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21
320화
이순자는 보트로 뛰어내리려는 강민수를 뒤로 던지고, 척준신을 도우려고 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일어난 상황을 보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지금 무슨….”
척준신이 강신의 팔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 누구보다 강신의 안전을 생각했던 척준신이 한 행동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팔을 놓친 게 아니라 척준신이 자의적으로 놓았다는 점이다.
“척부장님?”
강신의 손을 놓은 척준신의 행동에 의문을 갖고, 이순자가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뭔가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척준신의 표정이 분노한 야차처럼 일그러진 상태로 강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째서 척준신은 강신의 팔을 놓았으며, 스스로 놓았음에도 저렇게 화를 내는 것일까.
이순자는 허망한 눈으로 보트에 탄 강신이 다시 터널로 진입하는 걸 보면서 척준신에게 말했다.
“도대체 왜?”
“쯧.”
가볍게 혀를 차는 척준신을 보고 이순자가 언성을 높였다.
“무슨 말이라도 해주세요. 도대체 왜 놓으신 거예요! 위험하다면서요!”
“나라고 놓고 싶어서 놓은 줄 아나?”
쾅!
화를 참지 못한 척준신이 괜히 주변에 있는 장비를 신경질적으로 발로 찼다.
“힘이 부족했던 건가요? 제가 그냥 강민수 요원을 내버려 두었어야 했나요?”
이순자가 묻자 척준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힘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강민수를 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네. 지금 상황은 단지 강책임이 원해서 이렇게 된 것뿐이야.”
조금 전, 이순자가 강민수를 제압하기 위해 강신의 팔을 놓았다.
당연히 척준신의 힘만으로 강신을 끌어 올릴 수 없었다.
“크흡!”
그저 버티는 것만으로도 한계인 상황.
그런데 갑자기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기분 탓이라 생각했지만 이내, 척준신은 기분 탓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안간힘을 쓰던 척준신이 주변을 둘러보는데, 강신을 붙잡고 있던 4인 가족 중 둘이 강신의 몸을 놓았다.
어째서 피눈물을 흘리며 보트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던 이들이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건 어째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가 아니었다.
어찌 되었든 척준신에게는 기회가 생긴 것이었으니까.
‘이대로 이 부장이 올 때까지만 버티면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없던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그 희망은 이어지는 강신의 행동에 의해 사라졌다.
서로의 팔을 강하게 잡고 있던 강신이 손에서 힘을 풀었기 때문이다.
강신이 척준신의 팔을 놓자, 가중되던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졌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척준신이 인상을 찌푸리며 뭐라고 하려는 찰나, 강신이 척준신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부장님, 아직 ‘한 번’ 안 끝났습니다.”
“말장난을….”
분명 놀이 기구에 탑승 전 강신이 척준신과 합의했던 건 단 한 번의 시도였다.
한 번의 시도란 한 바퀴라는 의미를 잠정적으로 포함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신이 내리지 않았으니, 아직 한 번의 시도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다.
척준신은 강신의 말이 말장난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정말 마지막으로 시도해볼 만한 게 있습니다. 그것마저 실패하면 혼자서라도 탈출하겠습니다.”
“큭….”
“약속하겠습니다.”
모든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강신의 눈은 흔들림이 없었다.
손은 무거웠고 버티는 것도 한계였다.
조금만 기다리면 이순자가 오겠지만 강신의 확고한 표정은 이순자가 온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척준신이 계획이 어그러진 것부터, 강신의 돌발 행동까지 현재 상황에 화가 났다.
하지만 이미 강신은 마음을 굳혔고, 척준신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약속 꼭 지키게.”
“네.”
그렇게 강신의 대답을 들은 척준신은 결국 강신의 팔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척준신은 강신의 팔을 놓자마자, 자신의 허리를 잡고 당기는 요원들의 힘을 굳건히 버텨냈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그 자리에 서서 강신을 무서운 눈으로 계속 바라봤다.
그리고 그 모습을 이순자가 보게 된 것이었다.
“하…. 진짜 강책임님 고집은 알아줘야겠네요.”
이순자는 척준신이 화가 난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다 같이 항의라도 하죠.”
허겁지겁 나온 김대리가 척준신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꺼낸 말이었지만, 척준신과 이순자도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항의는 항의고, 우선은 한 바퀴 돌기 전에 서둘러 재정비해야겠네요.”
이순자는 이미 대부분 박살이 난 장비들을 확인하며 말했다.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단 1초라도 움직임을 지연시킬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니었다.
그렇게 이순자는 엉망이 된 현장을 재정비했고, 척준신은 강신이 나올 출구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재정비하는 동안 다른 요원들은 혼자 급발진해 일을 단단히 꼬이게 만든 강민수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잔소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 *
한편 보트를 타고 터널로 진입한 강신은 어째서 자신의 직감이 이 놀이 기구를 타지 말라고 했는지, 몸소 깨닫고 있었다.
“으그극!”
강신은 터널을 지나자마자, 이를 악물고 버텨야 했다.
‘젠장.’
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 바퀴는 맛보기였다는 것처럼 두 번째 바퀴부터는 거대한 중력이 강신의 몸을 짓눌렀다.
건장한 강신이 이 정도로 힘들었으니, 일반인이나 노약자였다면 버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내가 선택한 거야, 그러니까 버텨.’
으드득.
강신이 이를 악물며 간신히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흉측한 모습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4인 가족의 모습이 보였다.
사실 강신도 척준신의 생각처럼 단 한 번의 시도를 첫 바퀴에 끝내려고 했었다.
4인 가족이 강신의 몸에 매달려 요원들과 줄다리기를 할 때까지만 해도 이들을 포기하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강신이 생각을 바꾼 건 강신의 몸에서 손을 뗐던 두 존재 때문이었다.
가족의 부모로 보이는 두 개체.
그들은 분명 오랜 세월 끔찍한 고통을 겪으면서 어떻게든 이곳에서 빠져나가고 싶어 했다.
그런데 어째서 마지막에 강신의 몸에서 손을 뗀 것일까.
강신에게 붙어 있어도 나갈 수 없을 것 같아서?
‘그건 아니었어.’
갑자기 가벼워지는 몸을 느끼고 돌아봤을 때, 강신은 흉측하지만 그들의 표정을 확실히 봤다.
분명 크게 아쉬워하면서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귓가에 울렸던 그들의 목소리.
-부디 아이들만이라도….
이제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모습이었고, 이번이 아니면 끔찍한 고통으로 가득한 이곳에 평생 갇히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안위를 포기하고 아이들을 챙겼다.
그들의 행동은 누구보다 인간다웠다.
‘애초에 이들은 그리 악독한 이들이 아니야.’
처음 강신에게 매달렸던 것도 강신을 못 나가게 붙잡은 게 아니라, 이곳에서 빠져나가고 싶어 했던 것뿐이었다.
지금 자신을 보고 있는 4인 가족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들은 현재 강신의 상태를 보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어떻게 하지.”
“아아…. 우리를 구하려다가.”
생긴 것과 다르게 강신을 걱정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강신은 짓누르는 고통 속에도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그들은 강신이 현재 겪고 있는 고통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이곳에 온 강신을 보며 그저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사과하지 마세요, 한 번 더 기회가 있으니까요.”
강신이 말했지만, 그들은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이미 지운 상태였다.
첫 번째 바퀴에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상황이 더 안 좋은 두 번째 바퀴에 성공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일반적인 상식이라면 그들의 생각이 맞았다.
하지만 강신은 일반적인 상식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이제 슬슬 시간이 됐는데.’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순간 강신의 몸 깊숙한 곳에서부터 뜨거운 무엇인가가 솟아났다.
“스읍…. 후우….”
강신이 깊게 숨을 마시고 내뱉자, 하얀 김이 흘러나왔고 강신의 몸은 붉게 물들었다.
방금까지 강신을 괴롭히던 중력은 이제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겨울 나비의 날개 가루 효과가 시작된 것이었다.
억지로 움직인다면 혼자 보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강신은 처음 그 자세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 알 수 없는 힘이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니까.’
자신을 짓누르고 보트와 연결됐던 아라미드 로프를 태워버렸던 그 힘을 경계하며, 지금 보트가 어느 지점인지 확인했다.
‘중간 정도인가?’
인형이 모두 사라지고 무대만 움직이는 기괴한 내부를 보고, 강신은 현재 보트가 어디쯤 있는지 단번에 파악했다.
그렇게 강신은 놀이 기구가 다시 출구로 향할 때까지 숨죽이고 기다렸다.
실제로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신에게는 정말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흘렀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출구가 보였다.
‘시간 싸움이야. 빠르게 움직여야 해.’
보트가 출구로 나오자, 대기 중이던 요원들의 모습이 다시 보였다.
“발사!”
그들은 어느새 부서진 장비를 교체했는지, 새로운 장비에서 작살총을 발사했다.
이미 한번 경험이 있던 덕분일까.
발사된 작살들은 정확히 보트에 박혔다.
“당겨!”
이번에는 처음부터 작살에 연결된 로프에 모두 달라붙어 잡아당겼다.
아주 조금이지만 보트의 속도가 조금 줄었다.
곧 저 로프가 재가 될 걸 알지만 그 조금의 시간을 벌기 위해 요원들이 움직인 것이다.
강신은 요원들이 움직이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짓누르던 중력은 더는 강신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강신이 보트에서 몸을 일으키자, 그를 보고 있던 4인 가족이 깜짝 놀랐다.
“말했잖아요. 아직 기회가 남았다고.”
그들의 표정을 본 강신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강신이 마치 구세주처럼 보였다.
흘릴 눈물이 없어 그저 피눈물만을 흘리는 그들은 자신들이 하지 못했던 걸 해내는 강신을 보며 희망을 품게 됐다.
“아이들부터 보내죠.”
이미 부모가 했던 행동을 봤던 강신은 그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아이들부터 탈출시키기로 했다.
그들은 강신을 믿게 된 것인지 믿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지금이 이 끔찍한 고통을 주는 놀이 기구에서 벗어날 기회라는 걸 깨닫고, 바로 강신에게 가장 작은 아이를 안겨주었다.
강신이 아이를 받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척준신이 강신을 불렀다.
“강책임!”
척준신의 표정을 본 강신은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척준신이 저런 표정을 짓는 걸 처음 봤을 정도니까.
‘아이고…. 큰일 났네.’
일이 끝나고 크게 한 소리 들을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다.
“척부장님! 아이부터 받아주세요!”
사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작전이었음에도 척준신은 강신의 외침에 바로 자세를 바꿔 아이를 받을 준비를 했다.
“갑니다!”
강신이 기합과 함께 럭비공을 던지듯이 가장 체구가 작은 아이를 던질 자세를 취했다.
강화된 몸이었음에도 아이의 무게에 짓눌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강신은 이를 악물고 온몸에 더 힘을 주었다.
몸에 이상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억지로 힘을 짜냈다.
“으아아!!”
기합을 내지르며 강신이 손을 강하게 밀었다.
얼마나 강한 힘이 들어갔는지, 그들이 타고 있던 보트가 잠시 출렁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성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