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09
308화
현장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김대리를 칭찬하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실 강신은 이곳에 도착하기 전 이미 자신과 요원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정해 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강신은 캐리비안의 해적 놀이 기구로 향하면서, 김대리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그건 바로 놀이 기구에 도착하면 겁에 질린 사람처럼 행동해 달라는 것이었다.
어째서 그런 행동을 부탁하는 건지, 김대리는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곧 이어지는 강신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스프라이트가 장난을 좋아한다는 것 때문이죠.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스프라이트가 ‘장난’을 친다는 것이었다.
장난을 치는 이들은 어째서 그런 행동을 할까, 이유는 간단했다.
상대방에게 장난을 치고 그 사람의 반응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그런 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건 바로 장난을 쳤을 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장웨이가 수도 없이 도전해서 스프라이트를 겨우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스프라이트가 나온 영상에서 장웨이는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행동은 처음부터 계속 이어졌을 터.
그러니, 스프라이트가 장웨이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이었다.
그에 반면 김대리는 달랐다.
처음 입구에서 겁에 질린 티를 냈고, 동료들에게 한 소리를 들을 정도의 겁쟁이로 보였다.
김대리의 반응은 장난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즐거워할 모습이었다.
물론 김대리만 연기한 게 아니었다.
현재 3인 1조로 움직이는 요원들 사이에 김대리처럼 연기하는 사람을 하나씩 심어두었다.
“그래도, 첫 시도에 바로 나타날 줄은 몰랐습니다.”
“그만큼 연기가 좋았다는 소리죠.”
이번만큼은 강신도 김대리를 칭찬해 주고 싶었다.
스프라이트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 놀이 기구를 타야 했던 장웨이와 달리 놀이 기구를 여러 번 타지 않아도 스프라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캐리비안의 해적에 있는 스프라이트는 직접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다른 곳은 어떻습니까?”
강신이 통신 장비를 통해 다른 요원들에게 묻자, 흩어진 요원들에게 보고가 들려왔다.
-메인스트리트 2층, 저절로 켜지는 램프에서 노란빛의 스프라이트 확인했습니다.
-헌티드맨션, 다수의 실키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요원들은 오늘 봤던 요정들에 대해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입구에서 대기 중인 장웨이가 통신을 들으며 모든 내용을 정리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숫자가 너무 적은 데….”
첫날에 모든 스프라이트를 찾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발견한 요정의 수가 적어서 강신은 인상을 찌푸렸다.
놀이 공원 입구로 돌아온 강신이 장웨이가 정리한 지도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넓은 장소에 표시된 부분이 몇 개 없었기 때문이다.
“실키는 제외한 도식이니, 적어 보이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죠.”
장웨이가 지도를 다시 돌려받으며 대답했다.
실키에 대한 보고는 꽤 들어왔지만, 장웨이는 실키를 발견한 장소는 따로 정리하지 않았다.
어차피 태양광 조명이 설치되면 모두 쫓겨날 테니, 굳이 위치를 찾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너무 적어요. 고작 세 곳이라니….”
강신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강신이 들렸던 곳을 포함해 고작 세 곳에서 스프라이트를 발견했는데, 강신은 적어도 그 배는 발견해야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장난을 치는 스프라이트에게 겁을 내는 사람은 그만큼 유혹적인 대상이었으니까.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원래 스프라이트 개체가 적을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오늘은 이곳에 있다가 다음날은 다른 곳으로 간다든지….”
김대리가 제법 일리 있는 이야기를 꺼냈지만,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 겁니다. 확인은 해봐야겠지만, 스프라이트는 한번 실내에 자리 잡으면 그곳에서 잘 움직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미리 탐색해서 스프라이트의 위치를 찾으려고 하는 거고요.”
“실내에서 아예 움직이지 않는 건 아니지 않나?”
척준신의 물음에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척부장님은 아까 보셔서 아시겠지만, 기본적으로 스프라이트의 외형은 반딧불과 비슷한 빛덩어리입니다.”
하얀 빛덩어리를 봤던 척준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프라이트는 각자 특유의 색을 가지고 있었다.
강신이 놀이 기구에서 봤던 스프라이트가 하얀색, 램프를관찰하던 팀이 봤던 스프라이트는 노란색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스프라이트는 구분할 수 있었다.
다음날, 다른 곳에서 똑같은 색의 스프라이트가 발견된다면 김대리의 말이 맞겠지만, 강신은 그 생각을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스프라이트가 가진 비중에 있었다.
“스프라이트는 깃털만큼이나 가볍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제대로 지탱할 힘은 상당히 약합니다. 그래서 스프라이트들은 바람에 쉽게 휘날립니다.”
바람에 휘날린다는 소리를 듣고, 김대리는 장웨이가 정리한 지도를 살펴봤다.
그리고 강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스프라이트는 실내가 아니면 반쯤 실내에 있는 놀이 기구에서 발견되는 거군요.”
“그래서 목격 정보를 보면 실키는 외부, 내부할 것 없이 발견되는 반면, 이상 현상이 일어나는 현장들은 대부분 실내입니다.”
이동하기 힘들 스프라이트들이 하루마다 위치를 바꾼다는 건 이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신이 크게 부정한 이유는 그 개체 수에 있었다.
“실키의 개체 수는 상당한데, 스프라이트가 이렇게 적은 건 말이 안 되죠.”
강신은 이곳에 요정의 둥지가 있다고 했지만, 그것이 하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적어도 둘 이상.’
정확한 개수는 모르지만, 강신은 최소 요정의 둥지가 두 개는 있다고 예측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실키가 태어나는 둥지와 스프라이트가 태어나는 둥지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요정의 둥지에서 요정이 태어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지니즈 랜드가 처음 지어졌을 때부터 실키가 발견되었지만, 아직 그 개체 수가 반전이 일어날 만큼 모이지 않은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수가 적은 건 결코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실키가 목격된 시기와 스프라이트의 짓이라고 추정되는 이상 현상이 일어난 시점은 그리 큰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스프라이트도 실키만큼 그 개체 수가 있어야 합니다. 오늘 헌티드맨션에서 발견한 실키만해도 열 개체가 넘었던 걸 생각하면 이상한 상황이죠.”
사람을 피하는 실키 특성상, 오히려 스프라이트보다 찾기 힘들어야 정상이었다.
그런 이들을 열 개체나 발견했음에도 스프라이트는 고작 세 곳에서 발견했다는 건 이상했다.
“흠…. 자네 말을 들어보면 확실히 이상한 상황이긴 하군. 그래도 아직 첫날인데, 벌써 단정 짓기에는 조금 이른 게 아니겠나?”
척준신의 말이 맞았다.
오늘은 정말 우연히 스프라이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이제 첫날이었으니, 단정 짓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그렇네요.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죠…. 평소에 급하게 일을 처리하던 습관이 나왔어요. 조금 더 천천히 확인해 보면 되겠죠.”
급하게 움직일 이유가 없었다.
시간은 아직 충분했다.
그리고 사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실키나 스프라이트가 아닌 요정의 둥지였다.
실키와 스프라이트는 시간을 들여 찾을 수 있다고 하지만, 요정의 둥지는 조금 달랐다.
강신이 작성한 소설에 나오는 요정의 둥지는 외형이 전부 달랐기에, 어떻게 생겼다고 특정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니즈와 계약한 건 어디까지나 이상 현상을 해결하는 것까지였다.
즉, 요정의 둥지를 제거하는 일은 계약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말이었다.
최대한 요정의 둥지를 찾으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찾지 못하면 주기적으로 요정들을 쫓아내면 그만이었다.
“오늘은 조금만 더 둘러보고 철수할까요.”
조금 마음이 가벼워진 덕분일까, 강신은 미소를 지으며 일행들에게 말했다.
그렇게 첫날 탐색은 아무런 사고도 없이 다수의 실키와 세 마리의 스프라이트를 발견하고 종료되었다.
* * *
다음날 오전에는 휴식을 취한 강신과 일행들이 오후가 되어서야 다시 컨퍼런스룸에 모였다.
“하아암….”
비교적 멀쩡해 보이는 현장 요원들과는 달리 김대리는 꽤 피곤해 보였다.
그야, 숙소에 돌아와서도 다음날 사용할 장비들과 물품들을 정리하느라, 잠잘 시간을 뺏겼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조금 더 주무셔도 되는데요.”
강신이 그런 김대리를 보며 걱정스럽게 말했지만, 김대리는 얕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에이, 하루 정도는 괜찮습니다.”
“괜찮기는….”
이순자가 김대리의 피곤해 보이는 몰골을 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니즈 랜드에서 조명을 설치하고 있는 장웨이가 빠진 상태에서 회의가 시작됐다.
스프라이트의 위치와 숫자, 색은 물론이고 전날 생략됐던 실키들의 위치까지 자세하게 공유되었다.
대충 회의가 끝나자, 강신은 마지막으로 요원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할 일도 어제와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오늘 할 일이라고 해봐야 어제 확인했던 곳을 다시 한번 탐색하는 일이 전부였다.
“그리고 내일도 그렇고, 내일모레도 같겠죠.”
강신은 1팀, 3팀 요원들을 쭉 둘러봤다.
“여러분은 아마 지겨울 정도로 같은 곳을 확인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곳은 고맙게도 위험도가 낮아서 큰 사고가 없으리라 판단됩니다.”
그리고 팀장들과 김대리를 한번 바라봤다.
“그럴수록 사소한 것 하나 놓쳐서는 안 됩니다.”
항상 현장 팀의 팀장들이 요원들에게 강조하던 말이었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보고해라,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아라.
보통 이 말들은 같은 상황이 계속되거나 기강이 풀렸을 때 쓰는 말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강신은 왠지 모르게 지금 이 말을 해야 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놀이 공원은 사람의 기분을 풀어지게 하는 마성이 있었다.
그렇다고 요원들이 풀어지는 모습을 보인 건 아니었지만, 요원들이 풀어지려 할 때 다시 한번 지금 말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어제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말은 아니니, 그렇게 팀원을 바라볼 필요는 없습니다.“
강신의 말을 듣고 오해한 척준신과 이순자가 무서운 눈으로 자기 팀원들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둘을 말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두 팀장을 진정시키고 강신은 다시 입을 열었다.
”뻔한 잔소리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그럼, 개인 정비를 마치고 정해진 시간에 다시 탐색을 시작할 테니, 그전까지는 자유롭게 지내시면 됩니다.”
굳이 더 길게 이야기할 이유가 없었다.
강신은 요원들이 더 긴장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이지, 스트레스를 주려는 게 아니었으니까.
이런 강신의 경고는 그날부터 바로 효력을 발휘했다.
전날과는 달리 요원들이 평소보다 더 진지하게 작전 지역을 탐색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보고를 해왔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장난을 치지 않은 소수의 스프라이트가 추가로 발견되었다.
그렇게 이틀, 사흘, 나흘.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장웨이가 매일 정리하는 상황판은 점점 여러 가지 표식들로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