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07
306화
강신과 일행들은 LA에 도착했다.
따로 숙소를 잡지 않고, 바로 애너하임에 있는 지니즈 랜드로 이동했다.
지니즈에서 편의를 생각해 놀이 공원에서 운영하는 숙소를 제공한 덕분이었다.
지니즈에서 제공한 숙소는 지니즈 랜드에서 1.4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숙소에는 수영장은 물론이고 피트니스 시설까지 있었으며, 레스토랑과 저녁에는 간단하게 한잔할 수 있는 바(Bar)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시설 또한 깨끗해 작전을 진행하면서 이곳에서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으리라 판단됐다.
강신은 일행들과 숙소에서 간단히 짐을 풀고, 지니즈 랜드로 이동했다.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었기에, 인원을 나눠 이동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가한 평일이었지만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그런지, 놀이 공원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오늘은 각자 흩어져서 놀이 공원 지리를 익히는 걸로 하죠.
-알겠습니다.
강신의 지시에 이순자가 대답하자, 요원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모습을 확인한 강신은 김대리, 척준신과 함께 움직였다.
“정말 사람이 많네요.”
어디를 가나 사람이었다.
“사람이 많아서 낮에는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없겠습니다.”
이런 곳에서 움직이면 사람들의 눈에 띄게 될 테니, 김대리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예 방법이 없진 않았다.
“게릴라성 이벤트로 위장하고, 움직이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어차피 요정들은 해가 지고 나서 움직이니, 낮에는 저희도 움직일 일이 없겠죠.”
스프라이트는 어두운 곳에서는 낮에도 종종 움직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실키는 완벽하게 해가 지고 나서 움직였다.
그렇게 일행들은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며, 놀이 공원을 산책하듯이 걸었다.
그러다 조명을 갈고 있는 놀이 공원 직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직원들이 그저 시설을 교체하는 모습으로 전혀 위화감을 느낄 수 없었다.
“조명 교체 팀은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군요.”
“네, 추가 설치할 조명은 나중에 설치하더라도, 기존의 등을 태양광으로 바꾸는 건 바로 가능하니까요. 그리고 전부 다 바꾸는 것도 아닙니다.”
마음 같아서는 전부 태양등으로 바꾸고 싶었지만, 지니즈에서는 저녁 퍼레이드에 영향이 간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우선 일부만 교체하는 것으로 이야기됐다.
강신은 지니즈 랜드 내부를 돌아다니며, 스프라이트가 등장했던 곳 위주로 확인했다.
그렇게 기본적인 탐색이 끝나고 다시 입구로 나왔을 때는 중천에 걸려 있던 태양이 저물고 있었다.
흩어졌던 요원들도 일정 간격을 두고, 모두 출구로 나와 있는 상태였다.
“따로 제지하지 않았다지만, 너무 풀어진 것 같은데.”
척준신이 싸늘한 눈으로 요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요원들의 손에는 이것저것 기념품이 들려 있었다.
그들의 표정 또한 평소와는 다르게, 군기가 바짝 든 것이 아니라 풀어지고 풀어져 헤실거리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시간은 충분하니, 너무 빡빡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죠. 오늘 하루 정도는 놀아도 괜찮습니다.”
이미 지시를 내릴 때부터 저런 모습을 예상했던 강신이 피식 웃으며 척준신을 말렸다.
“흠…….”
자신의 팀원들이었지만 현장에서는 강신이 지휘권자였기에, 척준신은 더는 아무 말하지 않았다.
둘의 대화를 통신 장비로 듣고 있던 요원들의 안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돌아가죠.”
1.4km 걸어가도 2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숙소로 돌아온 일행들은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컨퍼런스룸에 모였다.
컨퍼런스룸에는 먼저 도착한 장웨이가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장대리님.”
“아닙니다.”
가볍게 악수한 강신은 가장 앞자리에 앉았다.
일행들이 하나씩 자리를 채우고 더는 올 사람이 없자, 장웨이가 그간 이곳에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우선 실키는 주기적으로 출몰하는 걸 확인했습니다. 강책임님의 말대로 따로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더군요. 사람에게 발견되면 어째서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아마 사람이 놀라는 게 자신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겠죠.”
실키의 행동에서는 인간을 배려한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부분을 확인한 장웨이는 실키에게 측은함을 느낀 듯했다.
“실키를 내쫓아야 한다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리네요.”
인간의 입장만 생각해 아무런 해도 없는 실키를 일방적으로 내쫓는 것이니, 그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웨이가 아직 모르는 게 있었다.
“급하게 떠나시느라 말씀을 못 드렸는데, 실키는 개체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성격이 반전되는 개체입니다.”
“반전이라고 하시면…. 사람을 해치기라도 하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만….”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집안 물건을 정리해주는 실키.
그러나 그들의 특성이 반전되면 오히려 스프라이트보다 더 골치가 아파졌다.
“주변의 물건을 어지럽히고, 사람들을 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걸 즐거워하게 되겠죠.”
“으음….”
보통 이런 경우는 정말 흔치 않았다.
실키는 스스로 개체 수를 늘리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실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요정의 둥지가 있는 이상, 계속해서 실키의 수가 늘어난다.
그 증거로 놀이 공원에서 실키가 목격되는 횟수가 증가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쉽게 실키를 처리할 방법이 있음에도 태양광으로 내쫓아 다른 곳으로 흩어지게 만들려는 겁니다.”
사실 태양광 말고도 실키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더 있었다.
그 약점은 나중에 실키들의 특성이 돌변해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만큼 실키들에게 치명적이었다.
약점의 정체는 바로 불이었다.
‘실크는 불에 잘 타니까.’
강신도 장웨이처럼 그저 존재했다는 것만으로 실키를 불태우는 건 탐탁지 않았기에, 번거롭지만 태양광을 이용해 내쫓는 계획을 세웠다.
“나름대로 U.M.A를 생각해서 움직이신 것이군요.”
“아무래도 살던 곳에서 내쫓는 것이니까요.”
강신의 대답에 장웨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동안 조명을 설치하며 계속 지니즈 랜드를 탐색해봤지만, 실키의 둥지라고 불릴만한 건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요정의 둥지는 일종의 요정을 생산해내는 알집과도 같았다.
둥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강신도 모를 정도로 베일에 싸여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요정의 둥지가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요정의 둥지가 하는 일은 딱 두 가지였다.
요정을 태어나게 하고, 혹시 모를 위협에서 생존하는 것.
그런 생존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같은 요정을 태어나게 하는 둥지라도 가지각색 천차만별로 모습이 모두 달랐다.
그래서 둥지를 찾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스프라이트입니다.”
음료수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요정이자, 현재 가장 골칫거리가 된 요정.
“첫 번째 스프라이트가 있다고 판단되는 곳은 캐리비안 해적 파크 내부에 있는 어트랙션입니다.”
일명 캐리비안의 해적 조지.
1950년대, 이 어트랙션을 만드는 공사에 참여한 인부 조지가 사고로 사망했다.
그 이후, 조지의 유령이 어트랙션에 머물고 있다는 흔하디흔한 괴담이었다.
놀이 기구를 타고 있는 도중, 조지에게 말을 걸듯이 ‘조지 나는 너의 이야기를 믿지 않아’라고 말하거나 혹은 놀이 기구를 멈춰달라고 말하면 실제로 놀이 기구가 멈추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한다.
지니즈는 이 괴담을 없애기 위해서 2000년대 중반에 대대적인 리뉴얼을 감행했다.
이후 놀이 기구가 멈추는 사고가 사라졌다고 알려져 있었다.
지니즈는 대대적으로 기계적 결함이라고 공표했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놀이 기구가 멈추는 걸 막기 위해, 비밀 서약서를 쓴 직원들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조지에게 말을 걸었다라….’
직원들이 주기적으로 말을 거는 것만으로 놀이 기구는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지니즈의 입장에서는 이상 현상을 해결할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조치였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조지 괴담과 관련된 이상 현상은 며칠 전에 직접 확인했습니다.”
장웨이는 당시 상황이 찍힌 자신의 보호 장비에 부착되어 있던 보디캠 영상을 재생시켰다.
어두운 공간에서 어트랙션은 빠르지 않은 속도로 천천히 움직였다.
살짝 싸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이 기구의 이름답게 해골 그림이 그려진 선장모를 착용한 마네킹의 모습이 보였다.
나무 상자와 난파된 배, 그리고 해골까지.
천천히 움직이는 놀이 기구에서 장웨이가 낮게 말했다.
-조지, 난 널 믿지 않아.
장웨이가 영어로 중얼거리자, 놀이 기구에 문제가 생겼다.
-덜커덕.
천천히 움직이던 놀이 기구가 그 자리에 멈춘 것이다.
“원래 여기서 멈추는 건 아니죠?”
김대리가 묻자, 장웨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 놀이 기구는 천천히 움직이지만, 끝까지 한 번도 멈추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닙니다.”
장웨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영상에서 나오는 화면이 흔들렸다.
-윽….
영상에서 살짝 놀란 장웨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앓는 소리를 냈다는 게 창피했는지 장웨이가 헛기침하고는 영상 속 상황을 설명했다.
“크흠, 갑자기 놀이 기구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더군요.”
-덜컹덜컹.
잔잔한 떨림으로 시작했던 진동이 점점 심해졌다.
장웨이의 손이 당황해 놀이 기구를 꽉 붙잡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당장 탈선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걱정되려는 그때, 방금까지 있었던 흔들림이 거짓말처럼 뚝 하고 멈췄다.
그리고 영상은 거기에서 끝났다.
“음? 멈추는 게 끝인가?”
“네, 이후에는 별일 없었습니다.”
만들어진 영상이었다면 기승전결에서 결이 빠졌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허탈한 영상이었다.
“이 부분을 촬영하기 위해 놀이 공원이 폐장하고, 25번이나 탔습니다.”
그 정도 정성이면 스프라이트 입장에서도 불쌍해 보여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었다.
“생각보다 상황이 나쁜 건 아니네요.”
그저 놀이 기구가 멈추고 흔들린 영상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그것만으로도 조지라고 불리는 스프라이트의 장난이 그리 심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하긴…. 사람이 다칠 정도로 장난을 치는 건 아닌 것 같네요.”
“네. 이 정도면 계획을 조금 바꿔도 되겠어요.”
최초 계획은 이러했다.
먼저 실키를 내쫓을 준비를 하면서 스프라이트 탐색한다.
태양등이 준비되면 실키를 내쫓고, 스프라이트를 상대한다.
그 후 천천히 요정의 둥지를 찾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스프라이트의 장난 수준이 그저 사람이 놀래키는 정도라면, 실키와 상관없이 움직여도 될 것 같았다.
강신은 컨퍼런스룸 중앙에 달린 시계를 바라봤다.
시계의 시침은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마침 시간도 괜찮네요. 지니즈 랜드의 폐장 시간은 10시 30분, 3시간이면 준비하는데 충분하겠죠?”
“물론이지.”
척준신과 다른 현장 요원들이 낮과는 달리 진지한 얼굴로 의지를 다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본 강신은 가볍게 농담을 던지며, 작전의 시작을 알렸다.
“낮에 충분히 즐기셨으니, 이제 제대로 된 탐색을 시작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