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83
282화
“하암…. 우리 언제까지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거야?”
“좀만 더 참아, 본사에서 위치를 쫓을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으니까.”
긴장감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이들.
그들의 복장은 꽤나 특이했다.
옷은 현대인의 복장이었지만, 그들의 오른쪽 팔에는 작은 철판들을 연결해서 마치 지네의 등껍질을 연상케 하는 마니카(MANICA)라고 불리는 장비가 있었다.
“어제도 그 말하지 않았냐? 그냥 위성이나 드론 같은 거로 추적하면 안 되는 거야?”
“이미 해봤다는 것 같다는데?”
“엥? 언제?”
“이미 정부 쪽에서 위성은 사용해봤는데, 이상하게도 잡히질 않는다고 하더라. 그리고 드론 추적은 성신과 HG 구역으로 몰래 들어가서 사용해봤는데, 바로 위치에게 걸렸다고 하고….”
“그래? 에이…. 빨리 여기 일 끝내고 돌아가고 싶은데…. 이곳 생활도 이제 물린다 물려.”
“그만 투덜대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이나 하자.”
“알았다. 알았어.”
한참을 수다를 떨던 이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방금까지 그들이 있었던 나무 근처에서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작은 일렁임이 일어났다.
그 일렁임은 바로 몽블랑주 구역에 잠입한 강신이었다.
방금까지 이곳에 있던 이들의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강신은 천천히 움직였다.
-200m 정도 그 방향으로 걸어야 해.
프로네시스가 강신에게 방향을 알려주자, 강신은 소리를 내지 않고 안내에 따라 움직였다.
위치가 목격되었다는 지점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방금 봤던 이들과 비슷한 복장을 한 요원들의 수가 점점 늘어났다.
요원의 수만 늘어난 게 아니었다.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장비들도 달라졌다.
‘야간 투시경, 음…. 저건 열화상 카메라인가….’
구름으로 인해 어두웠기 때문일까.
시야를 밝히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건 조명이 아닌 감시 장비들이었다.
‘위치가 눈치채지 않게 은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그보다 열화상 카메라는 위험한데….’
강신의 보호 장비가 주변과 동화해 모습을 감추어주긴 해도 열까지 감춰주진 못했다.
어쩔 수 없이 강신은 열화상 장비로 보이는 장비들은 최대한 피해가며 움직였다.
가끔 피하지 못하는 동선에 설치된 카메라는 초코에게 부탁해 다리를 망가트리거나, 사람들이 들고 있는 경우에는 소리를 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유도했다.
그렇게 강신은 목표했던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카밀라가 가지고 온 정보를 조합했을 때, 이곳이 위치가 가장 마지막으로 지나가는 지점이야.
프로네시스의 확답을 들은 강신은 자신의 몸에 붙어 있는 겨울 나비들을 하늘로 날려 보내고, 위치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위치가 나타났다.
“나타났답니다.”
“카메라 준비해. 오늘 시야가 좋지 않으니까, 야간 모드로 놓치지 않게 찍어.”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위치를 화면에 담기 위해 몽블랑주 요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강신은 야간 모드로 바꿔둔 만능 렌즈로 위치가 나타날 지점을 확인했다.
멀리서 위치가 날아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겨울 나비들이 퍼져있는 지점을 지나쳐갔다.
‘좋아.’
그간 훈련이 빛을 발했는지, 겨울 나비들은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위치를 놓치지 달라붙는 것에 성공했다.
‘반 정도인가….’
모든 겨울 나비가 달라붙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반 이상이 달라붙었으니 추적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겨울 나비의 날개 가루가 하늘에 은하수처럼 펼쳐졌으니까.
위치를 놓쳤던 겨울 나비들이 다시 강신에게 돌아왔고, 어깨에 붙어 있던 설야가 그 은하수를 따라 강신을 안내했다.
강신은 위치가 사라졌음에도 현장에 남아있는 몽블랑주 요원들을 피해 이동했다.
강신은 설야를 따라 걷고, 또 걸었다.
어느새 더는 몽블랑주 요원들이 보이지 않았고, 아름다운 은하수처럼 펼쳐졌던 날개 가루들이 조금씩 흩어져 사라지고 있었다.
‘속도를 내야겠어.’
날개 가루가 없다고 해서 쫓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목적지에 도착한 위치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빨리 따라가는 게 중요했다.
더는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으니, 강신은 숲속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밤에 숲속을 달린다는 건 힘들고 위험한 일이었다.
시야는 만능렌즈로 확보하고 달린다고 해도, 길이 없는 숲속에서 수풀을 헤치고 달리는 건 고된 일이었다.
강신도 가지고 있는 특유의 회복력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지쳐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달리고 달리길 얼마나 지났을까….
은하수처럼 아름답던 가루도 그 흔적만이 남았다.
강신이 거칠게 호흡을 내뱉을 정도로 달렸을 때쯤, 설야가 어느 한 지점에 멈춰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뭐지?’
설야가 맴돌던 곳은 이상하게도 그나마 남아있던 가루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인위적으로 흔적이 끊긴 것 같은데?’
“네시스, 지금 내 위치가 어디쯤이야?”
-처음 있었던 지점에서 북쪽으로 20km 정도 떨어진 지점이고, 몬텔론고(Montelongo) 주변이야.
숲속을 20km를 달렸다는 소리에 강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많이 오긴 많이 왔네…. 다른 요원들은?”
-걸어서 따라가는 것보다 차를 타고 돌아가는 게 빠르다고 판단해서 이동 중이야. 지금 속도로 계산한다면 약 30분 후에 네가 있는 곳에 도착할 것 같아.
강신은 고민했다.
위치의 흔적이 끊긴 곳에서 요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혼자서라도 다른 흔적을 을 것인지….
하지만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응…?’
강신이 두 눈을 끔뻑이며 설야를 바라봤다.
분명 혼자 있던 설야의 곁에 한 마리의 겨울 나비가 함께 날고 있었다.
‘뭐야…. 저거 어디서 나타났지?’
강신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살짝 지쳐있다고 하더라도 강신은 주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심지어 시야 자체는 설야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설야와 날고 있는 겨울 나비가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났다.
겨울 나비의 행동을 보면 분명 위치에게 달라붙었던 겨울 나비였다.
강신은 잠깐 당황했지만, 이어지는 상황에 표정을 굳혀야 했다.
‘한 마리가 더 늘어났어? 설마….’
강신은 설야 근처로 다가가, 겨울 나비가 나타났던 지점으로 천천히 손을 뻗어 보았다.
출렁.
보이지는 않았지만, 뭔가 액체 같은 게 만져졌다.
‘이 안쪽에서 나온 거구나.’
이게 무엇인지는 강신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내구력이 낮은 겨울 나비가 드나들 정도면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들어가보거나, 일행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상한 곳에서 나온 겨울 나비가 어느새 다섯 마리가 되자, 강신은 전자를 선택했다.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
강신이 손 부분에 의태를 풀고 설야에게 손짓을 하자, 설야가 다른 겨울 나비들을 이끌고 강신의 머리에 내려앉았다.
모두 안전히 앉은 걸 확인한 강신은 보호장비를 다시 카모플라쥬 상태로 돌렸다.
그리고 길게 숨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액체와 같은 출렁임이 느껴졌던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물속을 걸어가던 느낌이 사라지자 한순간 세계가 반전했다.
방금까지 빛 한점 없던 어두운 숲속에 있었던 강신이 어느샌가 나무로 만들어진 가로등이 빛을 밝히는 숲속 마을에 도착해 있었다.
마을 자체가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장소였다.
모양이 가지각색인 큰 나무들에는 마치 집처럼 문과 창문이 달려 있었으며, 마을을 밝게 비추고 있는 가로등 또한 얇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울퉁불퉁했던 길은 평탄한 보도블록이 깔려 있었다.
마치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장소였다.
그리고 이곳의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강신이 앞에 몰려와 있었다.
그들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자유로워 보였다.
복장부터가 에스키모인처럼 털옷으로 꽁꽁 둘러맨 사람부터, 얇고 적은 천 면적을 입은 사람까지.
심지어 현대인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복장을 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 그들은 마치 뭔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강신이 나온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설마 자신의 모습이 보이나 싶어 몸을 움찔했지만, 이내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안도했다.
“뭐야…. 이번에도 꽝이야?”
“사람이 왔다며? 그것도 수십 명이나, 그런데 왜 아무도 안 보여?”
“방금도 누가 입구로 왔다 갔다 했다면서 왜 아무도 없는 거야?”
사람들은 한 여성을 추궁하고 있었다.
“분명 경계에서 신호가 왔는데…. 이럴 리가 없는데….”
그 여성은 위치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검은색 로브와 고깔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다.
“모니카(Mónica), 확실히 확인한 거 맞지?”
척준신과 비슷한 크기로 인상이 험악한 남성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부드러운 말투로 여성에게 되묻자, 그녀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분명히 경계에서 침입자가 있다고 신호가 왔어요….”
“흠, 그냥 오작동한 건가…. 기껏 사람들이 환영할 준비도 다 해놨는데, 아쉽네.”
남성은 빈말이 아닌지, 정말로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침입자를 환영한다는 소리를 들은 강신이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확실한 건 적어도 이곳으로 들어온 이들을 적대하지 않는듯했다.
강신은 그렇다고 무방비하게 모습을 드러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지.’
신비한 요술을 사용하는 이들을 경계하는 건 당연했다.
“정말 오늘도 꽝이야?”
“아니, 벌써 며칠째야. 그렇게 대놓고 유인을 했는데, 이제 올 때도 되지 않았나?”
“일정대로라면 오늘이 맞을 텐데….”
그들은 마치 일부러 사람들을 이곳으로 들이기 위해 끌어들인 것처럼 이야기했다.
“대모님(Godmother)이 보신대로라면 일주일 이내라고 하셨는데….”
그때 사람들 사이로 노파가 나타났다.
“이것들아 잠시 나와봐!”
노파가 사람들에게 역정을 냈다.
지팡이를 사용하는 노파는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대모님.”
“아이고…. 몸도 안 좋으신데….”
사람들이 노파의 건강을 걱정했지만, 노파는 오히려 씩씩대며 역정을 냈다.
“이 정도도 움직이지 못하면 뒤져서 관짝에 들어가야지!”
사람들은 노파가 역정을 내며 뭐라고 해도 싫은 기색 없이 걱정스러운 시선만 보냈다.
“할머니, 저는 분명히 침입자를 느꼈는데요….”
방금까지 검은 로브를 입은 여성이 울상을 지으며 노파에게 어리광을 부리자, 노파가 사람들을 째려보며 말했다.
“이것들이…. 내 손녀를 믿지 못 하는 거야?”
“아니…. 대모님 그게 아니라요.”
“아니긴 뭘 아니야!”
노파가 역정을 내자, 사람들이 곤란해했다.
그러자, 아까 여성에게 부드럽게 이야기했던 덩치 큰 남성이 끼어들었다.
“대모님, 진정하시지요. 그런 게 아닙니다. 모니카가 침입자를 알리기 전부터 제가 이곳에 있었습니다만, 정말 아무도 문을 통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남성이 설득하려고 했지만, 노파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놈들이…. 니들 눈이 삐어서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을 왜 이 아이 탓으로 돌리는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저기 이미 외부에서 손님이 와 있잖아!”
노파가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