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84
283화
노파의 손가락은 정확히 강신을 향해 있었다.
놀란 건 그곳에 있는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강신도 노파가 자신을 가리키자, 깜짝 놀란 상태였다.
그리고 자신을 찾아냈다는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바로 노파의 눈이었다.
자신을 보고 있는 노파의 눈동자는 전체가 하얀색이었다.
눈이 멀어있는 사람처럼 초점조차도 없었다.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으니, 그렇게까지 우리를 경계할 필요가 없네. 아름다운 나비와 함께 이곳을 방문한 자여….”
노파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던 것과는 달리 정중한 말투로 말했다.
조금 전 모습과 큰 괴리감이 느껴졌지만,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는 눈치였다.
강신은 노파가 자신의 몸에 붙어 있는 겨울 나비에 대해서도 말하는 걸 보고, 자신이 보인다는 말이 허풍이 아님을 깨달았다.
상황을 더 지켜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건 불가능해 보였다.
‘후우….’
언제든지 몸을 뺄 준비를 한 강신이 천천히 보호 장비를 원래 모습으로 돌렸다.
마치 허공에 물감이 퍼지는 것처럼 강신의 모습이 나타나자, 마을 주민들은 깜짝 놀란 듯이 보였다.
“뭣들 해.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거야?”
사람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걸 보고 노파가 한마디 하자, 그때야 사람들이 각자 준비한 것을 꺼냈다.
아직 경계를 풀고 있지 않은 강신은 그들이 하는 행동을 조심스럽게 지켜보았는데, 이어지는 행동을 보고 결국 경계를 풀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정말로 강신을 환영하고 있었으니까.
“자유로운 이들의 마을, 폰 데 포렛 빌리지(Fond de forêt village:숲속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 외침과 함께 근처 마을 조명이 대낮처럼 밝아졌으며, 마을 전체에 꽃잎들이 휘날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피이이잉~ 퍼버벙!
갑작스러운 폭발음에 움찔 몸을 떨었지만, 곧 강신은 그것이 불꽃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도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불꽃과 다르게, 작고 정교했으며 매우 아름다운 불꽃이었다.
수많은 불꽃이 하늘 전체를 물들였다.
그와 동시에 마을 주민들이 신기하게 생긴 악기를 꺼내 연주하고, 남성과 여성이 짝지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축제의 현장이었다.
그 속에서 강신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생각했지만,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홀홀…. 당황하는 게 귀엽구만. 그러고 있지 말고 그 귀여운 나비들과 나를 따라오게….”
노파는 강신에게 무엇도 묻지 않고, 만족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마을로 안내했다.
강신도 아무 말 없이 그런 노파의 뒤를 쫓아갔다.
일정하게 깔린 보도블록을 따라 걸으며 강신은 주변을 살펴봤다.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작은 마을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꾸밈없이 정말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한 여성이 손을 비비자 스파크가 튀었다.
그리고 스파크를 하늘로 올려보내자, 작은 불꽃이 터졌다.
한쪽에는 강신이 쫓아왔던 하늘을 날던 위치가 빙글빙글 공터를 날고 있었다.
마치 그것을 조종이라도 하는 것처럼 한 꼬마가 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음악을 지휘하는 지휘자처럼 휘두르고 있었다.
“자네가 따라온 건 사람이 아닐세. 이곳에서 아이들이 장난감으로 사용하고 있는 물건이지.”
사회에서 아이들이 드론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이곳에서는 마녀처럼 보이는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때, 마녀 장난감에 붙어 있던 겨울 나비들이 모두 강신에게 날아왔다.
그렇게 노파를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노파는 마을에서 가장 큰 나무집으로 강신을 안내했다.
“들어오게.”
노파가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자, 강신은 잠시 망설이다가 노파를 따라 들어갔다.
나무집 내부는 나무의 크기만큼 넓고 높았으며, 마치 도서관처럼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있었다.
집 중앙에 놓인 고풍스러워 보이는 탁자에 문 앞에서 봤던 모니카라고 불린 여성이 다과를 준비하고 있었다.
딴 길로 새지 않고 곧장 이곳으로 왔음에도 먼저 도착해있는 모니카.
그녀를 보며 강신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의문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 것인지, 노파가 웃으며 말했다.
“홀홀, 그렇게 보지 말게나. 저 아이는 쌍둥이니까.”
자세히 보니, 주눅 들고 소심해 보이던 모니카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뭔가 태도에서 여유가 느껴져.’
“일단 이쪽에 앉지.”
노파가 강신에게 권했다.
강신이 의자에 앉자, 노파가 멀어버린 것처럼 하얗게 변해 버린 눈으로 강신을 가만히 응시했다.
이미 노파의 눈이 특이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괴이하여 강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켜야 했다.
“홀홀…. 이야기에 앞서서 궁금한 게 많을 테지, 시간은 많으니 어디 한번 먼저 질문해보게나.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지. ”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한 노파의 태도에 결국 강신이 먼저 질문을 했다.
“……이곳이 위치들의 마을이 맞습니까?”
“위치라…. 사람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르지만, 아마 자네가 생각하는 자들이 사는 곳이 맞을 걸세.”
노파의 말은 뭔가 의미심장했지만, 강신은 숨은 의도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명칭이 다르다?’
위치를 나라마다 그리고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불렀다.
위치는 마녀, 마법사, 요술사, 주술사 같은 명칭으로 불렸다.
궁금한 게 더 있었지만, 강신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묻기 위해 입을 열었다.
“굳이 둘러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나도 그편이 좋지.”
“어째서 기업의 요원들을 이곳으로 유인한 겁니까?”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들이 일부러 마녀와 닮은 장난감을 외부로 날렸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외부에서 사람이 왔다고 축제를 진행할 정도였으니.
“홀홀…. 협력할 사람이 멍청이가 아니라서 다행이구나.”
노파는 흡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협력자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을 이곳으로 유인했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까?”
강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는지, 노파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에 대한 협력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 마을의 힘만으로 어떠한 목표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소리였다.
‘신비한 힘들을 사용하는 이들이 해결하지 못 하는 일이라….’
“홀홀, 그리 심각한 표정 지을 필요 없네. 무리한 부탁을 하려는 게 아니니까.”
“저희가 도울 수 있는 일입니까?”
“당연하지. 뭐, 일 이야기는 조금 미뤄두고 그전에 내가 아주 재밌는 옛날이야기를 해주지.”
노파는 옛날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이제는 대모라고 불리는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린 노파가 소녀였을 때, 그녀는 유럽에서 살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불합리의 극치인 마녀사냥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을 질투한 누군가가 그녀를 마녀라고 모함했다.
어떤 이는 가진 재산이 많은 여인의 재산을 탐냈고, 그녀를 마녀로 몰아갔다.
그리고 약초로 약을 만들어주었다는 이유만으로 마녀라고 신고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했던가.
당시 한 사람을 마녀로 몰아가는 건 매우 쉬운 일이었다.
그렇게 무고한 사람들이 잔혹한 일을 당했던 시기.
“그런 시대였네. 그리고 내가 소녀였을 때는 말이지, 내가 봐도 나는 정말로 아름다웠어. 멀리 있는 대도시에서 나를 보기 위해 찾아올 정도로 말이네.”
강신은 노파의 말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노파가 어렸을 때 예뻤다는 소리보다 마녀사냥이 성행했을 때부터 살아왔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마녀사냥은 중세 시대에 이루어졌던 일인데….’
눈앞에 있는 노파가 적어도 몇백 년을 살아왔다는 소리였다.
“나의 부모님은 나의 미모를 숨기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지만, 어린 나는 철이 없었고 내 외모를 사람들에게 과시하고 싶었지.”
아무리 다른 이들이 질투한다고 해도 그녀가 마녀로 몰릴 일은 없었다.
힘없는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그녀의 아버지는 귀족이었다.
그런데 힘을 가진 귀족이 문제가 생길까 봐 미모를 숨기려고 했다면, 그녀의 미모가 문제가 될 정도로 아름다웠다는 소리였다.
“행복했지, 나를 사랑하는 부모님과 풍족했던 삶….”
하지만 그 행복한 삶은 아주 쉽게 무너졌다.
“내가 문제였어.”
그녀의 지나친 아름다움 때문에 많은 귀족들이 상사병을 앓았다.
“인간의 가장 추악한 욕망은 아마도 질투일 걸세….”
노파는 슬픔이 가득한 눈으로 그때 일을 회상하는 것처럼 보였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어느새, 노파의 이야기에 빠져버린 강신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주 지독한 질투였지. 나에게 거절당한 자존감이 높은 귀족들과 상사병에 빠진 귀족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나를 몰락시키기 위해 연합했어.”
그래도 그녀의 아버지는 하나뿐인 딸을 어떻게든 보호하려고 했다.
각자 하나의 힘은 별 볼 일 없었지만, 그런 이들이 모이고 모이자 귀족인 그녀의 아버지도 막지 못하게 되었다.
“결국 우리 집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지.”
풍족함은 잃었지만, 그래도 그때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그녀의 부모님이 탄 마차가 비 오는 날 길에서 미끄러져 전복되었고, 마부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사망했다.
사고였을까, 아니면 사고로 위장된 사건이었을까.
힘을 잃은 몰락 귀족은 다른 이들에게 탐스러운 먹잇감에 불과했다.
그녀의 부모가 둘 다 사망하자,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사람들은 그녀를 마녀로 몰아갔다.
그녀를 도와줄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자신의 것이 된다면 마녀가 되지 않도록 도와주겠다고 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몰락했다고는 해나, 긍지를 잃은 건 아니었다.
자신이 살기 위해 부모님을 죽였을지도 모를 이들에게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마녀재판에 서게 되었네….”
세상 물정 모르는 그녀는 자신이 마녀가 아님을 증명하기만 한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몰랐던 거야. 이미 재판을 시작하기 전부터 모든 결과가 정해져 있다는 걸….”
그야말로 불합리의 끝을 보여주는 재판이었다.
재판을 진행하는 이들은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그녀가 가진 재산을 나누기로 이야기를 끝낸 상태였다.
그녀의 처형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많은 이들이 그녀가 화형당하기를 원했다.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지만, 그때는 그게 당연한 일이었어.”
억울한 이들이 하루에도 수십 명씩 불타 죽어가는 시대였으니까.
마녀 혐의로 기소된 그녀에게 잔혹한 감별법이 적용됐다.
수치심을 느끼게 하기 위해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전신의 체모를 깎고 바늘로 찔렀으며, 손발을 묶어 물속에 던지는 악독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게 온갖 고문이 이어졌다.
“평온 속에서 살아오던 내가 언제 그런 고문을 당해봤겠나. 나는 더는 고통 받고 싶지 않아 결국 스스로 마녀라고 인정했지.”
그렇게 그녀에게 구형된 건 화형이었다.
이미 모진 고문으로 몸과 정신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
화형식이 잡힌 그 날이 왔고, 그녀는 기둥에 매달렸다.
주위에는 그녀를 불태울 장작들이 놓여 있었다.
이젠 기력도 없는 그녀가 초점 없이 자신을 구경거리로 보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아무런 죄책감도 보이지 않는 그들을 보며 그녀는 괜히 억울해졌다.
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건가.
이제는 눈물도 나오지 않는 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도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렇게 불씨가 나무 장작 사이로 떨어졌다.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지만, 뜨거운 열기와 매캐한 연기를 맡다 보니…. 갑자기 삶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군.”
죽고 싶지 않았다.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곳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었다.
죽음을 앞둔 그때,
“나는 처음으로 요술이라는 걸 사용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