대답과 함께 현장 요원들은 모두 식기를 내려놓았다.
“1팀 바로 대기실로.”
척준신이 요원들에게 지시하자,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승강기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척준신이 멈칫하더니, 몸을 돌려 가까이 있는 요원에게 킁킁대며 냄새를 맡았다.
“잠시만, 자네……. 술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요원의 입에서는 절대 나와서는 안 되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 그게……. 딱 한 잔 마셨습니다.”
어떻게 그 냄새를 잡아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한 잔의 맥주를 몰래 마신 요원은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창피한지 고개를 숙였다.
회사에서는 현장으로 나가는 요원들에게 조금의 음주도 허용을 하지 않았다.
음주운전보다 까다로운 조건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운전보다 위험한 것이 현장이었으니까.
“매너리즘에 빠졌군. 자네는 이번 작전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하지. 처벌은 다녀와서 하는 걸로 하겠네.”
고작 한 명의 인원이었지만, 그 한 명의 빈자리는 꽤 크게 다가왔다.
현장으로 요원들이 투입되면 기본적으로 3인 1개 조로 운영되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단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한 개의 조가 사라지게 된다.
한 개의 조가 빠지면 당연히 작전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척준신은 급히 사람을 채워야 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여덟 시를 넘어 아홉 시를 가리키고 있는 상황, 퇴근 시간을 한참이나 넘은 지 오래였다.
이 정도 시간이 흘렀다는 것은 이미 다른 팀들은 퇴근을 했거나, 오늘 회식을 하면서 얼큰히 취해 있을 확률이 굉장히 높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척준신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사람이 있었다.
“척 부장님, 혹시 제가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요?”
바로 강신이었다.
그는 회식 자리에서 알코올을 마시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번과는 다르게 몸을 만들고, 신입 요원들이 받는 훈련까지 모두 이수해 낸 상태였다.
척준신은 강신이 요즘 3팀과 어울리며 현장을 경험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었다.
때마침, 이번 현장에서 빠지게 된 요원은 다른 요원들을 서포트해 주는 포지션이어서 강신이 충분히 대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신을 요원으로서 현장으로 데리고 가기 위해서는 권영식의 허락이 필요했다.
“아무래도 그게 가장 빠른 길이겠지. 강 선임을 데리고 가게. 회식은 이것으로 끝내야겠군.”
“감사합니다. 강 선임, 따라오게.”
권영식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척준신은 강신을 데리고 이동했다.
대기 층에서는 이미 현장 요원들이 각자의 장비를 걸치고 강신과 척준신의 장비를 챙겨 대기 중이었다.
그들이 준비해 준 장비들을 모두 걸치고 나오자, 식당 층으로 상황을 알리러 왔던 요원이 홀로그램을 띄워 놓았다.
다른 요원들에게 작전 지역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했다.
“바로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U.M.A. 출현 지역은 평택과 오산을 잇는 경부 고속도로입니다.”
홀로그램은 고속도로를 비추고 있었고 십수 대의 차량이 연쇄 추돌 사고를 낸 상태였다.
“보시는 바와 같이 해당 지역의 U.M.A. 때문에 큰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현장은 현재 경찰과 소방관들이 인명을 구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위험 등급이 높은 건가?”
저렇게 많은 차량을 사고 냈다면 위험도가 상당히 높아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브리핑을 하고 있는 요원에게서 나온 말은 예상외의 대답이었다.
“아닙니다. 위험 등급은 E 등급으로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위험 등급이 높지 않은데, 저렇게 많은 차량이 사고가 났다고?”
“개체의 특수성 때문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렇군.”
“계속해서 작전 설명하겠습니다. 감지되는 범위가 변하는 것으로 보아, 크기가 변하는 특징이 있는 듯합니다. 작전 지역의 차단은 정부와 이미 이야기가 끝났습니다만, 오랜 시간 통행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건가?”
“그리고 문제는 또 있습니다. 주변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어떠한 무기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하….”
브리핑을 듣고 있는 요원들의 입에서 한숨들이 터져 나왔다.
이번 작전에서 가장 큰 문제는 화기뿐만 아니라, 다른 병기들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런 무기 없이 가야 한다고?”
요원들의 입에서 불평이 터져 나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사고가 난 것을 고려해서 공구로 보이는 물건들은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한 이야기였지만 오히려 원성만 높아졌다.
“어떤 U.M.A.인지도 모르는데, 공사장에서 쓰는 해머나 드릴 같은 걸 가져가라는 거야?”
“심지어 시간제한도 있네.”
“골치 아프군…….”
“그만.”
불평을 늘어놓는 요원들에게 척준신이 한마디 하자, 언제 불평을 했냐는 듯이 조용해졌다.
“시간이 없으니 추가로 들어오는 정보들은 이동 중에 듣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다들 신속하게 움직인다.”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들에게 선택권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나 예전과 달리 강신 덕분에 U.M.A.를 빠르게 특정할 수 있었고, 그 사실만으로도 든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