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40
339화
정신을 차린 송기덕은 삶을 포기한 것처럼 공허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강신은 그런 그를 보며 자신이 장웨이에게 들었던 내용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하지만 종말에 휘말린 사람들을 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그는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말로 구할 수 있을까요?”
강신은 송기덕의 자신 없는 듯한 목소리에 확고하게 대답했다.
“어떻게든 구할 겁니다.”
송기덕은 강신의 대답을 듣고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방법 자체도 아직 정해진 게 없었다.
방법을 찾는다고 해서 자신이 그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한 송기덕을 보며 강신은 뒷말을 덧붙였다.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시도라도 해봐야죠.”
아무리 확률이 낮다고는 하나,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몸을 희생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무엇이 됐던 그들을 구할 시도를 해보는 것이 도리였다.
“……틀린 말은 아니군요. 그래서 절 찾아오신 이유가 그들을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겁니까?”
다행히도 회복하는 동안 나름 많은 생각을 했던 것인지,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강신이 부탁하고 싶은 건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음, 오해하게 해서 죄송하지만, 그들을 찾는 것보다 피해자 가족들을 직접 만나 추가로 보상을 하고 싶은데, 함께해 주셨으면 해서 찾아온 겁니다.”
“그…. 기둥을 짊어진 자들을 찾는 게 아니라 피해자 가족을 만나기 위해 절 찾아오셨다고요?”
방금까지 진지했던 게 바보 같이 느껴진 것인지, 송기덕은 살짝 어이없다는 눈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혼자 가시는 게 부담이라면 굳이 제가 아니라도 같이 갈 사람은 많을 텐데요?”
사실 굳이 송기덕이 아니어도 상관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굳이 송기덕과 함께 갈 이유가 없었다.
현장에서 생존한 현장 요원은 송기덕뿐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도 강신이 송기덕을 찾아와, 설득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위로 받아야 할 사람은 유가족뿐만이 아니니까요.”
자신의 반쪽이나, 자식을 잃은 유가족만큼은 아니어도 현장에서 끈끈한 전우애를 쌓았던 현장 요원들 또한 바로 옆에서 전우가 죽어가는 모습은 큰 충격이었을 테니까.
특히나, 송기덕의 사정을 몰랐다면 모를까.
위급한 상황에서 박대리가 송기덕을 구하기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직접 봤던 강신이었기에 그를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박대리님이 가족을 부탁한다고 했잖아요.”
자신과 선배의 사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강신을 보고 송기덕을 놀란 눈을 했다.
“그간 모아두었던 돈을 보낸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이어지는 강신의 말을 듣고 그의 표정이 눈에 띌 정도로 어두워졌다.
“제가 무슨 낯짝으로 형수님을 뵙습니까.”
회사의 보안상, 박대리가 어떻게 사망했는지 제대로 부고를 알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박대리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자신이 그의 가족을 만날 수 있을까.
자신이 아니었다면 박대리는 그 사선에서 살아 나왔을 게 분명했다.
송기덕을 짓누르는 건 그것뿐이 아니었다.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도 박대리를 회사에 들어올 수 있도록 추천까지 했다.
“제가 그분을 이곳으로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집안 사정은 조금 힘들었겠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목숨을 잃을 일은 없었겠죠.”
후회와 자책,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송기덕을 보며 강신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 다 이해한다는 말은 빈말이라도 못하겠네요. 그래도 저희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죄책감에서 눈을 돌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힘들지만, 다시 일어나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끝매듭을 확실하게 지어야했다.
죄책감으로 눈을 돌리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지 못하게 될 테니까.
“다른 곳은 몰라도 박대리님 가족을 만나는 자리에만이라도 함께하시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송기덕은 강신과 함께 박대리의 유가족과 만나기로 했다.
* * *
“그다음은 어떻게 됐냐고?, 뻔한 스토리지. 뭐, 울고 사과하고 최대한 보상하고 그냥 감수성 자극하는 이야기들이지.”
어둡디어두운 공간에서 하늘색 눈을 가진 남성이 정면을 바라보며 강신의 상황을 해설하듯이 읊었다.
“너무 질질 짜는 이야기만 하니까, 감정 소모가 심하다 그치?”
남성은 도대체 누구에게 말을 거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혼잣말이라고 보기에는 분명 대화 상대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누구냐고? 음…. 그건 나중에 다시 만날 날을 위해서 조금 미뤄둘까?”
하늘색 눈을 가진 남성은 가볍게 웃어 보였고,
“그럼, 나중에 다시 보자고.”
그 말을 끝으로 시야가 흐려졌다.
* * *
강신이 몸을 회복한 송기덕과 함께 움직인 지 벌써 3일이 지났다.
그간 강신은 송기덕과 유가족들을 만났다.
박대리의 가족만 만나기로 했던 송기덕은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계속 강신을 따라다녔다.
슬픔에 가득 차 있는 유가족들이 그들을 반겨주는 일은 없었다.
힘든 게 당연했지만 그런데도 그들은 묵묵하게 유가족을 한명 한명 모두 찾아갔고, 사과를 하며 추가 보상을 제시했다.
그저 돈뿐인 보상이 아니었다.
프로네시스의 도움으로 각 가정 사정을 확인해 그들이 가장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다.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아이들이 있는 집은 대학 장학금을, 가난한 삶을 이어가는 이들에게는 지원금을 보냈다.
그리고 박대리의 가족처럼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치료비와 함께 병원을 알아봐주었다.
많은 금액이 들어갔지만, 강신은 자신의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걸 아까워하지 않았다.
“여기가 마지막 집이었습니다.”
유가족이 뿌린 물을 그대로 맞은 송기덕이 강신에게 말했다.
“괜찮습니까?”
“같이 맞았는데, 그런 말씀을 하세요.”
강신도 송기덕과 마찬가지로 물에 젖은 생쥐 꼴이었다.
물벼락을 맞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칼을 들고 죽여버리겠다고 쫓아오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그들도 강신과 송기덕이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렇게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건 울분을 풀 대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둘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그런 행동보다 오히려 강신과 송기덕의 탓을 하지 않고, 숨죽여 우는 유가족들을 보는 게 더 힘들었다.
‘겨우 끝났네.’
유가족들을 모두 만나서 필요한 조치는 다 해두었으니, 이제 마음 놓고 실종자들을 수색할 수 있게 됐다.
‘기둥을 짊어진 자들의 흔적은 아직 찾지 못했어. 중력을 직접 다루는 U.M.A는 흔하지 않고…. 흠, 무게와 관련된 쪽을 찾아봐야 하나.’
강신이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는 동안 송기덕은 그런 강신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
“아, 죄송합니다. 잠시 딴생각하느라….”
‘이쪽도 이 정도면 앞으로 걱정 없겠지.’
곧 죽을 것처럼 보였던 송기덕의 상태는 좋다 못해 한편으로 후련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송 대리님.”
상태도 멀쩡해졌겠다 강신은 송기덕을 놓아주려고 했다.
고생했다는 말을 들은 송기덕은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강신은 재촉하지 않고 천천히 기다려주었다.
송기덕은 뭔가 큰 결정을 한 듯이 심호흡을 하고는 말했다.
“후….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비어있는 울프 팀의 자리, 제가 채워도 되겠습니까?”
하지만 들려온 것은 긍정적인 대답이 아니었다.
“죄송하지만, 그 부탁은 들어드리지 못하겠군요. 울프 팀은 이제 사라질 예정이거든요.”
“네?”
울프 팀이 사라진다는 말에 송기덕은 당황한 눈치였다.
그야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성신의 입장에서는 강신이 맡은 태스크포스팀을 어떻게든 존립시키려고 했을 터였다.
그런 팀이 사라진다는 건 결국 강신이 태스크포스팀을 맡지 않겠다고 한 것일테니까.
“울프팀은 더는 필요 없습니다. 이제는 원맨팀을 만들 겁니다.”
그 사건이 일어난 후 강신의 내면에 큰 변화가 있었다.
예전이야 강신이 몸을 지금처럼 사용하지 못했기에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필요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척준신이 사라진 현재, 강신은 현장 요원들과 싸운다면 무조건 이길 자신이 있었다.
팀장급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그나마 견줄 수 있는 건 척준신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이라고 평가되는 보안 10팀의 팀장이었다.
사람의 손이 필요한 현장이라면 그때 지원을 요청하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강신은 울프팀의 인원을 보충해준다는 상부의 말을 거절했다.
처음 강신의 계획을 들었던 기존 울프 팀 인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권영식은 물론이고 임상무, 카밀라에 장웨이까지.
그들은 광신도와 다른 기업이 강신을 노리는 지금, 홀로 현장에 나간다는 것에 큰 반감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강신의 의지는 확고했다.
원맨팀으로 바뀌었지만, 크게 바뀌는 건 없었다.
권영식은 여전히 강신을 위해 장비를 만들어 줄 것이고, 임상무는 대외적인 일을 도맡아 줄 것이다.
그리고 장웨이는 강신이 나갈 현장을 미리 점검하고, 카밀라는 매혹이 필요한 상대가 있다면 도움을 줄 것이다.
달라진 건 척준신과 김대리와 함께 나갔던 현장을 이제 오로지 강신 혼자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지원 요원도 필요 없습니다.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프로네시스가 요청할 테니까요.
물건을 가져다줄 요원이 필요하겠지만, 김대리처럼 상시 옆에 있어줄 지원 요원은 거절했다.
‘그거면 됐어.’
이런저런 핑계를 댔지만, 사실 강신이 원맨팀으로 전환한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더는 나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을 보고 싶지 않아.’
“……저도 선배를 구하고 싶습니다.”
강신은 송기덕이 하는 말이 진심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쉽게 허락할 수 없었다.
송기덕의 전투력은 현장 요원 중에서 딱 중간 수준이었으니까.
“강책임님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만약 일하다 방해가 된다면 저를 버리고 가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끝끝내 강신은 송기덕의 부탁을 거절했다.
송기덕은 크게 아쉬워했지만 더는 강신에게 부탁하지 않았다.
강신의 확고한 표정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 * *
그렇게 마지막 유가족을 만난 강신과 송기덕이 회사로 돌아오자, 개인 큐브에서 권영식과 임상무가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로 팀을 해체하려고?”
권영식은 강신이 돌아오자, 인사보다 먼저 질문을 던졌다.
“네.”
“쯧….”
짧게 혀를 찬 권영식은 강신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회의에서 원맨팀으로 꾸리자는 말을 격렬하게 반대했습니다.”
“그렇겠죠. 그래도 제 대답은 정해졌고, 그것이 싫다면 회사와 관계없이 따로 움직일 겁니다.”
퇴사를 결정할 수는 없었다.
장비도 장비였고 외부의 적으로부터 가족의 안전을 지켜줄 사람들도 필요했다.
또한 위치들과 맺은 계약으로 인해 강신은 마음대로 퇴사를 결정할 수 없었다.
임상무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상부가 멋대로 저지른 일을 강신에게 말했다.
“상부에서 이미 강책임을 도와줄 사람을 뽑아놨다고 하더군요.”
“필요 없습니다. 방해만 될 겁니다.”
“만나보시기라도 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래, 만나보기라도 하게.”
강신과 상부 사이에 낀 임상무가 불쌍했는지, 권영식까지 그를 거들자 강신이 아미를 찌푸렸다.
“만나봐도 변하는 게 없을 텐데요.”
“그래도 만나기라도 해야 우리가 상부 회의에서 반론이라도 하지.”
결국, 강신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만 볼게요.”
강신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개인 큐브가 열리며 장웨이와 함께 누군가가 들어왔다.
제대로 힘이나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여리여리한 체구를 가진 여성이었다.
강신은 그녀를 보고 크게 놀랐다.
체구가 작아서 놀란 게 아니었다.
강신은 실력을 눈으로 보기 전까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고 했으니까.
그가 놀란 이유는 그 여성이 강신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신하린?”
강신의 입에서 여성의 이름이 나오자,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대꾸했다.
“오랜만이에요, 오빠.”
성신에 입사하기 전, 편의점에서 같이 일했던 신하린이었다.