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08
307화
낮에 충분히 놀면서 사기를 올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번 작전을 해결하면 받게 될 보상이 아주 달콤해서일까.
어찌 됐든 현장 요원들은 낮과 다르게 진지한 얼굴로 폐장된 지니즈 랜드로 진입했다.
“지니즈에서 사설 경비 인원들을 일부 제외하고, 저희를 넣었다고 합니다. U.M.A를 탐색하다가 혹여나 일반인을 발견하면 매뉴얼대로 조치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경비 인원을 전부 내보내는 게 좋았겠지만, 성신의 요원들만으로는 U.M.A를 탐색하며 경비까지 하기엔 지니즈 랜드가 너무 넓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니즈의 경비들이 U.M.A의 존재는 모르지만, 지니즈 랜드에서 출몰하는 유령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에게 성신 요원은 유령을 퇴치하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었다.
그렇게 성신의 요원들은 각자 맡은 구역으로 이동했다.
강신은 평소처럼 척준신, 김대리와 함께 움직였다.
“저희는 캐리비안 해적 어트랙션을 먼저 가보죠.”
이미 장웨이를 통해 스프라이트가 있다고 검증된 지역이었다.
강신은 일행들과 어트랙션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며 주변을 살폈다.
‘조명이 비어있어서 그런가? 조금 스산한 느낌이네.’
태양광을 교체 중인 곳이 있어서인지, 지니즈 랜드 곳곳에는 조금씩 조명이 비어있었다.
그 여파로 놀이 공원 분위기가 평소보다 더 을씨년스러웠다.
그러나 분위기와는 다르게 수상한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제가 너무 기대했나요. 저는 밤만 되면 놀이 공원 전체에 실키가 돌아다닐 줄 알았는데….”
김대리는 조금 실망한 눈치였다.
“그렇게 쉽게 발견됐으면 뼛가루를 뿌리러 몰래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소문이 났을걸요.”
아이를 잃은 부모가 살아생전 가장 좋아했던 장소인 지니즈 랜드에 뼛가루를 뿌리기 위해 몰래 침입하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잘못된 행동이지만, 강신은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었다.
아이를 가슴에 묻는 이들이 어떤 심정으로 그런 행동을 했을지 상상하면, 아이가 없는 강신도 가슴이 먹먹해졌으니까.
사소한 잡담을 하다 보니, 어느새 목표했던 놀이기구가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캐리비안의 해적 어트랙션이 있는 파크는 나무가 울창하고, 원래부터 조금 어두운 장소였다.
그런 곳에 조명도 몇 개 빠지자, 해적 테마의 놀이 기구가 아니라 귀신의 집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어둡네요. 낮이랑은 확실히 분위기가 딴판인데요.”
김대리가 살짝 겁먹은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강신과 척준신은 전혀 괘의치 않았고, 성큼성큼 놀이 기구가 있는 내부로 들어갔다.
“가, 같이 가요!”
김대리가 혼자 남겨질까봐 서둘러 강신과 척준신의 뒤를 따라갔다.
놀이 기구는 이미 운행이 종료되어 모든 전원이 꺼져있었다.
“음…. 한 명은 이곳에서 놀이 기구를 조작해야겠네요.”
강신이 놀이 기구를 보며 말하자, 척준신의 시선이 김대리에게로 향했다.
“어…. 설마 저 혼자서 여기서 놀이 기구를 조작하라고 하시는 건 아니시겠죠?”
그의 질문에 강신과 척준신이 아무 말도 없이 빤히 쳐다보자, 김대리의 표정이 점차 일그러졌다.
“차…. 차라리 제가 탈게요! 강책임님이나 척부장님이 여기서 놀이기구를 조작해 주세요!”
하지만 그의 의견이 받아질 리 없었다.
강신과 척준신이 아무 말도 없자, 결국 김대리는 울상을 지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척준신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강신은 이 상황이 뭔가 재밌었는지, 피식 웃어버렸다.
“아니, 김대리님 저번에 영상으로 보실 때는 전혀 무서워하시지 않았잖아요.”
지니즈에서 보내준 영상과 사진뿐만 아니라, 장웨이가 이곳에서 촬영했던 영상을 봤을 때도 김대리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현장에서 이렇게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이니,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그야 그건 영상이고 사진이잖아요…. 저는 이 오싹한 분위기 속에서 혼자 남는 게 정말 싫습니다.”
지원 요원으로 이런 현장을 돌아다니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회사의 기본 원칙상 김대리의 곁에는 항상 다른 요원들이 함께였다.
혼자 남겨지는 일은 별로 없었고, 별 탈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음, 김대리님이 이렇게 무서워하실 줄은 몰랐네요….”
“이곳에 있는 게 유령이 아닌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김대리는 이미 이곳에 있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다.
그런데도 덜덜 떠는 김대리를 보며 척준신이 인상을 찌푸렸다.
“공포물을 잘 보는 사람들은 모르는 심정이라고요….”
울상을 짓는 김대리가 궁핍한 변명을 했다.
김대리는 공포 영화라면 질색을 하는 사람이었다.
영화에 나오는 귀신이나 괴물들이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공포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거기에 나오는 귀신이나 괴물보다는, 그들이 출몰하기 전 적막한 분위기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을 더 싫어했다.
이 놀이 기구를 혼자 조작하는 건, 김대리가 공포 영화에서 가장 싫어하는 부분을 직접 체험하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그런 변명이 척준신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아무리 위험도가 낮다고는 해도 여기는 엄연히 현장일세.”
무슨 위협이 있을지 모르는 현장.
척준신은 현장에서 요원들이 풀어지는 모습을 보이면 크게 화를 냈다.
낮에는 강신이 먼저 살며시 귀띔을 해주어 요원들이 자유롭게 보낼 수 있도록 배려했지만, 저녁 시간은 아니었다.
지금 척준신이 크게 화를 내지 않는 건, 김대리가 현장 요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으….”
척준신의 이야기에도 김대리는 표정이 사색이 될 정도로 정말 싫어하는 눈치였다.
분위기가 점점 안 좋아지자, 강신이 둘 사이를 중재했다.
“두 분 모두 진정하세요. 다른 조를 추가로 부르면 되는 일인데, 굳이 이렇게 싸우실 필요는 없죠.”
굳이 사소한 일로 싸울 필요가 없었다.
강신이 통신 장비로 근처를 탐색하고 있는 이순자를 불렀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순자가 두 명의 요원과 함께 강신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눈치 빠른 이순자는 강신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척준신과 김대리의 상태를 보고,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그녀는 대뜸 척준신과 김대리에게 말했다.
“흐음~ 어련히 알아서 잘들 하시겠지만, 뭐가 됐든 일하는 데 지장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녀의 말에 뼈가 있다는 게 느껴졌는지, 김대리뿐만 아니라 척준신도 헛기침을 했다.
“하하…. 조금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이부장님 죄송하지만, 놀이 기구 조작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강신이 다시 한번 중재하자, 이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그럼, 저희는 바로 놀이 기구에 타겠습니다. 자, 두 분은 저와 가시죠.”
강신이 앞장서서 놀이 기구에 탑승하자, 척준신과 김대리가 아무 말 없이 그를 따라 놀이기구에 탔다.
그들이 놀이 기구에 탑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멈춰있던 놀이 기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첫 바퀴는 그냥 타보죠. 놀이기구가 원래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해야 하니.”
강신의 말에 척준신은 묵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대리는 주위에 일행이 있어도 아직 겁이 나는지, 놀이 기구의 손잡이를 꽉 잡은 상태로 살짝 떨고 있었다.
해적들과 해골, 그리고 파손된 배들이 가득한 공간을 지나 놀이 기구는 탑승장소로 돌아왔다.
“어땠나요?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나요?”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순자가 묻자, 강신은 턱을 쓸며 말했다.
“글쎄요…. 이상한 일은 없었습니다. 한 바퀴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이순자가 털털한 미소를 지으며 손짓하자, 장치를 조작하는 요원이 다시 놀이 기구를 작동시켰다.
“이번에는 말을 걸어보겠습니다.”
강신의 대답에 김대리가 마른침을 삼켰다.
놀이 기구가 중간쯤 이동했을 때, 강신이 장웨이의 영상에서 나왔던 것처럼 영어로 말했다.
“조지, 놀이 기구를 멈춰줘.”
그러자, 첫 번째 바퀴에서는 멈추지 않았던 놀이 기구가 무엇인가에 걸린 것처럼 흔들리며 멈췄다.
덜컹!
“히익…. 진짜 멈췄어요….”
갑자기 놀이 기구가 멈추자, 옆에 있던 김대리가 겁에 질린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더니, 겁에 질려 부들부들 몸을 떨어댔다.
곧 장웨이가 겪었던 것처럼 놀이 기구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덜컹, 덜컹!
“으아악!”
결국, 두려움을 참지 못한 김대리가 비명을 질러대자 놀이 기구가 더 격렬하게 흔들렸다.
강신은 겁먹은 김대리를 그대로 내버려 두고,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뭔가를 발견하고는 척준신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척준신이 강신을 바라보자, 강신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조심스럽게 가리켰다.
손가락이 가리킨 장소에는 해적 인형이 있었고, 그 옆에 희미하게 보이는 작은 빛덩어리가 있었다.
“반딧불? 아니, 그거보다는 조금 큰 것 같은데.”
크기뿐만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반딧불은 노란색 빛을 내는 것에 반해, 지금 보이는 빛덩어리는 은은한 하얀빛을 내뿜고 있었다.
얼마나 은은한지, 주변의 조명보다 더 가물가물하게 보일 정도였다.
“저게 스프라이트입니다.”
강신이 일행들만 들릴 정도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척준신은 빛덩어리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우아악! 그만! 제발 그만!”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결국 김대리가 지쳐서 더 이상 반응하지 않자, 멈춰있던 놀이 기구는 다시 작동했다.
강신 일행은 장웨이보다 오랜 시간 붙들려 있었다.
놀이 기구가 다시 출구로 들어오자, 이순자가 그들을 반겨 주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확인했나 보네요.”
출발했던 놀이 기구가 움직이지 않아 전보다 훨씬 늦게 돌아왔다.
이순자는 강신 일행이 이번엔 스프라이트를 만났다는 걸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놀이 기구가 완전히 멈추고 강신과 척준신이 내렸다.
이순자가 김대리를 상태를 보고 피식 웃더니, 그를 가볍게 들어 올려 어깨에 들쳐멨다.
놀이 기구의 작동을 멈춘 일행은 해적 테마 놀이 기구를 빠져나왔다.
강신과 일행들이 지니즈 랜드의 중심 거리로 나오자, 이순자의 어깨에 들려 있던 김대리가 입을 열었다.
“이제 내려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뭐, 그래요. 여기까지 왔으면 충분하겠죠.”
김대리의 요청에 이순자가 별말 없이 그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김대리는 언제 겁에 질렸냐는 듯이 멀쩡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김대리에게 척준신이 다가가 격려의 말을 했다.
“정말 고생했네.”
“아닙니다. 어색하지는 않았습니까?”
척준신의 격려에 김대리가 머리를 긁적이며 부끄러워했다.
조금 전까지 둘의 사이가 상당히 틀어졌던 것 같았던 게 거짓말처럼 보일 정도였다.
“후후, 모르고 봤으면 나도 깜짝 속았겠는데.”
이순자가 척준신의 말을 거들자, 강신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대리님, 정말 배우 뺨치는 연기 실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