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41
340화
신하린이 개인 큐브에서 강신과 인사하고 이틀이 지났다.
강신은 그녀를 보고 매우 놀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었다.
아는 사람이든 아니든 중요한 건 현장에서 다른 인원과 함께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으니까.
강신의 고집에 권영식과 임상무조차 한숨을 내쉬며 포기했지만, 신하린은 아니었다.
이틀이 지난 지금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강신을 쫓아다니고 있었다.
“아, 왜요~, 우리 편의점에서 일할 때는 사이 좋았잖아요.”
“그건 편의점이었으니까. 나는 오히려 네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는데.”
말로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사실 강신은 그녀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미 그때부터 나를 감시하기 위해 성신에서 붙여둔 것이겠지.’
취직하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일할 당시 자신과 꽤 친하게 지냈던 신하린이었다.
목적을 가지고 자신에게 접근했다고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나빠졌다.
“뭔가 오해하실까 봐 미리 이야기하는데, 그건 강책임님을 보호하려는 목적이 더 컸어요!”
애초에 편의점 자체가 강신을 감시하고 보호하기 위해 만든 지점이었다.
신하린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일한 다른 알바생과 사장까지, 모두 성신 요원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근무가 끝나면 편의점 근처에서 숨어서 강신을 감시 및 호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빠랑 대화한 건 따로 정해진 임무는 아니었구요.”
그녀가 강신을 대했던 건 모두 꾸밈없는 본래 모습이었다.
임무는 어디까지나 편의점 근처에서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다였으니까.
어찌 되었든 상부는 기존에 강신을 보호했던 경험이 있는 신하린을 다시 강신의 경호로 붙이려고 했다.
“내가 거절하는 이유는 그런 것과 상관없어.”
강신이 무심한 눈으로 신하린을 바라봤다.
“이유가 뭔데요? 설마 이번처럼 주변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에요?”
애초에 그들의 빈자리를 채우러 온 그녀가 이번 참사를 모를 리 없었다.
강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신하린을 째려봤다.
“맞네요. 오빠는 편의점에서 일할 때부터 항상 그게 문제였어요.”
함께 편의점에 일했던 기간이 짧지 않았던 터라 신하린은 강신의 성향을 잘 알고 있었다.
“착한 아이 증후군.”
“착한 뭐?”
착한 아이 증후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착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자신의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거나 지나치게 노력하는 증상이었다.
“오빠가 나갔던 모든 작전 현황을 살펴봤어요.”
신하린은 강신이 현장에 갔다 와서 작성한 모든 보고서를 확인했다.
이쪽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그 보고서를 보고 탄성을 내뱉지 않을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강신이 가진 지식이 정말로 대단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현장에 나간 것은 강신 혼자가 아니었다.
척준신, 김대리뿐만 아니라 다른 현장 요원이나 지원 요원까지.
그들이 작성한 보고서는 강신이 작성한 보고서와 내용이 조금 달랐다.
-강선임은 종종 무모하고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한다.
-강책임은 이익이 되지 않는 일에도 직접 움직일 때가 있다.
-남을 위해 하는 행동처럼 보이지만, 결국 자기만족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결과론적으로는 모든 현장이 무사히 수습되고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하지만 다른 요원들의 눈에는 강신의 행동이 불안하다는 내용이 수두룩했다.
물론 노골적으로 내용을 써넣은 게 아니라 최대한 돌려서 적어놓았지만, 신하린이 그걸 몰라볼 리 없었다.
“주변을 돕는 일은 좋은 일이죠. 이해해요.”
여건이 되면 주변을 돕는다.
그간 강신의 행동에 근간이 되는 마인드였다.
신하린은 그런 강신의 생각을 부정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공과 사는 확실하게 구분해야죠.”
사람을 돕는 일에 있어서 가끔 무리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스스로는 그게 커트라인 안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으나,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강신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네가 뭘 안다고.”
강신이 투덜거렸지만 신하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왜 모르겠어요. 지난번 작전도 그러다가 사고가 터진 거였는데.”
강신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 놀이 기구에 붙들린 4인 가족을 구하겠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일이 이렇게까지 어렵게 돌아가진 않았을 터였다.
“…….”
팩트를 묵직하게 맞아서일까, 강신은 그녀의 말에 반론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저번과 같은 일이 생기면 다른 이들이 휘말리지 않게 하려고 거부하는 거잖아요.”
사람을 돕는다.
그러다 상황이 꼬여버리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쯤은 강신도 충분히 인지했다.
그런데도 강신은 자신이 사람을 돕는 걸 그만두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신하린도 그 부분을 알고 있었기에 강신에게 착한 아이 증후군이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자신의 실수를 다른 사람이 책임지는 걸 봤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암, 그렇고말고요.”
으쓱대며 강신을 놀리듯 말하는 신하린이 얄미워 보였다.
“그런데 오빠가 그러면 안 되지.”
방금까지 존댓말을 하던 신하린이 반말을 내뱉자, 분위기가 단번에 반전했다.
덥석.
방금까지 놀리듯이 말하던 신하린이 강신의 멱살을 잡았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강신의 그림자에서 계속 상황을 지켜보던 초코가 으르렁댔다.
-크르르르….
초코가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은 신하린을 공격할 것 같았지만, 강신이 손짓으로 초코를 말렸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이번에 희생당한 사람 중에는 우리 오빠도 있었어.”
신하린의 가족이 죽었다는 말에 강신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럴 리가…. 유가족에 대해서는 모두 살펴봤는데.”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강신은 유가족들을 만나기 전, 모든 호구 조사를 끝냈고 거기에는 신하린의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만약 봤다면 강신이 기억하지 못할 리 없었다.
“분명 유가족 중에 신하린이라는 이름은 없었는데….”
“당연하지, 신하린이라는 이름은 회사에서 만들어준 신분 세탁용 이름이니까.”
현장 요원이었던 오빠와는 다르게 신하린이 소속된 조직은 첩보를 주로 맡은 곳이었다.
뒤에서 움직이는 첩보 조직의 특성상 본래의 신분은 큰 약점이 될 수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모두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회사에서 만들어주는 새로운 신분으로 일을 하는 게 보통이었다.
“맨날 죽어라 싸웠던 오빠지만, 정말 죽기를 바란 건 아니었어.”
신하린이 강신의 멱살을 잡았던 손을 풀며 말했다.
강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당신을 원망하는 것은 아니야. 그건 어디까지나 오빠 새끼가 선택했던 결과니까.”
비밀 연구소 소속의 모든 요원은 모두 목숨을 걸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자신도 자신의 오빠도 비밀 연구소에서 일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다.
“그래, 원망하지 않아. 그런데 이런 행동은 조금 곤란하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
“무리해서 사람 돕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니까, 다른 사람은 휘말리지 않게 혼자 죽겠다?”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애 같은 발상이었다.
“그래서 콱 죽으면? 먼저 간 우리 오빠가 요단강 건너편에서 손이라도 흔들어 줄 것 같아?”
감정적으로 격해진 신하린이 무서운 표정으로 강신을 노려봤다.
“아니! 당신이 그렇게 죽으면 내 오빠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만드는 행위야! 모욕적인 행동이라고!”
그녀는 누가 봐도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씩씩대던 신하린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난 표정을 순식간에 바꿨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순식간에 감정을 추스르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런 느낌은 강신만 받은 게 아니었고, 강신의 귀에 붙어 있는 통신 장비로 프로네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하린 요원의 행동은 마치 다중인격을 가진 사람처럼 불안해 보여. 팀에 넣는 걸 다시 한번 고려해보는 게 좋겠어.
신하린이 어깨를 으쓱였다.
“오빠, 그러니까, 팀원으로 넣어주실 거죠?
다시 존댓말을 쓰는 신하린이 부끄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고, 강신도 프로네시스의 말에 동감했다.
신하린을 보고 기가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그녀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그의 대답에는 변함이 없었다.
“아니.”
“에? 아니, 지금 분위기는 허락해야 할 분위기 아니에요?”
신중하게 고민하는 강신의 모습을 보고 성공했다고 생각한 신하린이 당황했다.
“네가 아무리 그래도, 내 대답은 바뀌지 않을 거야.”
이날, 신하린은 결국 완고한 강신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쫓겨나야 했다.
그 후로도 신하린은 강신을 찾아갔지만, 바쁜 강신은 신하린을 신경 쓰지도 않았다.
* * *
“네시스, 프랑스 쪽 현장 자료 좀 띄워줘.”
-잠깐만 기다려봐. 일단 노르망디 지역부터 띄울게.
강신의 부탁에 프로네시스가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에 있는 모든 현장의 보고서를 띄웠다.
기둥을 짊어진 자들의 행적이 나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강신은 남는 시간 동안 수많은 자료를 찾았다.
각 지부에서 가지고 있는 U.M.A들뿐만 아니라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HG 그룹, 프리메이슨의 도움까지 받았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는지, 전 세계 각지에서 이상 현상이 일어난 장소를 확인하고 있었다.
“야광 꽃이라…. 이거 밤에는 접근하지 말라고 코멘트 남겨줄래?”
강신은 노르망디 지역에서 갑자기 피기 시작한 푸르스름한 꽃이 밤에도 빛난다는 내용을 보고 프로네시스에게 말했다.
-알겠어.
“아, 그리고 추가로 그 꽃은 잡식성이라고 알려줘. 그리고 강한 마비 성분을 준비하니까 낮에 채취할 때 맨손으로 만지면 안 된다고 전해주고.”
중력과 관련된 U.M.A를 찾는 게 목적이었지만, 그렇다고 정보를 알고 있는 현상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었기에 더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자료를 찾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을 때였다.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 단체에서 강신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다.
“세그레드 조라에서 나에게 개인적으로 보낸 의뢰라.”
세그레드 조라, 일반인들은 존재조차 모르는 특별한 물건을 수집하는 수집가들의 비밀 상점이었다.
-세그레드 조라, 한국 지부에서 일하는 김태식 점장이 본부에서 직접 요청받았다고 하던데?
사실 중력과 관련된 물건은 한국 지부의 김태식이 수집하는 물건이 아니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음, 이거 생각보다 구미가 당기는 의뢰네….”
그런데 강신이 필요로 하는 물건에 대한 정보가 본부에 들어갔던 건지, 사건을 몇 개 처리해 준다면 다른 지부에 연락해 중력과 관련된 물건을 보수로 주겠다며 연락이 온 것이었다.
“개인 의뢰라는 게, 조금 찝찝한데.”
지니즈 일이 떠오르기 때문일까.
그들이 의뢰한 내용을 확인한 강신은 탐탁지 않아했다.
하지만 강신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일단 만나자고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