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1
20화
강신의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그의 옆에 있던 김한수가 아니라, 권영식 뒤에서 대기 중인 척준신이었다.
어느샌가, 김한수에게 다가간 척준신이 그의 목덜미를 잡고 빠르게 뒤로 당겨 강신과 멀어지도록 했다.
“쿠엑!”
갑자기 당겨져 입고 있는 연구복이 목을 졸라 김한수의 입에서는 괴상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척 부장님, 왜 그러세요?”
“강 선임, 움직이지 말게.”
강신의 의문 섞인 물음에 답하지 않고 척준신은 강신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했다.
강신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분위기가 무거운 것을 느끼고 양손을 들어 올렸다.
“팰로우님.”
척준신이 조용히 권영식을 불렀고 그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흠….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아니, 저도 알아듣게 설명 좀 해 주시면 안 될까요?”
강신은 자각하지 못했지만 그가 입을 열 때마다, 추운 날 입김이 나오는 듯이 하얀 연기가 나왔다.
“이 선임, 거울을 좀 줘 보게.”
“네!”
뒤쪽에 있던 이수진이 작은 화장 거울을 꺼내서 권영식에게 건넸다.
권영식이 그 거울을 받아 강신에게 다가갔다. 척준신이 굳은 얼굴로 손을 뻗었지만, 권영식은 괜찮다며 척준신을 안심시켰다.
강신은 어째서 이들이 자신을 이토록 경계하고 있는지 몰랐다.
다만 현재 자신의 몸 상태와 관련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뿐이었다.
“이걸 보게.”
작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본 강신은 사람들이 어째서 이런 반응을 보였는지 알 수 있었다.
“이게 무슨…….”
거울이 비추고 있는 강신의 모습은 누가 봐도 이질적이었다.
그의 외형이 크게 변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피부가 비정상적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입에서는 추운 날씨가 아님에도 입김이 흘러나왔다.
강신이 손으로 권영식이 들고 있는 거울을 잡으려고 했다.
쨍강!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강신이 잡은 부분의 거울이 깨져 나갔다.
권영식이 놀라서 거울을 놓았고, 거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척준신이 다급하게 움직였지만 권영식이 손을 뻗어 그를 말렸다.
“괜찮네.”
“팰로우님!”
척준신이 권영식의 제지에 반발했지만 그는 단호했다.
“자네는 강 선임이 위협을 받았을 때를 걱정해서 대기하고 있던 것이지, 강 선임을 제압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닐세.”
“…….”
“손은 괜찮나?”
권영식이 깨진 거울을 잡고 있는 강신을 걱정했다.
강신은 손에 남은 거울 조각을 두 손가락으로 비볐다.
파스스슥.
날카로운 거울 조각이 살을 찢어야 정상인데, 단단해진 피부 때문에 오히려 유리가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괜, 괜찮은 거 같은데요.”
“이대로는 안 되겠군. 무슨 현상이 일어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잠시 기다려 보기로 하지.”
만약 시간이 지나도 강신의 상태가 유지된다면 따로 정밀 검사를 해 봐야겠지만, 권영식은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기로 했다.
척준신과 김한수, 이수진, 그리고 당사자인 강신도 마른침을 삼키며 시간을 기다렸다.
이곳에서 태연한 것은 오로지 권영식뿐이었다.
시간이 흐르자, 강신의 붉게 달아오른 피부가 점차 원래 색으로 돌아갔다.
언제 타이머를 켜고 있었던 것인지, 권영식이 시계로 측정한 시간을 보며 중얼거렸다.
“다행히도 지속 시간이 있었나 보군, 대략 30분 정도인가…….”
방금까지 느껴졌던 넘치던 힘들이 모두 사라지고, 강한 탈력감이 강신을 덮쳐 왔다.
그와 동시에 강신이 무릎에 힘이 풀려 덜컥하고 주저앉았다.
“강 선임!”
권영식이 외치자, 대기하고 있던 척준신이 재빨리 접근해 쓰러지는 강신을 잡아 주었다.
“으으……. 갑자기 온몸에 힘이 없네요.”
“우선 척 부장은 강 선임을 개인 큐브로 옮겨 주게.”
“알겠습니다.”
“자네들은 나를 좀 도와서 이것들을 정리하지.”
권영식이 외벽을 내리고 김한수와 이수진과 현장을 정리하는 동안 척준신은 강신을 데리고 개인 큐브로 이동했다.
큐브로 도착하자, 척준신은 강신을 침대에 눕혀 주었다.
그곳에서 잠시 권영식이 오기를 기다렸고 시간이 조금 흐르자, 권영식이 뒷정리를 끝내고 개인 큐브로 들어왔다.
“몸은 좀 어떤가?”
“으으……. 아직도 별로 힘이 없어요.”
강한 탈력감을 느끼고 있는 강신은 조금 전과는 정반대의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척 부장은 이제 가 봐도 되네. 여기서부터는 내가 알아서 하지.”
“하지만….”
“자네도 할 일이 있지 않은가?”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시면 바로 호출해 주십시오.”
“고맙네.”
척준신이 밖으로 나가자, 권영식은 얼굴을 굳히며 강신에게 말했다.
“겨울 나비 큐브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해 보게.”
강신은 권영식의 말대로 그 안에서 있었던 보이지 않았던 설야의 행동까지 빠짐없이 이야기했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 권영식은 고민에 빠진 듯 보였다.
“흠, 그렇군. 아무리 생각해도 날개 가루가 이런 현상을 일으킨 거라고 의심이 되는데, 혹시 그 설야라고 했던가? 그 아이에게서 날개 가루를 받을 수 있겠나?”
“잠시만요…….”
강신은 자신의 머리 위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설야를 불렀다.
“설야야, 아까 뿌렸던 가루를 다시 줄 수 있을까?”
강신의 부탁임에도 설야는 강신의 어깨로 내려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거부 의사를 표했다.
“왜?”
그런 설야의 행동에 강신조차 당황해서 되물었지만, 다시 돌아오는 것은 설야의 단호한 거절뿐이었다.
“이제는 주지 못하는 거야? 아니라고? 그럼? 남에게 주기 싫어?”
그제야 설야는 더듬이로 긍정을 하는 듯이 위아래로 흔들었다.
“내가 부탁해도 안 되겠니?”
강신의 부탁에도 설야는 단호했다.
“팰로우님, 죄송하지만……. 날개 가루를 드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 것 같군. 어째서 거부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억지로 빼앗는 것도 힘들겠지……. 그럼 다른 겨울 나비들의 날개 가루를 가지고 연구해 봐야겠군.”
“죄송합니다.”
“아니네. 자네는 우선 회사에서 머물면서 몸 상태가 조금 괜찮아지면 의료실로 가서 정밀 검사를 한번 받아 보게.”
“알겠습니다.”
자신의 몸에서 일어난 일이 언제 다시 일어날지 몰랐기에 강신도 당분간은 회사에서 머물려고 했다.
“후…. 월광등 개발을 마무리한 것이 오늘인데 정말 자네는 내가 쉬는 것이 싫은가 보구먼……. 어쩔 수 없지. 바로 연구실로 가 봐야겠군. 몸조리 잘하게.”
“네….”
“식사를 이쪽으로 가져다줄 수 있도록 미리 이야기해 두지.”
그 말을 끝으로 권영식이 강신의 개인 큐브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도 그로부터 한 시간, 힘이 빠져 움직이지 못했던 강신의 몸이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무력함은 사라졌지만 강신은 정신적으로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었다.
다음 날, 강신이 눈을 뜨자마자 찾아온 것은 권영식이었다.
권영식은 밤을 새웠는지, 눈 밑에 진한 다크서클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팰로우님.”
“음, 잘 쉬었나? 아침부터 미안하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부분을 알려 주기 위해 왔네.”
권영식은 자신의 손에 들린 파일철을 보며 강신에게 연구 진행 상황을 알려 왔다.
“어제 자네의 몸 상태는 겨울 나비 날개 가루 때문인 것으로 판명되었네.”
“생각보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시네요.”
“어려울 것 자체가 없었지. 예상대로였으니까. 겨울 나비의 사체에서 날개 가루를 채취해 분석해 보았네. 성분들이 생물에게 유해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바로 동물들에게 실험했지.”
“굉장히 빠른 속도네요.”
보통 연구는 사고가 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했지만, 권영식은 강신이 연관되어 있어 꽤 무리하게 속도를 냈다.
“급하게 진행하긴 했지. 나중에 시간을 들여서 더 꼼꼼하게 연구할 터이니 걱정하지 말게. 어쨌든 날개 가루를 섭취한 실험용 쥐들은 약 10분 동안 평소보다 강한 힘을 내고, 피부도 단단해지는 것 같더군.”
“저는 30분 동안 그런 상태가 유지되었는데……. 그건 아마 우두머리 개체인 설야의 날개 가루를 흡입해서일까요?”
“그런 것 같네. 뭐, 지속 시간뿐만 아니라 효과도 상위 호환이라는 생각이 드네만…….”
겨울 나비 큐브 앞에서 보인 강신의 모습은 평범한 겨울 나비의 날개 가루로 얻은 연구 결과와는 엄연히 달랐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니네. 자네가 겪은 것처럼 부작용이 있었지. 10분의 유지 시간이 끝나면 날개 가루의 영향을 받은 동물들이 30분 정도 꼼짝도 하지 못하더군.”
“리바운드, 반동이 있는 거네요.”
“맞네. 자네가 겪은 그 현상과 비슷하지. 자네가 마신 우두머리의 날개 가루는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과 성능이 다른 것 같지만.”
“제가 리바운드로 느낀 탈력감은 약 한 시간 정도 이어졌습니다.”
“그렇군. 오늘은 검사를 받고 이야기를 계속하도록 하지.”
그날 강신은 정밀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실시간으로 나왔으며, 다행히도 강신의 몸 상태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몸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자, 권영식은 강신과 함께 설야의 가루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꾸드득.
사람들이 사용하는 스트레스 볼 같은 공이 강신의 손아귀에서 터져 나갔다.
폴리우레탄과 비슷한 재질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공은 휴먼 볼로 불리는 물건이었다.
휴먼 볼은 평범한 인간의 신체와 동일한 내구도로 제작된 공이었다.
그런 공들이 강신의 손에서 터져 나갔다.
“새로운 힘을 얻었으면 힘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나?”
꾸드득.
강신의 개인 큐브 내부에는 수많은 휴먼 볼들이 터진 채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아……. 또 터졌네.”
“그래도 이제는 열 번 중 여섯 번은 터지지 않으니 다행이군.”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면 열 번 다 성공해야 하지 않을까요.”
힘 조절을 지켜보던 권영식은 강신의 훈련 성과를 보고 격려해 주었다.
그러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강신은 더 의욕적인 모습으로 적극적으로 힘을 조절하는 훈련에 임했다.
그 모습을 본 권영식은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한동안 강신은 그동안 했던 모든 신입 요원 훈련에서 빠지고 오로지 힘 조절에 힘을 쏟았다.
설야는 오직 강신에게만 자신의 가루를 뿌려 주었다.
30분 동안의 훈련과 한 시간의 휴식을 이어 갔고, 결국 강신은 일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휴먼 볼을 터트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권영식은 또 다른 실험을 해 보길 원했다.
“그러니까, 힘의 최대치를 알아보고 싶다고요?”
“그래, 자네의 힘을 현장에서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니, 능력의 최대치를 측정해 두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으음……. 확실히 비상시에 사용할 수도 있으니 알아 둬서 나쁘지는 않겠네요. 그럼 어디서 해 볼까요?”
“훈련 층에 장소를 따로 섭외해 두지.”
그날 오후, 강신과 권영식은 훈련 용도에 따라 내부를 바꿀 수 있는 훈련실로 향했다.
미리 이야기가 되어 있었는지, 넓은 훈련실 내부는 여러 재질의 샌드백과 민첩성을 측정할 수 있는 기구, 러닝 머신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