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82
281화
장웨이가 공항에서 가지고 온 건 퀸사이즈 침대 크기의 무거워 보이는 철제 케이스였다.
케이스를 옮기기 위해 1팀 요원이 모두 달라붙을 정도였으니,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기에 말씀하신 U.M.A가 들어 있는 겁니까?”
“네, 우선 보여드려야겠군요.”
김태성이 요원들이 가지고 들어온 상자를 보며 호기심을 보였다.
강신이 케이스를 열었다.
푸슈욱~
상자 내부가 차갑게 유지되고 있었는지, 차가운 수증기가 상자에서 흘러나왔다.
하얀 수증기가 자욱하게 깔리자, 상자 내부에서 기계음이 들려왔다.
키잉~ 철컥!
그리고 원통형 소켓에서 서른 개가 넘는 환경 보존 채취용 용기가 튀어나왔다.
강신이 김태성과 구은혜가 볼 수 있도록 유리 용기를 소켓에서 빼냈다.
그러나 둘은 강신이 꺼낸 유리 용기에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들이 보기에는 유리 용기 내부는 텅 비어 있었으니까.
그래도 그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자신들이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김대리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그 안에 ‘겨울 나비’라는 개체가 들어 있는 건가요?”
“네.”
강신이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 본사에 요청한 U.M.A는 바로 겨울 나비였다.
강신은 유리 용기에 자체적으로 부착된 월광등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유리 용기 내부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고 아름다운 나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 어쩜, 너무 이쁘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겨울 나비의 모습에 구은혜가 감탄을 내뱉었다.
“보이지 않는 나비라…. 통제할 수단만 있다면 강책임님 말대로 위치를 추적하는 것에는 이보다 좋은 게 없겠군요.”
U.M.A를 통제하는 건 특별한 재능을 가지지 않고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겨울 나비 한정이라면 강신은 재능이 없어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나에게는 설야가 있으니까.’
강신의 어깨에는 항상 함께 하는 겨울 나비의 우두머리가 있었으니까.
‘설야가 추격해 준다면 편하겠지만…. 그건 이미 실패했고.’
추격이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사실 강신은 다른 요원들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위치를 발견했던 날에 설야에게 위치를 추적해달라고 했다.
쫓아가는 것도 가능했지만 설야가 강신과 멀리 떨어지는 걸 거부했다.
결국 설야가 위치를 추격하는 걸 멈추고, 다시 돌아와 버려서 추적에 실패했다.
그래서 강신이 플랜B로 생각한 것이 바로 겨울 나비였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겨울 나비를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평범한 겨울 나비는 설야와 달리 제약되는 것이 많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겨울이 아니면 행동하지 않았기에, 낮은 온도가 필요했다.
‘적어도 기온이 10℃ 아래로 떨어져야 움직일 수 있을 거야.’
영하까지는 아니어도 초겨울의 기온이면 겨울 나비가 움직이는 데 무리는 없었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10℃가 넘지만, 새벽에는 6℃까지 떨어지기도 하니 큰 문제는 없었다.
‘다음은 날씨가 흐리고 월광이 최대한 적은 날.’
겨울 나비의 모습은 월광으로 드러난다.
겨울 나비는 보이지 않아 찾기 어렵지만, 월광으로 모습이 드러나면 그보다 눈에 띄는 개체도 많이 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
설야의 속도는 위치를 쫓기 충분했다.
하지만 평범한 겨울 나비들은 그리 빠른 편이 아니었다.
따라서 겨울 나비를 이용해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설야처럼 위치를 쫓을 수는 없을 거야.’
그래서 강신은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모든 겨울 나비를 보내 달라고 한 것이었다.
‘예상 지점에 겨울 나비들을 풀어두고 있다가, 위치가 지나쳐가는 순간 위치에게 붙으라고 하면 추격하지 않아도 추적이 가능해.’
월광이 없는 곳에서도 겨울 나비를 볼 수 있는 강신만이 가능한 방법이었다.
“그럼, 자세한 일정을 잡도록 하죠.”
강신은 보관 용기에 있는 겨울 나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구은혜에게 용기를 건네주고는 겨울 나비가 움직일 수 있는 날을 확인했다.
“새벽 온도가 낮고, 구름이 짙게 껴서 월광이 적은 날이라…. 가장 가까운 날은 토요일하고 월요일이네요.”
몬테레이의 기상 정보를 얻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작전을 실행할 날이 바로 정해졌다.
* * *
목요일 새벽.
강신은 일행들과 함께 카온 데 라 스랑주엘라 파크로 이동했다.
구역을 침범했던 다른 기업의 요원들은 위치가 나타나지 않자, 전날부터 이곳을 찾지 않았다.
다른 기업의 눈치 볼 필요 없이 겨울 나비가 들어 있는 철제 케이스를 옮기자, 강신은 유리 용기를 꺼내 겨울 나비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마치 떨어지는 낙엽처럼 살랑거리며 유리 용기를 빠져나온 겨울 나비들은 도망가지 않고, 모두 강신에게 달라붙었다.
어깨에 앉아 있는 설야가 불편해하는 듯했지만, 사람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하기 시작한 설야에게 강신이 미리 귀띔해 두었다.
설야가 예전처럼 다른 겨울 나비들을 쫓아내지는 않았다.
겨울 나비를 모두 풀어주고 강신은 나비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겨울 나비들에게 최적의 온도는 아니었는지, 예전보다 움직임이 둔해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행동이 느려져도 움직일 수는 있다는 것이었다.
강신은 설야를 보고 속삭였다.
“다른 아이들에게 명령을 내려줄래?”
강신이 부탁하자, 설야는 마치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처럼 더듬이를 위아래로 까닥였다.
“김대리님.”
강신이 뒤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김대리를 부르자, 그와 그의 뒤쪽에 있는 요원들이 손바닥만한 크기의 소형 드론을 꺼내 들었다.
“드론 작동하겠습니다.”
김대리가 들고 있던 드론이 천천히 날아올랐다.
붕…. 붕….
드론은 크기는 작았지만, 마치 말벌이 나는 것처럼 생각보다 큰 소음이 났다.
“설야야. 아이들을 데리고 날아올라.”
때마침, 달빛이 지상을 비추었다.
“와아…….”
“허….”
오색 빛으로 빛나는 설야를 따라 하늘로 날아오르는 겨울 나비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물론 설야의 모습은 다른 이들에게 보이지 않겠지만, 겨울 나비들만으로도 아름다웠다.
이런 광경을 처음 보는 HG 그룹 요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HG 요원들이 감탄하고 있는 사이, 설야는 강신이 따로 시키지 않아도 겨울 나비 무리를 공중에서 넓게 퍼트렸다.
그것을 확인한 강신이 김대리에게 말했다.
“그럼, 훈련을 시작해 보죠.”
작전 실행일로 정한 토요일이 아닌 목요일.
그리고 위치가 떠난 이 지역으로 돌아온 이유는 겨울 나비를 훈련시키기 위해서였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위치에게 달라붙는 건 하늘을 날 수 있는 겨울 나비라고 하더라도 힘든 일이었다.
겨울 나비를 운용할 수 있는 날이 정해져 있는 만큼,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겨울 나비들을 미리 훈련 시켜야 했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었는데, 훈련 내용은 어렵지 않았다.
그저 지나쳐가는 드론에 달라붙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드론의 크기는 위치보다 작았고, 날렵했다.
처음은 김대리와 다른 요원들이 다섯 대의 드론을 겨울 나비 사이로 비행시켰다.
손바닥 크기의 드론이 한 방향으로 날아가자, 겨울 나비들이 드론에 붙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리고 당연한 실패.
한 번도 해보지 않았으니, 처음부터 성공하기는 쉽지 않았다.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드론을 조종하는 김대리가 말하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로는 똑같은 훈련이 반복되었다.
몇 시간이나 그렇게 훈련을 했을까,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장웨이가 강신에게 다가왔다.
“강책임님, 현재 섭씨 9도입니다.”
너무 집중하고 있어서일까, 강신은 그때야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훈련을 시작하고 5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겠군요.”
이제 몇 시간 뒤면 동이 틀 시간이 되기도 했다.
‘더 훈련을 진행했다가는 겨울 나비들에게도 무리가 되겠지.’
강신은 그렇게 일행들과 함께 온도가 더 올라가기 전에 철수했다.
그리고 다음 날, 훈련은 계속되었다.
훈련 내용은 바뀌지 않았지만, 고작 이틀 차임에도 겨울 나비들은 금방 요령을 터득하고 요원들이 조종하는 드론에 달라붙었다.
겨울 나비들이 점점 훈련에 익숙해지자, 강신은 다섯 대의 드론을 점차 줄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요?”
드론을 조종하던 김대리가 강신을 바라보고 말했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김대리는 가끔 월광이 비출 때 자신이 조종하던 드론에 겨울 나비들이 달라붙어 있는 걸 확인했다.
강신의 눈에는 겨울 나비들이 잘 보였다.
드론에 겨울 나비들로 빼곡하게 들러붙어 있는 걸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 정도면 충분하겠네요.”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틀간 힘든 훈련을 받은 겨울 나비들에게 보상으로 자신의 피를 뽑아서 주었다.
강신은 피를 먹는 이들이 자신의 피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설야뿐만 아니라 카밀라까지 강신이 겨울 나비들에게 피를 준다는 것에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
하지만 포상으로 준다는데, 그것을 말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토요일 아침이 밝아왔다.
작전은 해가 지고 온도가 떨어진 한밤중에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었기에, 성신과 HG 요원들은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위치의 출몰 시간과 비행 방향을 알아내기 위해 카밀라와 장웨이, 구은혜가 다시 한번 엑스포에서 정보를 얻어왔다.
김태성과 김대리는 사용할 수 있는 장비들을 점검했다.
그렇게 저녁 시간이 다가왔다.
“그보다 정말 혼자서 괜찮겠습니까?”
김태성이 걱정스럽게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추적은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제 몸에 GPS를 달아놨으니까, 대기하시다가 그걸 보고 따라오시면 될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강신은 숙소 마당에 겨울 나비들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겨울 나비들은 유리 용기에서 나오자, 강신이 움직일 때 불편하지 않도록 등과 어깨, 머리에 달라붙었다.
모든 겨울 나비들이 달라붙자, 강신은 하늘을 바라봤다.
기상 정보에서 확인했듯이 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에는 달빛 한점 떨어져 내리지 않았다.
평소보다 어두운 지상을 보며 강신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늦게 출몰하는 위치는 몽블랑주가 맡은 구역으로 이곳에서 약 40분 거리 떨어진 곳으로 엘 인피에프니요(El Infiernillo)입니다.”
장웨이가 자신이 알아 온 정보를 강신에게 알려주었다.
“그럼, 저는 바로 몽블랑주가 맡은 구역으로 이동하겠습니다.”
강신이 김대리가 대기하고 있는 차에 타자, 겨울 나비들은 강신의 몸에서 떨어져 비어있는 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대리가 몽블랑주가 맡은 구역으로 차를 몰았다.
차를 끌고 구역 내부로 들어가는 건 아무래도 구역을 담당한 기업의 눈치가 보였기에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댔다.
강신이 차에서 내리자, 겨울 나비들이 곧장 강신의 몸에 달라붙었다.
겨울 나비가 모두 붙은 것을 확인한 강신이 차에서 대기하고 있는 김대리에게 말했다.
“그럼 작전 시작하겠습니다. 네시스.”
강신이 프로네시스를 부르자, 입고 있던 보호 장비가 점점 주변 환경과 동화되었고, 곧 그곳에서 강신의 모습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