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31
230화
치이익….
“끄아아악!”
뒤를 맡은 현장 요원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강신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뒤를 돌아보려고 했지만, 현장 요원이 막았다.
“뒤는…. 신경 쓰지 마시고 달리십시오.”
현장 요원이 막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 강신은 차마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마지막 남은 현장 요원과 함께 달렸다.
뒤에서 광신도들이 따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강신과 현장 요원의 앞을 막는 광신도는 없었다.
강신과 광신도들의 사이는 점점 멀어졌다.
지형지물을 이용해 광신도들을 따돌릴 수 있는 공간이 나오자, 뒤쪽에서 백색 정장을 입은 사내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랭크! 손가락 한 마디를 사용해!”
그 순간, 자신과 함께 달리고 있던 현장 요원이 강신을 옆으로 밀쳤다.
치익….
“끅….”
강신보다 살짝 뒤처진, 현장 요원이 올라오는 비명을 억지로 삼켰다.
“괜찮습니까?”
“살짝 스친 거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뭔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정면에서 바라본 현장 요원의 모습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에 강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달렸다.
그렇게 강신은 뒤따라오는 광신도들을 피해 간신히 이곳에서 나갈 수 있는 담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들 앞에 있는 담장만 넘어가면 이 지독한 곳에서 나갈 수 있는 상황.
강신은 자신보다 지친 현장 요원을 먼저 내보내기 위해 벽을 등지고, 양팔로 위로 올려줄 준비를 했다.
“자! 빨리 넘으세요!”
그러나 현장 요원은 강신 앞에 서더니, 쓸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래도 저는 여기까지인 것 같군요. 지금부터는 강책임님 혼자 가셔야 합니다.”
“그게 무슨….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어서 넘어요!”
강신이 그의 말을 듣기 싫다는 듯이 재촉했지만, 현장 요원은 더는 서있을 힘도 없는 건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러자, 이제까지 보이지 않았던 것이 강신의 눈에 들어왔다.
“어….”
현장 요원의 등을 확인한 강신은 눈을 크게 치켜뜨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스쳤다면서요! 이게 어딜 봐서 스친 겁니까!”
현장 요원의 등은 보호 장비가 녹아내려 피부와 함께 뒤엉켜 있었다.
심한 곳은 하얀 뼈가 살짝 드러나 있었는데, 그의 상처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고통스러운 거로 끝나는 게 아니라, 몸을 움직이기 어려웠을 게 분명했다.
현장 요원은 이런 부상을 당하고도 비명을 꾹꾹 눌러가며, 여기까지 도달했다.
강신은 탈출하기 직전이 되어서야 다른 현장 요원들이 어째서 그렇게 자신들을 희생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처음부터…. 처음부터! 저만 탈출시키려고!”
강신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현장 요원들은 애초에 이곳에서 탈출할 마음이 없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강신을 내보내기 위해 그렇게 필사적으로 움직인 것이었다.
강신이 상황을 파악하고 죄책감으로 가득한 표정을 보이자, 현장 요원이 입을 열었다.
“이미 이 직업을 선택했을 때부터, 죽음은 각오했습니다. 강책임님께서 신경 쓰실 일이 아니에요.”
“그렇지만!”
강신은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동료들을 모두 희생하고 끝내 자신의 목숨까지 건 현장 요원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자자, 더 늦기 전에 어서 가십시오.”
“제가 어떻게 갑니까.”
자신의 힘으로 아무도 구하지 못한 강신이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이 글썽였다.
쉽게 떠나지 못하는 강신의 모습을 본 현장 요원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강신의 그림자를 손으로 툭툭 건드렸다.
“초코야, 더 늦기 전에 모셔가라.”
초코의 존재는 이미 비밀 연구소에서 널리 퍼져있었다.
현장 요원이 알고 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만, 평소 초코는 강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는 걸로 유명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조금 달랐다.
현장 요원이 강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오늘 초코는 강신이 아닌 다른 이의 말을 들어주었다.
-컹!
강신의 그림자에서 초코의 거대한 발이 튀어나와 강신을 담장 너머로 밀어 올렸다.
“잠, 잠깐!”
강신이 갑작스러운 초코의 행동에 당황해 외쳤지만, 초코는 강신의 안전을 위해 멈추지 않았다.
* * *
강신이 담장 너머로 날아가는 모습을 확인한 현장 요원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담배가 땡기는구만….”
등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이 무뎌지기 시작했고, 손과 발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현장 요원, 한승정은 자신의 계획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처음 광신도들이 들이닥쳤을 때, 4팀 최고참 요원인 한승정은 지원 요청을 보낸 인원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겼다.
즉, 평택 지부 외곽에 광신도들이 대기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들은 최소 보안 요원을 제압할 수 있는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한승정을 강신이 이번에도 일을 해결할 좋은 계획을 떠올릴거라고 생각해 평택 연구소 외부에 있던 광신도들이 몰려들었음에도 버티고 또 버텼다.
허나 그렇게 버티는 것도 한계에 도달했다.
한승정은 마지막으로 강신의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강신은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한승정은 그때 이번 임무의 목표를 강신의 탈출로 바꾸었다.
함께한 시간이 길었던 자신의 동료들은 말하지 않아도 한승정의 의도를 파악했다.
하지만 다들 매우 지쳐있었기에 생각처럼 몸이 움직여주지 않았고, 결국 비장의 수단을 사용했다.
‘겨울 나비의 날개 가루로 만든 알약.’
설야의 날개 가루가 아닌 평범한 겨울 나비의 날개 가루로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회사에서는 강신에게 위험성을 핑계로 개발을 중지했다고 말했지만, 강신 몰래 뒤에서 계속 개량을 진행 중이었다.
현재 알약의 효율은 처음보다 더 올라갔고, 섭취하는 즉시 효과가 나오도록 개량되었다.
그렇게 먹는 순간, 잠시 지치지 않게 되며 괴력을 낼 수 있게 해주는 알약은 완성됐다.
물론 그만큼 소모되는 생명력도 늘어나게 되어 사용하기 더 어려워졌다.
그리고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는데,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사람의 마음을 좀먹어 마약처럼 약의 의존도를 높였다.
한번 사용하고 나면 인사불성이 되기도 해서 생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처음 회사에서는 이 알약을 현장 요원에게 보급하는 걸 고민했다.
결국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이들에게만 지급하기로 했다.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면서도 한승정의 동료들은 이곳에서 강신을 탈출시키기 위해 알약을 망설임 없이 사용했다.
한승정이 잠시 사색에 빠져있는 동안, 따돌렸던 광신도들이 그를 발견했다.
“찾았다!”
“여기야, 이번에 공적을 세워 나도 사제가 될 거야!”
“비켜! 내가 먼저야!”
자신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광신도들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이미 몸 상태는 엉망이고 이곳에서 살아나가기는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힘든 고난을 딛고 임무를 완수해서일까, 이상하게도 계속 웃음이 나왔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으로 겨우 꺼낸 알약을 간신히 입으로 집어넣었다.
콰득.
알약의 약효는 빠르게 돌았고, 한승정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광신도들을 마주했다.
‘나도 금방 너희를 따라가마.’
임무 완수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던 동료들의 마지막을 떠올리고는 주먹을 말아쥐었다.
“하앗!”
한승정이 짧은 기합과 함께 광신도들에게 몸을 날렸다.
그렇게 한승정의 고독한 싸움은 시작되었고,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털썩!
약효가 끝나자, 한승정의 신형이 무너져내렸다.
쓰러진 그의 몸은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그가 걸치고 있는 보호 장비는 이미 광신도들의 손에 벗겨져 있었으며, 온몸 곳곳에는 화상의 흔적이 가득했다.
그리고 오른쪽 다리는 비정상적으로 뒤틀려 있었으며, 등에서부터 엉덩이까지 녹아내려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진물이 흘렀다.
그럼에도 숨이 멎은 한승정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한승정의 주위에는 수많은 광신도가 쓰러져 있었다.
“하…. 진짜 독한 놈이네. 얘네들은 하나 같이 왜 이리 독하냐….”
한승정에게 끊임없이 불을 쏘아대던 붉은 머리 사내가 한승정의 시체를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제까지 상대했던 현장 요원들도 독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눈앞의 한승정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움직임이 조금씩 둔해진 한승정이 손과 발이 묶이자, 입으로 목을 물어뜯기까지 했다.
그 모습은 광신도들도 지릴 정도의 광기였다.
“젠장…. 제일 중요한 걸 놓쳤잖아!”
퍽!
위험할 때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던 백색 정장의 사내가 강신을 놓쳤다는 사실에 화가 났는지, 괜히 자신들을 방해한 한승정의 시체에 발길질하며 분풀이했다.
조금 시간이 흐르고 화가 좀 풀렸는지, 백색 정장의 사내가 바닥에 침을 뱉었다.
“퉷! 뭐, 됐어. 보복은 이미 충분히 했으니까, 마무리하고 돌아가자!”
사내의 지시에 광신도들은 U.M.A가 들어 있는 화물차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증거 인멸을 위해 평택 지부 전체에 불을 질렀다.
평택 지부는 그렇게 사람의 살 타는 냄새를 풍겼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자욱하게 뒤덮었다.
* * *
한편, 평택 지부에서 탈출한 강신은 그곳에서 멀어지기 위해 쉬지 않고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강신은 본능적으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처음 지원 요청을 보냈던 김대리와 보안 요원이 싸늘하게 식은 체,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죄책감이 스멀스멀 강신을 좀먹었다.
‘내가 상황을 더 객관적으로 봤다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자괴감이 들었다.
마지막에는 결국 손을 쓸 수 없게 되었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상황들이 있었다.
연구원들을 평택 연구소 내부로 데리고 들어가 큐브에 넣어서 보호하고 광신도들이 나타났을 때, 지상에 남은 U.M.A를 풀어버리는 것도 여러 방법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강신은 그러지 못했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목숨을 잃은 두 사람을 수습하고 싶었지만, 자신을 보내기 위해 희생한 서른 명의 현장 요원을 떠올리며 그곳에서 발걸음을 뗐다.
강신은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그러다 드문드문 차들이 지나가는 곳까지 도착한 강신은 손을 흔들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엉망이 된 강신의 몰골을 보고 차를 세워줄 사람은 없었다.
얼마나 그렇게 길을 걸었을까.
지친 강신을 도와준 건 지나가던 소방차였다.
소방차는 화재 현장의 신고를 받고, 출동하다가 강신을 발견한 것이었다.
강신은 그렇게 소방차의 도움을 받아 수원 지부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강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더 큰 절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