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95
294화
강신과 일행들은 자신들을 모욕하는 이들을 무시하고 거리를 걸었다.
강신은 굳이 SOMA 지역에서도 일부러 치안이 좋지 않은 곳만 찾아 돌아다녔다.
번화가와 달리 분위기가 어둡고 음습했으며, 괜히 처지는 기분이 드는 장소였다.
‘왠지 모르겠지만 무거운 느낌이야….’
체력적으로 힘든 건 아니었지만 정신이 부정적인 공간을 거부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기분이 드는 건 강신뿐만이 아니었는지, 척준신도 계속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대모 역시 위축되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쯤이라고 했었지. 그럼 시작해 볼까….’
그냥 거리를 거닌다고 해서 와플을 유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강신은 오웬에게 부탁해 이 지역에 사는 이들 몇 명을 돈으로 고용했다.
그들은 평소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신이 사는 동네의 사진을 찍을 것이고, 거기에 강신 일행이 우연히 찍힐 예정이었다.
“네시스. 우리는 준비 됐어.”
-오웬이 고용한 이들은 다음 블록에 있어. 그대로 골목을 걷기만 해도 될 거야.
강신은 프로네시스의 말대로 일행과 함께 골목을 거닐었다.
누가 사진을 찍는지 접촉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프로네시스와 오웬에게 따로 연락이 없는 걸 봐서는 문제가 생기진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검은색 비니를 쓰고 덥수룩한 수염을 한 남성이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움직이지 마.”
남성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남들에겐 잘 보이지 않도록 오른쪽 허리춤에서 작은 권총을 꺼내 들어 강신 일행을 위협했다.
“가지고 있는 물건 다 꺼내.”
아무리 치안이 좋지 않다고 해도 실제로 이런 일을 당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강신 일행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은 것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강도는 총이 무서워서 강신과 일행들의 몸이 굳었다고 생각했다.
“죽고 싶어? 빨리 값이 나갈만한 물건들 꺼내.”
강도는 주변 눈치를 살피면서 강신 일행을 재촉했다.
강신이 주머니에서 두툼한 지갑을 꺼내자, 강도의 눈이 지갑에 고정되었다.
그 순간 강신은 척준신을 힐끔 바라보며 살짝 신호를 주었다.
척준신이 강신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품속에서 똑같이 지갑을 꺼냈다.
두 사람이 지갑을 꺼냈지만, 가진 것이 없는 대모가 가만히 있자 강도가 짜증을 부렸다.
“너는 왜 안 꺼내?”
“저분은 가지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강신이 대모를 대신해 말하자, 강도가 다시 한번 그녀를 확인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깔끔한 정장 차림인 강신과 척준신과 다르게 대모는 숲속 마을에서 입고 있던 복장 그대로였다.
대모의 복장은 홈리스들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오래 입었던 만큼 옷이 해져 있었으며, 머리에 걸치고 있는 얇은 베일만 조금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쯧, 그럼 너희 둘만이라도 꺼낸 걸 내놔.”
강도도 대모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어쩌면 나이가 많으니, 봐주는 것일 수도 있지.’
요즘 강도들은 후환을 만들지 않기 위해 먼저 총을 쏘고 사체에서 물건을 훔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총을 가지고 위협을 할 뿐 나이가 많아 보이는 대모를 봐주는 걸 보면, 그 정도로 극악무도한 자는 아닌 듯했다.
‘뭐, 그래도 봐줄 생각은 없지만.’
강도가 강신의 손에 들려 있는 지갑을 낚아채 갔다.
묵직한 강신의 지갑이 마음에 드는지, 강도의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갔다.
강신의 지갑을 챙긴 강도가 척준신에게 다가가자,
턱!
척준신이 오른손으로 지갑을 건네주다가, 빠르게 왼손으로 남성이 들고 있는 권총의 윗부분 슬라이드를 손으로 잡았다.
“이게….!”
갑작스러운 행동에 강도가 놀라서 방아쇠를 당겼지만, 권총은 제대로 격발되지 않았다.
틱! 틱!
척준신의 손에 잡힌 슬라이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황한 강도를 보며 척준신은 오른손으로 권총의 아랫부분을 잡고, 그대로 슬라이드를 뒤로 빼서 권총을 분해해 버렸다.
후두둑….
권총의 부품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곧이어 강신이 움직였다.
몸을 숙이고 강도의 품으로 파고들어, 정확히 명치를 타격했다.
퍽!
“억!”
힘 조절은 했지만 명치를 제대로 맞아서인지, 강도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고통스러워했다.
강도의 일그러진 표정이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대변해 주고 있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강도를 보며 척준신은 일말의 자비도 보이지 않았다.
그대로 고통스러워하는 강도의 등을 발로 차서 바닥과 진한 키스를 나누게 해주었다.
그리고 강도가 움직이지 못하게 무릎으로 눌렀다.
양손을 뒤쪽을 향하게 한 다음, 강도의 옷을 찢어 그 천으로 강도를 포박했다.
탁! 탁!
척준신이 포박이 끝나자, 손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말했다.
“경찰에 넘길 필요도 없는 조무래기군. 그냥 구석에 던져놔야겠어.”
강도를 잡은 것은 좋았지만. 이를 경찰에 넘기면 시간을 뺏기게 된다.
척준신은 강도가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쓰레기가 가득한 구석에 던져 놓았다.
그러자, 강도가 다급하게 강신 일행을 붙잡았다.
“자, 잠깐! 이제 나쁜 짓을 하지 않을 테니까. 제발 나를 이대로 버리고 가지 마!”
강도는 자신이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버려지게 된다면, 다른 이들의 먹잇감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
그가 강신 일행에게 애원했지만, 모두 무심한 눈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일행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걸 느낀 강도가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쳤다.
“차라리 경찰에게 넘겨! 이대로 두면 너희는 간접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거라고! 살인자가 되는 거라고!”
마음 약한 사람이라면 조금 동요할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강신 일행은 그렇지 않았다.
강신이 뭔가 말을 꺼내려고 하기 전에 대모가 구석에 있는 강도에게 천천히 걸어가 입을 열었다.
“살인자가 된다고? 우습지도 않구나, 지금 네가 그러고 있는 건 순전히 네가 선택한 일이지. 우리가 원해서 한 것은 아니지.”
“어쩔 수가 없었어요. 나는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요…. 굶주림에 눈이 돌아가 실수한 거예요. 나는 원래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고요….”
“어쩔 수 없었다고? 아니, 너는 분명 옳은 일을 할 수도 있었어. 하다못해 남의 것을 뺏는 게 아니라 구걸을 했다면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르지. 너는 단지 더 편한 방법을 골랐을 뿐이지.”
“이곳에서 구걸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고요!”
“이곳에서는 네 말대로 구걸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수도 있지. 하지만 아이야. 그렇다고 네가 한 짓이 옳게 되는 건 아니야.”
그 말을 끝으로 슬픈 시선으로 옳지 못한 선택을 한 강도를 바라보던 대모가 강신과 척준신 옆으로 돌아왔다.
과연, 대모의 말을 듣고 강도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을까?
‘그럴 리가 없지.’
“빌어먹을 놈들…. 길 가다가 봉변이나 당해라!”
도와달라고 애원하던 강도가 태도를 바꾸어 큰 소리로 강신 일행에게 저주를 쏟아부었다.
‘애초에 이곳에서 사는 사람이니까, 딱히 누군가의 원한을 사고 있지않는 한 물건을 뺏기는 정도로 그치겠지.’
강신 일행이 그곳을 벗어나 계획된 지점으로 걸으려고 할 때, 프로네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겠는데?
“무슨 소리야?”
-방금 네가 강도를 상대할 때, 너희 모습을 몰래 촬영해서 인터넷에 뿌린 이들이 있어.
밖이 소란스러워지자, 사람들은 몰래 방금 있었던 일들을 촬영했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이었겠지만, 강신과 척준신이 순식간에 강도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 이슈를 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SNS뿐만 아니라 레딧 같은 대형 커뮤니티에도 영상을 올려버렸다.
거리와 지역 특성, 그리고 실제로 이곳에 사는 이들이 올린 것이었기에 조작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충분히 이목을 끌어서 굳이 돈 주고 고용한 사람들이 SNS에 올릴 필요 없겠어.
뉴스에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 이목을 끌었다면 와플이 강신과 함께 있는 대모를 놓칠 리 없었다.
“그래, 이런 상황에서 오웬이 고용한 이들까지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의심을 살 수도 있겠네.”
표면상으로는 강신 일행은 몰래 이동 중이었으니, 더 이목을 끌게 되면 와플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럼 이쪽에서 준비했던 이들은 그냥 철수시킬게.
“그렇게 하자.”
계획이 조금 바뀌었지만, 강신 일행이 하는 일은 달라진 게 없었다.
강신 일행은 대모의 체력을 고려해 천천히 골목을 돌아다녔다.
그들이 자리를 옮길 때마다 떨어진 곳에서 흩어진 채 숨어 있는 1팀 요원들 또한 자리를 계속 옮겨야 했다.
그렇게 4시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무래도 너무 늦는데….”
와플에서 강신 일행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진작에 찾아오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와플 요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열화상 장비에도 잡히는 게 없습니까?”
-네, 열화상 장비에도 잡히는 것은 없습니다.
이미 와플이 가진 은폐 장비에 대해 알고 있는 강신은 요원들에게 열화상 장비를 지급해 두었다.
하지만 와플 요원은 보이지 않았다.
강신은 와플이라면 4시간 안에 모습을 드러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도착하지 않았다는 건….
‘우리의 계획을 눈치챘거나, 아니면 다른 뭔가를 꾸미고 있거나. 둘 중 하나겠지.’
강신이 고민하는 동안 척준신이 다가와 강신에게 말했다.
“강책임. 더 돌아다니는 건 힘들 것 같네.”
“그렇네요. 우선 숙소로 돌아가죠.”
척준신이 대모를 향해 살짝 눈짓하자, 강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모는 오랜 시간 강신과 함께 다니느라 상당히 지쳐있는 상태였다.
그런 그녀를 더 데리고 돌아다니는 건 꽤 가혹한 처사였다.
강신이 발걸음을 막 옮기려고 할 때, 통신을 통해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팀장님, 왔습니다.
“어디지?”
척준신이 위치를 묻자 와플 요원을 찾은 현장 요원이 곧장 대답했다.
-EW구역입니다. 은폐 장비를 두르고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와플 요원이 몸을 숨기기 위해 사용한 은폐 장비가 오히려 그의 정체를 알려주었다.
“인원은 몇 명이지?”
-한 명입니다.
“한 명?”
인원수를 들은 척준신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상황을 관찰하려는 것 같네요.”
“그렇게 보이는군.”
전투로 상대의 수를 줄이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들이 정찰 중이라는 사실만 확인해도 이번 일의 반은 성공이었다.
-제압 가능할 것 같은데, 제압할까요?
“아니요. 사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게 좋겠습니다.”
와플 요원을 발견한 이가 물었지만, 강신은 그를 말렸다.
“그럼, 저희는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겠습니다. 다른 요원분들은 저희를 정찰하는 와플 요원을 감시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강신은 와플 요원의 목적이 정찰이라는 걸 알게 되자, 바로 숙소로 돌아갔다.
와플 요원은 그런 강신 일행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녔다.
그는 자신이 강신 일행을 감시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반대로 자신이 여러 사람에게 감시당하고 있다고는 생각지 못할 것이다.
-와플 요원은 숙소 옆 건물 옥상에서 단안경으로 숙소 내부를 훔쳐보고 있습니다.
-따로 접촉하는 인원은 보이지 않습니다.
-회사에 보고하는 것 같습니다.
성신의 현장 요원들에 의해 와플 요원의 행동들이 자세히 강신에게 보고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