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19
318화
“이제 와서 놓치면 안 되니까, 조심히 접근해!”
강신은요원들의 도움으로 보트에서 탈출했다.
그는 자신과 함께 공간의 틈에서 나왔던 스프라이트들이 이순자의 지휘 아래 포획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강책임, 고생했네.”
요정의 둥지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 척준신이 다가왔다.
“아닙니다. 오히려 척부장님이 인형을 빠르게 제압해 주셔서 살았습니다.”
척준신이 순식간에 인형을 제압해 주지 않았다면 강신은 보트를 타고 내부를 한 바퀴 더 돌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건 결코 강신이 원하던 결과가 아니었다.
“이제 저쪽도 슬슬 마무리되어 가네요.”
강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순자가 마지막까지 반항하던 녹색의 스프라이트를 포획했다.
“좋아, 이게 마지막.”
이순자가 스프라이트를 포획한 환경 채취용 용기를 가까이 있는 요원에게 넘기고 강신과 척준신에게 다가왔다.
“이런, 제가 제일 늦었네요.”
“나도 이제 막 왔으니, 그리 느린 건 아닐세.”
이순자가 갑자기 힐끗 척준신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표정은 척준신에게 뭔가 묻고 싶은 게 많아 보였다.
‘그야 그럴 만도 하지, 저번보다 더 강해지셨으니까.’
지난번이라고 해봐야 며칠 전이었다.
척준신은 벽을 넘을 실마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이가 나간 검을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정말 척준신은 하루하루가 다를 정도로 폭발적으로 실력이 상승 중이었다.
무인이 아닌 강신조차 어떻게 된 건지 의문이 드는데, 같은 동종 업계 사람인 이순자가 관심이 없을 리 없었다.
척준신은 실력이 늘면서 눈치도 상당히 빨라졌는지, 이순자를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보지 않아도 이번 일이 끝나면 내가 이번 현장에서 얻은 것들을 자세히 알려주겠네.”
폐쇄적인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자신이 깨달은 것들을 굳이 숨기는 시대가 아니었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귀중한 깨달음을 공유해 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물론 그걸 이해하는 건 자신의 몫이겠지만….’
아무리 깨달음을 전해준다고 해도 직접 겪지 않으면 당사자만큼 확 실력이 늘진 않겠을 것이다.
그래도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아니라, 이순자의 표정이 꽃이 만개한 것처럼 활짝 펴졌다.
그리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이는 눈으로 척준신을 바라봤다.
“정말이죠?”
“그럼, 이런 걸 굳이 숨길 이유는 없지.”
“약속하신 겁니다?”
“아, 거참 속고만 살았나.”
세상을 다 가진 듯이 좋아하는 이순자.
강신은 더 내버려 뒀다간 이야기가 길어질 거란 걸 직감하고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자자,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시죠. 저희 아직 처리할 일들이 남았잖아요?”
요정의 둥지를 채취하고 스프라이트를 포획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 남아있었다.
“그것 말인데, 꼭 그들을 구해야겠나?”
이미 작전 계획까지 짜놓았는데, 갑자기 척준신이 이번 일을 반대하고 나섰다.
갑작스러웠지만 강신은 척준신이 아무 이유 없이 반대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이유를 물었다.
“갑자기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뭔가 느끼신 게 있는 거죠?”
그런 강신의 물음에 척준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실력이 향상돼서인지, 전보다 상대의 역량이 더 자세하게 느껴지네.”
탐색할 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이 척준신에게 조금씩 더 보이기 시작했다.
강신과 비슷한 위험을 알리는 종류의 직감은 아니었지만, 상대의 강함을 측정하는 건 강신의 직감보다 더 뛰어났다.
그리고 척준신은 인형을 베어낼 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베어냈지만 확실하게 느꼈다.
강신이 타고 있던 보트에 강해진 척준신조차 식은땀을 흘리게 할 정도로 위험한 존재가 있다는 것을….
“그게 어떤 개체였는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네.”
4인 가족 중 한 명인지, 아니면 4명 다 그런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자칫 잘못해 구조 중 전투가 벌어지면 척준신조차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위험 부담이 너무 크고 얻을 게 없는 싸움이네.”
“얻을 게 없긴요. 저희는 이곳에서 이상 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온 거잖아요.”
지니즈가 의뢰한 건 요정의 둥지와 요정을 잡아달라는 게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 걸 멈추게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리고 잇츠어스몰어스에서 일어나는 이상 현상 중 당면해 있는 이 현상은 가장 유명한 일화였다.
“하지만 굳이 운행이 중단된 놀이기구에 일어난 이상 현상을 해결할 이유도 없지.”
“…….”
척준신의 날카로운 지적에 강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잇츠어스몰어스는 애초에 운행이 중단된 놀이 기구였다.
사실상 이곳에서 일어나는 이상 현상은 해결하지 않아도 지니즈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접 뛰어들지 않아도 해결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 않나.”
강신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옆에서 이순자가 척준신의 말을 동의했다.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운행하지 않는 이 놀이 기구를 철거하고 새로 만드는 방법도 있을 테고….”
해결만이라면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었다.
큰 비용과 많은 인력이 투입되겠지만, 어찌 되었든 안전과 바꿀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강신은 그들의 말에 반론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지금 나타나는 개체가 다시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보증도 없잖아요.”
“그렇다면 지니즈와 얘기해서 이 장소에 놀이 기구 대신 다른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음….”
강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척준신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강책임, 자네는 단지 저들을 구할 구실을 찾고 있을 뿐이네.”
가끔 강신은 누가 봐도 불합리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척준신은 머리가 잘 돌아가는 강신이 그런 선택을 한다는 게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중에 그 선택이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는 크게 반대를 하지 않고 강신의 의견을 따라주었다.
그동안 그런 상황에서 척준신이 반대하지 않았던 건 조금 손해 보더라도 그 상황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나도 자네가 결정한 일에 웬만하면 반대하고 싶지 않지만, 이번엔 정말 위험하네.”
자신이 갔던 폐교 전시회보다 더 위험하다는 직감이 계속 강신을 말리라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반대한 적이 있었을까.
척준신이 완강하게 반대하자 강신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위험한 건가?’
강신과 척준신이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에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었다.
강신은 놀이 기구에 타고 있는 4인 가족이 강하거나, 위험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강신이 위험을 느낀 건 다른 부분이었다.
‘놀이 기구를 오래 타고 있으면 안 된다는 느낌이었는데.’
4인 가족은 위험하다기보다 불쌍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척준신은 위험한 존재가 있다고 말했다.
‘뭔가 이상해.’
강신은 첫날 잇츠어스몰어스를 탑승했을 때, 자신이 내리지 못하게 했던 4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척준신의 말대로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존재들이었다면, 강신이 그날 놀이 기구에서 내리지 못했어야 정상이었으니까.
결국, 강신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한번….”
“음?”
강신이 말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척준신이 강신을 뻔히 바라봤다.
“한 번만 더 타보겠습니다.”
“자네 정말….”
척준신이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고 강신을 뻔히 바라봤다.
이렇게까지 말리는데도 강신이 고집을 꺾지 않으니, 척준신으로서는 답답할 뿐이었다.
“꼭 해결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만약 이번에 그들을 구출하지 못한다면 척부장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확고한 강신의 눈을 본 척준신은 자신이 아무리 설득해도 현재 그의 마음을 돌릴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강제로 가지 못하게 할 수도 없었다.
어찌 되었든 이곳의 현장 책임자는 강신이었으니까.
“후우…….”
척준신이 깊은 곳에서 나오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대신 조건이 있네.”
결국, 척준신은 허락할 수밖에 없었지만 강신에게 조건을 걸었다.
“네, 말씀하세요.”
“우선 지금 바로 출발하지 말고 조금만 대기하다가 출발했으면 좋겠군.”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리고요?”
“자네가 말했던 것처럼 딱 한 번일세. 그 이상은 절대 안 돼.”
“알겠습니다.”
“들어가기 전까지 잠시 정비나 좀 하고 있게. 잠시 어디 좀 다녀오지, 이 부장 잠시 나 좀 도와주겠나?”
“알겠습니다.”
척준신은 강신의 확답을 듣고는 이순자를 데리고 황급히 잇츠어스몰어스에서 벗어났다.
강신은 척준신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게 무엇이든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그저 믿고 기다렸다.
-각 요원, 작전 현황 보고하도록.
척준신의 목소리가 요원들에게 현황보고를 지시하자, 작전에 임하고 있던 현장 요원들이 곧장 자신들의 상황을 보고했다.
-Y조 3개 작전 중 2개 작전 수행 완료. 마지막 작전 진행 중 10분 이내로 종료될 예정입니다.
-P조 전 작전 완료, 대기 중입니다.
-Q조…….
모든 요원이 보고하자, 다시 척준신이 통신 장비를 이용해 다시 요원들에게 말했다.
-작전 종료된 모든 현장 1팀 요원은 U.M.A를 3팀이 인계해, 지원 요원에게 넘겨준다. 그리고 1팀 요원들은 잇츠어스몰어스로 집합, 3팀은 코드 블랙용 추가 장비를 가지고 집합할 수 있도록.
척준신은 모든 요원을 강신이 있는 잇츠어스몰어스로 불러모았다.
그 와중에 척준신은 현장 3팀 요원들에게 코드 블랙용 장비까지 챙겨오라고 지시했다.
성신의 코드 블랙.
이름만 들어도 암울해지는 코드 블랙은 무엇일까?
보통 U.M.A가 등장한 현장에서 요원들은 U.M.A를 잡기 위한 최소한의 장비만을 사용했다.
이는 쓸데없는 비용이 낭비되는 걸 막는 의미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외부의 시선 때문이었다.
U.M.A를 잡겠다고 RPG 같은 대전차 화기나 클레이모어 같은 산탄 지뢰를 사용한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될 위험이 컸다.
그래서 현장 요원들은 냉병기나 소음기가 달린 권총처럼 조용한 무기들을 선호했다.
총기가 합법인 곳에서는 총기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 이상의 화력을 지닌 무기들의 사용은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U.M.A는 말 그대로 미확인 생명체였다.
판단을 잘못하는 순간, 사람이 죽어가는 현장에서 최소한의 장비가 어떤 건지 어떻게 판단한단 말인가.
그래서 도입된 게 바로 현장에 지원 요원들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코드 블랙이었다.
현장에 있는 U.M.A가 도저히 가진 장비만으로 감당이 되지 않아, 일반인들에게 U.M.A의 존재가 노출될 위기에 처했을 때.
U.M.A를 포획하는 게 아니라, 사살할 목적으로 내려지는 코드였다.
당연히 코드 블랙 장비는 살상력이 높은 무기들이었다.
블랙은 웬만해서는 잘 내려지지 않는 코드였다.
위험한 U.M.A를 상대하기 위함이지만, 그만큼 강력한 무기는 근처 시민이 휘말리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사건을 은폐하기도 힘들기에, 대부분 과격 단체의 폭탄테러라고 공표하기도 했다.
즉, 코드 블랙은 현장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위험도라고 판단했을 때만 내려졌다.
그리고 척준신은 현재 강신이 타려고 하는 잇츠어스몰어스를 그만큼 위험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